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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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물속에서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차츰 숨이 죽어가는 콩나물을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우습기도 한데, 고춧가루와 참기름에 버무려지는 순간 다시 한번 제 몸에 고소한 빛깔을 입히면서 콩나물 무침이라는 음식으로 태어난다는 사실이 콩나물에게는 어둠을 뚫고 쭉쭉 뻗어 나갔던 성장의 의미를 찾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물에 오이를 구석구석 씻으면서도 그러한 느낌이 들곤 했다. 아삭아삭 씹힘과 동시에 입안에 퍼지는 오이즙의 향이 기나긴 여운을 남기듯……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도 구석구석 씹히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에 삶을 씻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삶을 거름망에 수없이 걸러내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사골국처럼 나의 삶도 진지하게 우러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따금 채소나 과일을 다듬는 작업을 하게 되면 그 미묘한 동작에 집중하다가도 내 삶을 떠올리곤 한다. 이토록 신중했던가. 그저 나 자신이 온 정신을 집중했던 순간을 되새겨 본다. 조촐한 솜씨로 부엌을 정리하고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몇 장 안 남았던 책이라서 얼른 읽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회상한다. 고로 나 역시 내 삶을 회상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에게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를 드러내기까지의 기나긴 여정, 작가로서의 삶이 그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나. 고매하게 주름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 미처 벗겨 내지 못한 삶의 껍질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바로 그의 글속에 고스란히 짓눌려 버린 것이다. 그가 말한다. "폭풍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여느 폭풍처럼, 이것 역시 재해를 몰고 올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폭풍은 들판을 적셔주고 하늘의 지혜를 알려준다. 그리고 여느 폭풍처럼, 그것은 곧 지나갈 것이다. 사나울수록 폭풍은 빨리 지나간다.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폭풍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p.324) 우리의 삶에 유익한 지혜를 선물하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어느 장면에서 등장한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다. 이 책은 그가 겪은, 또는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101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삶도 흘러가기를 바라는 파울로 코엘료, 그는 기적을 믿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기적을 두려워하지 마라고 격려한다. 그것은 한낱 부질없는 몽상이 아니라고 말이다. 간절히, 그것도 진실된 마음으로 끊임없이 믿고 행한다면 기적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산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의 깨달음>의 저자 혜민 스님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바쁜가. 내 마음이 바쁜가?" 무엇으로 하여금 나 자신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단 말인가. 마음을 비우고 넓게 가진다면 삶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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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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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추리소설은 역발상에 의한 쾌감을 느끼게끔 도와주는 삶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 항상 어떤 문제에 놓이게 되면, 나는 집요하게 거꾸로 파고든다. 그리고 수많은 인과관계를 분석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습관은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해서 나의 추리력을 실감케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결말이 뻔한, 속된 말로 수법이 흔하디흔한 것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한다. 제아무리 작가가 모래사장에 바늘을 숨겨놓았다고 한들, 반드시 누군가는 그 바늘을 찾아내고야 마는 것처럼 인간이 구상할 수 없는 가상공간을 현실처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추리소설은 치밀하게 짜여진 환상의 세계와 같다. 일찍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미친 듯이 읽으면서 추리소설 작가들이 쓰는 일종의 트릭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들이 활용하는 독특한 트릭을 발견함으로써, 추리소설의 묘미를 예견하기에 이르러 흥미가 뚝 떨어졌던 경험도 있었다. 은연중에 독자로 하여금 트릭의 정체를 발견하게끔 방심한 작가의 소설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는 그러한 예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내심 그의 냉철한 문체와 치밀한 구상력에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번에 읽은 <탐정 갈릴레오>는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총 5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는데, 초자연 현상을 가장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책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갑자기 머리에 불이 나기 시작해서 곧 새까만 잿더미가 되어 죽거나, 이미 죽은 사람의 얼굴이 한 치의 일그러짐도 없이 마스크가 되어 전시장에 붙어 있게 되고, 가슴에 동그랗게 썩어들어간 상처만 남긴 채 죽거나, 한적한 바다 한 가운데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죽기도 한다. 끝으로 유체를 이탈한 사람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주장하는 알리바이를 입증하기도 하는데……

 

 

 

 

「갑자기 그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그와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야마시타의 뒤통수에서 불길이 솟구쳐 오른 것이다. 그 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 전체로 번졌다. 야마시타는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마치 커다란 나무가 불길에 휩싸인 채 넘어지는 것 같았다. 가즈히코와 다른 세 명은 그저 입만 쩍 벌리고 있었다. 멍하니 그 슬로 모션 같은 영상을 바라보면서.」- 본문 중에서  

 

천재 물리학자 유가가와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 두사 람은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서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 이른다. 정녕 망령의 짓이란 말인가? 아니, 틀림없이 인간에 의한 살인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범임은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범인은 하나같이 화학물질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과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가가와 구사나기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미 독자로 하여금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게끔 도와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독자의 입장에서 속된 말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독자가 초자연 현상의 실체를 먼저 밝혀내지 못할 것임을 장담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배려를 베풀었는지도 모른다. 살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화학실험의 비밀을 향한 궁금증에 초점을 맞추고 일종의 두뇌게임을 시작했다고 보여지는데,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미루어 보면 다소 흡입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부추긴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전작 <용의자 X의 헌신>에 비해 아쉬움이 큰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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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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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근거를 향해 내던지는 혹평, 이미 주어진 현상에 대한 결론을 반박하지 않고 그 어떤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인기 있는 것들이 옳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이성에 의한 논리적이고도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상식인가? 상식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없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판단하려는 자체가 매우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간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상식이므로 더 이상 우리는 그것의 근본마저 변형시킬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직관에 의한 실행보다는 이성에 따른 논리적인 실행을 중요하게 여긴 듯하다. 알랭 드 보통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 소개하는 철학자 중의 한 명인 소크라테스가 이성의 논리력을 주장했다면, 에피쿠로스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쾌락이라고 했다. 그는 감각적 쾌락을 강조했는데, 그 구성요소로는 우정, 자유, 사색이 대표적이었다. 내가 해석건대, 쾌락에 의해 충족되는 욕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지닌 원초적 욕구와 가치를 깨닫게 됨으로써, 물질적 숭배에 의한 값비싼 재화만이 우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욕구가 아님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소크라테스와 에피쿠로스뿐만 아니라, 세네카와 몽테뉴 그리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을 저자 알랭 드 보통의 개성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인간을 둘러싼 철학에 의한 사상에 숨겨진 모순과 진실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네카는 자신의 사상에 '운명의 여신'을 등장시켰다. 인간이 굴복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네카에 의하면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일어날, 일어나지 않을 그 모든 것을 예측하면서 그 재앙이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살면서 희망을 향한 가능성에 모든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 불행을 떠올리는 것이 금기가 되어버린 긍정의 도가 지나친 이 현실 속에서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불행의 실현성마저 생생하게 떠올리며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몽테뉴는 무엇을 말하였는가?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동쪽으로 30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한, 수풀이 울창한 언덕 꼭대기에는 검붉은 지붕에 노란 돌로 지은 멋진 성이 있었다. 성의 한켠에는 탑이 솟아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몽테뉴가 책을 읽고 사색에 잠겼던 거대한 원형 서재가 있던 곳이다. 몽테뉴는 평생 책을 읽고 사색에 잠겼는데, 그는 인간이 지닌 지식의 부적절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인간의 지혜란 곧 지적 우둔함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인간으로 살기보다는 동물로 살아가는 삶의 이점에 주목했다. 익히 배우지 않고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동물적 욕구가 진정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리라고 말이다.

 

 

 

 

「(우리가 그렇게 높이 칭송하고, 또 그것이 있어서 우리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존중하는) 이성이 인간에게 자리 잡은 것은 우리를 고문하기 위해서라고 감히 결론 내려도 괜찮을까? 만약 우리가 지식을 얻게 된 결과, 그것을 얻지 않았다면 누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 평정과 안일을 잃게 된다면, 그리고 그 지식이란 것이 우리의 처지를 피론의 돼지보다 더 열악하게 만든다면 지식이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본문 중에서

 

본능에 충실하지 못했던 인간이 사회적 기대에 부합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 결국은 지적 우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평범하고 도덕적인 삶이라면, 비록 지혜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둔함에서 몇 발 벗어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성취를 이룬 삶이다."라고 말이다. 그에 반해 염세적인 철학자의 삶을 보여준 쇼펜하우어. 그는 고독한 철학의 길을 자처했고 세상이 자신의 위대함을 알아주지 못함에 절망한 나머지, 자신의 영혼을 쉴 새 없이 괴롭혔다. 그는 사랑이 삶을 지배하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그가 말하기를, "사랑이란 것은…… 성적 관심은 별도로 하더라도, 혐오스럽고, 경멸할 만하고, 심지어 상극으로까지 보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맡기게 만든다. 그러나 종(種)의 의지는 개인의 의지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그 연인은 자신의 것과 상반되는 모든 특질들에 눈을 감아버리고, 모든 것을 간과하고, 모든 것을 그릇 판단하고, 자신의 열정의 대상과 자신을 영원히 묶어버린다."라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하여 썩 유쾌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한다. 그것은 상대로부터 거부당할 경우에 대한 일종의 위안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가 평범한 사랑에 의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던 시련이 그와 같은 정립을 하기에 이른 것은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쇼펜하우어의 일생을 나열하면서 그의 사상이 정립될 수 있었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에 끝으로 인간에 의한 인간적이라는 의미에 심취했던 니체의 사상이 등장한다. 그 중심에는 세네카와 비슷한 금욕과 절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악(惡)을 피하는 법이 있다. 니체는 "인생이란 고통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또 인생을 즐기려고 애쓸수록 우리는 더욱더 그것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삶의 아름다운 면을 얻기를 포기하고 금욕을 실천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즐거움이 아닌 고통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 인간의 삶에 궁극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철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유쾌한 입문서와 같다. 알랭 드 보통의 역설적인 문체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몽테뉴, 세네카, 쇼펜하우어, 니체의 사상을 광범위하게, 그러나 그들이 추구했던 독립성과 절정에 도달한 이상 세계에 대하여 대중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음이 눈여겨볼 만하다. 책이 다루는 주된 내용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나, 인간의 삶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펼치는 사상의 논리성에 대하여 면밀히 비교하고 사색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하물며, 그들이(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현재 우리의 삶과 극심한 대조를 이루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들, 우리가 불리하다거나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러한 사상이 찬반논란을 거치면서 세기에 걸쳐 우리의 삶에 나타났다는 것은 결국, 그 근본적 토대가 인간에게서 출발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고통과 번뇌의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그들의 사상을 뛰어넘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에 몽테뉴의 말을 새기면서 이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다." 자, 당신도 베르테르의 기쁨을 누릴 시간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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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강현주 옮김 / 글로세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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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물종의 번식이 과연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 불리는 인간으로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이 정복하는 삶의 영역이 그리 넓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모순을 과감히 타파할 자신감이 부족하기만 하다. 생태학자 로베르 바르보는 신중하고 느리게 발달하던 생태계가 인류와 지구의 역사가 새로운 시대를 열면서 생물 다양성의 원동력과 생태계는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일찍이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생물과 기생충의 역사에 대하여 말하는 로베르 바르보. 그에 이어 동물의 몸속에 침입하여 생존을 위한 번식에 집중하는 기생충이 생태계에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현상에 대하여 먹이사슬을 뛰어넘는 생태학의 시초가 되어주었음을 설파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21세기 화합의 생태학이 지닌 가능성이다. 그 실현성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유전자의 법칙에 대하여 설명한다. 상호 의존하는 종의 세상에서 숙주를 먹이로 바치는 기생충, 갈라파고스 핀치새가 보이는 생명을 위한 투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생물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능적으로 생존욕구가 강한 생물종의 특성을 통해서 인간이 생태계를 보존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자연과 상리공생을 추구하는 것임을 명백히 밝히기 위한 의도라고 보여진다. 여기서 나는 저자의 의도라고 표현했으나, 결국은 서로의 영역을 보존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저자는 믿는 것이다.

 

 

 

<격리된 낙원>을 읽고 나서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자연에 맞서기보다 더불어 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자연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의 시각을 본질부터 바꾸어야 한다. 생태계의 일부를 채취하였더라도 그 훼손된 영역이 재생되기 위한 인류의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류가 발명한 교통과 상업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류의 번식능력에 못지않게 생태계에도 그에 맞서는 진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연은 인류가 정복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쇠퇴를 막으려는 움직임은 자원과 이용자 간의 접근 및 이용, 상호작용의 원동력에 관한 문제로 귀착된다. 이것은 자연의 관리라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생태학적 범주에 한정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사회 조직과 인간을 포함한 개체군들의 행동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보존지역이나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은 종종 아무런 보상도 해 주지 않으면서 지역공동체들의 접근이나 이용을 일정 기간 동안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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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는 자생한다 - 척추, 그리고 마음까지 치료하다
신준식 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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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곧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임을 느끼곤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몸속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그 모든 게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니, 몸도 점점 약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 또는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우발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온다. 선천적인 질병이나 후천적으로 얻은 병명을 살펴보니, 유전적 요인보다는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심신의 균형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만병의 근원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그게 곧 마음이 아프다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척추는 자생한다>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척추전문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의 척추디스크센터 의료진이 공동집필한 책이다. 각 의료진은 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가슴 따뜻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줌과 동시에 우리 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척추'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려준다. 척추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척추를 중점적으로 혹은 과도하게 움직이는 일종의 직업병을 가진 경우가 많다. 질병의 발생원인을 하나둘 씩 되짚어보면 환자의 삶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골프선수 최경주와 신지애, 축구선수 박지성을 비롯하여 하이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과 마라톤 대회의 과도한 참여로 인한 척추손상, 오랜 세월 장사를 하면서 얻은 고질병, 잘못된 생활습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척추손상에 이르기까지 자생한방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의 계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살아온 날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지막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이 한의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들은 이야기에는 온갖 맛이 숨어 있습니다. 시고 쓰고 매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으로부터 문진을 받습니다. 세상의 문진을 받으며 느낀 것은 치유되는 기쁨에 가깝고 건강해지는 즐거움에 가깝습니다. 많은 분들에게서 받은 기쁨과 즐거움, 시고 짜고 매운 세상을 사는 맛, 거기에 진료하며 느낀 단상과 깨달음에 가까운 감상을 담아 풀어냈습니다.」- 본문 중에서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쓰러진 아버지의 사연이 눈물겨웠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일시적인 응급처리를 받으면서 간신히 걷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였다. 오랜 공백기간에 척추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 자신과 혹독한 싸움을 극복하고 재활약하는 최경주와 신지애 그리고 박지성 선수의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의료진은 의사와 환자로서 그들과 만나게 되었으나,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관계를 정리하지 않았다. 서로 인연을 맺은 것이 시작이 되어 이제는 서로의 삶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정 척추가 자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와 환자 간의 진솔한 관계가 큰 약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의료진의 치료기술의 영향도 적지 않으나, 환자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고질병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는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으로서 눈높이를 함께 맞출 수 있었던 시간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의료진은 척추, 그리고 마음까지 치료하는 사람들이다. 만병통치약은 바로 우리 몸에 숨겨진 자생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끔 도와준다. <척추는 자생한다>는 평상시에 주의해야 할 척추관리법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우리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잡고 진맥하는 한의사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읽어봐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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