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 집중의 힘 - 당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라
조지프 카딜로 지음, 이미정 옮김 / 지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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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적을 배제한 영역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것이 바로 집중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도처에 널린 잡다한 요소들로 인해 정작 초점을 맞추어야 할 곳을 잊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노릇인지… 그렇다면 집중력은 유혹에 맞서는 힘일까.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수한 정보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야만 목표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 언젠가 조용한 방에서 공부를 하려는데, 시곗바늘의 미세한 소리에 신경이 쏠렸다. 결국은 건전지를 꺼내서 시곗바늘을 멈추게 하는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원인은 시곗바늘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목적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 자신의 정신력이 한곳에 머물 수 없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상이나 참선을 하는 것, 즉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어서 통일시키는 행위를 통해 정신을 단련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신빙성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집중력을 위한 집중이 아닌 내가,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고 집중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아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중력에 관해 남다른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 그러나 표현이 조금 다를 뿐, 결국은 하나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집중력이다. 그렇다면 <0.1초 집중의 힘>에서는 집중력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1890년에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선구적인 심리학 연구를 실시하여 주의집중력이 인간의 판단과 성격, 의지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주의집중력이란 '정신이 공존하는 목표나 생각처럼 보이는 것들 중에서 하나를 명쾌하고 생생한 형태로 포착하는 것'이다. 제임스는 더 나아가 주의집중력이란 특정 사물에서 초점을 돌려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머리말 중에서

 

저자는 무술인이 경험하는 정신세계의 무한성에 빗대어 집중력을 표현하고 있다. 상대 선수의 행위를 예측하고 방어와 공격을 하는 단순해 보이는 행위를 통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는 애써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많이 쓰지 말 것이며, 초심과 무심을 행하는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집중의 힘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여러 심리학자가 발표한 주의집중력에 관한 실험결과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큰 그림을 무시한 채 정확한 생각을 하느냐, 정확한 생각을 무시한 채 큰 그림을 보느냐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p.30) 이는 때와 장소에 따라 집중력을 발산하거나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두 요소는 서로 상호보완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배제할 수 없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술 훈련에서는 주의를 전환해가며 넓게 보다가 좁게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기술이며, 어렵지 않다고 가르친다. 집중과 실행은 무술 훈련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과제를 제대로 처리하는 순서를 뜻한다. 집중해서 특정 과제를 실행하고 정화하고 나서(마음을 비우고 나서)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면서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글을 읽느냐에 따라서 습득할 정보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정보가 나누어지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는 방법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인식의 대상이 명확할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아집중, 환경집중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일치성에 따라 집중력이 미친 결과가 다양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체감각 즉 호르몬에 귀를 기울이거나 감정의 상태 또는 이 모든 것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략을 세우는 것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쏠리는 경험을 자주 겪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존재를 해석하는 능력부터 올바로 키운다면 집중력을 저절로 향상될 것이다. <0.1초 집중의 힘>이 다루는 내용은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객곽적인 시행착오에 의한 정보를 통해 나름대로 하나의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부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이다. 집중에 대하여 너무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질 뿐이다. 말 그대로 정답은 없다는 것,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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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회복력 - 피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내는 7가지 회복력 기술
캐런 레이비치 & 앤드류 샤테 지음, 우문식.윤상운 옮김 / 물푸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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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을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대처하는 자세가 다른 사람이 부지기수다. 시련과 고통을 극복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자면,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의 처지와 성격 그리고 주변요소를 하나라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해석한다면 그건 좀 무리가 아닐는지. 상처가 났을 때, 그 상처부위와 손상 여부에 따라 아무는 시간이 다르고 처방되는 약도 다르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물고 미약하게나마 흔적이 남는 것이 바로 상처다.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끔찍한 상처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상처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절대 회복력>은 피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내는 7가지 회복력 기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피할 수 없는 역경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나와 당신이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역경이란……

 

「실시간 믿음이란 역경의 순간에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으로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 믿음은 개인이 역경, 도전, 새로운 경험에 직면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한다. 회복력 기술을 적용할 때 가장 자주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실시간 믿음이다. 실시간 믿음은 특정 감정을 느끼고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서 실시간 믿음은 역경에 대응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취하는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본문 중에서

 

실시간 믿음, 바로 저자가 주목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쉽게 말해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믿음은 우리 자신이 정립한 것으로 매우 주관적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저자는 책을 통해서 '역경'을 대처하는 회복력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그가 본질적으로 다루는 것과 우리가 중점적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역경'이라 불리는 것들이 생성된 이유가 된다. 여기서 저자는 8가지 사고의 함정을 제시한다. 바로 속단, 터널 시야, 확대와 축소, 개인화, 외현화, 과잉 일반화, 마음 읽기, 감정적 추론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편협한 사고에 의한 우리의 착각과 오해다. 또한,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전적으로 자신 혹은 타인에게 몰아붙이는 경향도 적지 않게 드러난다. 위의 8가지 사고 중에서 예를 들어 '속단'의 경우를 보자.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 확인된 사실이 하나도 없거나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적으로 기정사실화하거나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로 속단이다. 이는 나머지 7가지 사고와 연결되는데, 오해가 오해를 낳음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타인의 비언어적인 신호를 자신의 주관대로 해석하는 사람이 바로 속단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회복력은 일종의 마음가짐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자기 삶을 아직 제작 중인 미완성 작품으로 바라보게 한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탐험가 정신을 자아내고 지지해 준다. 또한 자신감도 부여한다. 그래서 직장에서 새로운 책임을 떠맡고 사귀고 싶은 사람에게 용감하게 다가가고 스스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타인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경험을 추구한다.」- 본문 중에서

 

 

<절대 회복력>은 우리가 역경이라 부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말한다. 고난과 역경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모두가 겉으로는 행복하게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법이거늘. 내색을 안 하고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치유하면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느냐가 될 것이다. 저자는 그리 어려울 것 없다고 말한다. "사고방식을 바꾸어라. 인생이 영원히 바뀐다."(p.486) 이 책을 읽으면서 '자문자답'의 필요성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를 묻고 또 물어라. 무엇이 문제인가? 또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정말 문제인가? 다른 문제는 없는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정작 애초의 문제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 이 방식이 어렵다면 책이 제시한 8가지 사고의 함정에서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재해석해보길 바란다. 책의 분량이 결코 적지 않아서 무척이나 광범위한 이론과 내용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분량과 회복력을 되찾는 법을 떠나서 말 그대로 왜 누구는 역경을 이겨내고 누구는 무너지고 마는지에 대하여 궁금해서 읽었다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나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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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뛰게 하라 - 뜻밖의 생각을 뜻대로 실현시키는 힘
노나카 이쿠지로 & 가쓰미 아키라 지음, 양영철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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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 범위가 확장됨으로써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말하는 책을 다양하게 읽어보았다. 그러나 저자가 실제 경험한 것을 그대로 책에 소개하거나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자, 그것이 곧 창의적인 사고력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의 한계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이번에 읽은 <생각을 뛰게 하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례를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방송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호리카와 고등학교를 비롯해서 소형차의 기적을 일군 도요타의 iQ, 상식을 뒤엎는 신개념 복지시스템을 갖춘 사회복지법인 무소 등 그 외에도 몇몇 사례가 차례대로 소개된다. 이 책에 실릴 수 있는 자격은 상식을 타파하는 신개념을 이룬 불굴의 의지를 지녀야만 한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톡톡 튀는 발상의 전환이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의 자기실현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동물들은 야성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관람객은 삶의 목적을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즐거움을 얻는다. 이것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꼽히는 이유다.」- 본문 중에서

 

「새로운 지식창조에는 가설이 필요하다. 가설은 눈앞의 구체적인 미시적 현상을 보편적인 거시적 개념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우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깊게 관여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힘을 쓰느라 더 큰 문제로 눈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 중에서

 

 

 

 

철조망에 갇혀 제 본능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육사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의 모습을 과감히 탈피한 아시히야마 동물원, 기존의 입시교육 방식을 버리고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와 창의성을 자극하는 자기 주도적 시스템을 시도하여 학생의 행복을 되찾아준 호리카와 고등학교, 음식의 장식으로 쓰이는 나뭇잎의 특성을 사업화하여 산골 마을에 생기와 활력 그리고 기적을 만든 주식회사 이로도리, 도심 한복판에서 벌의 자생력을 이용하여 화려한 쇼핑 천국을 꿀벌의 천국으로 바꾼 긴자 꿀벌 프로젝트, 최대 2천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하나로 통합된 거대한 사무실로 만들어 전 직원이 모두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이슌칸 제약소에 이르기까지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낸 그들의 독특한 발상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사이슌칸 제약소는 다양한 부서가 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기업도 시도해볼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생각을 뛰게 하라>는 발상의 기적을 대표하는 놀라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하나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해주는 형식이었다면 보다 구체적인 접근과 이해가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재차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바로 인간의 사고는 무한한 능력과 가치를 지녔다는 점이다. 한계가 보인다면 그것이 곧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되겠다는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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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2-02-2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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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왜 쓰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았을 뿐이다. 무엇이란 존재를 알아야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제법 누렸다는 미치너의 작품을 단 하나라도 읽어보았다면 <작가는 왜 쓰는가>의 내용을 보다 풍부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하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는 타고난 재능과 신념으로서 승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글쎄, 이러한 결과물을 두고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앞서 읽은 <소설의 시대>라는 책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책을 통해서 소설이란 무엇인지, 작가의 기능이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일말의 지식을 섭렵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제목 그대로 작가의 존재 이유, 작가가 추구하는 사상의 본질에 대하여 다루지 않는다.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작가가 그동안 자신의 집필에 영향을 주었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며, 소설 창작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밝히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가 죽기 4년 전에 쓴 마지막 저서로서 자신의 문학적 삶을 대변하고 또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읽으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도움이 되는 대상은 이미 작가이거나 언젠가 작가가 될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내가 작가로서 그 한 고리를 이루고 있는 이 연면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읽기는 쓰기를 낳고, 다시 쓰기는 읽기를 낳는다. 나는 발자크, 카뮈,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디킨스, 하디, 멜빌, 치버John Cheever, 1912~1987 등의 작가를 읽지 않고 문학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문학청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을 획득한다는 것인가?」- 본문 중에서(p.119)

 

 

 

누구나 아는 것에 대하여 말하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 그들을 자극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작가로서 제대로 된 글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미치너는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서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일례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거나 시대의 코드를 읽는 오직 그 부분만을 누리는 대중소설을 가장한 상업적 소설을 작정하고 쓰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낱 가십거리로 치부될지언정, 부와 명성을 단시간에 쟁취할 수 있다는 장점 그것이 곧 대중의 심기를 자극하고 오히려 자신의 작품을 도마 위에 올리는 효과를 주는 것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는 작가가 있다는 점이다. 문학계 동지들은 그러한 부류를 작가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차단시킬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여튼 간에 미치너는 이런 말도 했다.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라. 그렇게 하여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 나가게 하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말인즉 진정한 독자를 가려내기 위함일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듯하여 내심 거부감이 느껴질 법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의 수준이라는 말이 자칫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으나, 특정 주제를 다루는 책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책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을 갖추라는 뜻일까. 미치너는 자신의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는데…… 독자를 위한 배려가 이런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도 될 듯하다. 아니, '작가가 작가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해도 되려나. 이 책에는 제임스 미치너의 엽편소설 <도대체 버질 T. 프라이는 누구인가>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단편보다 짧은 소설임에도 그의 문체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제임스 미치너적인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읽어봐도 손색없을 지성인의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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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의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
김병후 지음 / 나무생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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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정리한다. '나'와 '너'라는 개념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성립과 마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세상은 오직 나라는 사람이 또는 너라는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 믿고 싶은 것들은 온 천지에 널려있다. 나의 발전을 위해 시도때도없이 출판되는 자기계발서, 나의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입하는 의학박사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데 유용한 편의시설도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나의 애정이 식지 않도록, 나의 엔도르핀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늘 함께하는 연인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나를 위한 것인가. 혹 너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는 <너>를 통해서 이렇게 말한다. "너를 생각할 여유조차 벅찬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너'를 아는 것을 미룰 수는 없다. '나'는 살기 위해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머리말 중에서)

 

 

 

 

그는 '너'의 탄생을 설명하기에 앞서 생명체의 진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생태계에서 동식물이 공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본능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는데… 그 언젠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의 탄생과 멸종 그리고 강자에 가려진 약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한다. 강력한 힘을 가졌던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에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포유류도 덩달아 출현했다. 그러나 몸집이 크고 소비되는 에너지양이 많았던 공룡의 활동성에 비해 포유류는 항상 목숨을 지키려고 어둠 속에 숨어 살아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공룡은 에너지 섭취를 위해 움직임이 많은 온혈동물이 되었으며, 포유류는 열악한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혈동물이 되었다. 포유류는 강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생존본능 및 몸의 기능을 진화시키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자신의 강력한 힘에 의존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했던 공룡은 멸종하고 말았으나, (물론 공룡이 멸종된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진화한 포유류는 무리가 모여서 집단생활을 함으로써 '나'와 '너'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점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큰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공룡과 포유류의 예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단순하고도 강력한 핵심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너>는 생명체의 퇴화와 진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말과 행동 속에 숨겨진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나'와 '너'의 개념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말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내 행동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이뤄지는 행동의 극대화와 남을 위한 삶은 서로 모순된다. 너를 위한 삶을 위해, 너보다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 삶의 역설적 어려움이다.」- 본문 중에서

 

 

 

위에 제시한 책의 본문내용은 결국 인간관계의 역설적인 기능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 모순을 비켜갈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나'와 '너'라는 존재로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나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 따로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초반에 공룡과 포유류 이야기를 상당수 차지했던 나의 서평이 <너>라는 책이 다루었던, 하고자 했던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게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핵심 키워드는 '상리공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공룡처럼 스스로의 강인함을 믿고 철저한 독립만을 추구하고 살아간다면 '너'라는 존재를 굳이 인정하고 수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너'라는 존재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반드시 '나'라는 상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러한 맥락에서 철저한 이기주의로 무장한 공룡과 공생하는 포유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뇌를 구성하는 물질과 인체의 호르몬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와 '너'가 함께하는 세상을 현실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전에 KBS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족 간의 불화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저자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온화한 인상과 더불어 이미 일어난 문제의 원인을 찬찬히 되짚어가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한 계기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내 삶에 '너'로서 존재하는 모든 이와의 관계를 아름답게 엮어나가기 위한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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