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신화 - 현대 소설 속 종교적 인간의 이야기
유요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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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무신론자임을 강조하는 사람일지라도 신봉심마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의 믿음이 향하는 존재의 유무에 따라서 삶이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섬긴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섬기는 것과 같다. 때로 그 적정선을 넘어서 특정대상을 향한 집요한 갈구와 매달림이 신봉의 의미를, 또는 자기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 세상에서 숭배와 염원의 영적 행위로서 존재하는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에 의해 그 양면성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는 결국 종교를 인용하는 삶, 종교로 둔갑한 극악무도한 삶,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삶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런 삶이 존재할수록 종교의 힘은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곧 그러한 종교에 신봉하는 인간이 증가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인간과 종교. 종교는 지금 어떤 형태로서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가. 종교적 관점에서 인간을 해석한다면 어떤 정의가 내려질 수 있을까.

 

「우리는 종교가 과거를 통제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죄나 부정등 종교적 지침에 어긋나는 과거의 일들을 속죄나 정화 등의 의례를 통해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신화적 이야기도 종교적 인간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본문 중에서

 

 

「『1Q84』는 매우 복잡하게 뒤얽힌 방식으로 인간의 종교적인 면모들과 여러 종교적 세계관에 대해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종교학자를 직접 인용하여 설명하는 것을 보면, 저자 하루키의 종교학에 대한 이해도 상당한 듯하다. …… 나는 이 장에서 『1Q84』의 방대한 분량을 모두 검토하며 종교적 요소들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고자 하지 않겠다. 대신, 『1Q84』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종교적인 면들을 검토하여, 인간이 지향하는 바의 표상으로서의 종교와 성스러운 존재의 경험으로서의 종교가 이 책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 시대의 신화>는 현대 소설에 등장하는 종교적 인간관을 찾아보았다. 왜 하필이면 소설을 통해서 찾아야만 했을까. 소설이 시대와 인간의 사상을 거스름 없이 반영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인가. 조지 오웰 『1984』, 윤태호 『이끼』,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코맥 매카시 『로드』, 헤르타 뮐러 『숨그네』, 스테프니 메이어 『트와일라잇』, 밀란 쿤데라 『불멸』, 윤대녕 『천지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신화>는 현대 소설 속 종교적 인간의 삶을 통해서 종교와 신화의 기원에 대하여 말한다. 문학작품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 그 속에는 종교적 성찰을 향한 인간의 내적 아우라, 그리고 종교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인간의 신봉과 신앙적 삶이 깊숙이 내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종교학적 관점에서 작품을 읽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것이 문학작품을 해석하는데 유용하고도 유일한 독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종교에 의한 것이라는 관점을 떠나서 현실의 인간 혹 소설의 인간이 보여주는 삶은 결국 무언가를 염원함으로써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곧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문학작품을 해석함에 있어 시대와 관습 그리고 인간과 종교는 필히 고려되어야만 하는 근본조건이다. 그 안에는 역사적, 사회적, 자연적, 과학적, 심리적 관점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이 세부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종교와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스스로 확인하며, 종교학적 관점을 이용하여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들을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현대 소설 속 종교적 인간을 찾아가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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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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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은 모두 말랑말랑하다. 그것은 곧 인간의 살아있음이 굳지 아니하고 유연하다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내가 습득한 지식의 세계를 통하여 내린 삶의 정의는 그런 것이다. 돌처럼 딱딱한 인간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정의, 삶의 목적을 상실한 자의 혈색이 파리하고 노르스름한 것과 다를 게 무엇 있으랴. 선현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속에서, 그 가르침이 모두 유익한 것이냐라는 모호한 생각에 이르렀을 때, '아, 나도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지혜를 정리해보아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자, 맹자, 노자, 한비, 제갈량, 알렉산더, 소크라테스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식의 세계에서 만난 그들의 사상은 하나의 산에서 시작된 산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도덕경과 한비자를 통해서 나는 무엇을 배웠으며, 그것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는 점이 지적쾌락의 임계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도를 얻은 사람은 상당히 훌륭한 인격과 소양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죄악이나 번뇌로부터 멀리 벗어나 인위적인 행동 없이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긴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또한 풍부한 창조력도 지니고 있다. 다만 자기 재능을 내보이며 남들의 시선을 끌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잠잠하고 깊이가 있어, 추측으로 그들을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본문 중에서

 

 

그들의 삶에서 주제를 선별하고 재검토하여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는 것. 인생 사는 법에 대하여 너무나 많은 술법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기에, 식상하고 진부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그들이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우습게 넘어갈 이치와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하늘 아래에 그들이 사라진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이 남긴 삶의 술법을 다시 파고들어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노자와 한비,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는 도덕경의 처세와 한비자의 통솔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지금 끊임없이 출간되는 처세술과 리더십에 관한 책의 뿌리는 아마도 도덕경과 한비자가 아닐까 싶다. 굳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음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남기고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하여 모두 나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더이상 돌아갈 곳은 없으나, 그 길을 바꿀 수는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확실하다. 처세에 통달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만인을 통솔하여 현명한 선두자로 나서고 싶다면 노자와 한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독선을 버리고 충고를 수용할 것이며, 믿음을 바탕으로 권위를 세우라."고 한비가 말하였다. 그리고 "앎과 행동이 하나가 될 것이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라."고 노자가 말한다. 그야말로 굳지 아니하는 인간이 될 것을 항상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나는 살아있는 것이란 말랑말랑하다고 했다. 노자와 한비는 부러짐과 휘어짐의 중심을 잃지 말라는 충고를 남기는 듯하다. 불확실한 시대를 현명하게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것은 시대의 요구이자 생존전략의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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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환경 과학동아 스페셜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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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환경은 이 세상을 지탱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고갈되는 자원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가설과 검증을 기반으로 한 과학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존을 전제로 한 과학적 시도는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특별한 영역에 속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과학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되어있음에도 말이다. 인간의 사고능력에 있어서도 과학적 접근방식은 사물의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탁월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앎과 지식체계를 연구하는 분야가 확정되었으며,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학습법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인간과 과학을 두고 말한다면 끝없는 찬반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무엇에 근거할 것이며, 무엇이 핵심이며, 무엇을 수단으로써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융합형 과학 교과서가 고등학생들에게 새로운 형식과 모습으로 배포되었다. 기존의 과학 교과서가 지녔던 한계와 영역을 한층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융합형 과학교육의 시대를 열고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나는 과학 교과서가 달라진 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물리 · 화학 · 생물 · 지구과학의 개별적인 부분을 다루되, 이제는 통합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한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 이러한 변화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서로 다른 학문과 학문의 지식이 통합과 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앎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에 따른 문제의 인식과 해결에도 융합된 사고력을 활용할 수 있게끔 과학교육이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할 때, <에너지와 환경>이 다루는 내용은 장차 펼쳐질 과학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을 암시하는 것임과 동시에 융합형 과학교육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명확한 개념을 세우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5년간 《과학동아》를 발행하면서 축적된 과학기술자들과 과학 전문 기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학생들로 하여금 융합형 과학 교과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집필, 또 앞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목차에 맞추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더욱 세분화된 교과내용을 지지하고 또 그에 필요한 자료를 보충하는 역할로서 새롭게 탈바꿈한 《과학동아》, 과학 교과서의 학습 보조 자료로서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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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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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공에 떠오른 날이면 아무도 없는 강가를 찾아간다. 내 몸이 느끼지 못하는 바람일지라도 강물은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면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몰라도 먼 곳에서 밀려오는 물결의 넘실거림을 바라보면, 문득 내 마음에도 파동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고즈넉함 속에 감추어진 바람의 방향 따라 넘실거리는 강물의 파동. 간혹 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를 중심으로 회오리모양을 일으키는 물결을 보게 된다. 그 모든 물결은 아닐지라도 미미한 물결의 중심을 잡아주는 바위의 꼭짓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모두가 유유히 흘러가건만 왜 유난히 녀석은 솟아올라 물살의 흐름을 방해하는가. 혹 지금 내 마음이 그렇지는 않은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강물의 흐름이 지금은 보인다. 지금에까지 오른 내 마음은 하나의 수행이었고, 또 그 결과였을까. 저 먼 곳에서 시작되었을 강줄기로부터 흘러와 지금의 내 앞을 흐르기까지의 시간들…… 강의 기다림, 인내, 고뇌… 그 모든 것을 깨우치려면 아마 시간은 영원히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면 그 흐름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멈추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한……

 

「제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습니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이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혜민 스님의 책을 읽다가 강가를 찾아갔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법에 대하여 말한다. 물결 따라 내 마음도 책장을 쉼 없이 넘겨간다. 웃음꽃이 만발하는 강가에는 많은 사람이 서로 마주치며 길을 오간다. 나는 그 한켠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거늘, 스님이 정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리더러 무작정 찾아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알아가는 과정을 이 책에 제시해놓았다. 때로는 그것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음을…… 사는 동안에 끝없이 치솟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형벌을 받은 죄수가 될지언정, 그 죄수가 마침내 자신의 딜레마에 빠지는 슬픔은 겪지는 않겠노라며 다짐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 혜민 스님을 둘러싼 껍데기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가 참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출가를 결심한 혜민 스님의 삶을 두고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많은 기로에서 소신을 지키며 출가를 결심하게 된 혜민 스님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서 산다는 것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스님의 뚜렷한 가치관과 자신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관계, 사랑, 마음, 인생에 대하여 혜민 스님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제는 당신이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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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괜찮아 1 : 천둥 도깨비 편 - 배꼽 할아버지의 유쾌한 이야기 괜찮아요 괜찮아 1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양윤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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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할아버지의 익살스러운 풍자 속에 숨겨진 긍정의 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두 눈과 귀를 꽁꽁 얼어붙게 할 만큼 엄청난 괴음의 천둥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꽉 감은 두 눈을 살며시 떠보니, 천둥 도깨비들이 집안에 들어와서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난데없이 찾아온 천둥 도깨비를 보면서 후들후들 떨리는 소년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인자하게 웃기만 할 뿐이다. "어이쿠! 천둥 도깨비가 찾아왔구나! 뭐, 괜찮아요, 괜찮아. 모처럼 왔으니 편히 놀다 가시구려."(본문 중에서)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나쁜 속셈을 가지고 소년의 집에 침입했던 천둥 도깨비들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할아버지의 지나친 친절과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마는데…….

 

 

 

<괜찮아요 괜찮아>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크게 당황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에는 "천둥 도깨비가 배꼽을 떼어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천둥이 치는 이유가 곧 먹구름 위에 사는 천둥 도깨비들이 북을 두드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것이다. 책에서 천둥 도깨비는 할아버지와 소년의 배꼽을 떼어가기 위해서 집으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시작으로, 같이 목욕도 하고 자신의 옷도 빌려준다. 과도한 친절에 마음이 약해진 천둥 도깨비들은 그만 자신들의 목적을 잊어버린 채, 하늘나라로 도망가버린다. 그러나 그들의 오랜 버릇은 고칠 수 없는 법.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할아버지와 소년의 배꼽을 살짝 떼어버린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서, 우편배달부가 한 통의 편지를 가져다주었고 그 안에는 배꼽 두 개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소년은 서로 배꼽을 붙여주게 되는데, 소년은 그만 할아버지의 배꼽을 이마에 붙여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괜찮아, 괜찮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소년의 모습! 그저 괜찮다는 말로 상대방의 굳게 닫힌 마음을 녹여버린 할아버지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아이들에게 짧고 굵직한 교훈을 선사한다. 제아무리 험상궂은 악당이라도 사람의 진실된 마음마저 거부할 수 없는 법. 타인에게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똑같이 맞대응하거나 불같이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천둥 도깨비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끔 친절함을 가장한 따끔한 가르침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괜찮아요, 괜찮아!"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괜찮다는 말에 인색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상대방의 약점을 꼬집어서 아프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긍정의 힘과 더불어 재치있게 풀어나가는 임기응변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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