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작가가 왜 쓰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았을 뿐이다. 무엇이란 존재를 알아야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제법 누렸다는 미치너의 작품을 단 하나라도 읽어보았다면 <작가는 왜 쓰는가>의 내용을 보다 풍부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하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는 타고난 재능과 신념으로서 승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글쎄, 이러한 결과물을 두고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앞서 읽은 <소설의 시대>라는 책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책을 통해서 소설이란 무엇인지, 작가의 기능이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일말의 지식을 섭렵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제목 그대로 작가의 존재 이유, 작가가 추구하는 사상의 본질에 대하여 다루지 않는다.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작가가 그동안 자신의 집필에 영향을 주었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며, 소설 창작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밝히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가 죽기 4년 전에 쓴 마지막 저서로서 자신의 문학적 삶을 대변하고 또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읽으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도움이 되는 대상은 이미 작가이거나 언젠가 작가가 될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내가 작가로서 그 한 고리를 이루고 있는 이 연면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읽기는 쓰기를 낳고, 다시 쓰기는 읽기를 낳는다. 나는 발자크, 카뮈,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디킨스, 하디, 멜빌, 치버John Cheever, 1912~1987 등의 작가를 읽지 않고 문학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문학청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을 획득한다는 것인가?」- 본문 중에서(p.119)

 

 

 

누구나 아는 것에 대하여 말하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 그들을 자극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작가로서 제대로 된 글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미치너는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서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일례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거나 시대의 코드를 읽는 오직 그 부분만을 누리는 대중소설을 가장한 상업적 소설을 작정하고 쓰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낱 가십거리로 치부될지언정, 부와 명성을 단시간에 쟁취할 수 있다는 장점 그것이 곧 대중의 심기를 자극하고 오히려 자신의 작품을 도마 위에 올리는 효과를 주는 것으로 판단하기에 이르는 작가가 있다는 점이다. 문학계 동지들은 그러한 부류를 작가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차단시킬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여튼 간에 미치너는 이런 말도 했다.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라. 그렇게 하여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 나가게 하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말인즉 진정한 독자를 가려내기 위함일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듯하여 내심 거부감이 느껴질 법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의 수준이라는 말이 자칫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으나, 특정 주제를 다루는 책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책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을 갖추라는 뜻일까. 미치너는 자신의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는데…… 독자를 위한 배려가 이런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도 될 듯하다. 아니, '작가가 작가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해도 되려나. 이 책에는 제임스 미치너의 엽편소설 <도대체 버질 T. 프라이는 누구인가>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단편보다 짧은 소설임에도 그의 문체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제임스 미치너적인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읽어봐도 손색없을 지성인의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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