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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물건 -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
심혜진 지음, 이입분 구술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 빨래가 걸어서 나와 건조대에 턱하니 걸려서 마르면 자동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대?”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 요즘 여자들은 전자제품들이 많아져서 훨씬 수월하겠네 라는 말을 하자 지인중 이런 우스개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세상이 편리해 진 만큼 훨씬 더 가혹하고 견뎌야 할 것이 많아진 세상이 되어버린 이면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작가는 1950년생의 엄마를 통해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경제와 디지털로 바뀐 세상의 변화를 통해 여성의 삶이 우리의 삶과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이 집과 10분거리에 살지만 각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독립된 공간에 살기를 원하는 엄마와 딸이 겪어온 우리의 60-70년대 지나 현재진행형이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가 꺼내는 모든 이야기들에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 담겨 있어서 같은 세대를 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의 생활은 차근차근 변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20년 사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요즘 세대간의 갈등이 더 심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어머니는 1950년 생인데, 1940연대 생인 우리엄마가 가끔씩 말해줬던 이야기와 겹치기도 하고 때론 어린시절의 나의 추억과도 겹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태리타월에 얽힌 에피소드는 요즘 90년대생은 아예 이해하지 못할 스토리지만 그 이전 세대들은 조금씩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일요일이면 엄마에게 끌려가 수증기 가득한 욕탕안에서 등짝 스매싱을 당하면서 살이 빨갛게 될때까지 때를 밀었던 그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젖어들게 만든다.
또한 손톱깍이에 대한 사연을 읽으면서 학교에서 가끔 손톱길이 검사및 청결검사를 했던 까마득한 사연들이 생각이 났다. 거기에 우산 사연을 읽을 때는 형제가 많아 제대로 우산 하나 갖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자꾸 추억속으로 잠기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생활 소품이나 사물 ,전자제품 21가지를 통해 엄마의 추억과 자신의 추억의 접점을 통해 세대가 다르지만 공유했던 기억을 불러서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보여준다.
또한 그녀들의 과거의 추억이 아닌 그당시 1920년대-1950년대에 실제로 실린 신문들의 내용을 통해 과거에는 몰랐던 그 시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면서 세상이 이만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매일경제 때는 적당히 밀자' 1971.8.28
'때는 적당히 밀자'는 좀 색다른 보건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 캠페인은 때를 과하게 밀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때를 너무 밀지 말고 땀과 개기름을 물과 비누로 깨끗이씻고 목욕하는 시간은 10~20분으로 짧게 하는 것이 피부에 오히려 좋다.
페이지 23
추억을 통해 과거를 본다면 세상은 많이 변하고 조금 더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여성들에게 진짜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의문이 든다. 과거의 평균값이 너무 낮았던 것이지 현재가 평균이상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여성의 몫이 성별 분업 논리는 아직도 가정안에는 한정적이며 외부의 일의 크기는 더 늘어난 현실을 이야기 하는 대목도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다.
가전제품을 구입한다는 건 관리해야 할 물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또 외부에 있던 화장실과 목욕탕, 창고 역할을하는 수납공간과 베란다까지 집 내부로 들어오면서 청소할 공간이 몇 배로 늘었다. '바깥일'은 남성이 '집안일은여성이 해야 한다는 가부장제의 성별 분업 논리에 따라,
집안으로 밀고 들어온 이 많은 것들은 여성이 책임져야 할몫으로 강제로 떠넘겨졌다. 제아무리 눈부신 기술이 가전제품의 성능을 좋게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사용할 역할과책임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한, 아마 여성의 청소 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페이지 63
그외에도 고무장갑의 탄생 , 다리미의 변천사, 가스보일러오기까지 죽음의 신 연탄가스 사연들 등등
읽을수록 추억과 재회하는 시간을 만나면서 우리가 이랬구나 ??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고생을 많이 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때는 그렇게 힘들고 눈물 겨웠던 이야기가 지금 이렇게 활자로 대하니 새삼 그리워지는 것은 가난 안에 담긴 그때의 순수함과 정때문이 아닐까 한다.
집안에 깊이 넣어두었던 두꺼운 앨범을 꺼내서 한장 한장 넘기는 것처럼 이책의 21가지에 담긴 사연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추억의 앨범에 빠져드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