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허공에 떠오른 날이면 아무도 없는 강가를 찾아간다. 내 몸이 느끼지 못하는 바람일지라도 강물은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면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몰라도 먼 곳에서 밀려오는 물결의 넘실거림을 바라보면, 문득 내 마음에도 파동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고즈넉함 속에 감추어진 바람의 방향 따라 넘실거리는 강물의 파동. 간혹 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를 중심으로 회오리모양을 일으키는 물결을 보게 된다. 그 모든 물결은 아닐지라도 미미한 물결의 중심을 잡아주는 바위의 꼭짓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모두가 유유히 흘러가건만 왜 유난히 녀석은 솟아올라 물살의 흐름을 방해하는가. 혹 지금 내 마음이 그렇지는 않은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강물의 흐름이 지금은 보인다. 지금에까지 오른 내 마음은 하나의 수행이었고, 또 그 결과였을까. 저 먼 곳에서 시작되었을 강줄기로부터 흘러와 지금의 내 앞을 흐르기까지의 시간들…… 강의 기다림, 인내, 고뇌… 그 모든 것을 깨우치려면 아마 시간은 영원히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면 그 흐름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멈추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한……

 

「제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습니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이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혜민 스님의 책을 읽다가 강가를 찾아갔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법에 대하여 말한다. 물결 따라 내 마음도 책장을 쉼 없이 넘겨간다. 웃음꽃이 만발하는 강가에는 많은 사람이 서로 마주치며 길을 오간다. 나는 그 한켠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거늘, 스님이 정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리더러 무작정 찾아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알아가는 과정을 이 책에 제시해놓았다. 때로는 그것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음을…… 사는 동안에 끝없이 치솟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형벌을 받은 죄수가 될지언정, 그 죄수가 마침내 자신의 딜레마에 빠지는 슬픔은 겪지는 않겠노라며 다짐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 혜민 스님을 둘러싼 껍데기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가 참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출가를 결심한 혜민 스님의 삶을 두고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많은 기로에서 소신을 지키며 출가를 결심하게 된 혜민 스님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서 산다는 것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스님의 뚜렷한 가치관과 자신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관계, 사랑, 마음, 인생에 대하여 혜민 스님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제는 당신이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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