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뜨겁게
배지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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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첫 장편소설 「링컨타운가 베이비」이후 배지영작가님이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안녕, 뜨겁게」로 돌아오셨고 신작이 나왔길래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고 마침내 읽어 보게 되었네요.
「안녕, 뜨겁게」라는 제목처럼, 모든 이별에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안녕이라고 손을 흔들어 주거나 인사를 하며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굴을 보면 힘들고 상대방이나 나 자신이 차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게 될까봐 아예 이별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사랑하던 사람의 곁을 돌연 사라져버리는 이른바 잠수 이별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정말 못할 짓인 것 같아요.
최근 OCN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멜로 홀릭」의 예리(경수진)처럼 「안녕, 뜨겁게」에서 꿈도 대책도 없이 잡지사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29살 비정규직 기자 윤제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런 흔적도 얘기도 없이 자신과의 인연을 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안녕, 뜨겁게」에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남자친구(물론 아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와 아버지를 찾고 싶은 윤제이가 찾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주고 자신의 아내를 찾고 있으며 외계인과 채널링(앞서 읽은 이외수작가님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에서도 나무,식물들과 교신, 소통하며 채널링을 하는 주인공이 생각났어요.)을 하는 설계자를 만나 교신을 시도하게 되는 데 솔직히 조금은 황당무계하지만 읽어보면 읽을 수록 저 역시 제이처럼 설득당하게 되더군요.
사실, 저도 제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한 사람이 생각났고 찾아서 묻고 싶었고 이별을 해야한다면 얼굴을 마주보며 이별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봐서 하고 싶은 게 없는 거랑, 하나도 해보지 않아서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하는 건 다른 거야. 뭐든 좋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97쪽)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제이의 엄마같은 존재가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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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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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소설집 「1인용 식탁」, 2013년 오늘의 젊은작가 3번째 「밤의 여행자들」, 2014년 두 번째 소설집 「알로하」, 2016년 세 번째 소설집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까지 읽을 때마다 독보적인 느낌을 주신 윤고은작가님이 2017년 세 번째 장편소설인 「해적판을 타고」를 내셨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윤고은작가님의 작품들은 다양한 직종과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과 느낌을 갖게 해주었는 데
이번에 나온 「해적판을 타고」도 집 앞 마당에 실험용으로 쓰던 토끼와 개를 묻고 무려 10미터 아래에 컨테이너가 들어가는 등 그 땅에서 비대하게 자라는 체송화나 변형된 슈퍼지렁이같은 비정상적으로 생장하는 생명들 그리고 다른 원자기호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밖에 없던 발암물질 비소(Au)의 기준치 이상 검출 등 앞서 읽었던 「밤의 여행자들」처럼 단지 집 앞 마당을 빌려줬을 뿐인 데 심각한 재난이 될 위기에 처해지게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첫째 딸 유나가 선물로 받은 「어린 왕자」 해적판, 해적판 끝에 찢겨진 두 장의 내용과 그 두 장 속에 봉인된 유나에게 해적판 「어린 왕자」를 선물로 준 루까지......
제가 걸었고 걸고 있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땅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 지 발을 내 딛으면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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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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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를 읽어 보지 않았고 작가 얀 마텔(Yann Martel)이 「파이 이야기」를 썼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 데 신작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번역되었고 알라딘에서 광고문자를 보내길래 구매해서 읽어봤는 데 잘 모르겠음.
두 번째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고 (노부인이 죽은 남편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그 것을 부검의가 실로 봉합하는 모습이 섬뜩하기까지 했음)
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침팬지인 오도와 피터가 피터가 태어난 고향의 위치한 낡은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인상깊기는 했으나 결말이 다소 허무해지는 것을 느꼈음.
얀 마텔 작가의 작품은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처음인 데 나의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작이 나오더라도 구매를 쉽게 하지는 못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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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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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2015년 두 번째 소설집 「목련정전」으로 인상깊게 남아있었던 최은미작가님이 2017년 첫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를 출간하셔서 안 읽어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문학동네 계간지에서 「척주」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먼저 하셨는 데 저는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제목이 「척추」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읽고 작가의 말을 보면서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척주라는 도시 이름이 어디서 왔는 지 S시라고 언급된 실제 도시가 어딘지 알게 되었습니다.
척주시 보건소에서 약사직으로 일하고 있는 송인화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푸른하늘은하수를 잘하며 임연수김밥을 좋아하고 10년 동안 샤파 연필깎기를 고쳐서 쓰던 서상화, 이 두사람을 보면서 제가 더 흐뭇해지고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석회광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사람들, 핵발전소 유치를 두고 싸우는 시민들,
사이비종교지만 무시 못할 힘을 가진 약왕성도회......
작은 도시 척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마한 일들 속에서 애틋한 인연을 이어가는 송인화와 서상화가 안타깝기도 하고 아름다웠어요.
솔직히 너무 직접적이어서 「척주」라는 제목이 「아홉번째 파도」로 바뀌었는 데 어떤 의미일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사실, 어제 아침에 읽기 시작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보건소를 지나쳤는 데 송인화와 서상화가 근무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아마 오늘 아침에도 집에 가면서 보건소를 지나치겠죠. 그러면 또 두 사람이 생각나겠죠.
내일 아침에도, 모레 아침에도, 보건소를 지나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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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항아리
유익서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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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 발 까마귀」로 만나 본 적이 있는 유익서작가님이 이번에 신작 「노래항아리」라는 작품을 내셔서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때로는 아무런 상념없이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부를 때가 종종 있는 데
「노래항아리」에 등장하는 열 여섯 솔은 시도때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노래때문에 어머니에게 모진 매질을 숱하게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는 데 어느 날 천장인지 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기척없이 솔에게 나타난 녹색손님으로 인해 정확히는 녹색손님이 일러준 노래를 부르는 오지 항아리 때문에 자신의 인생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인생도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녹색손님이 일러준대로 힘겹게 얻어 온 노래항아리 때문에 어머니가 결국 죽게 되고 자신은 노래항아리를 제 몸과 동일시하여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고 담아내기 위해 기약없이 길을 나서게 되고 그런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부르는 노랫가락을 마음 속에 담아두게 되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잡아 줄 스승같은 완벽주의를 고수하며 산과 나무등 자연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던 고강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는 등 순조롭게 되는 것 같지만서도 먹을 것이 넉넉치 않아 굶거나 마땅히 잘 곳이 없어 처마 아래에서 잠을 자고 목숨과도 같은 항아리를 눈독들이는 사람들때문에 노심초사하기까지하는 등 위기도 여러번 맞이하게 되는 데요.
오로지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담아낼 수 있다면 그 것을 담아내기까지 견뎌내야 할 수많은 고통과 위기들을 감내하며 길을 나서는 솔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분명 소설이기 때문에 뚜껑을 열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항아리는 절대로 실제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솔처럼 자신만의 노래를 찾아내기 위해 무모하게 항아리를 들고 정차없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도 없겠지만서도 만약 실제로 존재하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직접 보고 싶습니다.
유익서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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