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요시노 사쿠미 그림, 황선희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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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뱃사공이 되어 고즈넉함을, 그러나 내일은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리라.

라면을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한가득 부어놓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적이 있었다. 몇 분 정도 지나서 뚜껑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이 솟구쳐오르고 거품이 바글바글 튀어나오는 냄비를 목격하게 되었다. 물이 넘쳐서 흘러내리고 가스레인지 불꽃은 용암처럼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을 줄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냄비는 얌전해졌고 물은 반쯤 사라지고 없었다. 그건 나와 냄비에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잠하게 시작된 열기가 기어코 냄비의 뚜껑마저 열리게 만든 것이다. 나는 라면을 먹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라면을 끓이기 위해서 냄비가 뚜껑까지 열었다. 내가 불을 낮추자, 냄비는 다시 화를 식히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냄비를 향해 나 자신을 투영시킨 것이다.

 

나를 열받게 하는 그 불꽃에 대하여 말이다. 그리고 내가 먹으려던 라면, 그것은 내가 직면한 과제와 같은 것이다. 자극받은 냄비가 찬물을 뜨겁게 달구듯, 나를 자극하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생뚱맞게도 인생은 라면과 냄비인가? 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고작 라면을 위해서 냄비가 온몸을 불사르고 안간힘을 써야만 했던 것… 그게 이 청춘과 다를 게 무엇 있으랴 싶었던 게다. 불꽃만 조절해주면 무난히 끝나고도 남을 라면요리인데, 청춘의 과한 열정이 시답잖은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과 묘하게 겹치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인 데다 탈출할 재주도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내게 절망은 추락사가 아니다. 손가락이 아프다, 더 이상 내 무게를 견뎌 내기 끔찍하다, 라는 그 감각이 바로 절망이다. 아픔 너머에 기다리는 절망은 아무래도 좋다. 진짜 절망까지 한 걸음 남은 곳에서 나는 이미 절망하고 만다.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면 지금 느끼는 절망감이 최종적인지, 혹시 진짜 절망의 직전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p.30 절망감 중에서)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은 그런 시답잖은 청춘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는 절망감, 상실감, 혐오감, 허무감, 고독감, 초조감, 무력감, 과대감, 죄책감, 불안감, 피해감, 공허감, 위화감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유쾌하게 들려준다. 잠잠했던 청춘의 냄비를 쥐고 흔드는 불꽃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다. 청춘의 삶은 부질없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짧고 강렬한 것임을 암시하는 것일까. 청춘은 가진 것 하나 없는 신세임에도 꿈 하나로, 열정 하나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에…… 이 책은 청춘에게 불편한 진실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절망과 상실 그리고 허무와 고독을 겪어야만 했던 안타까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말한다. 지금 이 세상과 이 순간이 청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청춘의 감정으로 해석하는 세상 속 이야기가 덜 익은 감을 한 입 베어먹은 듯, 떨떠름하게 돌아다닌다. 오늘도 냄비 뚜껑은 신명 나게 들춤과 날춤을 춘다. 때론 열정이 지나쳐 모든 수분이 증발할지라도, 나는 신명 나게 청춘을 달구고 싶다. 별 볼 일 없는 청춘일지라도……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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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1
강벼리 글, 한태희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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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의 전개는 대충 이러하다. 평안도 철산 땅에 배좌수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에게는 장미꽃처럼 향기롭고 예쁜 딸 장화, 붉은 연꽃처럼 예쁜 홍련이 있었다. 그러나 두 딸을 얻은 기쁨도 잠시, 그의 부인 강씨가 몸이 쇠약해져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부인의 삼년상을 치르고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배 좌수는 새 아내를 맞아들이기로 한다. 계모 허씨는 흉측한 외모에 마음씨는 더욱 망측하여 그 모습은 차마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배 좌수는 허씨를 아내로 맞이했음에도 죽은 강씨가 남긴 재산으로 지금껏 잘 살 수 있었노라며 남겨진 두 딸에게 잘해줄 것을 당부하고서 슬퍼했다. 이에 허씨는 장화와 홍련이 시집갈 무렵, 재산을 나누어 줄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결국에는 자매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일전에 장편으로 된 장화홍련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고등학생 및 성인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이었기에,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묘사와 등장인물이 대립되는 구조가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었다. 그에 반해 이번에 읽은 《장화홍련전》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함축된 의미와 표현이 많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기만 하다.

 

마치 시조를 읊조리듯, 간략하게 핵심적인 내용만을 강조해서 최대한 그림책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 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장화홍련전》이라는 우리의 고전에 아동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저 계모의 부도덕한 행실을 지적하며, 착하고 불쌍한 장화와 홍련의 약한 모습만을 인식하게 만드는 듯하여 내심 조마조마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짧게나마 작품의 해설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림책으로 엮기에는 그 가치와 교훈이 지닌 참된 의미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고전에는 옛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 고전문학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며 옛사람들의 생각이 담겨진 그릇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된 《장화홍련전》을 읽고 고전문학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아동이 혼자 읽는 것보다는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독서지도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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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 심리학 - 반복되는 인생의 NG 장면, 그 비밀을 파헤치다
이남석 지음 / 예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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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인간과 인간의 심리전이다.

사람만큼 단순하고 또 재미있는 동물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도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 그 광경을 유심히 살펴보면 일정한 흐름이 감지된다. 우리가 저지르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실 본래 문제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될 만큼의 아주 사소한 불씨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심리가 궁금한 사람들은 중대한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자신과의 관계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타인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심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무삭제 심리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착각의 심리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을 타고나는 것일까. 성선설과 성악설을 떠올려보면 대체로 답은 뚜렷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서도, 내심 궁금증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의 심리에 관한 책을 읽으면 '자신'을 이해함과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는 사람이 많다.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심리전문가의 일목요연한 해석론과 일치한다면, 그건 자신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책을 읽은 것이다. 그에 반해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심리학에 접근하는 이유는, 나와 너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의 의식에서 지우고 싶었던 아찔한 순간과 상처 그리고 실수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한다.

 

"배우가 액션 장면을 찍을 때 헤매듯, 우리는 예전에 NG를 냈던 것과 비슷한 장면에서 또 NG를 낸다. 사기를 당했던 사람이 또다시 사기를 당하고, 실연의 상처로 몸부림쳤던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도 비슷한 문제로 헤어지게 된다. NG가 계속될수록 몸과 마음은 지친다. ……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만회할 기회도 많다. NG를 만다는 비밀을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안다면, 적어도 현재와 미래의 NG는 막을 수 있다."(프롤로그 중에서)

 

 

인생의 NG는 수없이 되풀이된다. 그러나 매번 같은 장면에서 NG가 발생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은 결과만으로 평가되곤 한다. 나와 당신이 어떤 시련을 겪어왔는지에 대해서 그 누가 궁금해할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인생은 마지막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라고들 한다. 그 말은 지금 이렇게 살아도 마지막에 성공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인가. 모순 같기도 하고 정답 같기도 한, 이 모호한 딜레마로 인해서 또 우리의 하루가 어제와 똑같이 흘러간다. 인생이란 드라마를 찍으면서 우리가 수없이 NG를 내고, 낼 수밖에 없는 이유와 사연들… 삶이 결과가 아닌 원인부터 인정해준다면, 그 과정에서 일어난 시행착오와 NG 장면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수와 실패를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나는 괜찮은데, 세상은 그걸 용납하지 않으니까.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싶은 실수가 있다면, 과감히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자.

《무삭제 심리학》은 당신의 NG 장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의 부조리함과 부질없음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저 나는 나, 너는 너, 이게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노컷 인생으로 가기 위한 심리학 처방전이다. 솔직히 여느 심리학 처방전과 마찬가지로 그리 독특하다는 느낌은 적었다. 그래도 인간의 심리란, 파고들수록 흥미롭고 또 단순하다는 사실만큼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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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 - 평균수명 100세! 호모헌드레드가 온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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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는 중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노년의 삶은 젊은 날에 우리가 축적한 재산과 같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곧 찾아온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보다 더 오래 산다니, 마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듯, 불안하고 조급해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오래 살 수는 없는 법. 누군가는 오래 살고 또 반대로 일찍 세상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라는 수치를 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오래 살 것임이 분명해진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젊을 적에 우리의 우상이었던 가치관이 머지않아 노년의 삶마저 지배하기에 이른다.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는 한시가 급한 중년을 위한 책이 아니다. 노년기를 코앞에 둔 사람더러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 마냥 전력 질주하라고 채찍질하는 책도 아니다. 매일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매일 은퇴를 준비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을 읽기에 앞서서 저자가 왜 이런 제목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면 어느 정도 답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후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은퇴를 원래의, 자연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사건이나 계기로 볼 수는 없을까? 인생의 한 단계를 졸업하고, 더 높은 또 하나의 단계로 올라가는 계기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오랫동안 입었던 몸에 맞지도 않는 두껍고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벗고 원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계기, 그래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p.82)

 

 

자신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은퇴 후 노년의 결실을 풍성하게 맺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은퇴란, 열심히 살아온 삶의 전반전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아직 나는 은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그 너머에 존재할 삶은 쉽사리 예측할 수도 없을뿐더러 구태여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부모님을 기다리는 노년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실까. 그 이면에는 어떤 삶을 위한 계획이 있을까. 나이 든 사람이 되어서야 제 빛을 발한다는 삶의 지혜, 그 지혜만으로도 충분히 노년의 삶은 보장된 것일까?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가장 시급한 건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교육과 일, 여가 생활을 구분 짓는 경직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인생의 어느 때라도 배우고 일하며 즐길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바람직한 인생은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일상생활에서 균형 있게 실행하는 삶이다. 항상 꾸준히, 새로운 것이 필요할 때 마다 공부하고, 도전의식을 가지며, 성취감을 안겨주는 일을 하면서, 돌봄의 가치도 인정하고 즐기면서, 동시에 놀이에도 몰두하는 삶이 가장 훌륭하고도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p.125)

 

노인의 삶을 위한 모든 요소가 갖추어진 실버타운에서 보내는 삶, 또는 애잔한 향수가 서린 시골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사는 삶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에서의 삶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삶이라도 값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이미 은퇴산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일본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은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스스로 만족하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관에 뿌리를 내리고 시작되었다. 그리고 삶 자체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창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나에게 은퇴 후 삶은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행복은 준비된 자를 먼저 찾아오는 법이라는 점,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 지금의 나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가 꿈꾸는 은퇴와 노년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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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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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세상이 맺는 관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제공해준 것은 아마도 가족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님과 맺는 관계를 시작으로 형제, 자매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관계를 통해서 최초의 성품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이기에 가능했던 모든 상황 속에서 우리는 천하무적처럼 또는 애정결핍, 욕구불만으로 가득 찬 몹쓸 인간이 되기도 한다. 출생순서와 부모의 양육방식에서 시작된 암묵적 강요에 의해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억누르고 다스리면서 살아왔을까.

 

우리가 말하는 행복한 가정이란, 어느 누구도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지 않는 건강한 가족이어야 가능하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으로서의 당연시되는 책임감은 어디까지일까. 가족이라도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가족이기 전에 개인으로서의 영역은 침범해서도, 훼손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간격을 조절하는 것이 참 어렵기만 하다. 내가 이만큼 베풀었을지라도 가족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정녕 가족은 평생 서로 베풀고 챙겨주면서 함께해야만 하는 관계인가?

 

"지금부터 우리가 이 책에서 시도하려는 일은 이 오래된 습관을 고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세상에 똑바로 서기 위해 가족과 나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하는 일이다. 새가 자라면 둥지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을 떠나 심리적 ·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프롤로그 중에서)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는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식과의 관계에서 상처와 오해로 고통받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담심리전문가인 저자는 직접 맡았던 가족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왜 가족인가.', '우리가 가족에게 상처받는,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나와 당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지금 당장 가족과 분리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보다 현명하고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매우 성공적인 가족에게도, 아니 오히려 성공적인 가족일수록 일치와 조화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불일치와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중에, 믿고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다. 성공적인 가족은 아무리 가족이어도 모두가 서로 다른 사람이고,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p.79)

 

가족에게서 당당히 독립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 가족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부모와 형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도 내심 속상하고 억울하다면, 그건 진정 자신과 가족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정작 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말이다. 평생 자신의 도움만 바라는 가족이 있을지라도 과감히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을 가족의 희생양이라고 고백하는 것에서 그친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음에도, 가족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마저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넘어야 할 갈등의 문턱이라고 생각한다. 글쎄, 그 누구라도 자신의 가족에 대하여 속 시원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말 못할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비단 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는 진정한 독립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모는 부모로서, 자식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베풀거나 인내해야만 한다면… 그건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이 책은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있다. 나와 당신은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과 가치관의 차이라는 것을 떠나서 냉정하게 가족의 의미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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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30 14:54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