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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디자인하다
이승한.엄정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2월
평점 :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고 그러던데, 왜 나는 혼자 알아서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한테 시험은 잘 쳤느냐, 성적표는 언제 나오느냐, 필요한 문제집은 없느냐 등등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던 부모님. 그저 시험 잘 치고 와라, 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보고 나중에 얘기해라, 뭐 이런 대화가 전부였던 것 같다. 학습계획표를 함께 의논하여 세우고, 때로는 성적표를 같이 보면서 학업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많이 바쁘셨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학창시절에는 부모의 관심이 그리울 지경이었으니… 지난날을 떠올려 본 이유는, 왜 사람들이 청춘의 기로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춘이라서 마냥 아프다고 할 수 없다. 청춘의 통증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청춘이 아플까. 일찍이 우리는, 청춘을 맞이할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삶의 방향, 가치관, 의미 그 모든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젊다고 당연히 고통받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청춘이라서 모든 고통을 참아내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 세상에 감당하지 못할 고통은 없다. 그러나 청춘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성숙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성인이라는 신분증을 발급받고서, 무작정 현실 속으로 뛰어든 것이 곧 '청춘의 통증'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사람이란 꿈을 갖고, 그 꿈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 때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된다. 물론 꿈을 향한 항해에서 거친 폭풍과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춘들이여, 그대들의 항해가 비록 험난할지라도 주눅 들지 않고 희망을 선택하기를 부탁한다. 도전의 항해에서 때론 실패해도 그것마저 삶에 소중한 영양분이 될 것이다."(프롤로그 중에서)
멘토가 멘티에게 말하는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을 누구나 거쳐 가는 관문처럼, 통증처럼 생각하지 말자. 자기 자신을 향한 신뢰가 제대로 쌓이지 못한 사람이 청춘의 기로에서 쉽게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나, 나는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이처럼 뚜렷한 목표와 가치관으로 내 삶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힘이 컸다. 일찍부터 나의 자립과 독립을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고, 나는 그 교육방식에 힘입어 청춘을 현명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 일찍이 체득해야 할 삶의 기본적인 자세를 몸소 익히지 못한 사람은 '청춘'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청춘을 디자인하다》는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길라잡이다.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기업 CEO와 상담학 교수로서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한국인재 멘토링 네트워크를 통해 부부가 함께 멘토가 되어 청춘들을 직접 만나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멘토링을 하면서 만났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실었고, 그 사례가 이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적절한 표본으로 인용되었다. 자기 자신과의 만남, 삶의 소중한 가치, 꿈을 찾는 방법, 꿈을 향해 가는 법, 그리고 다양한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 인생을 디자인하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자신의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8명의 멘티, 대학졸업 후 진로에 대한 걱정과 다양한 의견이 중심이 된 《청춘을 디자인하다》, 이 책은 현시대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겪었을법한 사례가 가득하며, 그에 따른 저자의 처방전도 인상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누구도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춘의 기로에 오기까지, 살아오면서 온갖 행복과 불행을 겪으면서 남모를 이야기를 간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살아가고, 누군가는 울퉁불퉁 시골 길에서 엉거주춤거리며 나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앞가림을 걱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은, 이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해서는 안 될 진정한 독립이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청신호와 같다. 이에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불안을 느꼈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순간이니, 청춘을 떠나서 자기 자신을 향한 믿음으로 저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