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열다섯 분 스님들이 들려주는 행복한 법문
원산 스님 외 14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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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스스로 수행하는 자에게만 열리는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가장 작은 문이다.

수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 수행遂行은 생각과 계획에 의한 일의 실행을 말한다. 둘, 수행修行은 행실과 학문을 닦으되, 스스로 생리적 욕구를 금하고 정신과 육체를 훈련하는 것이다. 이는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마음수련과도 같다. 이에 나는 수행의 의미를 수행遂行에서 수행修行으로 나아간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것이 곧 우리가 삶에 임하는 자세의 기본을 형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향해 나아가는 스님들의 법문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신자信者의 처지를 떠나서 '지금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들, 정작 구원하고 찾아야 할 삶의 의미를 망각한 사람들, 제 마음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마음이 제멋대로 늘어지고 줄어드는 고무줄도 아닐진대, 왜 우리는 그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지금까지 세상을 원망하고 타인을 구속하면서 스스로 악惡을 자처하여 행하는지.

 

"무상無相으로 몸을 삼아야 합니다. 무언가 있다고 하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살아갈 순 없다. 적어도 최소한의 내 몫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옳다고 할 것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법보신문>과 월간<불광>이 공동기획한 책으로써 열다섯 분의 스님이 들려주는 법문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법문에 대하여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법문이 향하는 곳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우리가 변변찮은 환경에서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학문이란, 결국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주어진 목숨을 멋지게 살려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할 수만 있다면, 제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쟁취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아마도 끝끝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마음으로 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가?

 

 

"도(道)란 상(相)과 용(用)을 떠난 체(體)를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인연으로 만들어진 상(相)이며, 그 작용인 용(用)만 보고 삽니다. 그러나 도인은 체(體)를 보고 사는 사람입니다. 체는 깊은 거울과 같아서 모든 것을 잠시 비출 뿐, 비어 있습니다. 거울은 그 어떤 집착도, 구하는 바도 없고 미추를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분별을 일으켜서 생각을 만들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도몽상(顚倒夢想)이요, 병목생화(病目生花)입니다. 허공에 본래 꽃이 없는데 보는 사람이 눈병이 생겨서 허공에서 꽃을 보는 것입니다."(p.106) 해인사 승가대학 강주 해월 스님의 법문 중에서

 

마음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삶을 만들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마음이 곧 우리의 삶을 찾아주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매일 책을 읽는다. 책이 다루는 내용도 제법 중요하게 여기나, 그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책이 보여주는 세상의 이치를 발견하는 지적 행위에 있다. 세상에 책은 넘쳐난다. 그중의 한 권이 나의 선택으로부터 나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행하는 독서는 가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렇다고 이 마음마저 그것을 하찮게 여기진 않는다. 다시 배우는 것이다. 일 년 전의 감동이 다시 태어나고, 나는 다시 감동하여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하여 나는 매일같이 책을 읽고 글을 적는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므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생사를 논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발라야 생사가 자연의 섭리 따라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스님들의 법문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찾게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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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히사츠네 게이이치 지음, 서수지 옮김 / 아이콘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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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장황하게 늘려서 판단할 수는 없는 법,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인간의 삶과 수명은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신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생물학적 나이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몸이 늙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 그러나 마음만큼은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서른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자체발광하던 이십 대를 보내고 곧 서른에 진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 그러나 제목이 암시하듯, 이십 대에 미처 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운 사실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과거는 그랬을지언정, 현재에까지 대물림하지 말자는 의도로서 우리에게 찾아온 책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누구나 지난 일을 생각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서 제자리를 맴돌 순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냉정하게 돌이켜보니, '나란 존재는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던 이십 대, 저자는 무엇하나 제대로 배우고, 도전하고, 이룬 것이 없음에 먹먹한 가슴만 두드렸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후회한들,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 당장 시작될 삶에 임하는 자세를 고치는 것.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서른 살에 진입하는 마음가짐을 이 책에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사십 대를 목전에 둔 삼십 대 후반의 사람들도 이 책의 독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려주고 싶다.

 

 

 

 

"삼십 대의 인생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아직도 많다. 그중 하나가 수명이다. 다시 말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한다. 인생을 설계할 때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남은 수명은 자신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하지만 몇 살 때(까지) 무엇을 하고, 몇 살 때(까지)는 또 무엇을 할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p.23)

 

공公 · 사私 · 개個 , 당신의 인생을 공과 사 그리고 개로서 명확히 구분하여 관리하라.

저자는 공,사,개라는 개념을 이 책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항목은, 비단 이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 어떤 자기계발서를 뒤적여도 찾아낼 수 있다. '공'은 공공公共이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소속된 조직을 위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사'는 사적인 일, 즉 공적인 일을 벗어난 가족과 친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개'는 무엇인가? 이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과 사를 기준으로 삶의 영역을 나누고 그에 맞춘 생활리듬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저자는 '개個'의 개념이 삼십 대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함께하지 않는,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 부분이 갖는 이점은 비단 마음의 버팀목이 되거나 일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개'를 가짐으로써 '공'과 '사'에 깊이가 생기고 상승효과를 얻어 삶이 한층 충실해진다. 일 이외에도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사생활 면에서도 의욕이 충만해진다는 뜻이다."(p.38)

 

자신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이는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과 같다.

《서른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일 외에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미친 듯이 맹렬하게 일할 것이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관통하려는 힘을 키우고 소신껏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융통성 있게 다루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個'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라고 당부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확장된다. 젊은 시절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중년이 되어서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영 의심스럽다. 그러다 노년에 다다를 무렵이면 자신이 보려던 것이 선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아직 이십 대의 활주로를 방황하는 젊은 청춘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하여 재차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뿌듯했다. 인생의 선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내 삶에 자부심을 가져본다. 아직은 내가 볼 수 없는 세상이 많으나, 머지않아 만나게 될 세상을 활짝 웃으면서 반기고 싶다. 나의 서른 살은 지금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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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든 왕따, 소아비만 - 비만 쇼크, 박민수 원장과 함께하는 소아비만 탈출 프로젝트
박민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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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금 당신의 아이는 무엇을 먹고 있습니까?

삼시 세 끼만 잘 챙겨 먹어도 잔병치레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너무 잘 먹어도, 못 먹어도 탈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몸이다. 옛말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 어릴 적부터 형성된 식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게 영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어렵디 어려웠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잘 먹어서 큰일이다. 도처에 널린 것이 음식점이니, 음식의 과잉 공급이 불러올 결과가 두렵기도 하다. 아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 그리고 기타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이는 아이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서 최소한 가격으로 최대의 맛을 자랑스럽게 선보인다. 하여 아이들이 먹는 식품은 저렴한 단가에 맞춘 정체불명의 재료가 첨가되었을 터라,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미국 뉴욕대학교 의대 안토니오 콘비트 박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뚱뚱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 8%가냥 뇌 크기가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치매 노인의 뇌와 비슷한 비만 환자의 뇌 사진을 공개했다. 콘비트 박사는 비만인 사람은 뇌 속에서 염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는데, 이 염증이 뇌 크기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p.67)

 

 

가족의 밥상을 점검해보자. 아이를 위한답시고 고열량 식품만 잔뜩 진열해놓은 것은 아닌가?

《엄마가 만든 왕따, 소아비만》은 일단 제목부터 거북스럽다. 마치 세상의 모든 엄마를 죄인처럼 말하는 듯하니까. 그러나 아이가 소아비만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소아비만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질병이다. 소아비만은 21세기 신종전염병 혹은 흑사병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만큼 소아비만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은 아이가 뚱뚱해도 나중에 다 키로 간다는 말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어릴 적엔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는 말이 도리어 소아비만을 부추기고 있다. 소아비만은 아이의 자존감 저하, 성조숙증, 우울증, 반항장애, 각종 성인병 발생, 지적능력 저하, 활동량 감소에 따른 신진대사의 불균형에 이르기까지 성인 비만 못지않게 다양한 질병을 가져온다. 실제 몸이 무겁고 둔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이 줄어들고 성격마저 소심하게 바뀌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자책감에 시달리고 외모를 비하하여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이는 결국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마저 힘들게 만든다.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만큼의 칼로리를 음식을 통해 즐겁게 섭취하는 것은 건전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필요 이상의 열량을 가진 음식을 중독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비만을 떠나 아이의 신체와 정신 건강마저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편식은 아이들을 음식 중독이나 영양 결핍으로 이끄는 주범이다. 따라서 부모라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며,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편식 습관 교정과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p.114)

 

뚱뚱하면 공부도 못하고 성격도 안 좋다. 게다가 친구들이 싫어해서 왕따가 되기도 쉽다.

이는 자칫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잘못된 사고방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선천적인 질병에 의한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만든 왕따, 소아비만》은 충분히 절제하고 관리할 수 있음에도 소아비만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는 점, 그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비만은 '언젠가는 고쳐질 증상'이 아닌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질병'이 되어버렸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이 소아비만 퇴치운동에 공동의 입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아무리 노력한들,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고열량 식품으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 특히 미국 정부가 비만 해결을 위한 정책에 앞장서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도 우리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소아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건강한 식습관이 곧 아이의 미래를 책임진다. 아이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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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결단 - 위기의 시대,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닉 래곤, 함규진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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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그는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하여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중립된 입장을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 만인을 대표하고 또 대변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소신껏 나아가는, 혹 나아갔던 미국 대통령 13인의 결정적 순간을 들여다본다. 《대통령의 결단》은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국 대통령의 사례만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대한민국에서 핵 안보 정상회의가 주최된 현시점에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하다. 각국의 정상이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장면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경외감에 빠져들었다. 저마다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이는 곧 각국의 정상이 풍기는 이미지가 곧 그 나라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윈스턴 처칠은 무기대여법 통과를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타적인 행동"으로 칭했다. 그의 관점에서라면 그렇게 이해할 만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영국에게 사실상 공짜로 무기, 장비, 기타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묘안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전쟁은 1941년 중반쯤에 이미 종결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어떤 나라도 비슷한 일을 시도할 만한 부와 산업력,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지도자도 프랭클린 루스벨트만한 창의성과 비전, 인기, 확신을 가지고 그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p.174)

 

국력의 지속적 강화와 안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최후의 결단을 내리는 대통령에 대하여

《대통령의 결단》은 미국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토머스 제퍼슨, 노예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파나마운하를 건설한 테디 루스벨트,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 국제연맹 설립을 추진했던 우드로 윌슨,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무기대여법을 제정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2차 세계대전을 종결지은 원자폭탄 투하에 앞장선 해리 트루먼, 평등한 국민복지의 장을 열기 위해 의료보험제를 개혁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총 15명의 미국 대통령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적 변천사를 되짚어가면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하여 저자 닉 래곤이 수집한 자료와 주관적 해석을 근거로 집필되었다. 하여 책에 제시된 내용과 그에 따른 예측성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가급적 객관적으로 검증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으나, 저자는 " 이 책은 최고위 수준의 리더십, 즉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한 책이다. (중간생략) 이 책은 학술 서적이 아니다. 그보다는 논리적 분석을 적절히 가미한 이야기책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나라의 마스코트, 이 시대의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2012년 12월 19일은 18대 대통령선거일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위해 막중함 책임감을 짊어질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혁신과 성과에 대해서는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은 없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만 알리고 싶을 뿐이지,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괴리감이 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구태여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서 느끼는 바가 크다. 한 나라와 국민을 이끄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그리고 대통령을 양쪽으로 둘러싼 측근들의 자질에 대해서 말이다.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정치계의 몸싸움, 자리싸움은 이제 넌덜머리가 날 지경인데,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두뇌싸움에 주력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참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정녕 무엇을 추구하기에, 그토록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까? 나라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바쳐도 후회 없을 기세임이 틀림없으나, 왠지 모르게 석연찮은 구석이 보이는 것은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나라를 대변하는 그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란 무엇인가. 꼭 짚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대에 따라 덕목도 변하기 마련이거늘,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조금이나마 넓혀보는 계기가 되었음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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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4-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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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지도, 들을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소년의 목에는 언제나 작은 수첩이 걸려 있다. 첫 페이지에는 '저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입 모양을 보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을 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여주어야만 하는 문장, 그게 소년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려주는 메시지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소년은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소년의 고민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었으니까. 그러나 혼자서 생활하기에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기에, 이모의 집에서 살게 된다. 장기출장으로 집을 비운 이모를 대신해 초등학교 3학년인 이모의 딸과 함께 생활하게 되는 소년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소년은 꽤 특이한 부업을 시작한다.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 일종의 일반인을 위한 파파라치인 셈이다. 의뢰인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소년의 내면 세계도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의 일상을 찍어주는 것이 과연 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먼발치에서 관망하고 싶어한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하여…

《파파라치》는 청각장애인 소년의 사진기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소년을 비롯한 주변인물의 심리까지 들여다보고 묘사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년의 행동거지를 중심으로, 소년에게 일을 의뢰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심리까지 유추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와 지식 없이 시작한 소년, 게다가 청각장애를 가진 소년이 찍는 사진기의 초점을 무엇을 향하게 될 것인가. 소년은 무료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청각이 차단된 공간에서 오로지 촉감과 마음에 의지해서 피사체를 새롭게 해석하여 접근하는 것이다.

 

 

 

"저녁 무렵 길도는 몇 장의 사진을 아기 엄마에게 보여주었고, 아기 엄마는 감격한 나머지 모니터를 와락 끌어안았다. 사진 속의 아기는 콧잔등에 앉은 파리를 보느라 눈이 가운데로 몰려 있기도 했고, 한쪽 눈을 씰룩이며 얼굴을 일그러뜨려(아마 이때 아기는 용변을 보지 않았나 싶다) 독재자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사진에는 뒤돌아 있는 엄마를 향해 뭔가 진지한 얘기를 하는 듯 손짓과 표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기 엄마는 자신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아기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카메라를 가슴팍에서 내려놓을 줄 몰랐다."(p.205)

 

"그냥 제 사진을 많이 찍어주세요. 혼자 있는 모습을 담아주세요. 그뿐입니다."

소년의 사진기는 우리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만 발견할 수 있는 모습만을 찍어낸다. 소년에게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은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일과 사람에 치여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없는 우리에게, 지금 그 삶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잠시 멈추라고 당부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년이야말로 제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제 삶에 몰입할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파파라치》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해석해본다. '자신을 치유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것이다.' 구태여 자신을 사치롭게 치장하여 드러낼 필요가 있으랴. 이미 존재하는 그대로 우리의 가치는 절정에 달하여 찰나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데 말이다. 소년이 찾아준 삶의 기적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으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충분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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