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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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면 개는 집안에 들여놓고 키우면 안된다. 밥은 주인이 먹다 남은 걸 주면 된다. 따뜻한 털이 있는데 이쁜 옷을 입혀서 뭐하나.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어렸을 적에 그렇게밖에 키워보지 못했다.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가족으로 편입시켜 주는 것도 거부감이 드는데 평생의 반려자라니.

나의 메마른 감성에 비애감이 든다. 각박한 세상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렸을때 마당에서 키웠던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떠오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울이었다. 너무 어린 강아지라서 처음엔 지하실에서 지내야 했다. 집안엔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하실이라도 어딘가. 지하실을 너무 무서워했지만 그 겨울을 강아지와 함께 보냈다.

고양이도 한마리 있었는데 따뜻한 내 방에서 같이 지냈다. 그것이 개와 고양이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전래동화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난 못마땅해서 고양이를 많이 괴롭혔다. 그래도 나와 강아지와 고양이는 정말 사이가 좋았다.

김병종 교수의 <자스민, 어디로 가니?>는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펼쳐보게 되었다. 토종개같은 친근함, 하지만 포메라니안이란다. 개의 품종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해 보니 익숙한 강아지다. 김병종 교수는 <라틴화첩기행>을 끝으로 더 이상 잡문을 쓰지않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을 깬 것은 16년 동안 함께 한 애완견 자스민 때문이었다.

저자 또한 애완견에 있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었다. 자스민도 엉겁결에 키우게 되었고 처음 왔을때 마뜩지 않았다. 어느 늦은 밤,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자스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의 손을 핥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스민에게 마음을 열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 밤, 자스민이 어둠 속에서 내 손을 따스하게 핥던 그때, 나는 생명의 온기란 종(種)을 넘어서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린 생명체로부터 전해지는 감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의 경험은 동물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생각을 교정해주었고, 생명에 대한 사색의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 38쪽

그렇게 자스민은 그의 가족과 16년을 함께 하다가 급성 췌장암으로 숨을 거뒀다. 긴 시간 동안의 유대감으로 인해 쉽게 씻길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는 글을 통해서 슬픈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책엔 자스민과 함께 했던 날들이 절절하다. 화가인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자스민의 시선으로 쓴 글도 마치 한편의 잔잔한 동화같다.

자스민에게 고마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세월과 함께 깊어갈 상실감 같은 것을 가져볼 새도 없이 늘 똑같은 모습을 하고 늘 함께 있어주었다는 것. - 133쪽

사람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한결같은 존재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개는 늑대를 길들이면서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고 한다. 태초에 인간에게 다가왔던 늑대는 인간을 위로해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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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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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앞으로 상품 생산비는 제로(0)에 가까워지고 기업의 이윤이 고갈될 것이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조선일보(10월 14일자 기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신은 곧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우리는 공유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셰어링과 자전거셰어링은 물론 셰어하우스까지 등장했다. 미국인의 약 40%가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무력 혁명이 아닌 자본주의의 근간인 기술 혁신으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의 패러다임이 뒤흔들리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체계에 젖은 우리의 생활도 소유를 줄이고 공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같은 맥락의 주장은 아닐지라도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언론인으로, 떳떳하게 가난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풍요로운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 그러나 물론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자본주의는 수십 년 동안 가난이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했다. 가난은 저 미련한 자, 게으른 자, `저 사람은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끊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주입시킨 자본주의의 신화는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출세 의지는 좌절당하고, 승자와 패자가 있으며, 패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이것에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 15~16쪽

관점은 다르더라도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하는 주장은 많다. 막스 베버는 최후의 원유통 뚜껑이 열리는 날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 했다. 자본주의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풍요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의 가난이 아닌 역사적 차원의 가난이 오고 있다. 그 가난은 우아한 가난이다.

우아한 가난이라니. 공유사회라면 기본적인 생활권은 보장되니 그렇게 말해도 무방할 거다. 우아한 가난을 생활화하는 직업으로 시인을 꼽을 수 있을텐데, 이 참에 시인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니면 스님이 되어 무소유를 실천해 볼까? 미래의 유망 직업 순위가 많이 바뀔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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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 씨, 삶엔 무엇이 있나요? 눈이깊은아이 철학을 말하다 3
권은미 지음, 최라톤 그림 / 눈이깊은아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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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씨, 삶엔 무엇이 있나요?>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철학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도록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양날의 검과 같은데요. 메시지의 전달에 급급하여 생각보다 플롯이 잘 짜여진 책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플롯이 탄탄하여 읽는 재미도 있으면서 어려운 주제의 질문에 접근합니다.

훌륭한 어린이용 책은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재미있어야 합니다. 어린이만 재미있고 어른이 재미없어 하거나 어른은 좋아하는데 어린이가 싫어한다면 균형잡힌 책이 아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소로의 <월든>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소로의 사상에 대해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른인 제게도 유익한 책입니다. 제 딸아이도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더군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책에 관해 토론을 하기로 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부녀의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점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소로는 대학을 마치고 월든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2년이 넘게 생활했습니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 속에 왔다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사려 깊게 살고 싶다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떨치고 삶이 다 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 73쪽

숲에서 그는 인디언 소녀와 우정을 나누며 행복을 꿈꾸지만 백인들이 흑인노예를 학대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인디언 소녀의 집도 백인들에 의해 불타고 숲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는 더이상 숲에만 숨어있을 수 없었습니다.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을 한 1863년 보다 한참 전인 1840년대 일입니다.

그는 인간이 인간에게 정의롭지 못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죄라고 단언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그는 악을 막으려고 폭력을 쓰는 대신 `거부`를 택했습니다. 세금을 거부하고 신문구독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을 표출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시민불복종>이라는 책에 잘 나타납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시민이어야 한다. 법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보다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 136쪽

그의 비폭력 운동은 톨스토이의 인도주의, 마하트마 간디의 인도 독립운동 그리고 마틴 루터 킹의 흑인 민권운동, 현대의 시민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준법과 저항. 소크라테스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딜레마의 문제입니다. 두 딸과 어떤 토론이 진행될지 벌써부터 기대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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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 - 현직 선배들의 진짜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텍스트 라디오 지음, 김은성 엮음 / 바른번역(왓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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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지망생들에게 필요한 책.
여러가지 궁금한 점, 비전, 조언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각 분야의 컬럼니스트와의 인터뷰가 실려있어 참고할 만 하다.

예비 칼럼니스트를 위한 데뷔 팁 세 가지
1. 칼럼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자: 귀인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2. 거절에 담담하자: 매체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가 거절 메일을 받았다면? “아직 내 진가를 모르는군”하고 씩 웃고 만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등단을 위해 신춘문예에 수십 번 도전한다. 하물며 거절 메일 정도야!
3. 나의 지면은 내가 만든다: 당분간 고료를 포기한다면, 기고할 곳은 많다. 많은 독립잡지에서 원고를 찾고 있다. 재능기부도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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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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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집을 마련하는 세가지 방법
※ 주의 : 부동산 정보가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1. 버들치 시인의 경우, 지인들 네다섯 명의 도움을 받아 햇살 좋은 지리산 자락에 공짜로 집을 얻었다.

2. 낙장불입 시인은 연세 50만원으로 지리산에 정착했다.

3. 최도사는 연봉 2백의 주차요원이다. 그는 지리산의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 들어가 그곳을 정성껏 가꾸며 살았다. 어느날 주인이 찾아와 자기 집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다며 별장으로 쓰겠다고 쫓아냈다. 그는 더 윗마을의 폐가로 들어가 또 정성껏 꾸몄다. 또 어느날 주인이 찾아왔다. 연세 30만원에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고 주인 할머니는 말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여기 와보니 자네가 이 집을 얼마나 아끼는 지 알 수 있었네. 그냥 살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오는, 사회에 적응을 못하거나 혹은 스스로 사회의 경쟁을 거부하고 지리산으로 흘러들어 정착한 사람들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내가 왜 시를 못 쓰는 줄 아니? 내 시의 바탕이 슬픔인데 여기 지리산에 온 이후로 그게 자꾸 없어져. 그래서 시가 안 되는 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럼 기쁜 이야기를 써라. 행복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기쁘고 행복한데 어떤 놈이 시를 쓰겠냐고.˝ 버들치 시인의 말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서울대 교수 5인이 쓴 <당신은 중산층입니까>에서는 서울올림픽 당시 국민 60%가 중산층이라고 답했지만 지난해 20.2%로 급감했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도 더 가난하게 느끼고 행복해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런데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이라니. 그는 시보다 더 귀중한 행복을 얻었다. 행복은 소득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다만 자연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 나도 지리산 행복학교에 입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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