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 - 까마귀 - 2013년 제28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유홍준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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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하는 것인지, 오라 하는 것인지, 북망산천을 이 앞에 베고...

북 천

 

ㅡ 피순대

 

 

 저녁비 내리는 2번 국도 , 비에 젖어 번들거리구요 우리는

길옆 식당에 앉아 피순대를 받구요여기는國道가 아니라 天

道라 하구요 위태롭게 위태롭게 한 손에 낫 들고 모자 쓴 사

람 비 맞으며 걸어가구요 얼굴이 없구요 그는 , 앞이 없구요

우리는 , 북천에서는 모두 다 이방인 , 피순대 한 점 소금에

찍으면 다시 또 한 줄금 소나기 내리구요 나팔꽃 피구요 해

바라기꽃  피구요 비에 젖은 파출소 불빛  쓸쓸하구요 창자

가득 피로 만든 음식을 채우는 게 가능한가 가능한가 다 태

운 담배꽁초 하나 탁 튕겨 국도 위에  버리면 휘청 , 주검을

밟고 지나가지 않으려고 비틀거리는 차들 , 내일 아침 저 국

도 위에 죽어 있는 것들은 또 누가 치우지 ? 까닭 없이 코스

모스꽃 피구요 우리는 또다시 길옆 식당에 둘러앉아 피순대

를 받구요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 , 한 양도이 빗믈 튀겨와 우

리는 질끈 눈을  감구요  창자나  국도나 구불거리긴 매한가

지 , 피순대야 피순대야 더워 김 오르는 피순대야 옷깃 여미

구요 다시 구절초 피구요 다시 구절초 피어 슬퍼지구요

 

p.20

 

온통 기리는 시, 하다못해 국에 죽음들 마저,

괜히 북천이 이 아닌게지. 북망산천, 죽어서야

머릴두는 곳이라 했다. 산사람은 머릴두는 곳

이 아닌 것이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립고 안타

까운 이들을 많이 보냈으면, 북천인가...사랑도

싸움도 없이 , 한 마리 까마귀 같이... 잊음 좋을

걸, 까마귀도 당신도 쟁여놓은 기억이 찰랑 찰

랑  너무 많다. 주둥이는 좁은데... 더 들어갈 곳

도 없는데... 꾀 바른 냥이 하는 것이 부러웠나

보다, 그러면 저 백년 전으로 나 가버려야 하는

데, 안될테니 될때까지 기다리라 하였노라고요

짖궂은, 까..햐~! 비오면 그래도 일제히 날아 갈

줄은 안다고요..참 다행이군요.입안에 곰팡이는

오늘은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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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비
김파 / 명문당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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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 저항

 

날  밝기 전 새벽이었다

나의 소리가 날다가

돌벽에 부딪혀 강물에 떨어졌다

강바닥 조약돌로 숨쉬고 있는 의미를 누가 아는가

아이들 그물에 걸려든 잉어가

나의 비밀 진주로 토하고 있다

 

마른 하늘이 욕설 퍼붓고

흘러가는 뗏목들 속에서

가시 돋친 장미묶음 던져주고

죽은 돌멩이가 날아와 때린다

 

멍든 상처에 맺힌 이슬은

내 소리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눈물방울이 태양에 꽂혀

번짝이는 채광으로 눈 시릴 때

벌써 동방서점에서는

'소리'가 번갯불을 타고 있었다

 

p.42.43

 

 

언어 비결

 

나는 답답한 가슴 열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까만 미지의 가시에 찔려

응혈된 신음을 내뱉는다

사르트르와 아인슈타인 같은 선인들은

우주어를 몇 줄 번역했지만

그것조차 흙 속에 묻힌 사금파리다

 

풍우에 절은 허리를 가로타고 앉으니

태초에 추억을 숨쉬는 바다의 바위

바위는 말하고 있지만 귀에 담기지 않는 침묵의 언어

굴강한 존엄으로 바다의 포옹을 즐기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다는 파도의 철썩임으로

하늘을 갖고 싶다고 연모에 멍든

푸른 언어를 외치고 있는데

태양은 빛과 열로 시를 다듬어

만눌과 사랑을 대화하고 있다

 

물잎에 매달린 여린 이슬방울

하루살이보다 짧은 생이건만

눈부신 채광의 언어로 자랑한다,

작은 가슴이어도 우주를 담을 수 있다고

 

저기 하늘을 부채질하는 들나비

산곷 즐겨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밀어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참으로 모든 존재들은

자기 삶을 말하고 있어도

나는 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비록 투명하시어

하느님 모습 뵈지 않지만

우주어의 백과사전 만드셨기에

모든 존재 속에 내배어

언어의 신경말초를 분포시켰으리라

존재언어의 비결

언제면 불처럼 확연히 깨달을 수 있을까

 

아마도 때와 함께 돌아가면 주인 되리라

다시금 흙으로 되돌아가야

나 역시 진실한 말로 되리라

 

p.47.48.49

 

 

나는 나 ,

겨우 하나 지탱하는 모자란 인간

나비 만큼의 인내심도 없는 ,

매미 만큼의 성량도 없는,

바다만큼의 넓은 무엇은 바다에

가서 청하라.

새삼 느낀다. 아주 부족한 내 마음을,

알량한 이해심을...

이 생은 그냥 이렇게 친구들로만 즐거이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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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대표 시선 세트 - 전36권 - 300번 출간 기념 창비시선
강은교 외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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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참 철없이
안도현 지음/창비

10점

 

 

 

 

시를 끼적끼적 노트에 옮기다가 비린 간장게장을 앞에 두고 앉아선 시인이 게딱지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궁글리고 앉잤는 정경이 그만 눈에 선하여...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詩


      - 안도현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에서-


속절없이 앉아서 정면도 아니고 겨우 등만 바라보고

나누는 일방적 대화,

(뭐라구요......? 좀, 크게 말해봐요...)

버둥거리다, 버둥, 어쩔,......

(참, 그런건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라구요!

그럼서 안 자실 것도 아니고,

언제 그랬냐는 둥 열 손가락 쪽~쪽 소리가 나도록

내 다리를 뜯고 내 등을 벗겨내고

기어이 속을 보고 허연 밥을 얹을 거면서,)

그러니, 시침이라도 떼라고

아는 척 하니 더 초라해 지는 나는 슬픈 게딱지,

하는 말이 들리는 듯해서...

내가 차려 준 상도 아닌데 공연히 가슴이

쿡 쑤셔와서는 ,

아~아, 시침을 떼라 하였던가...

나는 그가 아닌지라,

비린 너는 안먹어......

(음?......고맙다고? )뭘......그런 걸로,

양념만 먹어요. 난요...

.

.

.

그게 좀 그렇지?

상처난 데에 소금만 뿌려도 끔찍할 텐데

뻘건 고춧가루에 온갖 양념을 버무리니

몹쓸 짓이고 말고...

다시는 게장을 앞에 두고 명상따위 말아야지,

웃픈 광경을 보고 만다.

얘, 그래도 넌 지상에 따듯한 밥의 기억을 하나쯤은

남겨주고 가잖니...

(그걸 위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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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백석 시집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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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부터 1948년까지 백석의 발표시를 검토,정본과 원본을 확립. 그간 어려움이 많던 각기 다른 해석의 난해를 해소함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백 석 하면 떠오르는 시...

나와 나타샤와 힌 당나귀, 아닐까...

이 시집의 표지에도 나오는...

그러나 그 외에 그의 세계나 시기, 시어를 전부 안다 하는 이는

못들어 보았다.

나 역시 그의 시세계을 이번에야 좀 알게된 경우이니,

 

고어의 참말을 아는 것 만으로도 그저 수확이라 할 만 했다.

거기다 시인을 같이 , 은혜로움 이랄 밖에...

 

 방언의 이해를 돕기위한 풀이

 

고야의  시작 일부

 

고야 시의 끝 일부

 


 

 

미 명 계 (未 明 界 )

 

자즌닭이 울어서 술국을 끓이는 듯한 추탕 (鰍湯) 집의 부엌은 뜨수할 것같이

불이 뿌연히 밝다

 

초롱이 히근하니 물지게꾼이 우물로 가며

별 사이에 바라보는 그믐달은 눈물이 어리었다

 

행길에는 선장 대여가는 장꾼이들의 종이등 (燈) 에 나귀눈이 빛났다

어데서 서러웁게 목탁 (木鐸)을 뚜드리는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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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우는 새벽닭을 자즌닭이라고

희끗하다는 말을 히근하니로 쓴것으로 추정

선장 ㅡ이른 장,

대여가는 ㅡ대어가는.정한 시간에 맞춰갈 ,

초롱 ㅡ물초롱,석유나 물 액체 따윌 담는 양철로 만든 통.

 

 

어느 날에 시인은 늦게까지 술추렴을하고 추탕집에 기웃대고 있었던 게지..

싶어지지 않나? 밝으려면 아직은 멀은 새벽에 졸린 눈에 하품을 깨무느라

눈물이 그렁해진 누군가도 있었을 것이고 시만,그런한가?

시대를 불러서 거리 하나를 온통 불러내어 온다.

같이 알딸하여, 내가 나타샤인냥... 나귀인냥..

흐흐흥~! 뒷발을 치며 웃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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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8-2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백서시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중 이였는데 그장소님께 글 많은 도움되었어요. 백석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게된게 20년도 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저런 생소한 방언때문에 힘들었나봅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입에 착착 감기네요 아배! 고무라 불러보고 싶어집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그장소님^~^

[그장소] 2015-08-28 19:4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좀 그렇죠?^^ 그래도 입에는 착 감기는 맛이 있어서 정감있지요~ 알면 더, 그럴테고요, 지방언어가 그런것 같아요.옛말이 되서 사장되버리면 그런 것을 알수가 없다는 점에서 백석의시는 더욱 가치가 있단 생각을 해요.^^ 이북의 언어는 더할거고요..해피북님도 주말 행복을 야금야금 파먹는 시간 보내셔요~^^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
나희덕 지음, 신철 그림 / 나라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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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가 엮어내준 시집을 꺼내 기분을 말갛게 닦는다. 강이 거울이려니...

[신 철 作]

 

[나 희 덕 ]

 

황 인 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 지,

미쳐 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이인성의 소설 제목 "미쳐 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에서 차용.

 

P.058 /059

 


시인이 옮겨놓은 글을 그대로 잘 뵈게 해둬야 하는건데.

다음에 수정본을 올려 두겠다..오늘은 이정도로 그만..

손이 떨려서 보정하기 힘듦.

 

할 일도 많고, 이달은 얼마 안남고

마음은 바쁘고  뜻대로 될 리도 없고

그래도 어디론가 가긴 해야할 것 같다.

 

흘러 가듯 , 물처럼...너무 고여있어서..

하긴 그게 쉬운 것은 아니지...

그치만, 이번이 아니면 다음엔 기회가 정말

힘들게 올것이라서..

 

앉아있기 힘들게 두통, 짜증을 온 종일 물고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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