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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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의 시

ㅡ어느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ㅡ
중에서

뼈아픈 후회를 ㅡ쓰다듬는 날.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폐허라는 말을 오래오래 곱씹는 하루
사막 ㅡ하니 죽음이 가득한 마지막의 그 마지막 같고,
폐허 ㅡ하고 발음하니 폐속 가득 공기가 부풀어 버린것 같고,
새삼 뼈에 아픈 사랑이나 후회에 대해... 통풍같은 걸까
뼈가 아플 만한 사랑은 ...
지나는 바람에도 피부마저 소스라치게 아프다는 통풍 ㅡ
그게 떠올랐다.

갈퀴나무를 찾아본다 .
멀어진 기억들 그러모아 아름다이 간직하고 픈 바람.
그것이 이렇게도 어렵구나...
예쁜 말들만 내뱉으며 살고 싶은데 , 미안하단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사랑.
왜 좋은 걸보면 내가 , 맛난 걸 먹으면 내가,
생각난다는 사람은 안되고 나는 빗나간 것들만
사랑했는지...
어깃장 같이 어려운 길만 가는게 진짜인 것처럼
보이던 날들에 대한 씁쓸한 후회.
나는 나를 더 사랑했어야 했다.

삶이 뼈아픈 후회가 되지 않으려면 어째야 하나
아무리 들여다 봐도 모르겠는 오늘.

내가 몇 군데 부셔지고 말았다.
내가 떠난게 아닌데 ,
내가 버린 것 같이 구는 사랑에 상처받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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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03-13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그장소]님이 뭘 좀 아시네, ㅋ~. 황지우의 이 시는 이렇게 비스듬히 써줘야 매력이죠? 자꾸 안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상처압히진 말자구요. 오늘 이세돌이 이겼어요. 알파고가 이겼을때 사람들이 어쩌냐고 하자 이세돌이 그러더라두요. 걘 즐길줄 모르잖아요...잔뜩 흐렸지만 침잠하기엔 님도, 이 봄날도 너무 아름답잖아요~ㅅ!

[그장소] 2016-03-13 20:37   좋아요 1 | URL
그래요..그 알파고는 즐길줄 모르죠..^^
덕분에 웃어요!^^
뭘 알아 그런건 아니고 원래 좀 기울여 쓰는
버릇이 있어서..특히 책상이 아닌 바닥에서
쓰면 이렇게 되곤해요..편하게 쓰려다보니..
있어보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yureka01 2016-03-13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읽는 사람들은 왜 다들 착해보일까요 ^^..시심의 순수를 추종자라서일까요 ^^ ㅎㅎㅎ

[그장소] 2016-03-13 20:55   좋아요 1 | URL
착하면 요즘은 욕먹는데 ㅡㅎㅎㅎ정말 민폐캐릭 이잖아요.착함만으로 다른이를 악하게 보이게도 하는 인상이란 ㅡ농담인거 아시죠?!^^ㅋ
저는 책 좋아하면 다 그래보이던데...ㅎㅎㅎ
신기한 마법아닌가요?

cyrus 2016-03-14 09:16   좋아요 3 | URL
To. yureka01님 / 예외가 있습니다. 저는 시를 좋아하는데 성격이 모나고 가끔은 사악해요. ㅎㅎㅎ

[그장소] 2016-03-14 09:34   좋아요 1 | URL
ㅎㅎㅎ저는 가끔 자주 장착된 사악함이 발동되죠...보통 농담에 ㅡ말예요.
부러 사악하기란 ㅡ쉬운일이 아녜요.
독해야 가능하니말입니다.
사악함을 스스로 모른다면 ㅡ그게 진정 사악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은 모르는 사악을 부리는 일이니...

yureka01 2016-03-13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러게요 ..그러게 말입니다!^^..ㅋ

[그장소] 2016-03-14 09:35   좋아요 1 | URL
네 ㅡ^^늘 놀라죠 ..
가끔 선한사람인데 하고있다 마주치는 어떤 성격의 유형은요...

yureka01 2016-03-14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o cyrus님 / 모난 것은 개성이 강한 경우일까요...사악한 경우는 시를 좋아하지만 시로 통해서 모종의 목표가 있는 경우는 좀 사악한 경향이 있더군요.순수하게 좋아하는 경우는 대부분 착하더라구요....

[그장소] 2016-03-14 11:18   좋아요 1 | URL
모종은 ㅡ파종이 ...끝나고 하는 그거죠? ^^ㅋㅋㅋ

cyrus 2016-03-14 12:59   좋아요 3 | URL
아까 하신 말씀이 그런 의미였군요. 제가 유레카님의 말씀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였습니다. 죄송합니다.

yureka01 2016-03-14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파종은 모종 전에 ㅋㅋ 맞습니다^

[그장소] 2016-03-14 11:42   좋아요 1 | URL
만종이나 울려야겠습니다요!^^

yureka01 2016-03-14 1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to cyrus님 아고 무슨 사과 할 것까지 없는데 말입니다.ㅎㅎㅎ(실제 시를 빌미로 무슨 자리나 문학권력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도 있으니까요...그들도 다 시를 좋아하긴하거든요..

[그장소] 2016-03-14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ureka01님 &cyrus님 진지한 두분이 전 좋습니다~^^

cyrus 2016-03-14 22:15   좋아요 3 | URL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화력은 쉽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의 말을 가볍게 여기거나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입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진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거죠. 이런 상황으로 인해서 상대방은 기분이 상합니다. 실제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말을 가볍게 듣는 행동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면 사과를 하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서는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의 글이나 댓글을 잘못 이해했다 싶으면 일단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인터넷 공간의 사람들은 이 사소한 사과를 잘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니까요. 이게 자칫하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이웃 한 명 안 잃으려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쓸데없는 고집과 궁색한 변명 때문에 좋은 이웃 한 명 잃어버립니다. 이러면 예전 관계로 회복하기 어려워요. 아무튼 지금까지 말한 게 저의 알라딘 생활 처세술 중 하나입니당 ㅎㅎㅎ

[그장소] 2016-03-15 01:45   좋아요 1 | URL
음 ㅡ저도 이해가 될때까지 확인사과를 하는 쪽예요...안보이는 감정선까지 닿으려면 정말
애써야하긴해요...^^
저위 상황은 유레카님이 뭘 사과까지 ㅡ하신건
우리 꽤 가깝다 싶은 사이 아녔냐..와 비슷해 뵈요..그런의미에 사과를 하실것 까지...하신거..아닌가 ㅡ (이 점쟁이 틀리면 복채를 내뱉어야하는데...) ^^
그리보였어요..ㅎㅎ
편한 밤 되세요 ㅡcyrus 님!

비로그인 2016-03-14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롤리팝에서 알파벳으로 바꿨습니다.
그장소님 좋은 하루되세요.

[그장소] 2016-03-15 01:40   좋아요 0 | URL
아 ㅡ 닉넴이 바꿘거군요! ^^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기억해둘게요!^^
알파벳님도 행복한 하루!

백일용 2016-03-20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년전 커피숍에서 만났을때 시가 우리사회에 무엇을 던져야하는 지 고민하던 모습
지금도 그대로 입니다 삶을 고민하고 변질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작품은 그럼 그의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고 함께 공감했으면합니다

[그장소] 2016-03-20 12:01   좋아요 0 | URL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시의 중요성 을 알아주셔서 ㅡ기쁩니다.
그는 아직 시심이 건재할 거예요...그렇죠?!
 
가을의 기도 시인생각 한국대표 명시선 100
김현승 지음 / 시인생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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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 ㅡ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나의 시(詩)는......,


《 절 .대 . 고 .독 . 》김현승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무리 읊조려도 가 닿지 않는 허기
그런게 고독 인지 모른다.
나를 위한 수고와
타인을 위한 수고로움을 나눌 때
나는 고독해진다.
철저히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설움을
다시 알게 되기 때문에
에고의 성을 쌓고 허물고 쌓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날들...
시는 어쩌면
한 번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온 ㅡ 갖 찌끄러기를 내 뱉는 곱게 정제한
말들이 시어 인지 모르겠다고...
패잔병같은 목소리로 되뇌이는 밤.

절대고독을 탐하다.
옆으로 쓰러져 잘거야.
그러길 간절하게 바래.

2016 . 03 . 03 ~04 . 사이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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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3-04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일찍 일어나신 거예요? 늦게 잠드신 거예요? 아무튼 반가워요. 3월인데 봄같지가 않아요^^

[그장소] 2016-03-04 07:56   좋아요 1 | URL
아직 안자고 있어요.^^
날 새고..대부분의 날이 그렇지만 ㅡㅎㅎㅎ
프레이야님 멋진 3월 꾸려가시길 바랍니다.
오늘 어쩜 앵두가 와요.^^
2월 안에 보려고 한건데 ..배송이(수입 음반탓) 늦어져서..이제야 온다네요.
기다려집니다. 잘 읽고 느껴보겠습니다.^^

2016-03-0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3-04 09:29   좋아요 2 | URL
아침 꼭 정해진 건 아니고요..지금은 개학시즌이라..같이 부산한 아침 ㅡ잠은 달아났고..오후에 잠깐 눈 붙일적도있고 그래요.잠이 오면 일단 자둬요..^^
서니데이님도 오늘 비소식 오후 늦게부터 있는데 외출하시면 우산 챙기시길 ..저는 비 소식 땜에 마음이 들떳어요..^^

서니데이 2016-03-04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 
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
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 (榮譽)
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  

계사 (鷄舍) 위에 울리는 곡괭이 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을 제(制)하는 결의 
움직이는 휴식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1958>

 -  김수영전집1 , 민음사 

p. 143, 144, 14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혼자 그가 되고
혼자 내가 되고
답을 하는 시간

외롭지 말기를...
어차피 모두 혼자 간다고,
그러니 두려움은 잊어버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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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집

백 석 시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山 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즘생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멫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엔 섬돌 아래 승냥이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 山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녯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아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께에 넣어 대감
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달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 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 山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산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멫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어 하로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p. 32 ,33 ,34 : 고어 해석까지
<제 1부 사슴 > 백 석 시 정본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디가나 그런 고개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가 하고
풀썩 웃었다.
국민학교 입학하고 2학년 때 였나 ,
같은 반 남자애가 현산에 살았는데
그 마을을 가려면 길고 큰 내도 지나야 했지만
뭣보다 무서운건 가파른 언덕 ..
아니 산 꼭대기를 하나 꼴깍 넘어가야 한단 것
그 꼭대기 즈음엔 신기하게 아래를 굽어보는
널따란 묘지가 있어서 또, 키가 매우 크고
깊은 전나무숲 터를 지나쳐야 했으니
한 날 구구단 숙제를 안 가져온 남자애는
그 언덕길은 혼자는 못 간다며
울먹이며 말하다 오줌을 쌌다.
그 애는 우리와 내내 6년을 한 반으로 지내고
우리반에서 가장 키가크고 힘이 센 아이였었다.
아직도 승냥이가 나오고 , 무서운 산적도 나와
혼자 못 건너간단 그런 이야길 들을라 치면
누런 코를 옷 소매에 스윽 닥으며 울던 그 애가
생각나고 만다.
지금 그 현산은 한없이 지대가 낮아져
까마득하던 깊은 숲을 품었던 산길은 간데 없다.
그 길엔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가즈랑집은 그 길에 없었어도 상엿집은 있었다.
그 상여막은 오래 오래 그 곳에 있으려니 했는데
지금은 역시 터만 남았다.
백석의 시를 읽는 밤 ㅡ
친구들 생각에 덜 익은 버찌가 문득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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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1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에 대한 사전이 있군요.

[그장소] 2016-02-21 00:09   좋아요 1 | URL
이 정본 백석 시집 ㅡ문학동네 ㅡ버전엔
고어 ㅡ들 ㅡ이나 옛 방언을 달아두어서
이해를 돕고 있어요.
아주 어려운 말이 아니고는 대게 알겠더라는..
지방언어에 영 맥을 못추는 저인데,
(사투리분간을 못해서-경상도, 전라도 등을 듣고 알아내지 못함)이상하게 고어나 옛 방언은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하는데 무리가
없다는게 ..제 스스로로 신기합니다.^^;;
 

초봄의 뜰 안에


초봄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내 이마에 신약 (神藥 ) 처럼 생긋하다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주와 사기라고
하여도 좋았다

< 1958 >
p. 141 , 142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의 시 143 페이지를 같이 보다
.

비˝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초봄과 비 사이에서 나는 여보 ㅡ하는 소릴 듣는다.
부를 일 없고
부를 이 없건만,
어찌나 생생한지
시인의 일상으로 시 안으로
들어오는 일상이 그대로 보이니
한 참을 좋아서 그저 ,
나를 부르는 듯...
그 호젓한 부름에 겨워 웃었다.

대답 할 수 있었다면 ...아, 아,
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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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20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필기하셨나요??

[그장소] 2016-02-20 14:00   좋아요 2 | URL
조금 읽다보니 페이지를 욕심내버려
넘기게 되서 상념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려고
끄적거린정도..
매일 그렇죠..뭐..

비로그인 2016-02-20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수영 전집이군요. 반갑습니다. *^

[그장소] 2016-02-20 14:01   좋아요 1 | URL
오늘 처음 넘기는 시집은 아니고 진작 보던 시집인데 갑자기 또 보고 싶어져 ..그랬네요!^^

서니데이 2016-02-20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오늘도 퀴즈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그장소] 2016-02-20 21:46   좋아요 1 | URL
네ㅡ^^
놀러갈게요!^^

yamoo 2016-02-2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시에 문외한인 저도 알고 있지요...속도에 대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라 알고 있습니다만..

[그장소] 2016-02-20 23:5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시론까지는 저로서는 알 길 없는데...
풀 ㅡ풀이 눕는다 ㅡ까지는 읽어봤어요.
시를 해석하는 글들 ...
이 후로는 그냥 시를 읽어요.
제가 느끼고 싶은데로 이해하고 싶은데로
그러는지도 ...
너무 어렵게 ㅡ가면 시가 뒤로 물러나 버리지 않나 싶어서.
행간을 보면 아, 알겠구나 ..싶은 ..
yamoo님의 얘기도 ..^^
끄덕여지네요.
그 속도에 치어 죽다니..하면서..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