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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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때 읽을 책 없나하고 뒤적이다가 골랐는데, 진짜 단숨에 읽게 된다.

 

난 <아가씨>도 작년에서야 봐서 뭔가 모두가 아가씨를 좋아했던 그 흐름에 탑승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왠지 뒷북 치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영화와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영화의 중요 모티프를 원작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이 군데군데 겹쳐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둘 각기의 매력이 뚜렷하다. 원작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연속인데, 박찬욱은 그 중 첫번째 반전만 가져왔기에 중반부부터는 서사 자체도 다르다. 박찬욱...참으로 영리하게 각색했구나.

 

이야기 자체는 핑거스미스가 더 풍성하다고 느꼈다. 빅토리아 시대 도둑들이 사는 좁은 소굴에 대한 묘사와 그때의 영국 거리와 신사들에 대한 설명! 흡입력이 대단해서 마치 그 시대를 살고 나온 듯 하다. 수도 영리하고 당차고 용감하고 모드는...눈물 난다. (ㅋㅋ) "그리고 그렇게 해서 당신은 알게 된다. 결국은 사랑 때문에, 경멸도, 악의도 아닌, 단지 사랑 때문에 내가 결국은 수를 상처 입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세기의 사랑...

 

왠지 모르게 <올리버 트위스트> 가 생각나고. 작가도 디킨스에 영향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 닳도록 읽었던 시공사 시리즈 올리버 트위스트. 그 시리즈 중에 제일 좋아하던 책이었는데.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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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와 리뷰의 차이를 비로소 어렴풋이 알게 돼서 써 보는 첫 페이퍼!

 

 

 

 

 

 

 

 

 

 

 

 

 

아무튼 시리즈의 열광적인 독자는 아니다. (모두가 좋아하는만큼은 좋아한다) 시리즈를 다 찾아읽겠다는 마음도 들지 않지 않는다. 저자와 키워드에 따라 재미가 천차만별이기에..

그럼에도 언젠가 읽어보리라고 다짐했던 아무튼 시리즈가 있다면 단연코 이 두 권. 두 권 다 기대했던만큼 좋았다.

 

우선 하루키. 하루키를 사랑해서 일문과를 갔다는 저자의 소개를 읽자마자 단박에 이 책이 좋아졌다. 하루키는 잘 모르지만 하루키를 사랑하는 친구를 만난다면 그 친구는 왠지 좋아할 수 있을것만 같은 이 기분..(근데 남자는 해당 x)

 

타지 기숙사에서 하루키 소설을 원서로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갔던 어느날을 묘사한 풍경이 아름다웠고. 한 작가가 내 인생에서 변화를 일으켰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근사하고 단단해보인다.하루키의 작품들이 "닻이 되어 내 인생의 소소한 기억이 세월에 떠내려가지 않고 단단히 붙들려 있다는 게 거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이런 표현이 근사하다!

 

하루키를 좋아했던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과 나눈 대담을 보고는 모두가 하루키를 좋아했던 그 시절이 어땠는지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었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재즈바에서 자유롭게 맥주 마시는 청춘이 그때 그 시절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이제는 이해했다! 그 쿨함. 자기연민이나 자기도취없는 담백함. (완벽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봄날의 곰 같은 표현은 누군가에게는 감성과다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감동적일 수도 있겠다. 나도 굳이 따지자면 좋아했을 것 같은데..

 

한 작가의 글과 더불어 내 인생을 회고할 수 있다는 것..... 나는 누굴 쓸 수 있을까...... 쓰고 싶은 작가가 있지만 내게 차례가 올 일이 없어서 누군가 써준다면 꼭 읽겠다.

 

"그 문장들과 함께 나는 내가 원래 속했던 곳에서 나날이 멀어져갔다. 나날이 낯설어져갔다. 나날이 가벼워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어느 시절의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

 

"하루키는 나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경험을 안겨줬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 작가의 저작과 함께 보내게 해준 것. 그리하여 나의 내면과 삶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 그것만으로도 노벨문학상을 받든 말든 하루키는 나에게 언제까지나 가장 특별한 작가일 터다."

 

  딱따구리. 읽기 전에는 딱따구리 연구원이신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딱따구리를 좋아하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이너셨다. 집을 옮길 때마다 신기하게 집 근처에 딱따구리가 서식하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작가와 딱따구리는 인연인 듯하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우선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롭고 놀라웠다.  배우자인 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님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나에겐 일종의 충격으로까지 다가왔다. 이분들의 생활방식이. 지구가 아파하는 것에 같이 아파하며 (초딩 환경보호 포스터에나 나올 것 같은 일차원적 표현 죄송..) 자신들의 족적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구나, 싶었다. 물건 재사용과 중고매장 이용은 물론이거니와 백반 가게에 가면 먹지 않을 반찬을 스캔 후, 사장님께 돌려드리신다고. 집에서 설치류가 나온다하더라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 한 후, 설치류를 박멸하지도 않으신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우선 태어났으니 살고는 있지만 내가 환경에 마구마구 싸지르고 있는 영향을 인식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경각심도.

 

나는 아직도 텀블러 사용이라는 기본적인 습관도 들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뭔가가 변화한다면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겠지..

 

"자원 순환의 우선순위에서 보면 재활용(recycle)보다는 재사용(reuse), 재사용보다는 쓰레기 줄이기(reduce)가 환경영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 그렇다네요.. 모두모두 생활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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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좋다.

 

나는 이제 어디에다 예술과 자연, 생성과 기원을 구분하는 선을 그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신비에 싸여, 나는 어두워진 후까지, 닭들이 잠잠해진 후까지,그 그림들을 응시했다. - P73

숫돌을 하나 찾고 있었다. (소박한 기쁨-꽃을 꺾어 와 병에 꽃는 아침, 잘 드는 칼, 잠에서 깬 후 찬 물로 하는 세수, 사랑하는 이가 보낸 한 통의 편지) 이 점포 저 점포를 기웃거린다. 산뜻한 것은 아무 데도 없다. 모두가 중고품에 먼지를 쓰고 있다. 하나씩의 얘기는 다 가지고 있을 그런 물건들. 어떤 것은 산뜻함을 뛰어넘는 어떤 자부심도 엿보인다. - P119

개들도 짖기를 그친 더위 속에서, 낙지를 씹고 있는 입으로 자기 주발을 가져가면서, 나는 물었다. 대체 이들은 무엇에 대해 이토록 의기양양해 하는가 하고. 아마도 그 대답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우리 모두는 저마다 차려 입고 이 간이식당을 향해 언덕을 올라왔다. 한 해가 가고 있고 또 여름이 가고 있다. 모두들 여기 다시 왔다. 이 맛난 음식을 위해, 이렇게 이쑤시개 하나씩을 들고, 우리는 여기 이 땅 위에 아직 살아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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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7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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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킴벌리가 말했다. "뭔가 의미가 있는 이름인가요? 저는 다문화권 이름을 좋아해요. 거기에는 멋지고 풍요로운 문화에서 유래한, 멋진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킴벌리는 "문화"가 자신들에겐 낯선, 유색 인종들의 다채로운 보고라고, 반드시 "풍요로운" 이라는 형용사의 수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노르웨이가 "풍요로운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 P240

훗날 그의 격정이 아주 지긋지긋한 화창함이 되어 이페멜루가 그것을 후려치고 부숴 버리고 싶어질 때, 여름 기운이 완연하던 어느 날 사우스 카의 타로 가게에 있던 그의 모습은 그녀가 커트에 대해 간직한 가장 아름다운 기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토록 잘생기고 그토록 행복하고, 진정한 믿음을 가졌던 사람. 그는 좋은 징조와 긍정적인 생각과 영화의 해피엔드를 믿었다. 깊이 생각한 뒤에 믿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근심 걱정 없는 믿음이었다. 그저 무조건 믿을 뿐이었다. - P321

알렉사와 다른 손님들, 어쩌면 조지나조차도 누군가가 전쟁으로부터, 또는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가난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억압적인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오빈제 같은 사람들, 즉 유복하게 자랐지만 불만에 빠져 있고 태어날 때부터 고국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도록 길들여진, 진정한 삶은 그 다른 곳에 있다고 영구불변하게 확신하는 사람들이 단지 떠나기 위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굶주리거나 강간 당하거나 마을이 불타지 않았지만 그저 선택의 가능성과 확실성에 목말라서-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을 하기로 결심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89

그렇다고 커트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과 백인으로 사는 것이 똑같은 척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어떤 건 이해하면서 어떻게 비슷한 다른 것에는 완전히 무감각할 수 있는지, 어떤 건 쉽게 뛰어넘으면서 어떻게 다른 것 앞에서는 다리를 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P112

마침내 그가 말했다, "네가 얼마나 비참하고 외로웠을지 상상이 안 가. 나한테 말했어야지. 나한테 말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의 말이 그녀의 귀에는 노래처럼 들렸고 그녀는 자신이 숨을 불규칙하게 쉬면서 공기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울지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가슴이 돌을 얹은 듯 답답했고, 목구멍이 따가웠다. 눈물이 간지러웠다.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탁자 위에서 양손을 꼭 쥐었고 그들 사이에 침묵이 점점 커져 갔다. 두 사람이 잘 아는, 오래된 침묵이었다. 그녀는 그 침묵 속에 있었고, 이제 안전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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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7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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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를 읽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를 사랑하게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나이지리아 여성 이페멜루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미국에서 십수 년 살며 프리스턴 연구 과정을 마친 이페멜루 현재의 상황에서 시작해 과거를 더듬어 나간다.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떠나게 되기까지, 미국에서 비미국인 흑인으로 살게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나이지리아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까지. 이페멜루와 중학교 때부터 연인이었던 오빈제의 이야기도 교차해서 진행된다. (그래도 이페멜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페멜루가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신랄한 포스팅을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포스팅만 발췌해서 읽어도 인종차별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지리아의 상황, 비미국인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비미국인 흑인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가 어떤 것이며 얼마나 다른지? 등등 쉽사리 알 수 없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로부터 뭔가 실질적인 지식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구.)

한국인 여성?으로서 이 나라 밖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방인, 이민자의 기분을 절대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페멜루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여성이라면 공감할 보편의 이야기..라고 요약하고 싶지는 않다. 아다치에는 아프리카인 여성 그 자체의 삶을 말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읽혀야 하는 소설이라고 본다. (내가 썼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는 -_-..)

이페멜루가 미국에서 나이지리아로 다시 돌아오면서, 백인 남성 커트와의 연애를 고의적으로 끝내면서. 왜 자신에게는 완전해 보이는 삶을 스스로 망치고야 마는 기질이 있는 것인지 자문하는데,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그리고 아다치에는 <숨통>에서부터 느꼈지만 미래형 문장을 자주 쓴다. (예시를 찾으려고 했는데 안 보이네..) 하여튼 이 회고형의 문장들?이 아다치에의 소설을 아름답게 한다.

아직도 읽을 아디치에의 소설이 많다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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