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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이성우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티비 예능에서 러블리즈의 팬으로 나왔던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는 세상 누구보다 즐겁고 신나는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책의 표지에 나왔던 이성우와 내용이 웬지 접점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도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없어지고 주위의 사람들의 힘든 삶을 목도하면서 겪었던 우울의 나날들과 내일을 알수 없는 불안한 삶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듬을 이렇게 솔직하게 특히 연예인이며, 록커 라는 그가 이야기 했다는 것에 우선 고맙다는 느낌이 우선 든다.
요즘은 보이는 것 만으로 판단하고 부러워하는 세상에 “ 나도 힘들어요” 하고 대놓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책은 정신과의사와 노브레인 이성우의 독특한 대화형식이라 가독성이 좋다.
우울한 이야기를 밝고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게 주고 받는 티키타카의 재미가 있다.
정신과 의사라서 무게 잡고 어려운 이야기만 할것 같은데 전혀 그렇치 않고 읽다 보면 선생님 보다는 좀 배운 학식있는 옆집 형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다. 편안한데 맹점을 놓치지 않는 그런 형같다.
선생님은 참 담백한 어조로 말씀하시지만, 꽤 예리하고 살짜쿵 찌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말투가 포근히 안아주는 것 같아서 따듯하다고 느끼다가도 정신이 바짝 들게 귀싸대기 올려주는 느낌이 있어요. 절대 욕 아닙니다, 선생님 15페이지
노브레인 이성우 또한 자신의 우울함 부터 시작해 불면증과 올빼미 습관을 어떻게 고치느냐 부터 자신의 소울푸드, 고향에서 떠나와 서울에서 사는 마산촌놈의 애환 (나도 부산 촌년) 등등이 어찌나 공감이 돼던지. 심각하다가 웃음이 나다가 , 또 맞아 맞아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에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된다.
단순히 개인의 고민이야기 , 연예인의 관찰예능의 또다른 책읽기 라고 판단했던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만든다. 읽을수록 이성우 고민이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관계를 더 멀어진 외로운 도시인의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또한 눈여겨 볼점은 단순히 개인적 고민을 넘어 주위사람들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근원을 생각하게 하는 성선설, 성악설에 대한 물음 같은 이야기들과 니체와 프로이드 등등 수준높지만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대화들도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노브레인 이성우가 아주 어려운 질문과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반면 오히려 정신과 의사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어떤 논리도 그것 자체로 대입해서 안된다면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니체와 프로이드가 이렇게 쉬운 이야기였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 예를 들자면 50이 가깝도록 아직 결혼 못한 이성우가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자, 한덕현 정신과 의사는 사랑의 여러가지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해보라고 권하다. 그러자 이성우는
덕현 선생님 … 해주신 말씀 정말 뜻깊고 좋은 말씀인건 알겠는데 지금 제 곁엔 아무도 없….
라고 말하자. 한덕현 선생은
지금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아직 없고, 또 그렇게 그리운 사람이 없으니까 굳이 옆자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어요. 두번째, 아니 열두 번째(?) 사랑은 능동적 사랑을 원하시나요 수동적 사랑을 원하시나요?
라며 포근함 뒤에 귀싸대기 날리는 그런 물음을 던진다.
가수와 정신과의사의 티키타카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 록커의 카리스마에 전혀 지지 않는 포근 귀싸대기를 품은 정신과의사 한덕현 선생, 읽다보면 재미있는 물음과 대답안에 담긴 각자의 해답을 찾는 과정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불안과 불면이 이상한 것이 아닌 정상이므로 , 그럼으로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같이 풀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라는 말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문장임을 … 누구에게든 말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