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문학동네 시인선 51
이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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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 모든 관념은 딱딱
한 모서리를 가진다 . 바람은 불었다 . 언덕은 부드럽게 무너
진다 . 나는 언덕 아래로 내려가 언덕 위를 바라보는 하나의
뚜렷한 관념이었다 .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조랑말을 끌고 산을 넘었다 . 만두가
있을 것이다 . 관념적인 만두 . 봄이다 . 강은 향기롭다 . 봄이
고 강은 향기롭고 홍머리오리는 아직 강을 떠나지 않는다 .
흰죽지도 그렇다 . 물 위엔 거룻배 . 하늘엔 헬리콥터 . 그것은
모두 사라진다 . 관념적인 동그라미와 함께 . 어떤 연인들처
럼 . 비처럼 . 눈물처럼 . 봄은 향기롭다 . 나는 길을 갔다 . 어려
운 네모와 함께 . 아네모네를 물고 . 너를 향하여 . 언제나 그
윽한 너를 향하여 . 너의 잔을 마시러 . 나는 길을 떠난다 . 마
른 것 . 떨어지는 것 . 그것처럼 . 더는 없없다 . 네모는 구름 .
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 닳고 있다 .

p . 011

이준규 시집 ㅡ반복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생각은 인식으로 의식으로 고착 되기 전에 말랑 말랑한
순간과 그 순간에 확신으로 가는 사건의 연속으로 조건이 얹혀
지면서 하나의 관념으로 자리잡힌다 .
머릿속에 믿음으로 하나의 공간과 서랍이 되기까지 .. 구비진
뇌의 주름을 삶이라는 시간을 통하고 생이라는 호흡과 촉각을
통해 감각적으로 통째로 기억하는 관념 ㅡ 한번 먹어버린 건
쉽게 토해내기 어렵듯 ..맛본건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틀이 잡혀버리는 너 ...관념 ..이라는 체험의 한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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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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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29 23:33   좋아요 1 | URL
네~ 좀 잤어요 .자장가 삼아 ..^^ 염려덕에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평화로운 하루셨길 바래요!^^

2016-09-29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9-29 23:34   좋아요 0 | URL
ㅎㅎㅎ알아들을 수도 없는데 잠가두시기까지 하다니 참 가혹한 처사십니다~^^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2016-09-2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9-30 07:15   좋아요 0 | URL
어떤 이슈인지 제가 아직 뉴스를 안봐서 정보가 없네요.
보고 나서 심난함을 공유할게요..이따 다시 뵈요,^^;

달걀부인 2016-09-30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는 넘 관념적이네요.

[그장소] 2016-09-30 07:21   좋아요 1 | URL
여름한 날 창틀 모서리를 만지다 그 모서리만 빛이 모이는 것처럼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그래서 저 시에 눈이 갔고요..^^
제 가 느꼈던 이 기분을 저렇게 바꿔 쓴 것처럼, 시인도 하고픈 얘긴 정작 다른 말였을 수도 있죠. 별 것아닌 말을 , 관념적으로 ...ㅎㅎㅎ
 

민음사 책과 황금가지 책들을 책장샷 인증하기 ㅡ
아직 다 끌어 모으지 못했지만 ㅡ아끼는 책들을 
우선으로 조금 올려 보자면 ...민음의 한 전신인 
오늘의 작가상 ㅡ수상작들 ...
아직 빈 책이 많아서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 미안
하지 ㅡ뭔가...
민음사 세계문학 ㅡ그리고 오늘의 젊은 작가들 시리즈 
이것도 중간 두어권이 비어서..이번에 같이 체크해
결제를 한것 같은데...막상 결제하고 보니 그 책들은 
빠져버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
시스템상의 오류 아닌가 싶다만 ...
곧 다시 데려올 작정 ㅡ이장욱의 책 ㅡ천국보다 낯선과...
서유미 ㅡ끝의 시작 ..안보윤 ㅡ우선멈춤 ...김사과 ㅡ
테러의 시...세권이 ...기다리는 중 ...황정은ㅡ백의 그림자
는 이 책들과 같은 디자인으로 다시 나오면 좋겠다는...
이미 있지만...

오늘의 작가상 ㅡ들 애정하는 책들 ...
최근엔 김기창의 모나코를 ...읽었었네.

세계문학전집도 ㅡ언제고 한자리에 다 모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

그러고 보니 ...이 민음사의 시집은 그리 많지 않구나.
좀더 애정해 줘야지 ㅡ그치만 ...반양장에 가격은 ㅡ조금
더 하향되면 어떨까 ㅡ싶기도 ...
뭐 ㅡ그래봐야 시인들에겐 돌아가는 인세가 얼마 안된다
할 테지만 ㅡ독자도 ㅡ좀더 많이 애정할 기회가 늘 수 있도록  
해주면 싶어 ㅡ조심스레 말을 건네본다...
천원에서 천오백원 사이지만 ...음 ...세계문학이 저렴한 
편이니 아쉬워도 참으라 ㅡ하면 할말 없다.ㅎㅎㅎ


내 소중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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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8 1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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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18 12:42   좋아요 1 | URL
저와 반대이신 ㅡ발동력 입니다~^^
저는 평소 장착된 귀차니즘에서 부지런함을 살짝 발동시킨 경우 ㅡ인데 말입니다~^^
이 정도를 하는데 무려 5개월여가 걸렸습죠..네네~~^^;;; (자랑할 때냐?)

2016-03-18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3-18 13:26   좋아요 0 | URL
윽 ㅡ마이페이퍼 에 올리면 끝 ㅡ일줄 알고 ㅡ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건 웹에서 설정하나요?

cyrus 2016-03-18 13:29   좋아요 1 | URL
네. 알라딘 서재로 접속해야만 설정해서 작성할 수 있습니다. `마이페이퍼` 작성할 때 위에 보면 `이벤트 참여중` 체크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장소] 2016-03-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바일에서 웹으로 연결하는 것 ㅡ어려워 ㅡ화면이 보여도 뭘 해야하는지 ㅡ노트북 안쓰니 여러가지 불편함이 ㅡㅠㅠ 걍 포기해야겠네요..^^;;
모바일 웹버전에선 안보이는 ..체크 박스 ..이 폰이 그런지 ㅡㅎㅎ
알려주셨는데 ..고맙습니다.

2016-03-1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3-19 15:03   좋아요 1 | URL
아 ㅡ흣 ㅡ^^
세일해서 아쉬운데로 구매한 책장예요.
이사다닐때마다 상처나고 하니 비싼건 못하고요.
언젠가 ㅡ정말 괜찮은 책장을 가져보면 싶기도해요..
저도 인증샷하느라 이모냥 ㅡ

저도 딸도 사이좋게 감기기운을 나눠 가졌어요.
서니데이님 감기 ㅡ좋아지라고 기대할게요. (누구한테...?) 감기한테 ...ㅎㅎ

2016-03-19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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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19 15:08   좋아요 1 | URL
요즘 ㅡ책은 쉬엄 쉬엄 봐요 ㅡ^^
서가 인증샷에 그나마 좀 어깨 풀고 딴 짓을 해요 .^^;;
컨디션 ㅡ잘 조절하시길 ㅡ^^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 시인선 374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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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본문 88 , 89 쪽 )

 

조은 시집 ㅡ 생의 빛살 중 [ 언젠가는 ]

 


 

 

어느 날 모르는 그녀가

시로 불쑥 ,

팔짱을 껴와서 화들짝 놀랐다

나는 자꾸 ,

글자사이 우리 사이 거리를 잰다

어느 날 시시때때로 무례했던 내가

지난 날에 팔짱을 훅 껴들고

나는 돌아보며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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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4-30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를 잘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시 좋은 것 같아요.
잘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장소님, 4월에 좋은 일들 많으셨나요.
이제 1시간 남았네요.
내일부터 5월입니다. 4월보다 더 좋은 시간, 즐거운 순간이 더 많이 찾아오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2018-05-10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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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5-28 23: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
이제 5월드 막바지 입니다. 마음은 바쁜데... 참 일 손에 안잡혀 큰일이네요 . ㅎㅎ
 
무덤을 맴도는 이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183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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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맴도는이유
#조은
#문학과지성사_시인선183
#나_이곳에


• 나 이곳에 •

          뿌리로 내리는 눈처럼 인골을 차며 가는 사막
의 낙타처럼 나 살고 싶어 흔들거리는 바위 같은  덧
나는 상처 같은 순간도 살고 싶어 늪처럼 젖어  깊은
상처들이 안개로 일어서는 거라도 보며 버둥대며 탈
진하며 나 이곳에 살고 싶어 내 눈 속으로  자맥질하
는 저 마른 하늘을 좀 봐   꽃들은 눈이 풀린 채  신음
하고 나와 눈이 닿은 것들은 몸이 무거워   육탈하는
삶처럼

           나 살고 싶어 


시 본문 13 쪽 / 나 이곳에 /


어두운 현관에 점점이 떨어진 벚꽃잎을 쓸다가 내다본 밖은 연두빛으로 눈부셨다 . 
그 연두와 내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잠깐 기분이 반짝반짝 그랬다 . 

물오른 나무들도 이랬을까 . 

제 잎 반짝거릴 줄 모르고빨아 올린 축축한 물이 , 제 몸 반짝반짝거리게 할 줄을 알고
저 혼자 몰래 힘찼을까 .

나무들이 가만가만 살아있다고 하늘거렸던 오늘 . 

손바닥만한 쓰레받기에 점점이 꽃잎들 뒹굴다 . 날린다 .
더 떨어질 곳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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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4-22 0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속의 이곳이 어디를 말하는걸까요?
이분 에세이도 좋아해요.

[그장소] 2018-04-22 05:04   좋아요 0 | URL
삭막하고 팍팍하고 거칠거칠한 곳이어도 현( 생)실에 몸을 두고 싶다 ㅡ 라고 읽었어요 .
조은 시인 에세이 집 아시는거 추천좀 해주세요 . 저는 좋은 에세이 잘 못고르거든요 .

hnine 2018-04-22 05:24   좋아요 1 | URL
<벼랑에서 살다>요.
이분이 사시는 집도 소개된 걸 본 적 있는데 혼자 사는 집을 아주 소박하고 예쁘게 꾸미고 사시더라고요. 지인들이 이분 집에 오면 그렇게 낮잠을 자고 가시는 분들이 많대요. 자기 집 보다 더 편안하다면서요.

[그장소] 2018-04-22 08:19   좋아요 0 | URL
아...제목은 봤어요 . 이 시인의 시중에 지금은 비가 ㅡ 라고 있는데 그 시가 벼랑에서 만나자 ... 그러잖아요 . 벼랑과 경계의 시인이란 해설도 따뜻한 흙이란 시집에 나와요 . ^^ 다음에 벼랑에 살다를 꼭 만나볼게요~ 추천 감사해요~^^

2018-04-22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4-22 08:21   좋아요 1 | URL
우핫~ 저는 0과 1의 이해가 더 어려운 1인인데 ... ㅎㅎㅎ 유레카 님도 사진 하시면서 ... ㅋㅋㅋ 좌절은 꾀병이십니다~^^ 잘 계시죠~ ( 반사!)
 

F 베어 타운 ㅡ 프레드릭 배크만 , 이은선 옮김  , 다산북스





수네는 빙판은 내다보며 코로 몇 차례 심호흡을 한다 . 상대 팀 선수 몇 명이 몸을 풀러 나온다 . 원래 겁에 질린 사람들이 일찌감치 준비하기 마련이다 .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 수네는 거기서 위안을 느낀다 . 사장실에 모인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바꾸려고 애를 쓰는지 몰라도 이건 여전히 운동경기일 뿐이다 . 한 개의 퍽 , 두 개의 골대 , 열정으로 가득한 심장 . 하키를 종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 하키는 믿음과 같다 . 종교는 나와 타인들간의 문제고 해석과 이론과 견해로 가득하다 . 하지만 믿음은 ...... 나와 신의 문제다 . 심판이 센터 서클로 미끌어지듯 나와서 두 선수 사이에 설 때 , 스틱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까만 원판이 그 사이로 떨어지는 게 보일 때 느껴지는 무엇이다 . 바로 그때 그것은 나와 하키만의 문제가 된다 . 돈에서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반면 , 벚나무에서는 항상 벚나무 냄새가 나지 않는가 .

(본문 178 , 179 쪽 )





소설을 읽는 순간 중에 가장 기쁜 것은 누가 뭐라해도 , 아무리 두께로 손목을 압박해도 한달음에 읽어나가도록 만드는 스토리에 있지 않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더 기쁜 건 읽고 나서 차오르는 감정을 얼른 쏟아붓고 싶어질 때가 그러하고 . 이 소설이 내게 준 것이 그랬다 . 거대한 수목들이 수두룩한 숲에 차곡차곡 떨어져 쌓이는 낙엽이 단단한 흙 위에 포개지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는 장관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 처음엔 바스락 대다가 차츰 눅눅해지고 같은 습도로 서로를 포갠채 끌어안고 썩는 낙엽들 . 숲이 내쉬는 특유의 공기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 작가의 글이 , 책이 한권 한권 늘어갈 때마다 내포한 것이 단순하지만 넉넉한 무엇을 그려내는 풍경을 뿌듯하게 지켜본다 . 마치 말(글)의 진화를 보는 것만 같다 . 그의 표현의 기술들은 날로 눈부셔져서 섬세했다가 묵직했다가 눅진해진다 . 


소설의 시작은 의미심장하면서 충격적으로 시작을 한다 . 한 십대 청소년이 쇠락해가는 마을의 한 어둠 속에서 총을 발사하는 장면부터 그려지기에 긴장감을 높이고 , 다음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경쟁의 순간과 그것들을 즐기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지나서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서는 중간중간 코치와 단장과 후원자들과 교육진들의 여러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데서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없는 작가의 감성을 만나게 된다 . 매번 웃게 하고 결국은 눈물이 핑돌게 하던 작가였다는 걸 잊었었나 ? 다시금 깨달았었나 ? 아 , 그저 너무 좋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런 소설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나는 너무도 이해하게 되고 만다 . 온 마을은 한 개인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 된다 . 


가정의 의미가 가족의 의미가 확대되었다가 축소되었다가 증폭했다가 감소했다가 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작가는 가족이 갖는 최대 장점을 묘하게 설파한다 . 이게 가족이 갖는 원래의 기능이라는 듯이 . 마치 가족이 로망이라는 듯이 .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아 , 가족이란 이런거지 , 이런 가족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 그 가정은 한 개인의 성장은 물론이고 마을을 이루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더구나 피가 뜨거워지는 스포츠라는 것을 통해 사람이 가진 개개인의 개성까지 모두 보여주는데선 그의 솜씨를 감탄하게 되고 만다 . 좋을 때 좋은 사람은 그저 좋은 사람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사람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그의 모습이라고 누가 그랬더라 .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 시즌2에 보면 김부련 사장과 김동식 전무의 에피소드가 유독 눈길을 끈다 . 문턱주의자로 표현되는 김부련 사장 ,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게 좋은 거라고 큰소리치는 김동식 전무 , 그들의 목적은 사실 한 회사에서 다같이 밥먹고 잘살자는 거나 다름없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으르렁대는 동물의 왕국같은 장면을 연출시킨다 . 윤작가의 그림에는 십자로 그려진 길 끝에 서로 모퉁이에 선 채 각자 같은 의미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으로 그려져 더 인상 깊었던 것을 기억한다 . 이 책에 그려진 수네와 다비드의 코칭 방식이 나는 그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 그 둘은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처음에 느껴지지만 뒤로 갈수록 결국 같은 것을 두고 다른 표현을 했을 뿐이 아니었나 ,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매력있게 느낀 인물은 마야의 엄마 , 변호사 미라와 이름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성공한 회사 대표로 그려진 케빈의 엄마였다 . 한쪽은 피해자인 딸 마야의 부모이고 한쪽은 가해자인 아들 케빈의 엄마인데 그둘의 모습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게 보인다 . 그러면서 케빈의 엄마가 위치한 자리가 익명의 대다수 엄마 자리를 가르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느꼈다 . 자식의 잘못을 엄마는 모르기가 더 어렵다 . 아무리 타인같은 엄마라도 자식이 잘못되는 순간은 귀신같이 느끼기 마련이라는 것을 보고 느낀다 . 그러면서 자식을 상처주지 않으며 잘못을 인정하는 법도 동시에 배우게 된다 . 그게 이 사회의 법률과 행정과는 무관하게 여자들은 좀더 현명하다 느끼는 지점이 되는 ,  그와 비슷하다 . 잘못을 알고나면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먼저 인정을 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부분이 그렇다고 느끼게 한다 . 사회에 미치는 힘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진정 바라는 용서와 사죄의 한 자세를 그런데서 보게된다 . 물론 여린 아빠 동호회의 감수성은 재쳐두고 말하는 거지만 말이다 . 


미라는 엄마라는 한 존재의 성격을 드러내듯 거침없고 솔직하고 맹렬하게 그려지고 (자칫 억척이 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자리) 케빈의 엄마는 같은 엄마지만 좀더 사회적 성격을 띈 채로 조심성있게 그려진다 . 그러나 저러나 둘 다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다 . 뭐가 옳고 그런지 편들 수없는 엄마라는 존재와 위치를 기막히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 우리 한국 사회에서 엄마라는 위치는 얼마전 드라마에서 그려진 리턴의 변호사 고현정 , 박진희 같은 면모가 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 자식의 불행 앞에 스스로를 형벌로 몰아가는 엄마를 더 깊게 인식하는 이 사회를 보며 쓸쓸했던 한 순간이 떠오른다 . 그게 정답이냐 아니냐는 논외의 이야기이듯 , 내가 위에 인용문을 딴 구절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 된다고 그리 느꼈다 . 


역시 윤태호 작가의 글과 그림에서 표현했듯 그래봤자 바둑 , 그러니까 바둑이란 고수의 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 아니었나 한다 . 하키는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 잘 훈련된 스포츠에 불과하다 . 거기에 의미를 종교로 두느냐 믿음의 문제로 두느냐는 우리가 평생을 살며 배우고 깨우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게 했다 . 그리고 다음엔 좀 더 아빠의 입장에서 이 소설을 다시 읽는 날이 오기를 나는 희망하게 된다 . 그러고보니 남자와 자식은 여전히 미스테리한 삶의 한 부분이구나 하면서 ... 이것은 하키이야기가 아니다 .  그러면서 하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밖에 ... 어서 이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다 . 





오탈자 ㅡ 74p , 밑에서부터 위로 여섯번째 줄 / ˝ 수염 멋지다 , 사크 . 닐이 갈수록  ...˝ ㅡ> 날이 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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