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어느 한 때 양양고등학교 운동장 가에 정렬해 있던 플라타너스들. 40년 전보다 더 자란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얼마간 감동 없이 살았다. 감동 없이 산다는 말은 아무 감정 없이 하나의 사물처럼 살았다는 뜻이 아닐까. 하긴 감정을 갖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삭막해졌다. 물론 이럴 때 ‘세상’은 나 자신도 포함하는 낱말이다. 그러다가 2017년 9월 2일, 감동을 받았다. 평균 나이 58세나 되는 제자들의 따듯한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1977, 78년 태백산맥 너머 양양고등학교에서 맺은 사제지간의 연이 장장 40년째 잊히지 않고 존재할 줄이야.
솔직히 나 자신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머리 희끗희끗한 제자들에게 물었다.
“내가 자네들을 가르칠 때, 어땠지? 실수가 많고 어설프지 않았나?”
제자들이 말했다.
“선생님이 그 당시 아주 열정적으로 가르치셨어요! 그리고 늘 저희들과 소통하려고 애쓰셨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여태 잊지 못하는 거여요.”
놀랐다. 무심한 나한테도 그런 때가 있었다니.
그 날 잠시 시간을 내 양양고등학교 교정의 한 곳을 사진 찍은 것이다. 40년 전 운동장 조회가 있을 때마다 교사들은 저 플라타너스나무들을 등지고 서서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뻗은 가지들도 몇 없어 볼 품 없던 플라타너스나무들이 이제는 왕성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왕성해지는 추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