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지음, 마리오 주카 그림, 박선령 옮김 / 로그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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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들의 삶은 진지하고 지루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그랬다고 인정해야겠지만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들 대다수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책벌레가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들 못지않게 방탕하게 살았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약물 중독자였고, 『반지의 제왕』을 지은 J. R. R. 톨킨은 지독한 구두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 D. 샐린저는 돌팔이 의사였다.」- 본문 중에서

 

세계적인 명작이라 칭송받는 문학 작품을 읽어보면 대게 열 권 중에 절반은 그리 감탄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의한 일명 후광효과의 몫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며,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기에, 감히 반박하고 나서지 못하는 입장이라서, 모든 사람이 칭송하기 때문에 무조건 칭찬하고 나서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 권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마치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너 아직도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지 못 했다는 거야? 좀 심하다. 그 작품이 얼마나 유명한데…'라고 깜짝 놀라는 것과 다른 게 무엇 있으랴.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하는 젊은이가 있었다는 사실로 인하여 그 작품이 은밀히 함축시킨 위대한 문학적 기술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물론, 그 사실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베르테르 열풍을 일으켰으리라 생각하지만… 책을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 작가를 만나는 것이 순서가 맞는 걸까? 아니면 작가를 만난 다음에 책을 읽어야 할까. 나는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읽고 나서 좀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부터 썩 내키지 않는 책 제목이었으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그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작가들은 작품으로 위장한 자신의 실체를 들켜버린 사람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를 일삼는 작가들의 사생활. 우두커니 사색에 잠긴 몽상가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들도 인간이라서 내적인 욕구불만을 해소할 권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다. 헌데, 부도덕한 행실이 극에 달하는 작가의 모습은 그가 탄생시킨 작품과 커다란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의도로 작가들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서 책으로 엮었을까. 굳이 그들을 향한 독자의 애정과 신뢰감을 자극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작품에 투영시킨 작가의 언행이 실제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사상과 예술행위를 분리해서 해석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나마 절제된 자세로 삶에 임했던 작가를 뽑자면 추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충격이 심했던 작가는 레오 톨스토이, 루이자 메이 올컷,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다. 뭐 사람은 사람이고 작품은 작품으로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독자로서 심기가 꽤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엄숙한 역사 속에 감춰진 위대한 작가들의 사생활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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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네 인생의 역사를 써라
이지연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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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차별과 무시. 여성의 삶에 대하여 글을 쓰는 순간이 찾아오면 항상 억울했던 사연이 먼저 떠오른다. 여자라서 행복했던 순간이 제법 많았음에도 사회의 냉정 앞에서는 나도 별수 없는 작은 존재였던가. 권력에 정면으로 승부하지 않고 속된 말로 '니들 맘대로 해라.'라는 말과 함께 뒤로 물러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예전에 가정주부가 차에 보란 듯이 부쳐놓았던 문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밥 지어놓고 나왔어요.'라고 적은 것이다.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고 삿대질하는 남성들을 향한 선방임이 틀림없다. 남녀평등시대가 조금씩 빛을 발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여성은 약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대세다. 그래서 여자고등학교에서는 오빠 같은 언니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걸까? 선망의 대상이었을까. 남자보다 멋진 여자라는 말은 왠지 당차고 굳센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에 반해 여자보다 예쁜 남자는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럽다. 이것도 나의 편견이려나. 남자가 남자답고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뭐 이런 거…

 

「파충류는 뇌에 화를 내거나 기쁨을 표현하는 능력이 퇴화되어 있어서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악어쇼에서 악어를 때려도 악어가 화를 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를 내지 않는 파충류 스타일의 여성들이 선호되는 대한민국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현실의 영향 때문인지 여성들은 화나 분노를 삭이는 습관에 길들어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분노해야 할 일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뇌는 퇴화하기 시작한다.」- 본문 중에서

 

 

 

이지연, 그녀는 대학원 졸업 후 영어 강의와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서른이란 나이에 단돈 1,000만 원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그녀는 '2002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외신보도과장, 로이터 통신 '2002 한일 월드컵' 기획부장 등 여러 국제행사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이지연 영어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여성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멋진 여성이다. 독립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과감히 포기해야 할 것과 도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라고 격려한다. 자신의 삶도 결코 평범할 수 없었음을 몸소 보여주면서 당당함을 잃지 말고 당차게 나아가라고 말이다. 이 세상은 머지않아 부드러움 속에 날카로움을 지닌 여성이 지배하게 될 것임을… 저자는 말한다. 결혼생활도, 연애도 모든 것에는 프로다운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일하는 여성만이 능력 있고 아름다운 걸까? 전업주부로서 살아갈지라도 그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의 몫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사랑받는 아내, 엄마가 되고 싶다면 자기 자신부터 가꾸어야 한다고 말이다. 더 나아가 세상이 인정하는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면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당신이 그럼 어떻게 노력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이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바로 당신의 가슴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서자. 그리고 끈질기게 노력해서 정면으로 승부하자. 더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도록! <여성이여, 네 인생의 역사를 써라>는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어 당당히 승리한 매력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기계발서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이제 당신의 역사를 서서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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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의 심리학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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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상을 위한 만남, 친목을 위한 만남이 될 것이다. 협상은 말 그대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맞선이나 면접 또는 계약이 주를 이룬다. 그에 반해 친목은 연인, 친구, 동호회 모임과 같은 것이 되겠다. 나는 진정한 만남이란 협상의 단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그 관계가 깊어지고 비로소 친목의 단계로 넘어감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다. 바로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첫인상이 아닐까. 어떤 이유로 만나느냐에 따라서 서로를 향한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습이 좋게 보이기를 기대한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취업준비생, 짝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학생, 직장 선후배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신입사원, 부푼 꿈을 안고 식당을 개업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처음 만나는 상대방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후에 형성될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첫인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러나 인간의 선입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 보여서 손해 볼 것 없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에 저자는 <첫인상의 심리학>에서 왜 첫인상이 중요한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좀 밉상으로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진가를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업무상으로 만난 사람, 한번 보고 안 볼 사람일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또한, 그 사람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장기적인 만남을 위한 첫인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첫인상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전체적인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에는 외부적 요인도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성격, 즉 공감력과 경청하는 자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부담스럽고 낯선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마치 콜센터 직원과 대화하는 듯,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말과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굳게 닫히게끔 하는 치명적인 실수라는 것이다.

 

 

 

「인간의 만남은 어떤 의미로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이쪽이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이렇게 답을 하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대개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그런 시나리오를 스크립트라고 부른다. 인간의 만남이 연극이라면 시나리오가 꼭 필요하다. 즉 첫 번째 만남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가라는 시나리오를 잘 써 두는 것은 첫대면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본문 중에서

 

인간의 만남이 연극이라면 그것은 심리학을 기초로 하는 고난도 작업임이 틀림없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상의 옷을 입거나 쾌적하고 조용한 장소를 지정하여 만나는 것도 다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긍정적 가치와 호감도 상승을 도와줄 요소로 가득한 공간에서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말과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야말로 다음을 기약하며 만남을 끝내야 한다는 틈새 공략을 소개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쉬움이 느껴지게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면 그 만남은 성공적이라는 것, 곧 우리의 첫인상도 성공했다고 보면 된다. <첫인상의 심리학>은 잔머리를 잘 굴리는 재치있는 인간으로 거듭나야지만이 첫만남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유도하는 것 같아서 좀 석연찮은 구석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것도 능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첫 만남에서 어떻게 행동하였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는데, 저자가 말한 첫인상의 기술에 다소 못 미치는 미약함이 적지 않았음에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책은 혼자 간직하고 필요할 때마다 읽고 싶어진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꾸준히 연습한다면, 좀 의도된 것일지라도 나의 첫인상이 제법 놀라운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내면에는 진정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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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 - 대학, 취업에 관한 신개념 지침서
이상민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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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교육의 장은 더욱 확장되었으며, 그에 따른 교육 참여의 기회도 다양해졌다. 이제 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그 어떤 제약 없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다시 생각할 수 있다. 배운다는 것은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것임과 동시에 그 배움은 대학을 졸업한다고 결코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진로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수많은 청소년들, 그들은 자신이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주 명확한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걸 모르고 있다.

 

나는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를 접하기 전에 마틴 메이어의 <교육 전쟁>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 그 책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교육의 실태에 대한 고발성이 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입시전쟁으로 서서히 시들어가는 한국 학생을 향한 안타까움과 그 모순으로 가득한 교육의 틀을 과감히 부수지 못하는 나약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이번에 읽은 책은 한국인으로서 바라본 한국의 대학교육이 지닌 기능의 한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대학이 언제부터 출세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자,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렸는가. 배움을 논하면서 질이 아닌 양으로서 승부하려는 우리의 가치관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될 수도 있기에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자는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다소 거북함이 느껴질 만큼 강경한 태도로 대학의 실태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교육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대학은 본질적인 경쟁력,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지식, 세상을 선도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에 학문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히지 말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여전히 2억 6천만 원짜리 부도 수표를 난발하는 사기전문기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현시점에서 판단하자면 대학은 날로 팽창해지는 지식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 따른 실질적인 지식,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직 대학만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면서 정작 대학생이 대학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다소 비관론에 불과한 걸림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자금 대출로 인해 취업을 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대학에 떠 넘기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대학이 제공하는 지식의 한계가 있을지라도 그것을 토대로 제2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는 자의 몫이 아닐까? 저자는 명확한 목표 없이 대학만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비싼 등록금만 날름 챙기고 학생들의 미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가 대학의 기능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대학이 자처한 것인가? 또한, 저자는 대학교수의 무능력함을 지적하고 있다. 끊임없이 몰입하여 연구하는 교수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권위적·수직적이라는 점, 교수와 학생이 처한 현실의 극과 극에 대해서도 문제점은 심심찮게 드러난다.

 

글쎄, 나는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에서 명백히 주장하는 대학의 변화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고 싶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아직도 대학이라는 말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대학이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대학과의 상호협력기관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설령 대학의 희소성과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을지언정,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에 정통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그래도 이론지식의 한계가 있더라도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립하여 당당히 사회에 한자리 차지하는 불굴의 신화를 이룬 자가 있을지라도 사회에 맞물린 구성원을 파고들어 가면 여전히 대학 동문이 다양하게 얽혀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개인과 개인이 협력하여 이러한 모순을 서서히 부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대학의 기능을 빌리지 않고 일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말고 나아가라고 당부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이 책은 입시교육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게 현실을 정확히 읽으라고 충고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평생 배운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왜 그렇게 배움을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질문 속에는 저자가 지적한 대학의 기능도 등장할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이며,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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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이야기 고사성어 꿈의 자유 (자유로운 아이 책읽기 레벨 3) 1
도미노주니어 편집부 엮음 / 도미노주니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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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형태가 변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인성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어른이 사라지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예절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으며, 양육비와 사교육비의 증가로 외동을 선호하는 신세대 부부의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형제간의 우애를 통한 공동체 생활을 학교에서나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입시교육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교에서는 인성교육 즉, 도덕과목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 특정과목이 학교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들의 지식은 날로 팽창해지고 그로 인한 수렴적 사고는 확산되고 있으나, 타인과 더불어 사는 공감력과 감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그나마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도시의 부모들은 명성이 자자한 서당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맞벌이 가정에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아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문제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당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그런 상황은 아닐지라도 결국은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이자 마지막 선택으로 우리의 전통과 예절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서당이 선택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의 인성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요즘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속담과 고사성어를 한낱 가십거리나 농담에 접목하여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연예인이 많다. 방송을 보면 한쪽에서는 '바른말 고운말'을 강조하고 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비속어의 사용이 남발하고 있는 대조적인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아이들은 말과 행동에 대한 예절의 개념이 올바로 정립되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은어를 만들기에 이른다. <얼렁뚱땅 이야기 고사성어>는 일상생활에서 부적절한 언어사용이 심각하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속담과 고사성어가 생소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많이 쓰는 고사성어의 유래와 그 의미를 만화와 이야기, 속담,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고사성어가 지닌 깊은 뜻을 몸소 느껴보지 못한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게다가 영어에 익숙한 아이들이 한자로 구성된 고사성어가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조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잠시나마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수많은 말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말들이 있어요. 열 마디 말보다 더 정확하고 간결하게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고사성어가 바로 그런 말이지요. 고사성어가 그러한 힘과 생명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옛이야기(古事)로부터 이루어진 말(成語)'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고사성어에는 단순한 말 이상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담겨 있는 거지요.」- 머리말 중에서

 

<얼렁뚱땅 이야기 고사성어>는 만 10~12세를 대상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러나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접하는 고사성어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다.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한 건강한 자존감 형성의 시작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사성어와 한자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당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통교육과 현대교육을 접목하여 현시대의 아이들이 지닌 성향과 가치관에 유연하게 파고들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와 천자문 외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최종 목표는 바로 '건강한 인격체 형성'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더욱 세분화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얼렁뚱땅 이야기 고사성어>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속담과 고사성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말 것이냐, 혹은 부모나 지도교사가 함께 읽으면서 하나의 속담에 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고사성어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은연중에 아이들의 인성에 유연한 자극을 주는 계기로 삼을 것이냐가 두 가지 접근 방식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책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될 것이며, 아이들은 뜻 모르고 사용했던 고사성어에 담긴 유래가 신비롭게 다가올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이 인성교육의 시작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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