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약속 푸른숲 필로소피아 14
한나 아렌트 지음, 제롬 콘 편집, 김선욱 옮김 / 푸른숲 / 2007년 10월
품절


설득은 진리가 아니라 의견에서 온다. 그리고 설득만이 다수를 다루는 방법을 헤아리며, 또 알고 있다.-41쪽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듣고 보도록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에 속한다. -43쪽

이 세계의 공통성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시민들과 그들의 의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47쪽

오직 사유에서만 하나-가운데-둘의 대화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53쪽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구체화할 수 없는 사람, 즉 모든 형태의 사유에 필요한 고독을 결여한 사람은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없다.-54쪽

상식이란 우리의 다른 감각들에서 나오는 특수하고 개성적인 자료들을 우리가 함께 거주하고 공유하고 있는 세계 속에 맞추는 것이다. ... 상식은, 복수성이라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이 자신의 특수한 감각 자료들을 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자료들에 비추어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73쪽

행위와 말이 두 개의 탁월한 정치적 활동이라면, 차이와 평등성은 정치체의 두 구성 요소인 것이다.-94쪽

정치는 인간의 복수성에 기초한다.
... 정치학은 서로 다른 인간들의 공존과 연합을 다룬다.-132쪽

정치란 인간들 사이에 놓여 있으며, 관계로서 성립된 것 안에서 일어난다.-134쪽

자유는 정치라는 독특한 중개적 공간에서만 존재한다. ... 시작부터 정치는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그들 사이의 상대적 평등성을 목적으로, 그들의 상대적 차이들에 견주어 조직한다.-135쪽

인간은 편견 없이 살 수 없다. .. .어떤 특정 시기에 있어 경각심과 마음의 개방성 정도가 그 시대의 전반적인 모습과 정치적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139쪽

정치 영역에서 우리는 판단 없이는 전혀 기능할 수 없는데, 정치적 사고는 본질적으로 판단에 기초하기 때문이다.-140,141쪽

정치의 의미는 자유라는 것이다.-148쪽

자유의 기적은 시작을 하는 능력에 내재해 있는데, 이 능력 자체는 모든 인간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에도 또 죽은 다음에도 존재하는 세계 속에 탄생하기에 인간 자신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에 내재해 있다.-154쪽

우리의 삶과 연관된 우리의 사적인 경험과 가족적 연관관계에서 벗어남으로써만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정치 영역인 일반적인 공적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164쪽

정치가란 정당체제라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인민들의 대표자를 자처하며, 또한 국가 내에서, 필요하다면 국가에 대항해서 인민의 이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185쪽

동일한 것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능력은 인간 세계 안에 있다. 그것은 본래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관점을 어떤 다른 사람의 관점과 단지 교환하는 것이다. -211쪽

정치적 인간의 자유는 타인의 현존과 평등성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212쪽

이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수록 그들 사이에 형성되는 더 많은 세계가 존재하며 그 세계는 더욱 더 크고 풍부해진다.-2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칸트 정치철학 강의 푸른숲 필로소피아 9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푸른숲 / 2002년 10월
구판절판


인간사를 고찰할 수 있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개념들 또는 관점들을 갖게 된다. 첫째는 인류와 그 진보에 관한 관점이다. 다음으로는 도덕적 존재이며 그 자체로서 목적인 인간이 있다. 그리고 복수의 인간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복수의 인간이 우리 연구의 사실상의 중심이며, 이 연구의 진정한 "목표"는 ...사교성이다. 이 세 관점 사이의 구분은 칸트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66쪽

칸트에 따르면 철학자는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경험을 명료화한다.
...칸트에서 철학자는 여러분이나 나와 같은 인간으로 남아있으면서 자신의 동료 인간들 속에 살고 있을 뿐, 자기 동료 철학자들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둘째 칸트는 쾌와 불쾌를 중심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과제는 인생을 전체적으로 반성해본 모든 양식 있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두 결론은 다시금 명백히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며, 이 동전의 이름은 평등이다.-68,69쪽

칸트는 ... 철학자가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철학자의 말을 기꺼이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70쪽

칸트와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란 자신을 "자유롭고 공개된 검토"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하면 할수록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86쪽

칸트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유는 ... 언론과 출판의 자유였다.-87쪽

철학적 타당성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은 ... 일반적 소통가능성이다.
...소통가능성은 말을 들을 수 있고, 경청할 수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명백히 함축하고 있다.-88,89쪽

비판적 사고는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독단적 생각이나 개념들, 물려받는 편견이나 전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 배워서 알게 된 자기자신의 생각에 비판적 기준들을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방법이다. ... 불편부당성이 타인들의 관점을 고려함으로써 획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92쪽

비판적 사고는 다른 모든 관점들이 검토를 위해 개방되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 비판적 사고는 분명 고립 속에서 진행되기는 하지만, 상상력의 힘에 의하여 타자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잠재적으로 공적이며 모든 입장에 공개된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93쪽

도덕성이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일치이다. 준칙이 사적으로 남기를 고집하는 것은 악한 것이다. ... 도덕성이란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보여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마음 속에 있는 것까지 모든 것을 다 아는 신에게도 보여지는 것이다.-104쪽

관찰자 앞에서 광경은 전체로서의 역사이며, 이 광경의 참된 주체는 어떤 "무한"을 향해 "진행하는 일련의 세대들" 가운데 있는 인류이다. 이 과정은 끝이 없다. ... 두 개의 주요한 목표가 있다. ... 이는 자유와 인류의 통일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국가들간의 평화이다. -118,119쪽

칸트에게서 공공성은 모든 행위를 지배하는 "선험적 원리"이다. 자신의 목적에 모순을 일으키지 않기 위하여 "공공성을 필요로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간에 정치와 구너리를 결합한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120쪽

판단, 특히 취미 판단은 항상 타인과 타인의 취미를 반성하는 가운데,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가능한 판단들을 고려하게 된다. -132쪽

상상력의 작용에 의해 ... 직접적 감각작용으로부터 분리되며 더 이상 작업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상을 판단한다. ... 상상력은 "반성작용"의 대상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 두번째 작용(반성작용)이 무엇을 판단하는 실제적 행위이다.-133쪽

승인의 행위가 기쁘게 하는 것이며, 바로 그 불승인의 행위가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다. ... 그 기준은 소통가능성이며, 그에 대한 결정기준은 공통감각이다.-134,135쪽

상상력과 반성력은 ... 사적 조건들로부터 우리 자신이 해방될 수 있게 하며, 판단의 특수한 덕목인 상대적 불편부당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1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의 삶 1 - 사유 푸른숲 필로소피아 12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04년 2월
구판절판


사유는 현상세계에서 발생하며 여기에서 자연스러운 존재에 의해 말로 표현된다. 따라서 개념어를 수반하는 사유는 감각 경험에 나타난 세계,그리고 증거의 직접적인 지각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은유를 필요로 한다. ... 모든 감정은 신체적 경험이다.-57쪽

자기 현시는 살아 있는 존재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속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라면, 자기 표현은 어느 정도의 자각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이 자각은 정신 활동의 반성적 성격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이며, 분명히 우리가 고등동물과 공유하고 있는 단순한 의식을 넘어서는 능력이다.-63쪽

나는 세계가 나에게 제공하고 있는 행위의 여러가지 가능한 대안들 중 특정한 것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이른바 성격 또는 인격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64쪽

모든 사상가는 아무리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당신이나 나와 같은 사람"(플라톤)이며, 공통감을 잘 갖추고 생존하기에 충분한 상식적 추론을 이해하는 현상들 중의 한 현상이다.
... 사유야말로 우리들로 하여금 현상들을 꿰뚫어보고, 드러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가상인 현상의 정체를 밝힐 수 있게 해준다.-88,89쪽

지성은 감각에 나타난 것을 파악하고자 하며, 이성은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인지의 최고기준은 진리이다. 그런데 인지는 자신의 기준을 현상세계로부터 도출한다. 우리는 감각지각을 통해 이 현상세계에서 우리의 태도를 취한다. ... 사유능력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거나 그것이 전적으로 존재하는가를 질문하지 않고, 그것의 존재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95쪽

사유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성의 본질에 속한다.-97쪽

사유하기, 의지하기, 판단하기는 세 가지 기본적인 정신활동이다.-109쪽

사유의 부재는 실제로 인간문제에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이며, 통계적으로 말하자면 다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행위에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112쪽

정신활동의 주요 특징은 비가시성이다.-113쪽

모든 정신활동은 감각에서 제외된 것을 자신에게 노출시키는 정신능력에 좌우된다. 실제로 부재하는 것을 노출시키는 상상력은 정신의 특이한 재능이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저장하며, 이것을 생각하는 행위에 따라 유지한다. 반면에 의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을 예상한다.-119쪽

가시적 대상을 비가시적 대상으로 변화시키는 상상력은 정신에 저장되기에 적합하며, 정신에 적합한 사유대상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121쪽

사유의 경우에 현상세계로부터의 이탈은 유일하게 본질적인 전제 조건이다. ... 사유는 항상 기억을 함의한다.-122쪽

모든 사유는 멈춰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23쪽

사유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을 소멸시킨다.-133쪽

모든 사유는 경험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어떤 경험도 상상과 사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의미를 생산하거나 일관성을 형성하지 못한다. 사유의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대상성을 지닌 삶은 무의미하다.-136쪽

스스로 비가시적이면서 비가시적인 것을 다루는 정신활동은 말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152쪽

사물들에 명칭을 완전히 부여하거나 새로운 용어들을 만드는 일으, 세계를 전유하면서 사실 세계의 소외를 줄이는 인간적 방식이다. 우리는 결국 이 세계에 신참자나 이방인으로 태어난다.-155쪽

언어는 정신활동을 외부세계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나 자신에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다.-158쪽

모든 은유는 차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유사성의 직관적 자각을 발견한다.-159쪽

은유는 순수하고 외견상 불가능한 것을 전환하고, 실존적 상태인 사유사태로부터 현상들 중 하나가 되는 다른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한다. 이것은 유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160쪽

모든 철학적 용어는 은유이며, 사실상 농축된 유추이다.-161쪽

사유는 언어 속에 내재된 정신의 산물을 현실화하는 정신활동이며, 언어는 어떤 특별한 노력 이전에 정신활동을 위해 들을 수 있는 세계에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안식처를 발견한다. ... 유추, 은유, 상징은 정신이 세계와의 직접적인 접촉점을 상실했을 때라도 세계를 유지하는 끈이며, 인간 경험의 통일성을 보장한다.-169쪽

은유를 필요로 하고 결핍된 존재의 일반적 욕정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은유의 모형은 모든 감각의 본질적 속성인 욕망이다.-172쪽

사유 언어는 전적으로 은유적이며, 그 개념적 틀은 전적으로 은유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은유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그리고 현상세계와 사유하는 나 사이의 격차를 줄인다.-191쪽

삶의 숨결 없는 인간 육체는 시체이며, 사유하지 않는 인간 정신은 죽은 것이다.-192쪽

사유는 분열 상태에서 발생한다. 즉 철학은 조화의 필요성에서 발생한다. .. 실재가 해체되고 결과적으로 인간과 세계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사유는 발생한다.-236쪽

사유는 작용을 위해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한 활동이다.-251쪽

사람들은 무사유가 일상화된 곳에서는 고찰을 통해 비판하는 계기를 갖지 못한다. 때문에 무사유는 특정 시기, 특정 사회에 통용되는 규정된 행위 규칙을 지속시키는데 기여한다. -274쪽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에로스, 즉 지혜, 미. 정의에 대한 사랑에 의해 고무된 사람만이 사유할 수 있고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278쪽

행위를 위한 기준은 다수에 의해 인지되고, 사회에 의해 합의된 통상적인 규칙이 되지 않으며, 나의 언행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내가 평화롭게 나 자신가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양심은 당신이 집으로 오거나 혹은 왔을 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의 기대이다.-297쪽

사유는 비가시적인 것, 즉 드러나지 않는 사물들의 표상을 취급하며, 판단은 항상 특정한 것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물들과 연관된다. 그러나 의식과 양심이 연관되어 있듯이, 사유와 판단은 상호 연계되어 있다. 무언의 대화 속에서 하나 속의 둘, 즉 사유는 의식에 주어진 동일성 내에서 차이를 실재화한다. ... 사유의 소용돌이의 구체화는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움과 추함, 옳음과 그름을 말하는 능력이다.-299쪽

과거와 미래 사이의 틈새는 성찰 속에서만 열리며, 성찰의 주제는 부재하는 것, 즉 이미 소멸되었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성찰은 이러한 부재하는 '영역들'을 정신의 현전으로 끌어들인다. ... 사유활동은 시간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사유한다. 현상세계 속의 일상적 삶의 연속에 의해 더이상 수행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는 자신들을 순수한 실체로서 드러낸다. 따라서 그는 그를 앞으로 몰아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를 뒤로 밀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된다.-3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연습 푸른숲 필로소피아 13
한나 아렌트 지음, 서유경 옮김 / 푸른숲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주목할 점은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도 하나의 힘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 기원으로 되돌아가는 모든 길에 도달한 이 과거는 뒤로 잡아 당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밀게 되어 있다. ... 우리를 과거로 몰아붙이는 것은 미래이다. ... 시간은 '그'가 서 있는 가운데 지점에서 끊어져 있다. '그'가 서 있는 자리는 ...'그의' 지속적 투쟁, 즉 그가 과거와 미래에 대적하여 '그의' 자리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시간 속의 틈새이다. 오직 사람만이 시간 속으로 틈입하기 때문에, 무차별한 시간의 흐름은 사람이 자신의 토대를 세우는 만큼만 시제, 즉 과거와 미래로 나누어진다.-19쪽

오직 사유하는 한, 그리고 나이를 먹지 않는 한에서만 인간은 자기의 구체적인 있음의 온전한 현실태로서 과거와 미래 사이의 틈새에서 살아간다. ... 이것은 인간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것과 동시에 발생한다. 시간 속의 틈은 아마도 정신의 영역이거나, 아니면 차라리 사유함에 의해 마련된 통로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사유 활동이 필멸할 인간의 시-공간 속에 설치한 이 협소한 비-시간의 선로로 사유,기억, 기대의 수송열차가 역사적이고 전기적인 시간의 폐허에서 만난 것들을 실어온다. ... 시간의 심장부에 마련되는 이 작은 비-시간-공간은 단지 암시될 수 있을 뿐, 과거로부터 계승하거나 물려받을 수 없다. ... 모든 인간은 이 통로를 발견해야 하고 꾸준히 새롭게 닦아야 한다.-23쪽

노동 뿐만 아니라 정치로부터의 자유라는 이중적 여가 개념은 철하자들에게 가장 넓은 의미에서 철학과 지식에 헌신하는 관조적 삶을 위한 조건이 되어 왔다.-33쪽

개인적 삶은, 말하자면 생물학적 삶의 순환운동을 관통하는 그것의 직선운동 과정에 의해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구별된다. 이것이 필멸성이다. ... 단일 사건과 단일한 몸짓은 늘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단일사례, 행적 또는 사건들은 인간의 직선적 삶이 생물학적 삶의 순환운동에 끼어드는 것과 동일한 의미에서 일상생활의 순환운동에 끼어든다. 역사의 소재는 이런 개입들-다른 말로 이례적인 것들-이다.-64쪽

대중사회는 여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그들 모두에게 공통으로 존재했던 세계를 상실한 인간들 사이에서 자동적으로 생겨난 조직화된 삶일 뿐이기 때문이다.-125쪽

권위는 외부적 강제 수단의 사용을 사전에 배제한다. ... 권위는 설득과도 양립할 수 없다.-129쪽

권위주의 정부가 지닌 권위의 원천은 언제나 권력의 외부에 있고 그 권력보다 우월하다.-135쪽

권위는 권력과 대조적으로 그 뿌리를 과거에 두고 있었으며, 이 과거는 산 자들의 권력과 저력 못지않게 도시의 실제 생활 속에 현전했다.
... 권위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권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168,169쪽

정치의 존재 이유는 자유이며 그것이 경험되는 장은 행위이다. -199쪽

행위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동기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예측가능한 결과인 의도된 목표로부터 자유로와야만 한다. -207쪽

인간은 이전이나 이후도 아닌 행위하는 동안만큼은 자유롭다. 그 까닭은 자유롭게 되는 것과 행위한다는 것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209쪽

용기는 세계의 자유를 위해, 생활에 대한 근심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 정치에서 생활이 아니라 세계가 문제시되므로 용기는 정치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213쪽

모든 새로운 시작의 본질은 '무한한 비가망성(infinite improbability)'으로서 세계 속에 틈입하는 것이다.-231쪽

우리가 위기를 사전에 형성된 판단, 즉 편견으로 대응할 때 위기는 재앙이 된다. 그러한 태도는 위기를 더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위기가 제공한 현실의 경험과 성찰의 기회를 박탈한다.-237쪽

교육의 주체인 아이는 교육자에게 이중적 측면을 갖는다. 그는 자신에게는 낯선 세계에 들어선 새로운 존재이다. 또한 생성과정 속에 있고 한 사람의 새로운 인간이며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이다.-250쪽

교육은 새로움을 보전하여 새로운 것으로서 낡은 세계에 소개해야 한다. 세계는 그것의 행위가 얼마나 혁신적인가와 관계없이 , 차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는 언제나 낡아빠지고 파괴 일보 직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259쪽

우리는 교육의 영역을 다른 영역, 무엇보다도 공적, 정치적 삶의 영역에서 확실하게 떼어내야 한다. ... 권위의 개념과 과거에 대한 태도만을 교육의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 이것의 첫번째 결과는 학교의 기능이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어떤 곳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일 것이다.-262쪽

대중사회는 문화가 아니라 오락을 원하며 오락 산업이 제공한 상품은 사회에서 다른 소비재와 똑같이 소비된다. -275쪽

대중문화는 대중사회가 문화물을 포획할 때 그 실체를 드러낸다. ... 문화는 물건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세계의 한 현상이다. 반면에 오락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생활의 한 현상이다. 어떤 물건이 지속되는 한 그것은 문화적이다. -278쪽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의 사물성은 그것의 형체속에 있으며 오직 예술 작품만이 외견이라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다. 외견을 판단하는 올바른 기준은 미이다. ... 외견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자신과 물건 사이의 거리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물의 순수한 외견이 중요할수록 올바른 감상을 위한 거리가 한층 더 요구된다.-281쪽

문화는 행위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확보한 공영역이 본질상 나타나는 것이자 아름답게 되는 것인 사물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 말과 행위의 순간적 위대함은 그것에 미가 부여되는 한 세계 속에서 버틸 수 있다. ... 예술과 정치를 연결하는 공통의 요소는 그것들이 공적 세계의 현상이라는 점이다. -292쪽

논리의 건전성은 자아의 현전에 달려있고, 판단의 타당성은 타인의 현전에 달려 있다. ... 판단의 재능은 명확하게 정치적인 능력, 즉 자기자신의 관점뿐 아니라 그곳에 불가피하게 현전하게 된 사람들 모두의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295쪽

모든 사람이 모든 중요한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곳에서 진실을 말하는 삶은 그가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행동을 개시한 것이고, 또한 정치에 연루된 것이다.-337쪽

거짓말쟁이는 '사실'을 이득과 쾌락, 또는 청중의 단순한 기대치에 들어맞도록 자유롭게 날조하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거짓말쟁이는 통상적으로 그럴듯함을 우군으로 가질 것이다.-337쪽

이야기꾼-역사가 또는 소설가-의 정치적 기능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용인하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진실성이라고도 바꿔부를 수 있는 이 용인으로부터 판단 능력이 나온다.-3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그레이트북스 84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2006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전체주의 운동은 대중의 조직을 목표로 하며, 그것에 성공한다. ... 전체주의 운동은 순전히 수의 힘에 의존...-20쪽

대중은 잠재적으로 어느 국가에나 존재하며, 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투표하러 가지도 않는 중립적이고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사람들이 다수를 형성한다. -25쪽

대중 사이에서 전체주의 운동이 성공한 것은 일반적으로는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국가, 특수하게는 유럽 국가 정당 체제가 가진 두 가지 환상의 종말을 의미했다. 첫번째 환상은 대다수 국민은 공공업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또 모든 개인은 특정한 정당에 동조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운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무관심한 대중이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국가에서 쉽게 다수가 될 수 있고, 따라서 민주주의는 소수에 의해서만 적극적으로 인정되는 규칙에 따라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전체주의 운동이 파괴한 민주주의의 두번째 환상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무관심한 이 대중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또 그들은 정말 중립적이어서 국가의 정치저 삶에서 불분명한 배경을 이룰 뿐이라는 것이었다.-26쪽

민주주의의 자유는, 시민들이 어떤 집단에 속해있고 또 그 집단에 의해 대변되거나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위계질서를 형성하는 곳에서만 의미가 있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27쪽

대중사회가 가진 철저하게 이질적인 균등성은 전체주의의 일차적 조건 중 하나이다. ... 전체주의 운동은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인들의 대중조직이다. ... 전체주의 운동의 ... 외적 특징은, 개인 성원에게 총체적이고 무제한적이며 무조건적이고 변치 않는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다.-42,43쪽

전체주의는 절대 통제권을 소유하면 항상 선전을 교화로 대체한다. ... 이데올로기 교의와 실천적 거짓말을 끊임없이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72쪽

운동이 작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단순한 선전에 소비한다. 전체주의 정권에 가해지는 외부 세계의 압력이 크면 클수록 전체주의 독재자들은 더욱 활발하게 선전에 관여하고자 한다. ... 반대로 테러와 불가피하게 결합된 주입식 교화는 운동의 힘이 커지고 전체주의 정부가 외부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되어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증가한다. ... 선전은 비전체주의 세계를 다루기 위해 전체주의가 사용하는 하나의, 어쩌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 그 반대로 테러는 전체주의 통치형식의 본질이다.-75,76쪽

전체주의 운동은 사회주의와 인종주의를 사용하면서 거기서 공리주의적 내용, 즉 계급이나 국가의 이해 관계를 지워버렸다.-82쪽

전체주의 선전의 진정한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조직이다.-103쪽

엘리트 교육은 진리와 거짓,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이론가적 능력을 없애는 데 맞추어져 있다. 그들의 우수성은 모든 사실적 진술을 목적의 선언으로 즉각 해체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138쪽

히틀러나 스탈린은 영구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감추기 위해 안정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 그(전체주의 통치자)는 운동의 허구세계를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현실로 확립해야만 했고, 다른 한 편으로 이 새로운 세계가 새로운 안정을 구축하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148쪽

전체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다 확실하게 아는 단 하나의 규칙은 어떤 통치기구가 더 많이 알려진 통치기구일수록 권력이 적고 그 존재가 공개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비밀이 시작되는 곳에서 실질적인 권력이 존재하기 시작했다.-167쪽

어떤 전체주의 독재자도 왕조를 세워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옛방식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적이다.-173쪽

전체주의 운동과 전체주의 국가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전체주의 독재자가 운동의 지도자보다 더 큰 스케일로 더 일관성있게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는 것이다.-180쪽

전체주의 정권의 문제점은...전혀 새로운 미증유의 권력개념이 그들의 정치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 직접적인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되며, 민족주의보다 민족 이익을 무시하는 태도와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가 된다. ... 실용주의 동기를 경멸하는 태도가, 또 권력욕보다 '이상주의', 다시 말하면 이데올로기 허구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더 문제점이 많다. ... 전체주의가 생각하는 권력은 오로지 조직을 통해 산출되는 힘에 놓여 있다. -187,188쪽

전체주의 경찰의 과제는 범죄의 적발이 아니라 정부가 특정한 범주의 주민들을 체포하기로 결정할 때를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 흥미로운 현상은 전체주의가 위반 혐의를 가능한 범죄로 대체한 것이다.-200,201쪽

용의자라는 범주는 전체주의 조건에서는 전 주민을 포함한다. 공식적으로 정해졌지만 수시로 변하는 노선에서 일탈한 사상은, 어떤 활동 영역에서 일어나든 모두 이미 혐의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생각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용의자가 되며...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동시에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207쪽

총체적 지배로 향한 최초의 중요한 행보는 사람에게서 법적 인격을 죽이는 것이다.-233쪽

산송장을 마련하는 일에서 그 다음 결정적인 단계는 인간 내면의 도덕적 인격의 실종이다.-239쪽

양심이 부적절해지는 조건, 선을 행하는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만듦으로써 전체주의 정권의 범죄에 모든 사람이 의식적으로 조직적인 가담을 하게 되고, 이 공모관계는 희생자에게까지 확대되며 그렇게 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전체주의적이 된다.-241쪽

도덕적 인격과 법적 인격을 살해한 후에 개성의 파괴는 항상 성공적이었다. ... 개성을 파괴하는 것은 자발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스스로 새로운 일, 즉 환경과 사건에 대한 단순한 반응의 토대 위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어떤 것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45쪽

전체주의는 권력을 얻고 지킬 수 있는 곳은 조건반사의 세계, 자발성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꼭두각시의 세계뿐이다.-248쪽

이 내적 강요는 논리성의 독재로서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 외에 어떤 것도 그에 대항할 수 없다.-275쪽

통치형태로서 전체주의 지배는 이 고립으로 만족하지 않고 사생활도 파괴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전체주의 지배는 고독에, 세상에 소속되지 않는다는 경험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 이 경험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절망적인 경험ㅇ다.-278쪽

역사에서 모든 종말은 반드시 새로운 시작을 포함하고 있다는 진리도 그대로 유효하다. ... 정치적으로 시작은 인간의 자유와 동일한 것이다. ... 실제로 모든 인간이 시작이다.-2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