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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집 ㅣ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도 착 ㅡ 김 용택
도착했다 .
몇해를 걸었어도
도로 여기다 .
아버지는 지게 밑에 앉아
담뱃진 밴 손가락 끝까지
담뱃불을 빨아들이며
내가 죽으면 여기 묻어라 , 하셨다 .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기다 .
일어나 문을 열면 물이고
누우면 산이다 .
무슨 일이 있었는가 .
해가 떴다가 졌다 .
아버지와 아버지 그 아버지들 , 실은
오래된 것이 없다 .
하루에도 몇번씩 물을 건넜다 .
모든 것이 어제였고
오늘이었으며
어느 순간이 되었다 . 비로소
나는 아버지의 빈손을 보았다 .
흘러가는 물에서는
달빛 말고 건져올 것이 없구나 .
아버지가 창살에 비친 새벽빛을 맞으러
물가에 이르렀듯
또다른 생인 것처럼 나는
오늘 아버지의 물가에 도착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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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봄
나는 두려웠다 .
네 눈이 , 사랑하게 될까봐
사랑하게 되어서
나는 두려웠다 .
네 눈이 , 이별하게 될까봐
이별하게 되어서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눈 ,
나는 두려웠다 .
내게 남기고 간
가장 슬픈 눈
나를 찾아 헤매던
슬픈
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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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를 오가는 마음엔
물끄럼이라는 시선하나
한 글자로 잡아 매자면 봄,
들여다 봄
가만히 봄
오는가 봄
기다려 봄
온통 안절부절 할 적도 있고 , 체념이 섞인 포기도
기대의 마음도 , 안타까움의 간절함도 전부 뒤에
세워두고서 기다리는 심정을 물끄럼 그저 물끄럼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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