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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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든 떠나보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나랑 같이 오래도록 같이 살면서 누구나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가는 것이며 비겁하고 생물학적 본성에도 반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가 납득할만한 나이에 고통없이 그 사람 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바람과 계획대로 되던가? 사고로 죽기도 하고, 병으로 가기도 하고, 살해당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게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다. 슬픔의 위안은 그런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대한 책이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은 슬픔의 무게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 2장은 이를 대면하는 방법, 3장은 슬픔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들 마지막 4장은 그럼에도 남는 슬픔의 흔적들에 대해서다. 나의 성향자체가 공감보다는 합리형이고 아직 운이 좋고 나이가 덜해 큰 슬픔을 겪은 적이 크게 없는지라 책의 내용이 많이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진정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리라. 인상 깊은 부분만 좀 발췌해본다.

 

P35

삶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슬픔은 그 사소한 것들을 비틀어서 떼어내 버린다. 죽음은 사소한 것들을 떼어내 버리고 난 뒤 그자리에 공허감 대신 인식 가능한 고통의 무게를 채운다.


P45

힘내고 응원하는 방법으로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더 좋다. 언제 읽을지 답장을 할지 안할 지 결정할 수 있다.


P56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매일 사용한 대수롭지 않으느 물건이 어떻게 강렬한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무슨 까닭인지 사람들이 특별히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발이다. 신발이 아무래도 잘 빨지 않아 체취가 강하게 남고 후각이 기억과 연결되기 때문일듯하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지만 그 사람이 어디로 가거나 올때 항상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떠남과 더 강하게 연결되는듯 하다. 


P219

일상은 저 깊은 곳에서 당신에게 슬픔이 아닌 다른 것이 있다고 속삭여준다.


그렇다. 슬픔을 잊으려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더 힘들 것이다. 


P255

무정한 침묵과 조심스러운 결단처럼 보이는 남자들의 때로는 무엇인가를 해야하고 고쳐야 하고 도와야 하고 보호해야 하고 안전하게 지켜야할 경우를 대비하여 버티는 것이다.


P271

여성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면이 간직한 대대로의 본능을 세차게 드러낸다. 이는 사랑하는 이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 내가 곁에 있겠다. 기꺼이 곁에 있겠다는 의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부재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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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 지음 / 세로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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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누구나 태양계를 표현한 매체를 자주본다. 과학교과서나 과학교양도서에서 혹은 만화나 영화에서 태양계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태양계를 표현한 것은 아무도 본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태양이 다른 행성들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그러기엔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다른 행성들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때문에 대부분의 태양계 축소 모형은 지구와 비슷할 정도로 태양의 크기가 작게 묘사되거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형제마냥 옹기종이 모여있기 마련이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이는 아무래도 사람에게 오개념을 심어준다. 

 그런 아쉬움을 누구나 갖고 있었을텐데 저자는 책장이 넘어간다는 책의 물성을 이용해 태양계를 200쪽의 책에 표현해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태양계지만 너무나도 멀어 표현할수 없는 오르트구름대나 가이퍼대는 표현하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설명만 있을뿐이지만 그외에 나머진 충실히 잘 재현되었다. 다만 항성과 행성간의 거리는 1000억분의 1로 축소한 반면 행성과 항성의 크기는 같은 비율로 축소하면 너무나도 작게되어 10억분의 1로 묘사했다. 

 첫장을 넘기면 태양계의 시작점인 태양이 광활히 무려 4쪽정도에 걸쳐 펼쳐진다. 넘겨도 넘겨도 이글이글한 태양이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나 차지하니 이는 당연하기도 하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무려 5500도에 달하고 초당 4*10의 26승 J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다. 

 좀 더 가보면 화성이 나온다. 화성은 지구나 금성보다 작고 질량도 적은데 이는 아무래도 목성에 의해 질량을 많이 빼앗겨 충분히 성장할 만한 물질이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목성은 과거 화성근어체 있었던 것 같다. 화성엔 남극의 극관에 물이 있는데 이게 다 녹으면 무려 화성을 11km 깊이로 덮어버릴 정도의 물이다. 화성이 지구보다 작아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구만큼의 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는데 화성과 목성의 중력에 궤도공명을 일으켜 틈새를 갖고 있다. 이 소행성대는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붙잡혀 있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지구방향으로 소행성이 침투하는걸 막아준다. 

 목성은 매우 큰 행성인데 태양계에서 상당히 떨어진 이곳에 이리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이 있는게 다소 의외다. 이는 동결선때문인데 동결선은 글자그대로 물질이 태양의 에너지로인해 액체가 기체상태로 존재가능한 지점이다. 대충 태양계에선 5AU정도의 거리인데 동결선 안의 물질은 기화되어 태양풍에 의해 동결선 밖으로 점차 이동하게 된다. 동결선 안엔 이안에서도 고체로 존재하는 무거운 물질들이 남게되고 암성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형성한다. 기체들은 동결선 밖에 모여 뭉치는데 이게 목성이다. 그래서 목성의 위치는 거의 동결선 바로 바깥이다. 목성 근처엔 라그랑주 지점이란게 있다. 이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물체들이 잡혀있는 부분인데 총 5개지점이 있어 소행성대를 형성한다. 목성의 위성중 하나인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이가 깊은 액체의 바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역시 옅은 산소이고 바다가 깊어 지구보다 물의 양이 많다. 목성의 기조력에 의해 지열작용이 활발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화 마션을 보면 멧데이먼의 생존을 알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대원들이 우주선을 돌리기로 결정한다. 이때 한 젊은 청년의 아이디어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스윙 바이'의 원리다. 스윙바이의 원리는 물체가 a라는 속도로 가만히 있는 다른 물체에 충돌하면 반작용으로 같은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물체가 a라는 속도로 반대방향으로b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충돌하면 가만히 있는 관찰자가 보기엔 무려 a+2b의 속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태양의 중력에 의해 공전하는 행성의 진행방향 뒤로 접근해서 나아가면 이 중력에 의해 속도가 증폭된다. 실제 보이저1,2,호는 목성과 토성의 중력을 이용해 태양계 탈출속도를 얻어 내었으며 수성을 관찰하는 우주선은 태양으로 빨려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수성의 공전진행방향 앞으로 접근해 속력을 줄였다. 

 책을 넘기다보면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태양의 크기, 그리고 열장 가까이를 넘겨서야 다음 행성이 나오는 태양계의 텅빔. 그리고 빈 페이지를 과학적 상식으로 알차게 채워주는 태양계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멀고 신비롭고 말도 안되는 우주를 아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속해있는 태양계부터 제대로 아는게 맞는 것 같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도 무려 4광년이나 떨어져있고, 우리가 40여년전에 쏘아보낸 보이저들도 아직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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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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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관련 이야기에선 벽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자연세계에선 맹수나 다른 인간 적이 많다. 때문에 인간은 정주이전부터 벽을 만들었는데 벽은 인간의 인지적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탁트인 곳의 개방감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안감도 많이 느낀다. 실제 사람은 탁트인 곳보다는 여러 방향이 막힌 곳이나 높은 곳을 선호하며 엘리베이터만 타면 벽쪽에 붙는다. 그리고 이건 사실 인간만의 성향도 아니다. 다른 동물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벽은 나를 또는 우리집단을 타자 혹은 외부집단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짓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아직까지도 기본적으로 이런 목적으로 벽을 짓는다. 이 책은 이런 벽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짚었는데 하나하나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흥미있는 몇개를 살펴본다. 


1. 방어하는 벽 테오도시우스 삼중성벽

출처 네이버 블로그


위 그림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오래전 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지도다.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며 도시는 무수한 침략을 받았는데 제국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적을 무찌른 철옹성이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3중인데 우선 제1장벽은 2m의 높이이고 앞에 20m 정도의 해자가 있다. 제1장벽 뒤에 10m 공간이 있고 높이 8m의 외성이 나타난다. 이 외성엔 망루가 있어 침투한 적에 화력을 집중한다. 외성 뒤에는 무려 20m 높이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도 망루가 있고 이 망루는 앞 외성 망루의 사이사이에 있다. 적입장에선 첩첩산중인 것이다. 

 이 3중성벽을 피한다면 위 지도처럼 바다밖에 없다. 아래 마르마라해는 워낙 물살이 거세고 폭풍우가 잦다. 이를 피해 상륙한다해도 삼중성벽만큼은 아니지만 성벽이 기다린다. 그나마 나은 곳이 위쪽 금각만이다. 여기를 방어하기 위해 비잔틴은 반대쪽 해안에 갈라타 요새를 만들고 만집입로에 강력한 쇄사슬을 설치한다. 또한 해안에도 역시 성벽이 있어 들어와도 역시 침투가 어렵다. 

 이런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제국의 쇠락기에 무너지는데 상대는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2세였다. 그는 함대로 해안을 포위하고 포신 8m에 구경 75cm의 대포로 성벽을 무너뜨려간다. 하지만 성민들은 무너진 성벽을 목책과 진흙으로 재축하였고, 상황은 어려워지나 비잔틴의 구원을 끝끝내 외면한 기독교세력의 미지원, 그리고 기독교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그들과 교세를 통합하자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간의 내분, 마지막으로 갈라타 요새를 소유한 제노바에 대한 불신과 그럼에도 죽음을 다해 콘스탄티노플을 사수한 주스티나아니에 대한 불신이 패배를 좌초했다. 이런 많은 불안요소와 겨우 8천의 수비병으로 당대 최강의 군대를 오래도록 막아냈음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서구에선 사실상 방어수단으로서의 마지막 성벽으로 본다. 이후 화약이 발달하며 성벽을 한방에 날려보내는 작열탄이 등장하며 방어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 차별하는 방벽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방벽 

 유대인만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게토는 히틀러가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중세시대부터 연원을 찾을정도로 오래되었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는 무려 40만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수는 독일 전체의 유대인 수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나치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대인을 학살할 생각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유대인이 유럽인이 아니고 유럽을 더럽히는 존재이니 다른 지역으로 추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르샤바 한복판에 거대 게토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3.4km2였다. 그런데 유대인의 수가 무려 40만이니 1.46m2당 7명이 1명을 수용하는 격이었다. 즉, 한방크기에 7명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니 초기부터 탈출시도가 많았고 이에 나치는 장벽을 세울 생각을 한다. 전쟁이 길어지며 식량배급이 열악해졌는데 유대인에 대한 식량배급은 독일인의 1/3수준이었다. 게토내에서도 소수의 부유한 유대인과 여유있는 중산층, 그리고 빈민층이 나뉘어 처우가 달라졌다. 부유층은 자신의 재산및 인맥을 동원해 식량을 얻어냈고 빈민층은 굶어죽었다. 장벽마다 약간의 틈이있어 빈민층의 어린 아이들이 바깥에 식량을 얻으러 나가곤 했는데 발각되면 독일군의 구타로 인해 죽곤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상황은 겨울에 최악이었다. 물이 얼어 사람들은 배변을 바깥 공간에 버리게 되었고 이에 장티푸스등의 전염병이 창궐했다. 굶주림과 추위도 엄청났고 식량은 더욱 부족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1942년 말이 되자 불과 수용 2년만에 40만 중 8만이 사망한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며 유대인의 이주 및 관리비용이 증가하자 나치는 마침내 이주를 시킨다는 거짓말로 이들을 기차에 태워 집단학살장으로 보낸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에 게토를 관리하던 유대인인 유덴라트들을 동족을 기꺼이 기차로 실어날랐다. 게토에 남은 유대인들과 유덴라트들이 그 참상을 알아챘을때는 이미 30만이 죽은 상황이었다.

 이에 남은 바르샤뱌 게토 유대인이 소수의 폴란드인들과 봉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워낙 소수였고, 연합군에 대한 지원요청도 묵살되었으며 내부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갈려 진압된다. 이 봉기로 남은 이중 1만3천이 죽고, 남은 이들중 3만은 가스실로 향한다. 이 지옥에서 굶어죽지 않고, 가스실로 가지 않고, 봉기에서도 살아남은 이는 매우 소수였다. 


3. 갈라놓은 장벽 휴전선

 휴전협상은 전후 1년인 1951년에 시작된다. 양측의 입장이 달랐는데 UN군은 현 시점영토로의 휴전을 북한군은 전쟁이전 38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개성지역을 요청하는 형태였다. 협상은 당연히 결렬되는데 38선으로 회귀하면 황해도의 옹진반도 남단은 북측이 언제든 차지할수 있는 형국이었고 동부의 알짜배기 지역인 철원, 양양, 속초가 북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51년 UN군이 동부전선 양구지역을 점령하며 공산지역의 기가 꺽인다. 또한 휴전협상의 내용을 알게된 이승만정권과 한국군, 한국민이 분노하면서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풀어줌으로써 협상자체가 엎어지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이승만이 원하는대로 현재의 영토로 휴전할 것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휴전선은 대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렇다할 경계없이 말뚝을 몇개 박아 놓은 게 처음이었다. 이 군사분계선에서 양측은 서로 2km씩 물러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설정한다. 이 총 4km의 구간이 비무장지대가 되는데 서로를 못믿어서인지 그 안에 GP를 설치했고 밖에는 GOP를 설치한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비무장지대의 기지에 군이 들어갈수 없으니 일본 자위대마냥 북은 민경대란 이름으로 무려 1만의 병력을 남은 민정경찰이란 이름으로 2천의 병력을 배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거기에 남한의 경우 미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남방한계선에서 5-20km를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으로 설정해버린다. 

 미군의 짓거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휴전회담엔 남한군 대표가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육상의 한계는 잘 구분짓고도 해상의 경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실수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군에 이렇다할 해군이 없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후 서로 해군이 생겨나며 UN에서는 뒤늦게 북방한계선 MLL을 해상에 선포하고 북에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후 NLL은 당연히 남과 북사이에 갈등거리가 되었으며 남한에서는 북한적대로 먹고사는 세력의 주 안주감이 되고 만다. 


 책에는 다양한 장벽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만리장성도 하드리아누스 장벽,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장벽, 이스라엘의 장벽, 트럼프의 장벽등이 말이다. 과거 방어와 구분의 역할을 하던 장벽이 방어역할을 상실하며 차별의 장벽으로 넘어갔고, 이후 구분과 차별의 역할로 최근 넘어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유럽연합의 난민 장벽들이 그렇다. 장벽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임을 깨달을 날이 와야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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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4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색깔은 정말 단호하게 벽치는 느낌으로 잘 골랐네요...무슨 필터낀 줄 알고 한참 새로고침 누름..,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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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를땐 아무래도 기사를 고를때처럼 헤드에 해당하는 책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톱밥처럼 작게쓰인 저자도 간혹 보긴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목이 좀더 절대적인 선택기준이다. 문제는 제목이 배신을 때릴 때가 간혹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책 제목만 보면 한창 인기가 좋은 유튜브와 책을 비교하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다던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시대는 여전할 것이라든지 하는 뻔한 의견이 나온 책 같았다. 물론 다 읽어보니 이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었는데 내용이 훨씬 깊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이 많아 얻는게 많았다. 나름 즐거운 배신이었던 셈인데,  자세히 보니 톱밥글씨중 하나는 좋은 책을 여러번 써주신 엄기호님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유튜브도 책도 아닌 '리터러시'다. 과거 문자의 해득능력 정도로 사용되던 리터러시는 전세계 많은 인구가 문자해득력이 생겨나며 그 의미가 많이 확장되었다. 리터러시는 문자언어의 습득과 이를 통한 지식과 정보에의 접근 그리고 이에 기반한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상당히 복합적인 능력인 셈이다. 유네스코는 리터러시를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라 하였다. 정리하면 리터러시는 문자해득력을 바탕으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생활의 문제를 맥락을 고려하여 해결하는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1. 한국 사회 리터러시의 문제점

 한국사회에 크게 리터러시와 관련해 3개의 집단이 있다. 하나는 60-70년대 이후 다양한 책을 접하며 자라난 텍스트 중심의 문해력을 지닌 집단, 하나는 그 이전 세대로 텍스트를 좀처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해 문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집단, 나머지 하나는 최근 세대로 영상을 바탕으로 한 리터러시를 가진 집단이다. 이 중 기득권을 가진 것은 텍스트 중심의 리터러시를 가진 집단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리터러시를 모두 문제 삼는다는 점이다. 이들 입장에선 나이든 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 제대로 된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집단이 된다. 나이든 세대는 다양한 지식과 교양, 세태에 대한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영상 중심의 젊은 세대는 가볍기만 하고 깊은 사유가 없음을 지적한다.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리터러시는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진정한 리터러시는 서로에게 다가가 타인의 경험과 생각에 대한 이해가 있고, 시대에 대한 사유가 있는 삶에 대한 기록과 숙고가 목표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 된다. 

 한국사회에 최근 드러나는 또 다른 리터러시 문제는 '동질화'다. 최근 매우 다양한 리터러시가 드러나고 있으메도 역설적으로 동질적인 리터러시를 가진 사람과만 만나고 그들 끼리만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영역이 게토화된 사회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내가 읽는 방식으로 읽지 않으면 '너는 문맹이야, 난독증이야.'라는 지적이 서슴없이 웹상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관계를 맺기는 커녕 상대를 모욕하고 비인간화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윤리의식이나 책임의식은 거의 없고 오히려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의 호응을 얻는다. 또한 상대의 의견이 듣기 싫으면 끊어버린다는 태도가 널리 퍼져있다. 자신의 리터러시만을 강조하며 가르치려는 태도도 문제지만 가르치려들지 말라는 것과 함게 가르치려는 사람에게 적대적이 되고 끊어버리려는 반지성주의적 태도가 만연해지는 것도 문제라 할수 있겠다. 


2. 영상 리터러시와 텍스트 리터러시

 텍스트는 생겨나며 문명과 역사를 이루는 기반이 되었지만 필연적으로 공동체적이었던 구술문화를 파괴하여 개인을 출현시켰다. 읽기 시작하며 오래전엔 모닥불앞에서 옛 선인의 이야기를 듣던 인류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질문 또한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자신을 대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면이 형성되고 개인이 탄생한다. 

 텍스트는 독톡한 세 개의 성격을 갖는데 유연함과 검색 및 인용의 유연함, 고도의 추상성이다. 텍스트는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들의 거의 무한하게 어떤 식으로든 기호화 하여 표현이 가능하다. 이것이 유연함인데 소리나 영상은 이런 것에 상당한 제약을 갖는다. 스타워즈를 책으로 써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나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검색 및 인용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찾거나 연구를 해나가며 다른 지식을 찾고 재구조화하고 붙이는 등의 인용을 텍스트가 편하다. 대부분의 연구나 학술논문이 이런 방식에 의존하는데 영상이나 다른 매체에서 이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영상검색도 결국 텍스트로 하지 않는가, 마지막은 추상성이다. 텍스트는 다양한 수준에서 세계를 이론화 하는게 가능하다. 세계의 추상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갖은 개념, 추상적 기호로 드러난다. 

 이처럼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세계를 로딩하고 편집하고 그걸 통해서 지식을 만들고 우리가 경험한 것을 성찰하고 나눈다. 아직 영상은 이것이 어렵다. 또한 영상은 기본적으로 지각의 매체다. 영상을 보며 사람은 언어와 소리와 이미지를 그대로 인지한다. 하지만 텍스트는 그자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내 몸에 이걸 시뮬레이션 한다. 곱씹어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디오 북은 글자나 소리그대로 인지되는 쉬운 장르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곱씹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지금은 영상의 시대다. 미디어가 바뀐다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만나는 감각과 방식, 그리고 의미를 구성하고 대하는 방식 자체가 바뀜을 의미한다. 매체가 달라지면 우리 뇌의 활성화 패턴이 달라지는데 뇌가 달라진다는 것은 우리 몸의 습속 자체가 바뀜을 의미한다. 그래서 영상 리터러시 시대에 우리는 보는 양은 많아졌지만 호흡은 무척 짧아졌다. 거기에 우리가 접하는 영상은 호흡의 짧음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편집된 영상이다. 때문에 나는 매우 빨리 알려주고 흥미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며 다른 것은 지루해진다. 이로 인해 미디어 편식이 이루어져 몸은 점점 특정 길이와 형식에 그리고 특정 내용에만 익숙해지게 된다. 다른 리터러시를 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3. 올바른 리터러시로 가는 길

 한국은 리터러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리터러시의 문제는 사회적 역량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리터러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바른 사회적 리터러시의 생성문제는 결국 교육의 문제로 향한다. 우리 학교교육은 지식을 얼마나 암기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진정한 리터러시를 배양하는 능력인 읽고 쓰고 이를 활용하고, 지식을 다루는 역량을 강조하지 않는다. 공정성이나 진정한 구인타당성보다는 공공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상황인 것이다. 경쟁의 심화로 인한 공공성의 과도한 중시는 경쟁과 서열화를 위한 필연적으로 방대한 양의 어렵지만 가벼운 내용적 지식만을 다루게 되며 이는 짧은 호흡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만든다.

 때문에 교육현장엔 긴 호흡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리터러시가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리터러시는 사회와 연결되어야 하는데 지역 사회나 학교의 문제를 학생이 발굴하여 이를 연구하고, 관련 문서를 읽거나 보고, 사람을 찾아가는 등의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면 수업의 호흡은 길어지게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미디어 간의 교육도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것을 이야기로 바꾸어 보고 반대로 서사가 강한 이야기를 분석적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또한 텍스트를 영상으로 바꾸어보고 영상을 텍스트로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이런 시대를 통해 학생은 다양한 리터러시의 장점와 특성을 알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리터러시를 익히게 된다. 영상시대를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이처럼 영상과 텍스트간의 가교를 놓는 것이 좋은 교육적 시도가 될 것이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좋은 리터러시는 일상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세계에서 이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조망하는 힘이 있고, 그것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관계를 구축해낼수 있는 윤리적 주체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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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2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사람들의 리터러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알라딘도 예외가 아니죠.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알라딘 서재 내의 리터러시 문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댓글을 통해 교류를 하다 보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외면하거나 무시해요.

닷슈 2020-07-02 10:50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이전에도 누군가 지적하셨지만 그런의미에서 알라딘에 공감시스템만 있는건 좀 문제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알라딘 내에서도 대단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생각이 다르다 판단되면 돌아서는 친구분들도 많더군요. 갈길이 멀단 생각입니다. 책의 저자들은 외국에선 생각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싸우고, 남의 리터러시를 함부로 문제삼는 경우는 경험한 적이 없다더군요. 물론 한국은 말이 안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만 문제란 생각입니다.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 안정된 수익 내는 배당투자의 나침반
소수몽키(홍승초).베가스풍류객(임성준).윤재홍 지음 / 베가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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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은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기업을 쪼개서 파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을 가진 주주는 작게나가 기업의 주인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성장하고 이익을 거두면 마땅히 주인인 주주와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 이 방법은 두가지인데 직접 당해년 거둔 이익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주는 것이고 다른 것은 그런 것은 하지 않되 기업이 성장해 주가가 올라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가지 방법중 배당이 매우 약하다. 한국의 기업은 고속성장기 주로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 이익을 거두어도 이를 부채상환에 이용해았다. 거기에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이 많고 국제경기로 인한 채찍효과로 주주환원정책이 취약하다. 또한 대기업들이 대부분 소유주 중심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지 전문경영인에 의한 주주이익실현중심의 기업문화가 전혀 자리 잡지 않았다. 거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및 주가 조작세력의 음해, 그리고 기업의 불투명성과 회계조작,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한국주식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국주식 투자가 대세로 떠오른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차익실현보다는 배당투자를 주장한 책이다. 그것도 미국배당주다. 그럼 왜 미국일까? 우선 미국 기업은 언급한 것처럼 한국기업에 비해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되어 있다. 기업가의 마음에는 항상 주주의 이익실현이 우선적으로 자리 잡으며 이것을 잘해야 실력을 인정받고 기업도 안정적인 흐름에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둘째는 기축통화국의 위치때문이다. 미국주식의 투자는 곧 달러투자와 같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오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식이 하락하는데 환율도 오르게된다. 즉,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주식을 갖고 있다면 주가가 하락하지만 미국주식을 보유한 경우 주가는 하락했지만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해 손실이 어느정도 보전된다. 셋째는 주주친화적 성향이다. 한국은 배당성향이 매우 낮아 15%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52%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의 배당성향도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의 주식은 성장한다. 또한 배당도 한국기업이 일년에 한번 하는게 고작이지만 미국 기업은 대부분 분기별로 하거나 월별 배당을 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월세개념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은 한국의 정치, 경제, 지리적 리스크때문이다. 미국은 그런게 없다. 

 그렇다면 배당투자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배당은 현금이다. 미국은 주주우선주의로 배당에 충실하고 배당금은 현금으로 내야하기에 회계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어렵다. 배당의 증감은 적어도 미국에선 그 기업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바로미터가 된다. 그리고 배당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한다. 배당금은 꾸준히 증액되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은 변동성 대처에 도움을 준다. 배당주는 이미 충분히 성장한 기업으로 대개 경제불황등의 변동성위기에 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배당이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안정적 수익인 셈이다. 

 이 책에는 이런 관점에서 미국배당주에 투자한 고수들의 방법과 추천 기업, 그리고 이런 기업들을 하나하나 고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펀드종류도 다양하게 알려준다. 가독성 높고 읽기 쉬워 몇시간 투자면 완독이 가능하다. 책을 보고 배당에 대한 한미간의 차이에 적잖게 놀랐고, 한국도 투자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주주이익주의를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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