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의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
김병후 지음 / 나무생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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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정리한다. '나'와 '너'라는 개념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성립과 마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세상은 오직 나라는 사람이 또는 너라는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 믿고 싶은 것들은 온 천지에 널려있다. 나의 발전을 위해 시도때도없이 출판되는 자기계발서, 나의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입하는 의학박사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데 유용한 편의시설도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나의 애정이 식지 않도록, 나의 엔도르핀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늘 함께하는 연인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나를 위한 것인가. 혹 너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는 <너>를 통해서 이렇게 말한다. "너를 생각할 여유조차 벅찬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너'를 아는 것을 미룰 수는 없다. '나'는 살기 위해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머리말 중에서)

 

 

 

 

그는 '너'의 탄생을 설명하기에 앞서 생명체의 진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생태계에서 동식물이 공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본능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는데… 그 언젠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의 탄생과 멸종 그리고 강자에 가려진 약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한다. 강력한 힘을 가졌던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에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포유류도 덩달아 출현했다. 그러나 몸집이 크고 소비되는 에너지양이 많았던 공룡의 활동성에 비해 포유류는 항상 목숨을 지키려고 어둠 속에 숨어 살아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공룡은 에너지 섭취를 위해 움직임이 많은 온혈동물이 되었으며, 포유류는 열악한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혈동물이 되었다. 포유류는 강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생존본능 및 몸의 기능을 진화시키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자신의 강력한 힘에 의존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했던 공룡은 멸종하고 말았으나, (물론 공룡이 멸종된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진화한 포유류는 무리가 모여서 집단생활을 함으로써 '나'와 '너'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점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큰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공룡과 포유류의 예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단순하고도 강력한 핵심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너>는 생명체의 퇴화와 진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말과 행동 속에 숨겨진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나'와 '너'의 개념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말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내 행동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이뤄지는 행동의 극대화와 남을 위한 삶은 서로 모순된다. 너를 위한 삶을 위해, 너보다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 삶의 역설적 어려움이다.」- 본문 중에서

 

 

 

위에 제시한 책의 본문내용은 결국 인간관계의 역설적인 기능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 모순을 비켜갈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나'와 '너'라는 존재로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나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 따로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초반에 공룡과 포유류 이야기를 상당수 차지했던 나의 서평이 <너>라는 책이 다루었던, 하고자 했던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게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핵심 키워드는 '상리공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공룡처럼 스스로의 강인함을 믿고 철저한 독립만을 추구하고 살아간다면 '너'라는 존재를 굳이 인정하고 수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너'라는 존재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반드시 '나'라는 상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러한 맥락에서 철저한 이기주의로 무장한 공룡과 공생하는 포유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뇌를 구성하는 물질과 인체의 호르몬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와 '너'가 함께하는 세상을 현실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전에 KBS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족 간의 불화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저자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온화한 인상과 더불어 이미 일어난 문제의 원인을 찬찬히 되짚어가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한 계기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내 삶에 '너'로서 존재하는 모든 이와의 관계를 아름답게 엮어나가기 위한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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