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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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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 세상에 그냥 재수가 없어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 다만 깨닫는 순간이 갑자기 오는 거야 . 몸이 나가리 된 건 그 전일 거고 , 그걸 모르고 계속 레일을 따라가다가 이 
사달이 난 거 아니야 . "
ㅡ본문 23  쪽 ㅡ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 "
" 직립인가 . "
" 직 , 뭐 ? "
" 직립 . 서서 걸어다닌다고요 .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동물은 네 발로 기어다니잖아요 . "
" 두 발 ? "
이부가 피식 웃었다 .
" 닭은 그럼 뭐냐 ? "
무오는 말이 막혔다 .
" 오리는 ? "
.
" 혹시 배신 아닙니까 ? "
.
" 잘 들어봐 . 동물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반응을 하지 
않거든 .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지 . "
무오가 이부를 봤다 .
"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미쳐버릴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 . "
ㅡ 본문 
28 / 29 / 30 쪽 ㅡ
 

" 일단 들어봐 . 
인간이란 자기가 하는 일의 결과가 자기한테 안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하던 일을 그만두기 마련이라는 거야 . 즉 , 누군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하려면 그 일의 결과가 안좋으면 돼 . 하면 할수록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누가 그 일을 하겠어 .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면 계속 못하지 . 
"
.
" 일상으로의 복귀 . 그리하여 모두의 안전 . 제 분수를 
아는 사회 .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 . "
ㅡ본문 35  쪽 ㅡ
 

박의 죽음을 통해서 
무오가 배운 것은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사실이나 진실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 반대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없는 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 건강했던 박은 갑자기 입사 때부터 체력이 안 좋았던 것으로 합의되었다 
.
ㅡ 본문 53 
쪽 ㅡ
 

" 결국 악이라는 
건 유약하고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될 성품이라는 거지 . "
ㅡ본문  78 쪽 ㅡ
 

무오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 사춘기를 겪지 않았고 남들은 다 겪는 흔한 첫사랑 같은 것도 없었다 . 물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다 . 아무와도 싸워본 적도 없었다 . 하지만 갈등의 지점을 현명하게 넘어선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갈등을 만든 일이 
없었기 때문에 , 즉 싸울 일이 없었기로 인해 그동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 누군가로 인해 괴로워해본 일이 없었고 ,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준 일도 없었다 . 지금 단지 안으로 사라진 저 여자 , 도청장치에 녹음된 저음의 목소리로만 듣다가 오늘 처음 얼굴을 보게 
된 저 여자의 검게 짓무른 눈덩이가 무오의 마음을 몹시 괴롭혔다 . 
ㅡ본문 107 쪽 ㅡ
 

그렇다면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 무오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던 만큼이나 ,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 만약 이부의 말대로 머리가 나쁘든가 더럽게 이기적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 , 어쩌면 머리가 나쁜 쪽일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ㅡ 본문 108 쪽 ㅡ
 

그가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하지만 무오가 상상한 울분이나 슬픔은 이렇게 술집에서 골칫거리 취급이나 당하며 쫓겨나는 시시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 그의 슬픔은 좀 더 고결한 것이고 그의 고통은  좀 더 진지하고 깊이가 있는 것이어야 했다 . 

ㅡ본문 110 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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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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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 것 " 

 

이 작가는 문학동네 2016년 제 7 회  젊은 작가상 에서 단편 ' 
인터뷰' 로 만났는데  문체가 상당히 현실적이랄까 ㅡ  또 날카롭기까지한 대화들  , 그런 표현들이 있어 단숨에  반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 제목부터 심상찮다 . 없는 사람이라니 ... 처음부터 없던 존재를 말함은 분명 아닐테고 . 있었던 사람인데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 이 번 작품도 역시나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예리함이 너무 서늘해서 내 몸 , 내 일부가 서걱 잘려나가는데도 마치 
남의 살이 베인 것을 보고 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것 같은 둔탁한 통증을 느꼈다 .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못 느끼는 고통의 단계까지 
밀어붙이는 표현들 . 아 , 뭐지...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할 쯤엔 모든 것은 끝나고 없는 순간이 되는 듯한 감각 . 무섭다 . 한 마디로 
...
 

살면서 세상을 내가 움직이고 있다거나 , 완벽히 알고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때가 일반인 ,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들에겐 얼마나 있을까 ? 자신이 축이어서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 설사 그렇다고 믿어도 자신을 감싸고 도는 더 큰 축과 그를 포함한 중심이 있다는 것을 매순간 매순간 느끼는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 그러므로 나 " 란 그저 한 점 . 한 구성의 조각에 지나질 않을 뿐임을  보통은 그리 믿고 살지 않나 ? 신이 아닌 한 어쩔 수도 
없이 . 안심하며 그 점에 속하길 바라곤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러기에 여기저기 휩쓸리고 목적이 필요하고 다같이 돌고있는 방향을 따르고 하는 
걸 거라고 ...
 

" 벌써 여섯번째 죽음 " 이라는 강렬한 뉴스 멘트 ㅡ 가 첫번째  
소제목이다 . 두번째 소제목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ㅡ 역시 , 고요히 흐르지만 물 밑은 분명한 흐름이 있듯 뭔가 있는 뉘앙스로 전개 
. 별 것 아닌 듯 싶은 대화체가 퍽 현실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된다 . 이렇게 잽처럼 가벼운 유머를 날리다 언제 훅하고 강펀치 
불행을 먹일지...
 

이 이야긴 무오라는 남자가 이부라는 남자에게 휘둘려 이른바 용역이란 일을 
맡고 (?) 노동조합 시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그들과 섞이고 호흡을 같이하며  이해 (利害) 를 꾀하는 보이지 않는 악역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 
또  타깃인  도트 (노조시위의 핵심인물) 의 움직임을 조용히 뒤따라 
그는 물론이고 노조의 무리들에게  반동같은 압박감을 주는 그런 역할은 하는데 , 처음엔 무오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돈만 잘 받으면 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가 점점 도트의 열정을 보고  그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열망과 자신의 일이 옳은가 아닌가에 의문을 갖는 사람으로 나온다 . 
어떤면에서 이 글은  무오 라는 사람 하나를 스스로 사고 할 줄 모르는 " 없는 " 사람에서 , 스스로 사고 할 줄 아는  " 있는 " 사람으로 
키우는 얘긴 것처럼 보인다 .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보면 결국 누가 무오이고 이부이며 , 함께 어깨를 
같이 한 동료 반점인지 , 타깃 도트인지 알 수 없어지고 마는 지점이 생긴다 . 두려움에 스스로 망가져 가는 도트나 , 동료인 줄알고 의지했는데 
알고보니 감시역과 같았던 반점이나 , 그런 일을 지시한 이부 , 모든 것에 혼란을 느끼고 마는 무오가 한데 부어 섞인 물감처럼 혼탁하게되서 그저 
한 점같이 느껴져 버리고 만다 . 세상이라는 아주 아주 큰 그림 위에 실수처럼 떨어진 한 점 같이 말이다 . 
 

무오와  이부 ㅡ그리고  반점 , 도트 , 있었지만 , 없는 사람 , 
없었지만 만들어 지는 사람 . 만들어 나가는 사건 . 덮이는 사건 등등 생각이 참 복잡해 진다 . 그 와중에 도트는 점 인 셈이니 반점은 , 
도트에 가까우려나 ㅡ 아님  반 , 점 , 이니까 점도 아닌 것에 해당될까 ㅡ알수 없지만  흥미로운 부분을 가진 글 속 사건 관찰자인 동시에 
행위자로 반점이 가진 위치에 나는 무오보다 더  관심이 가더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  , 점도 뭣도 아닌 반점의 정체 ...어쩐지 계속 더 
신경이 쓰였다 . 아 , 몹시 춥다 ! 
 

지금도 여전히 뉴스에 오르고 있지만 이전에 노조들의 시위로 시선을 잡던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가 떠오르고 , 그들을 응원하던 국민들의 관심도 동시에 생각나는 소설이다 . 다르게 보면 모든 시위에 이 책을 놔도 될지 
모른다 . 국회의 탄핵 논쟁에도 , 더 크게 각 나라간의 이익을 따지고 있는 자유무역 협정에도 이 시선은 그대로 적용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다만 그 위에서 뉴스를 읽고 보는  나는 , 휩쓸려 떠들 뿐인 나는 , 어디에 점을 찍고 있는가 하는 물음의 이야긴지도 모른다고 장황하지만 
그리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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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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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흐르는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보았다 .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순간이 언제인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 그리고 그가 반드시 기억하라고 했던 것도 다시 되새겼다 .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 
같았다 . 결국 나는 쓰지 않기로 했다 . 반의 조각난 기억과 반의 어설픈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계획에서 지웠다 .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다른 것이 되어야 했다 . ( 152 ,153 쪽 )

 

어쩐지 그가 그날 일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다 
.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 자주고름을 손에 쥐고 흥얼거렸을 것이다 
.
그에게 들릴 정도로만 애틋하게 . 정말로 그랬을 것이다 
.
이것은 내가 그들의 반쪼가리 기억에 보탠 반에 반의 상상이다 
.
흥에 겨운 자주고름 끝자락 . 딱 그 만큼 .  
(171 쪽 

 

전쟁까지 겪어낸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  어느 날 우연히 회고하는 자리에서 
가족모임 때의 일이 불거져나오고 각자의 기억이 보태져나온다 . 장소도 엉망 , 모두 제각각인데 한가지 확실한 기억은 그날의 어머니가 보인 
기행이다 . 소설가가 된 조카를 불러낸 큰 아버지는 어머니의 살아 생전에 대한 정리를 해주려고 한다 .
가족 모임에서 처럼 할머니를 괴이쩍게 소설에 그려넣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 
마음이 아닐까 싶다 . 그래서 흥이 많은 양반이었노라 ,로 
 시작해서 대담하며 인정있고 앞을 보고 계산을 미리 해둘 줄 아는 현명
하고 지혜로운 할머니로 기억되길 바랬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녹음을 해 
나간다 . 전쟁 통에 아버지를 살린 얘기며 , 지금 고모들은 식탐이라지만 나눌줄 알던 인정이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적에 손이 되어줄 마중물 
같은 것이었다고 , 어머니를 아름다이 기억하려는 애씀이 잔잔하게 글을 타고 흐른다 . 
 

굳이 반에 반의 반이라고 할 게 뭔가 , 했었다 . 차이가 뭔가하고 . 
큰아버지의 거짓된 상상을 진실로 만들기보다는 , 작가의 상상으로 채우는 것이 다르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정답란이 없어서 , 확인할 방법이 없는게 좀 아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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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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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옛동화같이 은근하게 ,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아기가 태어나는 걸로 시작이되서 그 아기를 안아 보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를 촛점에 두고 풀어나갈 듯이 그러더니 , 눈 녹아 사라지듯 장면은 갑자기 획 바뀌고 돌연 백씨네 부녀가 둘이 애교를 떠는 장면과 지친듯 바라보는 강씨의 모습이 그려진 결혼식장 풍경으로 옮겨져 있다 . 경조사로 시작해 경조사로 옮겨가는 , 이야기 경의 이야기가 이것이었다면 이제 남은 조의 이야기가 있겠지 ...

 

몇 날을 흰 창을 띄워 놓고 제목까지만 쳐 둔 채 몇 시간을 멍때리다 말고 , 말고  그랬다 . 이 책 "거기있나요" 속의 조해진 작가의 <문주>까진 내쳐 그런대로 이어 쓸 수 있었는데 , 뜻밖에 재미있게 (응?) 읽은 부분 . 천운영작가의 부분부턴  이상하게 잘 안써지는 탓에 겨우 남기는 정도를 위안삼아 리뷰 랍시고 글자공해를 생산해 낸다 . (대게 내가하는 일이 그렇지만 )

천운영 작가의 글이야 , 그 [반에 반의 반]이 워낙 미묘한 부분을 잡으려고 해 놓은 것이라 글밥먹는 작가가 표현해 놓은 것을 예리하게 잡아내 포획하기가 까다로웠노라 하면 그뿐이지만 , 최은미 작가가 [눈으로 만든 사람 ]에서 말하려는 건 쉽게 말할 순 있지만 , 지쳐왔다 . 지,겨,워,왔,다 . 라고 하는게 맞을까 ? 글이 나쁜게 아니라 그런 일들의 가까움이 넌더리가 나는 까닭이다 .

 

보통 살인사건이 나면 인과관계를 , 면식범일 확률이 , 또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 성범죄의 경우는 더더욱 근친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왜 , 이런 폭력이 이렇게나 가깝게 많기도 한가 ? 절망스러워 지긋지긋한 감정에 마음이 그냥 멀거니 싫다 ,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다 . 그랬던 것 같다 .

 

지금은 그저 아까 낮의 수상한 산 바람탓에 돌연 비가 오는가 싶게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을 내다 보니 산에 낙엽들이 일제히 뒤채느라 그런 소리가 나는 거였다 . 그러더니 이리저리 미친듯 나무들이 세탁기 안에 들어 앉은 세탁물 처럼 춤추는 광경을 멍하니 목격했다 . 소리도 소리지만 그 뜬금없음과 돌연함엔 , 좀 전의 시간이 의아할 정도로의 급변이었다 . 마치 다른 세계가 씌인 것처럼 . 잠깐 그러더니 또

뚝 , 조용해지고 ...... 폭력의 세상에 왜냐고 물으면 , 이와 같은 거라고 할까 ? 그 목격의 시간은 참 뭐랄 수 없는 진기한 감정을 남겨주고 갔는데 내겐 증명할 만한것이 이 몇자의 글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

그래서 또 , 꾸역꾸역 어쨌든 남겨보는 세계의 한 자락 ,

 

작은 아버지네 결혼식장에서 만난 막내작은 아버지 (글에선 그냥 강중식씨 ) 의 아들 강민서를 방학동안 강윤희는 데리고 있기로 하면서 어색한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후 그렇게 4식구가 된채 방학을 보낸다 . 딸 아영이 유독 고기를 찾아 성호르몬 이상이 있어 초등학생 저학년임에도 초경이 비치려는 낌새에 긴장을 하고 , 윤희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다 . 아영을 자꾸 다그치기에 강박적 신경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또 우울증을 다스려주는 방패로 , 마냥 행복해야할 보통의 가정 같은데 , 대체 뭐가 이여잘 이렇게 불안케 하는 걸까 . 민서를 보면서 아영을 불안해 하는 심리를 본다 . 아 , 뭔가 있겠구나 . 남편에게도 말 못할 뭔가가 , 민서가 임파선 암이란 걸 알게되고 다시 재발했다는 진단과 이번엔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소식을 강중식이 울면서 말할 때 , 죄짓고 사는 거 아니라고 다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자기는 정말 손가락 밖에 안 넣었다 고 , 윤희는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태연한 얼굴로 살아온 남자의 얼굴을 너무 놀라 한 참 멍하다 .

 

눈오는 날 태어난 자신을 몹시도 예뻐했다던 어린 소년 ㅡ강중식이 포대기로 아기인 윤희를 업고서도 계속 아기를 돌아 보고싶어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억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 윤희는 오랜시간 알 수없는 질통증으로 계속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왔다 . 엄마조차 모르는 일 . 강중식이 눈물을 쏟으며 회개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 그는 윤희가 겪는 고통이 뭔지 알지 못한 채 , 자신만의 고통을 또 짊어진 채 살아왔겠지 . 단 한번 하지말아야 할 일을 한 댓가로 ...사람의 경계가 눈으로 만든 사람 눈사람처럼 그렇게나 가뭇없다는 얘기인 듯도 하다 싶을 즈음 ... 이야긴 피임 없이 남편과 꿈처럼 함께한 지난 밤이 있다 . 눈 오는 밤 생긴 아이라도 예고하듯이 ...그래서 눈으로 만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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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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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미량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우리는 서로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 상대에게서 바닥을 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바닥이나 밑바닥이 정확히 무엇을 가르키는지 우리로서는 알지 못했다 . (210 쪽)

 

나는 에어컨 바람에 가볍게 일렁이는 촛불을  볼 때마다 생경한 기분이었다 . 내 책상은 에어컨 바로 아래 있었고 그래서 나는 가끔 추위를 느꼈다 . 여름에 느끼는 추위는 대단히 사치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했다 . 이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일까 , 나는 가끔 생각했다 . (211 쪽)

 

봄에 우리는 아무도 벚꽃을 보러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  그해 봄 벚꽃을 본 사람은 회사원이 유일했다 . 회사가 여의도에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출퇴근길에 벚꽃을  볼 수밖에 없어서였다 . 벚꽃을 보러 몰려든 인파에 지쳐 돌아온 회사원의 이마에 파리한 벚꽃 잎이 하나 붙어 있었다 . 누군가 그에게 벚꽃 잎이 붙어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고 그렇게 꽃잎이 모기처럼 짓이겨졌다 . 하지만 우리는 벚꽃 잎에 우리의 존재를 이입하지 않았다 . ( 212 쪽 )

 

아직 20대인 청춘에 암울함을 그린 한유주 작가의 그해 여름 우리는  ㅡ 시작부터 , 언제 죽을까 , 자살할까 말까 하는 농담 같지 않은 말로 시작을 연다 . 마지막까지 누가 죽거나 하진 않는데도 벚꽃 잎이 이렇게 무겁게 여겨지긴 처음이다 . 살아온 세월만큼 그 무게를 꽃 잎 한 장에 턱하고 얹은 냥 ,  무겁다 .

 

하긴 , 일본에선 벚꽃나무 아래는 늘 시체가 있다고 하던가 ? 그래서 벚꽃이 그리 사람을 홀리듯 잡아 끄는거라고 , 특히 강을 인접해 끼고 자라는 벚꽃은 유난하다고 , 들었던 기억이 있다 .( 믿거나 말거나 , 이 땅이나 그 바다 건너의 땅이나 전쟁없던 시기가 없으니 , 그런 전설이 나돌 법도 하다 . ) 암튼 이 청춘임에도 이미 마음은 중장년을 넘어 은퇴기같은 이들은 매주 복권을 사 당첨을 희망하고 한 주 한 주 죽음을 유예해가는 삶을 사는 중이고 , 농담이라는게 제삿상을 누가 차릴 것인가 하는 말이나 하고 앉았다 .

 

놀고 있지 않음에도 , 한명은 책을 만들고 한명은 회사를 , 한명은 초만들어 파는 일 , 한명은 글을 쓰는데

벌어서 각자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료 , 과태료, 각종 요금에 같이 세를 낸 월세를 내고 나면 부릴 사치가 복권뿐인 , 죽어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침울해지는 이 사람들 .

 

인생은 길고 살아봐야 안다지만 , 이 청춘들은 지금 아는 거다 . 닭이 오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 개인의 일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거란 걸 ,  왜 ? 우리는 한국인이고 구체적인 개인들로서는 그냥 , 자살하고 싶었단다 . 그래도 죽진 않는다 . 생각만 할 뿐 , 죽으려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 죽겠냐고 죽기를 , 누군가 뒷처릴 알아서 해준담 또 모를까 ...

 

이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까봐 , 아니 이미 와있는 현재겠지 . 누군가 겪은 작년의 일이고 올해의 반복이라면 , 암울해 란 표현만으론 벚꽃을 나무하날 다 털어 모아도 모자랄 건데, 그 마음의 무너짐이란.

여름은 또 올테지 , 그해는 영원이란 시간 속에 서서히 침몰해가는 배처럼 , 얼마나 길고도 길게 느껴질 건지 ...

 

초속 5cm 라는 애니가 있는데 , 마치 그 이야기처럼 벚꽃이 떨어지는 시간을 그해 여름이란 표현으로 대신해 영원할 것 같은 , 이상한 초조함 과 불안감을 담은 소설 같다고 읽으며 , 영원할 것 같은 불안한 감정도 언젠가는 끝이난다 . 그게 뭐든.

꽃은 지고 잎은 피고 나무는 푸르고 겨울은 오고 또 , 봄이 오면 , 어김없이 벚 꽃이 듯 ......

그러니 저 , 청춘들에게도 어김없이 그해 여름은 또 , 있을 것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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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6 12:00   좋아요 1 | URL
일단 선 리뷰 후 등록 ,하는 저와 뭔가 코드가 맞는 ,유레카님 !^^ ㅎㅎㅎ
게으른 포스팅인데 , 사실은요.. (늦게 올리는 지각쟁이니까요! 제가 )
정말 일주일도 안남은 (?) 12월 , 2016 년 ..남은 며칠은 반짝반짝 즐거운
독서 하고 싶어요! ^^
알찬 시간 만들어 가요 ~ 따로 또 같이 ! ㅎㅎㅎ

2016-12-26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26 1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고맙습니다. 제 열의까지 챙겨주시고! ( 응?) 뭐라도 되겠지 ㅡ랄까요.
하여간 정말 그렇긴 해요. 읽을 걸 한번 더 정리하게되니까요. 리뷰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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