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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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길

 

김 사 인

 

 

   설겅주 넘으면 새별 병승이네 갑윤이네

   까치고개 넘어 방앗간 , 공동묘지 상엿집 지나 종수 승표

네 뒷골

   어디론가 더 가면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지는 으싱이

현석이네 으싱이

 

   뒷동수 널다리 건너 늘게미 웃말 아랫말 태영이 승택이네

   느름싱이 삿갓논 팔밭 한뼘 비도골

   더 가면 되목 늘티 창식이 병조네 딸바위 아들바위 마전

사 도장골 호름밭골

   신작로 따라 정문거리 고개 넘어 사당마루 , 사당마루 지

나 거떠리 , 거떠리 너머 거쿠리

   그 맞은편 사실 , 경범이네 택수네 , 고개 넘어 시승골 소리

곱던 화순이 그 오빠 화석이 글 잘 쓰던 인자네

   시승골 산 넘어 쇠실 통석이 치석이네

   쇠실 지나 더디 가면 가래울 달리기 잘하던 기순이 힘 좋

던 종관이

 

   내 살던 영당은 어디에 있나

   내 동무 원대가 토끼풀 뜯으며 강의록 외우던

   이발소집 새끼 돼지들 예쁘기도 하던

   하늘만 빠끔한 면 소재지

   사자울 강 건너 대전 오십리

   피발령 고개 넘어 청주 칠십리

   첩첩 고갯마루 굽이굽이 여울들

 

   학교 다리 건너 바탕뫼 , 더 가면 양중지 살목 염성굴

   바탕뫼 너머 분저실

   강 건너 서당편 그림 같던 백사장

   산 넘고 물 건너면 송포 은운 지경말

   더 가면 흙먼지

   당당 멀었지 키 큰 미루나무

   콩자루 이고 가던 먼먼 신작로 .

 

( 본문 36 , 37 쪽 )

 

김사인 시집 , 창비시선 382 , 어린 당나귀 곁에서 ㅡ중에

 


 

설겅주 ? 아 ... 냇가 !

으싱이 ? 어성리 ? ㅎㅎㅎ

지명의 옛이름이란 것만 겨우 알아 듣겠다 .

늘티 , 되목 , 도장골 , 흐름밭골 

구비구비 언덕은 , 고개는 왜 그리 많았는지 , 

골짜기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

산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산들 이제는 이름도 모르지 

다 어디 간건지 .

아 , 강 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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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6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학교 다닐 때는 다목적 댐과 고속도로의 유용성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새로 난 넓은 길과 큰 호수에 우리의 추억 역시 잠기고 날리는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8-03-16 21:45   좋아요 1 | URL
평화의 댐이 대국민 사기극 이란 기사를 언제가 읽고 헉~!! 했었는데 .. 하긴 올림픽도 어떤 면에선 대국민 사기극 ~ ㅎㅎ재주부려 돈 버는 곰 따로 왕서방은 바쁜 ~그런 식으로요 . ㅎㅎ

추억이라도 있을 때 좀 적어두던지 해야겠어요 .
 
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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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에 누가 있다

 

나희덕

 

 

밤구름이 잘 익은 달을 낳고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후

숲에서는 ...... 툭 ...... 탁 ...... 타닥 ......

상수리나무가 이따금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제 열매를 던지고 있다

열매가 저절로 터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입술을 둥글게 오므렸을까

검은 숲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 ,

나는 그제야 알게도 된다

열매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말을 하고 싶은 때를 위해 지어졌다는 것을

...... 타다닥 ...... 따악 ...... 톡 ...... 타르르 ......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

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둥근 말 몇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 탁 ...... 굴러와 박혔

으니

 

(본문 12 , 13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ㅡ중에서

 

 


 

 

지난 가을 이후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숲 계단을 밟지 않았다

그 가을 계단에 누가 부러 흘린듯 쏟아져 있던 열매들

도마뱀 , 풍뎅이 , 잠자리 , 그리고 바람

그것들은 쏜살같이 잘도 흩어지고 모이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 다녔다 금조차 밟지 않으려고

계단에 떨어진 열매들 지금은 다 어디갔을까

그들이 온 숲으로 잘들 돌아갔을까

시인의 말처럼 복숭아뼈 하나는 내게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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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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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남지은 시


난간에 선 존재는
자기를 망친 결벽을 떠올린다 

아는 손으로부터
알지 못하는 손으로부터
사랑하는 자로부터
사랑하지 않는 자로부터

일상의 머리채를 더듬더듬 건져올리기까지
사랑도 되고 폭력도 된다는 머리통을 깨부술 때까지

안도 되고 밖도 되는 곳이 있다
낮도 되고 밤도 되는 때가 있다

괜찮아 ? 춥지 않겠어 ? 다정한 물음이 있고
어떤 이야기를 계속하기 좋은 순간이 있다

조명이 어둡거나 테이블이 조금 흔들린대도
있잖아 하고 시작된 이야기가 그건 있잖아 하고 이어진다

옆 사람의 옷이 내 어깨에 걸리고
옆 사람의 말이 내 것처럼 들려서
옆 사람의 손에서 기울어진 찻잔같이 내 몸도 옆 , 옆 , 옆
으로
기우뚱거리고

쏟아져도 괜찮아
낙관도 포기도 아닌 말이 마음에 닿기도 한다 

난간에 기대어 자라던 식물들이 난간을 벗어나

ㅡ 074 , 075 ㅡ

 

공간에서 사람으로 다시 공기로 ,

사람들 말의 소리 닿았다가 멀어지다가

입김이었다가 찻잔의 김이었다가

엉킨 식물이 된다 . 거기에서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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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오생근.조연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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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본문 108 쪽 )

 

남진우 시 ,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1996 ]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중에서 ㅡ

 


 

빗방울이 수직으로 세상을 가두는 주말 저녁 .

거리를 걷는 행인들은 온몸으로 수직에 맞선다 .

내리 꽂히는 점들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고

주변을 검게 지운다 . 빈 칸이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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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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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몸이 둘의 마음을 앓는다

 

   나는 사랑을 유예한다 . 잠든 사람이 반드시 꿈을 꿀 거라

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꿈을 꾸는 사람은 대부분  잠들어 있

을 거라고 믿는다 . 살아 있지도 않는 내가 잘사냐고 너에게

묻고 , 그러니 대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 덜 아프

다는 것이 나아졌다는 것으로 착각되는 일 .  번화한 도시의

우울한 홀로 . 이 세계는 온종일 밝다 . 그 안에서 웃는 사람

은 우는 사람과 거의 동일하다 . 나의 병명을 아무도 모른다 .

 

(본문 24 쪽)

 

문학동네 시인선 100 ㅡ 구현우 ,  산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ㅡ 중에

 


 

 

살아 있지도 않는 내가 잘사냐고 ㅡ

묻는다는 말에 ,

꿈꾸는 이들은 모든 잠든 것ㅡ

이란 말에 

눈뜨고 , 살아 있으면서도

꿈을 잃은 사람들은 ,

뭘까 생각했어 .

그러니 유예하는 거라는 변명을 수긍할 밖에

오늘 나의 달력은 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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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1-08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대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상대방에게 마음으로 끊임없이 물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신은 다 괜찮냐고.?

[그장소] 2018-01-08 22:59   좋아요 1 | URL
보통 다들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 돌아올리 없는 질문과 답이지만요 .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허공에 뱉죠 . ^^

꿈꾸는섬 2018-01-09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 참 좋네요.

[그장소] 2018-01-09 17:1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꿈꾸는 섬님 ~^^ 새해 복 많이 북 많이 !! 입니다~

2018-01-09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9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9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1-11 00:19   좋아요 1 | URL
동반 3년 커플였던가요? 우리 ?? 애정도 3년이면 가문다는데...ㅋㅋㅋ 우리는 수원이 넉넉한 곳에 있나봐요~ 오래 갑시당~
스누피 .. 전 일전에 이시구로 , 북스피어 머그는 챙겼는데 .. 머그가 넘 많아서 박스안에서 자고 있어요! 그런데 울 님은 직접 장만까지 !! 으헉 ~ 굿즈 마니아는 따로 안뽑나요?ㅎㅎㅎ

2018-01-13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1-14 08:17   좋아요 0 | URL
관련검색어 ㅡ에 한참 뭐지? 하고 생각을 했어요 . 연관검색어 ㅡ걸려드는 잡다한 것들 이라는 의미일까요 ? 재미있네요 ! 프레이야 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고 계신가요? ㅎㅎㅎ 그러시면 기쁘겠네요~
친구와의 일 ... 모쪼록 잘 풀리시면 좋겠고요 . 정말 인생에 꼭 같이 가야할 친구는 시간이 지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꽁하던 순간들을 스륵 풀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 ^^

프레이야 2018-01-14 10:47   좋아요 1 | URL
그죠 그런 거 같아요. 연관검색어 맞아요. 그런 의미 ㅎㅎ 아무튼 즐거움 가득한 날들이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