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있는 것은 모두 말랑말랑하다. 그것은 곧 인간의 살아있음이 굳지 아니하고 유연하다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내가 습득한 지식의 세계를 통하여 내린 삶의 정의는 그런 것이다. 돌처럼 딱딱한 인간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정의, 삶의 목적을 상실한 자의 혈색이 파리하고 노르스름한 것과 다를 게 무엇 있으랴. 선현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속에서, 그 가르침이 모두 유익한 것이냐라는 모호한 생각에 이르렀을 때, '아, 나도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지혜를 정리해보아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자, 맹자, 노자, 한비, 제갈량, 알렉산더, 소크라테스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식의 세계에서 만난 그들의 사상은 하나의 산에서 시작된 산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도덕경과 한비자를 통해서 나는 무엇을 배웠으며, 그것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는 점이 지적쾌락의 임계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도를 얻은 사람은 상당히 훌륭한 인격과 소양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죄악이나 번뇌로부터 멀리 벗어나 인위적인 행동 없이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긴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또한 풍부한 창조력도 지니고 있다. 다만 자기 재능을 내보이며 남들의 시선을 끌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잠잠하고 깊이가 있어, 추측으로 그들을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본문 중에서

 

 

그들의 삶에서 주제를 선별하고 재검토하여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는 것. 인생 사는 법에 대하여 너무나 많은 술법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기에, 식상하고 진부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그들이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우습게 넘어갈 이치와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하늘 아래에 그들이 사라진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이 남긴 삶의 술법을 다시 파고들어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노자와 한비,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는 도덕경의 처세와 한비자의 통솔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지금 끊임없이 출간되는 처세술과 리더십에 관한 책의 뿌리는 아마도 도덕경과 한비자가 아닐까 싶다. 굳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음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남기고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하여 모두 나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더이상 돌아갈 곳은 없으나, 그 길을 바꿀 수는 있다고 말하는 것은 확실하다. 처세에 통달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만인을 통솔하여 현명한 선두자로 나서고 싶다면 노자와 한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독선을 버리고 충고를 수용할 것이며, 믿음을 바탕으로 권위를 세우라."고 한비가 말하였다. 그리고 "앎과 행동이 하나가 될 것이며, 세속에 물들지 않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라."고 노자가 말한다. 그야말로 굳지 아니하는 인간이 될 것을 항상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나는 살아있는 것이란 말랑말랑하다고 했다. 노자와 한비는 부러짐과 휘어짐의 중심을 잃지 말라는 충고를 남기는 듯하다. 불확실한 시대를 현명하게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것은 시대의 요구이자 생존전략의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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