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 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
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고기는 사람이 육식을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먹은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바다는 아니어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호수, 습지, 웅덩이, 강이 있고, 그곳엔 비교적 잡기 쉬운 물고기와 조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매우 많았었고 어떤 경우엔 거의 줍다시피 잡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가축과 곡물류에 비해 인류 역사에서 물고기는 식량으로써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히 다뤄져왔다. 물고기가 주식인 집단이 적고, 물고기가 문명의 기반인 적도 없으며 이렇다할 고고학적 증거도 별로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싱'의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물고기가 인류 초기 문명의 발흥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물고기가 남획의 결과 위기에 이르렀고, 인류의 식량자원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점이 다가옴으로써 환경은 물론이고 인간자체도 위기에 빠졌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1.기회주의적 어업과 초기문명

 책은 제법 두꺼운데 절반 이상을 세계의 과거 문명들이 물고기 잡이를 했고, 물고기가 주요 식량이자 급여로서 문명을 지탱했다는 주장을 하는데 할애한다. 인류의 초기 식량획득 방법은 수렵, 채집, 어로인데 이중 어로만이 아직까지 유의미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어로방법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 따라 많이 현대화했지만 놀랍게도 초기의 여러 방법이 원시적 형태로 그대로 남아있다.(낚시나, 그물이 그렇다)

 인류는 초기 고기잡이는 기회주의적이다. 이는 큰 목표를 갖고 대량으로 잡아들이기보다는 강의 범람 후 말라가는 웅덩이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녀석들을 잡거나 산란기에 강에 들끓을때 손쉽게 잡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초기 인류 문명은 고기잡이에 많이 의지했는데 물고기는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고, 샤냥이나 채집에 비해 어획량이 어느정도 예측가능해 안정성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개 같은 연체류는 더욱 그런 성질이 강했는데 그래서 고대 인류 정착지엔 그토록 많은 조개무지가 남아있다. 물고기가 식량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잡은 사회도 제법 있었는데 농경이 부족합한 북유럽사회나 앤초비에 의지한 페루지역 등 여러 곳이다. 물고기 잡이는 방하기가 끝나가며 더욱 중요해졌는데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감소하고 따라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대형동물이 감소 및 멸종했고, 어장은 오히려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문명에 물고기 잡이는 단지 식량의 하나로써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문명에서는 정착사회가 커지면서 중심지에 군사나, 인부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먹여살릴 식량이 당연히 필요한데 물고기가 지급식량으로 이용된 것이다. 식량으로 지급되기 위해서는 쉽게 상하지 않고, 정량화되어 있으며, 운반가능해야만 하는데 물고기는 이를 모두 충족시킨다. 물고기를 잡아, 머리를 쳐내고, 반으로 갈라 내장과 등뼈를 제거하고 나비모양으로 말리면 되는데 이  말린 물고기가 가볍고, 상하지 않고 오래가며 운반이 쉽고 규격화되어 있어 지급식량으로써의 조건이 매우 훌륭했던 것이다.  

 또한 물고기는 문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정착사회가 초기 국가로 발전하려면 체계적인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보통 농경이나 가축을 통해 식량이 충분히 생산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오히려 수렵, 채집을 통해 사회가 체계화 된 상태에서 정착사회가 더 체계적으로 촉진되기도 한다. 어로사회도 마찬가지. 물고기가 사회 주식일 경우 사회는 상당한 분업체계를 갖게 된다. 대량으로 잡은 물고기는 빨리 부패하여 먹을 수 없게 되기에 빠른 해체 및 처리와 건조 및 염장처리 유통이 필요하다. 즉, 물고기를 잡는 집단과, 잡은 물고기를 즉시 몽둥이로 머리를 쳐서 죽인 후 내장 및 머리와 뼈를 처리하는 집단, 처리한 물고기를 염장하거나 말리는 집단, 염장이나 말린 물고기를 다른 사회와 유통 및 교역하는 집단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리더도 마땅히 필요했을 것이나 물고기를 대량으로 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상당히 체계적이었을 것이고 이런 사회가 곡물이나 가축을 하게 되면서 초기문명 정착사회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저자의 설득력 있는 생각이다.  

 

2. 중세유럽과 물고기잡이

고대로마인들 역시 물고기를 많이 먹었다. 로마의 유명한 소스인 가룸은 생선소스로 물고기를 잡고 남은 피와 내장을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소스의 품질은 생선부위에 따라 달랐는데 참치를 쓴 경우가 최상, 잡어인 경우 하품이었다. 당시 기술이 열악해 해안가 사람이나 어부가 아니면 매우 고위층만 생물 생선을 즐길수 있었다. 로마의 귀족들은 자기 과시를 위해 저택내에 대규모 양어지를 만들어 손님에게 진귀한 생물생선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런 생선사람은 로마의 멸망후에도 이어진다.

 중세엔 물고기 수요가 폭증하는데 여기엔 종교가 한몫을 한다. 교회는 예수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육식을 금하는 시기를 늘렸는데 이 기간엔 곡물과 과일 물고기를 먹는 것만이 허용되었다. 이 금식 기간이 제법 길었기에(일년의 40%에 달하기도 했따) 물고기 수요가 당연히 많아졌다. 또한 중세엔 온난기가 찾아오면서 식량생산이 늘어 인구가 폭증한다. 먹는 입이 늘어나니 물고기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식량수요가 더 늘어난 점도 한몫하게 된다. 이래저래 물고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니 물고기를 잡는 사람도 많아질수 밖에 없었다. 민물고기 중 뱀장어를 많이 먹었는데 구하기가 무척 쉽고 높은 열로 훈제하면 딱딱한 막대기처럼 단단하게 변해 보관기관이 무척 길었기 때문이다. 보관과 이동이 어찌나 용이한지 지역화폐처럼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높은 수요로 연어나 철갑상어등 민물고기가 금방 동이났기에 사람들은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하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양식과 바다물고기 잡이다. 우선 양식이 시작되었다. 물레방아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륙사람들은 특권층을 노려 양식을 시작했다. 14세기 중반엔 잉어가 대량으로 양식되었는데, 좁은 데서도 잘 살고, 더러운 물에 강하며 번식력이 뛰어난 잉어의 특성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잉어는 매우 비쌌는데 1kg당 소고기9kg 빵 12덩이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잉어양식장은 기술의 발달로 바다물고기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사양세로 접어든다. 거기에 종교적 금식기가 느슨해지기 시작하고 잉어의 질퍽한 맛이 바다물고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어 15세기 이후엔 프랑스에선 잉어양어장이 모두 사라지고 만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바다물고기는 청어였다. 청어는 수가 많고 북해에 무척 많았다. 하지만 기름이 많은 생선이었기에 잡은 후 빨리 부패하는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특히, 북해는 바람이 춥고 습시가 많이 청어의 건조가 불가능해 염장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해는 소금이 부족하고 질도 낮아 당연히 염장청어의 질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보관기간도 2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13-14세기 들어 어부들이 청어의 대가리 뒷부분의 아가미를 제거한 후, 바로 그 부분에 소금을 뿌리는 염장방법을 터득하면서 상황이 개선된다. 소금이 피를 타고 내장부위까지 염장하게 되면서 보관기관이 크게 늘었던 것. 이후 통속절임법은 청어잡이를 산업의 길로 이끈다. 통속절임법은 내장을 제거한 청어를 목재의 큰통에 빈틈없이 채우고, 사이사이에 소금을 채우는 형태였다. 소금이 청어의 수분을 흡수하면 청어를 새소금물에 담아 염장했는데 보관기간이 무려 2년에 달했다. 소금한통으로 무려 117kg의 청어통 3개의 처리가 가능해 장거리 교역이 가능해졌고, 품질또한 상당히 균일했다. 통속절임 전반 해도 고기잡이가 주식인 지역을 제외하면 본업이라기보다는 농민들이 농한기에 부업으로 하는 수준이었는데 통속절임법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는 어업산업으로 본격 발전한다.

 하지만 청어가 산업화 되고 남획되면서 청어는 사양길로 접어든다. 또한 1520년경 소빙기가 찾아오자 찬물에 민감한 청어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유럽인이 뒤늦게 주목한 생선은 대구였다. 대구는 자라면 큰 것은 무려 2m의 길이에 무게는 90kg대까지 나가는 거대한 생선이었다. 또한 살이 희고 단단하며 기름기가 적어 추운 북부에서도 쉽게 건조할수 있었고, 건조한 대구 역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쉽게 잡을 수 있고 개체수 역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대구는 책 '대구'에도 나오듯 삼각무역을 가능케했다. 유럽인들은 북미의 뉴잉글랜드 어장에서 대구를 잡아들인 후, 상품의 대구는 유럽에 수출하고, 하품의 대구는 카리브해의 노예의 식량으로 팔아치웠다. 그리고 카리브해에서 번 돈으로 그 지역의 럼주와 설탕을 구매해 그것을 유럽에 팔고 그돈으로 남아프리카의 노예를 사서 북미에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처럼 대구는 세계사적 악명높은 삼각무역을 가능케했다. 북해의 대구 역시 금방 남획되고 유럽인들은 어장을 옮겨간다. 1412년엔 아이슬란드 수역이었고, 1497년엔 뉴펀들랜드 어장이었다. 대구 남획은 계속되어 18세기부터 그 영향이 가시화 된다.

 

3. 어업의 현대화와 어장 황폐화

대충 2차세계대전 이후 어업은 본격적으로 현대화의 길로 향한다. 여기엔 당연히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먼저 증기어업선이 개발되었다. 증기어업선 이전까지 어업의 한계는 명확했는데 바람이 시속48km이상으로 부는 해역에선 위험으로 조업이 거의 없었고, 조업시간과 공간도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증기어업선은 거친 환경의 극복을 가능케했다. 수심400m이상의 바다에서도 조업이 가능했고 시간도 길어졌으며 어장도 넓어졌다. 물고기에게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디젤엔진의 개발은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석유가 석탄보다 부피가 적기에 내연기관인 디젤엔진의 어업선은 진출범위가 더욱 넓어져 대서양 전역이 어장이 되고 만다. 거기에 배가 커져 잡은 물고기를 바로 처리하고 냉동하거나 어분으로 만드는 배마져 등장한다. 물고기를 에워싼 다음 그물 아래쪽 테두리의 줄을 당겨 자루 모양으로 어획하는 건착망도 이때 등장한다. 오랜 역사의 저인망 어업도 디젤엔진의 강력한 힘으로 더욱 본격화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로 어업에 본격화 하자 어장은 더욱 황폐화된다. 사람들은 바다는 넓고 물고기는 무한하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으며 기존 어장이 황폐화 되면 새로운 어장을 찾아 황폐화 시키는 일을 계속해나갔다. 인간이 조업을 한 일이 거의 없는 남극어장의 경우 발견 후 겨우 15년만에 어획량이 80%감소했다. 또한 유럽인들이 처음 발견하고 대구 밭이라고 까지 생각했던 뉴펀들랜드의 어장의 어획량은 1992년 전성기의 1%까지 추락해 폐쇠되고 만다. 2차대전후 전세계적으로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들인 나라는 일본이며,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인구를 지닌 아시아의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다른 해역의 어획에 나서게 된다. 이에 1970년대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해안선에서 200해리를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선포해 자국의 어업자원 보호에 나서게 된다.

 현재의 바다는 매우 참혹한 상황으로 해양 여기저기에 무차별적으로 그물이 처져 있으며 저인망 어업은 계속되고 있다. 길이 100km에 3만개의 낚시바늘이 달린 지옥의 주낙도 있다고 한다. 어획이 줄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저인망어업과 남획을 계속하는 악순환은 어획의 극적 감소를 낳아 1996년 86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던 어획량은 2010년 7100만톤으로 줄어들고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재미로 하는 낚시도 문제다 산업적 어업은 어획량의 급적 감소후 점차 사양세로 접어들고 있으나 취미 낚시는 그렇지 않다. 생업을 위한 개발도상국들의 가내 어업이나 취미 낚시는 어획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적 어업만큼은 아니지만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취미 낚시는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난데 인구만 세계적으로 무려 6000만에 달하고 연간 4000억 달러의 수익과 100만개의 일자리가 이와 관련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어획의 감소에 인간이 찾은 해결책 중 하나는 양식이다. 2014년엔 처음으로 양식의 비중이 자연산 어획의 비중을 넘어설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은 먹기만 했지 물고기의 생태에 무지한 편이라 양식은 아직 상당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편이다. 다른 해결책은 어장관리를 통한 회복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이 주요 어장을 중심으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참혹한 남획으로 어장을 잃은 유럽 각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어장 관리에 들어가 어느정도 어획량의 회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아시아의 어려나라들은 인구가 많은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물고기 소비량의 상당부분을 양식에 의존하는 반면 유럽은 양식비중이 18%에 불과하다.

 또한 기후변화라는 위가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각 수역의 온도와 산도가 급변하고 있는데 물고기는 물속에 사는 만큼 산도와 온도에 무척 민감하다. 어장에 닥치고 있고 닥칠 또 다른 위기 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년말이나 올해초에 올렸어야 할 2019년 정리를 지금에서야 한다. 직장생활이 너무 번잡해서 연말연초에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100권 목표도 실패했고, 하지만 그래도 남겨본다.

 2019년엔 총 95권의 책을 읽었다. 역시 직장핑계에 100권에 다섯권이 모자랐다. 늘 그렇듯 분야는 가급적 가리지 않고 읽으려 한다. 과학분야에 항상 많이 보려고 의식하지만 읽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잘 보질 못한 점이 아쉽다. 모처럼 교육책을 많이 봤다.

 

철학종교[4권] -세상을 뒤흔든 사상, 만들어진 신, 의심의 철학, 불교를 철학하다

 

문학[22권]- 버림받은 마녀, 11문자 살인사건, 오직 두사람, 히가시노게이고의 무한도전, 디디의 우산, 작별, 킨, 수짱의 연애, 미스손탁, 어느날 우리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소년이 온다, 종이동물원, 인생우화, 괴물이란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잠1,2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혼자가는 먼집, 1984, 루거총을 든 할머니

 

경영투자[7권]-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부자가 된 짠돌이

 

경제학[2권]- 땅과 집값의 경제학,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인문[5권]- 문화의 수수께끼, 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국화와 칼, 불안의 책, 소셜애니멀

 

사회[11권]- 전환의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백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심야인권식당, 예정된 전쟁, 버려진 노동, 아픔이 길이 되려면, 평균의 종말, 포노사피엔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90년생이 온다

 

미래[4권]-'통계학, 빅데이터를 잡다', 초예측, 세계미래보고서2019, 2020트렌드 노트

 

예술건축[2권]- 방구석 미술관, 도둑의 도시 가이드

 

역사[7권]- 여섯도읍 이야기, 우린 너무 몰랐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강인욱의 고고학여행, 기억전쟁, 최진기의 전쟁사1-2

 

교육[19권]- 교육과정문해력, 교육과정문해력 배움을 디자인하다, 과정중심평가, 공부의 미래, 교사불신, 학생자치를 말하다, 배움이 없는 학교 프레임을 바꿔라, 수업은 기획이다, 미래교육을 디자인하는 학교교육과정, 과정중심평가, 과정중심평가란 무엇인가, 덴마크행복교육, 수행평가란 무엇인가, 미래형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학교공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 교육과정을 뒤집다, 토토사회놀이터세트,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리질리언스

 

과학[9권] -진화한 마음, 진화, 10대의 뇌, 인류의 미래,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호킹의 빅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만화로 보는 공룡이 생태, 도덕의 기원, 얼굴은 어떻게 인간을 진화시켰는가?,

 

지리[2권]- 지정한 지금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대변동,

 

이제 2019년의 책 10권이다.

10. 불안의 책[페르난두 페소아]

매년 나의 영역을 넘어서 좀처럼 소화가 안된 책이 한두권은 있기 마련인데 이게 바로 그 책이다. 개성이 강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그런 사람의 설명없는 독백을 이해하는 것은 힘든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매력을 느끼는 문장과 사고가 있었다. 한번 도전해 보시라.

 

 

 

 

 

 

 

 

 

 

9.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폴 콜린보]

이 책이 출간된지 40년이 지났다는 것 쉽게 믿기 어려웠다. 이기적 유전자 만큼의 세월을 갔고도 오늘날의 과학상식을 가지고 보아도 상당히 신선했기 때문이다. 진화가 철저히 그지역 환경의 지역적 수용성이란 개념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 법칙을 깬것이 인간이라는 점(완전히는 아니다). 등이 신선했다. 동물이 덩치가 커지기 어려운 이유, 보기 좋은 파란호수와 물이사실은 영양이 없다는 것, 바다의 생물량이 육지만 못하다는 것도 새롭게 안사실이다. 쉽고 재밌는 과학상식과 이론으로 가득찬 책이다.

 

 

 

 

 

8.불교를 철학하다[이진경]

 현대과학은 많은 종교를 곤란에 빠뜨렸다. 종교의 대응은 두 가지인데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신을 내세우며 전혀 논중하지 않고 우기는 것과, 현대 과학에 애써 억지로 자신들의 교의나 교리를 꿰어맞추는 것이다(창조과학, 빅뱅처럼) 그런데 그런 노력이 전혀 필요치 않은 종교가 있으니 불교다. 불교의 연기론과 공사상은 현대 양자역학과 물질의 생성과 상당히 합치한다. 이런 불교 이론을 재밌고 쉽게 쓴 책이다. 강추다.

 

 

 

 

 

7.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이야기[홍익희]

국내 저자가 이런 책을 냈다는 것에 놀랍다. 이런 류의 책은 주로 재밌고 유익하면 외국 저자인데 국내저자다.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를 주제로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 5가지 자원이 세계역사를 움직이고 흥망성쇠를 일으킨 것을 잘 다룬다. 특히 석유부분은 상당한 국제적 음모론 및 현대와도 여전히 매우 관련있어 인상 깊었다. 얇지만 얕볼 수 없는 책.

 

 

 

 

 

 

 

6.종이동물원[켄 리우]

인터넷의 평만큼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중국계 미국인기에 근대 동아시아의 아픈 역사와 현대과학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미래적모습이 저자에게 모두 담겨져 이와 같은 띵작이 나왔다. 상당히 두꺼운 책으로 단편 모음인데 타이틀인 종이호랑이는 생각보다 비중이 약하고 나머지 단편들이 훨씬 재밌고, 내용도 길다. 가끔 역사적으로 헛소리를 하는 일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그들의 꿈에 과거 조상의 만행을 재생시킨다던가 타임머신 같은게 있으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흔한 생각은 나만하는게 아닌지라 저자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데 우익은 거기서도 변명을 한다. 재밌다.

 

 

 

 

5.소셜 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은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무의식의 발견 및 연구로 마치 인간이 모든 것이 정해진듯하고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는 충격적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책을 보면 좀 위안이 된다.

 이 책역시 인간 판단의 대부분은 무의식이고 인간은 그런 형태로 진화했으며 타고난 유전자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개체는 역시 환경에 적응해야 생존력이 높아지기에 후천적인 변화 요소도 적지 않게 남겨 놓았다. 인간의 판단과 생각엔 무의식이 절대적이지만 이 무의식이 형성되는 것은 주변 사람과 환경, 교육에 의해서다. 때문에 가족의 온화함과 주변의 훌륭한 어른, 동기, 경쟁, 친구들은 사람을 형성하는데 역시 중요하다. 이를 다시 소설처럼 말해주는 책이다. 전문책인듯 문학책은듯 애매하다.

 

4.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가축을 시작한 이후로 돼지, 개, 소, 닭, 염소, 양 등의 가축들은 인간의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공짜로 음식을 얻고 포식으로부터 안전하게 된 덕에 개체수도 많아졌지만, 본능을 충족시킬수 업속,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행복을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 철저히 이용당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데 저자가 직접 양계장과 개 사육장, 돼지 사육장, 소 사육장에서 일하며 르포느낌이 나게 이를 담아낸다. 매년 이런 책을 한권씩은 보는데 육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유기농과 동물에 행복을 주는 방목형태, 장기적으로는 배양육이 해결책이 아닐런지.

 

 

 

3.도덕의 기원[마이클 토마셀로]

인간의 도덕이 생존을 위해 진화과정에서 생겨났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도덕의 발생을 사회집단적 상황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대형유인원서부터, 상호간, 집단간으로 개체규모가 커지면서 도덕성이 발달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한다. 책은 읽기 쉽진 않았는데 도덕의 발달을 설명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의 다른 책 생각의 기원과 세트로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생각의 기원이 먼저 일 것이다.

 

 

 

 

 

 

 

2.국화와 칼

흔한 표현이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이 나라의 갈지자 행보를 잘 설명한 책이다. 책이 나온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갔는 것은 그만큼 일본이란 사회의 본질을 잘 파악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일본인의 도덕은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황윤리적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계층에서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중시하며 이를 상당히 안정화하는데 주력한다. 남에게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절대 주지 않으려 한다. 이는 아마도 섬이란 특수한 환경과 잦은 재해로 인한 불안함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로 인해 일본은 사회체제에 대한 극도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갖는다. 이러니 민주주의는 요원할수 밖에. 하여튼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책이다.

 

 

1.기억전쟁[임지현]

가해의 역사와 피해의 역사에서 분명 일어난 사실은 같다. 하지만 가해자는 가해자 나름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서로 알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달라진다. 거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는 깔끔히 분리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주로 피해자나 간혹 가해자인 경우가 있었고, 가해자는 대개 가해자지만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복잡성가 국가민족적 이해관계로 인해 같은 사실에 대한 기억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2차대전을 두고 폴란드, 독일, 일본, 러시아, 한국의 기억은 모두 다른데 그 이면을 잘 파헤친 책이다. 기억을 왜곡한 것을 때론 공산주의나 민족주의, 산업자본주의, 냉전등이었다. 그런것이 사라져 다시 기억이 올라왔을때 오래된 세월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기억이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기억은 민족이나 인종, 계급, 젠더, 세대등 특정 이념에서 벗어나고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0-03-31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화와 칼>은 오래 전에 읽은 책이고

<종이 동물원과 <불안의 책>은 사서 쟁여
두기만 한 책이네요.

저도 백권 이백권 읽는 책의 수량에
연연하긴 하지만, 연말에 가면 역시나
역부족이라...

절절하게 공감합니다.

닷슈 2020-03-31 16:18   좋아요 0 | URL
많이 보는 분들이 많아 항상 불안합니다 그것도 가정직장다있는분들이

북다이제스터 2020-03-31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년 백권 이상을 목표로 잡는데, 평생 딱 두 해만 이뤄봤습니다. ㅠ
정말 쉽지 않은 목표인 것 같습니다.
좋은 책들 추천 감사합니다.
특히, <기억의 전쟁>은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닷슈 2020-03-31 19:19   좋아요 1 | URL
북다님이 보시는 책을 제가 본다면 연간 50권도 어려울 겁니다 쉬운걸 많이봐서 그렇죠 기억전쟁은 추천합니다
 

 

 한 때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혁신교육은 어느새 일반명사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변경된 이후 진보교육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정확친 않지만 현재 전국 교육감 중 대구, 경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교육감이 진보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펴는 정책은 자세한 부분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혁신교육이다.

 그중 인구가 1300만으로 가장 많으며 민선교육감이 출범한 후 계속 진보교육감이 선출되 안정적으로 10여년간 혁신교육을 현장에 정착시킨 지역이 경기도다.(서울 역시 선도적이었지만 중간 교육감 고체로 맥이 다소 끊어지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인데 경기도는 이미 2012년 지역교육과정을 출범시키고 이를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하였다. 여러가지 혁신정책을 선도하고 이슈화한 지역인데 그런 경기도의 혁신 발자취 10년을 담은 책이 이 책이다.

 지난 10년간 혁신학교, 고교 평준화, 민주시민교육과설치, 혁신교육지구, 9시등교, 상벌점제폐지, 마을교육공동체, 경기도교육과정,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꿈의 학교, 꿈의대학, 몽실학교등의 파급력 큰 정책이 경기도에서 시행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도적이었고, 다른 지역과 교육외 분야로의 파급력도 컸다.(무상급식이 서울시장을 교체하는 사건의 단초였음을 기억하자)

 경기 혁신 교육은 김영상 정권 시절 5.31교육개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5.31교육개혁은 창의성과 다양성, 자율성이 기치였으나 역으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교육시장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후 한국 교육은 경쟁터이자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교사는 위에서 내려오는 여러가지 개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피폐화를 막기 위해 경기혁신교육은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주성, 윤리성, 전문성, 창의성을 기본철학으로 혁신교육을 구현하였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민주성-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

 [민주시민교육과 설치, 학교자치활성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문화 만들기 등]

교육의 주요 목적은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이를 체험하고 체현하며 배워야할 학교 현장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와 교육청 중심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지시와 명령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성장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한 민주시민이 나올리 만무했다. 

 때문에 학교현장의 민주주의를 우선했다. 매년 학교의 민주주의지수를 조사하고(절대 이를 학교평가에 이용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이를 구성원들간에 공유하며,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기회를 갖게 했다. 이로 인해 매년 경기도교육현장의 민주주의 지수는 상승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민주주의 지수에서 같은 항목을 두고도 학생과 교직원의 입장, 그리고 학부모와 교직원의 입장이 크게 다른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음은 민주시민교육과의 설치다. 교육청 내에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전국최초였다. 현장에 안착하여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민주시민 교재를 개발하여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은 학교자치 활성화다. 학교의 주인은 엄연히 학생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학생에게 교육내용자체는은 그렇다쳐도 대부분의 행사와 학교운영이 그대로 주어지기만 했다. 민주시민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주인이 되기 만무한 상황. 학생자치에 힘을 싫기 위해 기존 교장이 배부하던 임명장 대신 학생이 스스로 조직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져 선거를 주재하고 이 단체가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부여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나 각종 체험학습 위원회, 주요 학교교육행사 및 일정에 학생자치회가 참여하도록 하여 주인의식을 높여나갔다. 예산도 제법 많이 배부하여 내실있게 학생자치회를 운영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 윤리성-구성원간의 관계, 신뢰와 자존감회복

[학생인권조례, 상벌점폐지, 무상급식, 9시등교, 회복적생활교육, 아침맞이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인권을 학생에게도 부여하고자 했던 이 조례는 짧은 교복치마와 화장, 길고 염색한 머리등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로 뒤덮였지만 현장에 잘 안착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교사에 순종적이지 않고 반항적이며 다루기 힘들어진 요즘 학생들을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더욱 지도하기 힘들어졌다는 푸념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이전에는 학생지도에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주로 이용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물론 학생의 신장한 권리만큼 의무도 충분히 가져갔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여튼 학생인권조례는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만 취급되었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하나의 획기적 계기였다.

 무상급식은 하나의 보편적 복지로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신체적 건강을 하나의 교육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기존 아이들은 급식비를 내고 밥을 먹고 있었으며 학교현장에선 선별적 복지로 10%에 달하는 아이들이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이를 모두 지원하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급식의 질을 높인 것이 무상급식이었다. 유기농 급식으로 질적 상승까지 갖고와 학생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기본체력과 체격향상, 수업에의 집중도 향상까지 노린 정책이었다.

 9시등교는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정책 이후 연구에서 학생들은 수면시간과 아침식사 비율의 증가를 보였고, 지각생이 감소하고, 수업집중도도 향상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아침시간이 확보되어 학습에 대한 준비도가 증가하였으며 부모와의 대화시간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아침맞이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을 교문앞에서는 학교장이 각 교실에선 담임교사가 학생을 맞이하는 활동이다. 어제 있었던 일이나, 간단한 기본 표시 및 공유, 교사와 서로 간단한 스킨쉽, 산책하기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습을 위한 정서적 준비와 안정을 가져왔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 처벌 위주였던 학생의 잘못된 행동 변화를 조정과 화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다. 사회에 비교하자면 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내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기보다는 북유럽형태로 교화에 가까운 형태로 다루는 형식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문화를 평화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생활 교육 패러다임으로 생활지도에서 생활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3. 전문성-개인을 넘어 공동의 성장과 학교역량신장

[전문적학습공동체,  교원업무정상화, 승진체계개편 등]

교원은 마땅히 전문직임에도 오랜 시간 위로부터 내려오는 소모적인 지시와 비민주적이고 자율성이 허용되지 않는 학교현장과 교육방침으로 전문성을 펼치지 못하고 소모되어왔다. 우선 교원들은 너무 많은 수업과 교육이외의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교사업무유형을 살펴보면 수업이 33% 학급운영이 11% 생활 지도 및 상담이 15%, 교무행정업무가 26%, 일반행정업무가 15%로 거의 절반 가까이를 교육 이외 업무수행에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 한국 학교의 교직원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수업교사는 학생 1000명당 OECD평균이 72.9인데 반해 한국은 42.4명, 보조교사는  OECD평균이 4명인데 한국은 0명, 비교수 인력은  OECD평균이  6.8인데 한국은 0.8명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학교운영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제공치 않음으로써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교육업무에 충실치 못하고 다른 업무에 소모되어 왔다는 것이다.

 교원업무 정상화는 교사가 가르치는일에 전념할수 있도록 학교환경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학교교육력을 높이는게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교무업무를 보조한 행정실무사 인력을 학교에 투입하였으며 각 학교는 교육환경 중심의 환경을 구성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게 하였다.

 다음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다. 그동안 교사연수는 교육청과 교육부중심으로 정책에 대한 연수를 주로 시행해왔다. 거기에 연수주체도 대부분 교장이나 교수, 장학사들로 현장에 대한 거리고 있거나 교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있어 전문성과 공감이 부족했다. 또한 내부연수가 부족하여 단위학교자체의 문화와 문제를 해결할 역량배양역시 미흡하였다.

 이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개별학교의 교육활동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학교안에서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여 성장하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외부강사보다는 자체학습을 중시하였고, 토론을 중시하여 역동성을 높였다. 또한 연수의 관점을 개별교사의 역량신장보다는 학교공동체의 역량배양에 초점을 두었다.

 다음은 승진체계 개편이다. 교원의 승진률은 3%로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감, 교장으로 승진한 교원들의 역량이 낮다는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오랜시간 승진체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쉽지 않았다. 우선 교원이 국가직이다 보니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교육부와의 협의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교육부나 교육청은 자신들이 밀어붙이는 정책에 대한 승진가산점을 부여해 사실상 승진을 원하는 교원의 역량을 배양하기보다는 정책도구로만 활용해왔다.(학교폭력가산점이란 놀라운게 있다) 또한 기존승진체계에 대한 신뢰도 문제였다. 개혁을 하려고 해도 기존체제에서 승진점수를 쌓아온 사람들의 반발이 클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은 승진가산점을 개편하면 개편하기 어려운 다른 승진가산점이 변별력을 갖게 되는 왜곡의 문제였다.

 때문에 승진체계의 개편은 보다 민주적인 리더쉽을 갖고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 학교장으로 활약할 수 있게끔하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승진과정에서 대상자가 몸담았던 학교교직원으로부터의 온라인 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무자격자의 공모제나, 학교장아카데미, 교장보직선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4.창의성-학습자의 선택과 협력적 활동기회 제공,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

[혁신학교, 혁신지구사업, 꿈의 학교, 몽실학교, 경기도교육과정]

경기도교육과정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학습자가 교과내용 지식의 습득을 넘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거나 구체적인 문제해결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동원하고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즉, 학생의 창의성과 이를 통한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간 국가교육과정은 총론 수준에서는 제법 그럴싸한 내용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각 교과의 각론이 그저 지식위주로만 채워져 총론과 각론이 따로노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량중심교육과정임에도 각 교과의 지식만 목표로 삼는 성취기준이 많다. 주로 수학과 과학이 그렇다] 반면 경기도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재해석이라는 용어로 국가교육과정의 약점을 각 지역과 단위학교가 폭넓게 변용하도록 허용하였다. 지금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디자인이 일상화 되었지만 10년전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다음은 혁신학교와 혁신지구사업이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삶의 역량을 기르는 학교다. 이는 매우 많은 혁신과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교실혁신에서 학교혁신으로 발전하면서 더 넓고 확장된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때문에 혁신학교가 학교를 단위로 하는 정책이었다면 학교를 넘어 지역단위로 확장된 교육개혁 정책이 필요하였는데 이것이 혁신지구사업이다.

 몽실학교는 청소년이 주인인 교육시설이다.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로 운영되며 모든 프로젝트는 무학년제를 기본으로 하며 5-20명의 학생이 연간 48-72시간을 운영한다. 몽실학교는 프로젝트 중 정책마켓이라는 것을 히트시켰는데 정책을 상거래처럼 구매의향자에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제1회 정책박람회에서는 학생부기록간소화, 청소년 알바 부당대우금지, 100만원으로 대학다니기, 제2회에서는 성중립화장실, 교복인가? 고복인가? 등의  정책이 주목을 받았다. 몽실학교는 학교, 교사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났고, 지역사회 교육자원봉사자의 교육기부 활성화,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자발적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꿈의 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 주체들이 참여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바타응로 학생 스스로 기획, 운영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학교다. 꿈의 대학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등학생이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개설한 강좌를 희망에 따라 수강하여 융합적 사고력과 진로개척 역량을 신장시키는 학생중심 프로그램의 학교이다.

 

이처럼 경기교육 10년은 많은 개혁과 정책을 이루고 안착시켜왔다. 하지만 그림자도 많다. 우선 교사나 학교, 지역간 혁신교육의 실천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양적발전을 꾀하도보니 질적인 발전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혁신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지역의 이해도가 천차만별이었다(아직도 교육현장엔 혁신교육에 대한 이해도와 반감이 많은 교직원이 많다) 이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기혁신교육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을 실천하기보다는 기존처럼 위에서 주어지는 혁신정책을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 경기혁신 교육3.0은 다음과 같다.

학생은 교육이 삶과 연계되고, 독창성과 창의적 교육, 꿈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교육, 예체능 교육활성화, 소통과 존중이 있는 관계,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민주적인 학교를 갖게하는게 목표다.

교사는 자발성을 촉진하고, 기본에 충실한 책무성, 학생자치, 민주적인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교사의 교육환경개선, 교육청 개혁이 목표다.

학부모나 시민단체는 지역별 교육의 이형화, 혁신교육의 기본 지키기,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혁신 추진, 학부모거버넌스구축, 성찰에 기반한 문제해결이 목표다.

다음 혁신교육정책도 기대해보며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교육문제가 해결될 날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맑스도 그렇게 했지만 단선적인 역사관이 지배적이다. 사용하는 도구라면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의 형태, 그리고 경제체제라면 수렵채집-농경-산업형태다. 실제로 이런 라인을 따르지 못하거나 늦었던 민족, 사회, 국가의 운명이 지난 백여년간 어떠했는가를 잘 알고 체험했기에 이 같은 단선적 역사관은 쉽게 옹호되고 받아들여지는 편이다.

 책은 이런 단선적 역사관 중 특히, 농경에 대해 시비를 건다. 사람들이 수렵채집 형태의 생활을 영위하다 가축과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정착하고 국가를 이루어 발전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시비다. 물론 농경이 현대 문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국가의 시초이긴 하지만 그 국가 소속 개별 인간에게 생각보다 많은 악영향을 준 것은 최근 잘 알려져있는 편이다.(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영양실조와 굶주림, 작아진 체격,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구조로 여러가지 농경후유증, 충치와 전염병, 신분사회와 가혹한 착취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채집의 더 나은 다음 단계가 농경이고, 발전과 생존을 위해 이렇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고가 지배적인데 책은 이를 하나하나 따져본다.

 

1. 착각들 

 우선 지적하는 점은 농경 및 가축의 시작과 도시국가의 탄생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시간차가 난다는 것이다. 보통 농경 및 가축의 시작과 정착사회의 탄생을 거의 같은 시점으로 생각하지만 최초의 농경과 초기도시국가와는 무려 4천년의 시간차가 난다. 더 웃긴 것은 농경과 가축  이전에도 도시국가정도의 수준은 아니자민 유의미한 규모의 정착생활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가축과 농경의 시작이 반드시 대규모 도시국가 형성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가축과 농경전에도 정착사회가 있었던 만큼 둘은 항상 병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 편견은 초기국가문명이 매우 풍요로운 지역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기 국가에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수만명의 사람이 몰렸고, 좁은 지역에 갇혀사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선 당연히 지역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국가와 풍요로운 지역은 반비례관계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초기 국가가 형성된 지역은 대개 지금은 건조지역인데 초기 정착이 시작되었을 무렵 이 지역은 지금보다 해수면이 높았고 대개 습지지역이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유속이 느려져 강하구에 삼각주나 거대습지가 많이 형성되었고 사람들은 대개 이지역에 일부 정착했다. 습지지역은 동물과 식물식량이 풍부했고, 생태적 다양성으로 꾸준히 먹을거리가 교체되어 매우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국가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한군데 잡아놓고, 세금을 징수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먹이사슬이 매우 단순하고 영양적으로 빈곤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먹을 거리는 무엇을 징수해야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며, 영양적 풍부함은 굳이 국가사회에 개인이 속박되는데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세번째는 농경을 하는 도시국가와 여러 제국 및 강력한 나라들이 등장했음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인류의 또 하나의 생활방식(사실 원래 생활방식이 맞다)으로 수렵채집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농경사회는 스스로를 문명사회로 칭하고 이들을 야만인으로 대접했다. 실제로 수많은 농경국가들은 이들 수렵채집, 유목사회와 오랜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우리로 생각하면 북방민족들이 그렇다고 할수 있다. 이들은 인구수는 적었지만 무력이 강했고, 하나로 세력이 통합될 경우 농경국가를 무너뜨릴만큼 충분히 강력했다. 흉노나 몽골 및 만주족, 게르만족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만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는 면이다. 농경국가가 이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세력권하에 두게 된 것은 1600년 경으로 화약제국의 완성으로 기마병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부터이다.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지금의 영토국가들이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을 세력권하에 두기 시작한 시점과 대개 일치한다. 하지만 이들 수렵채집, 유목사회가 농경국가들과 항상 대치했던 것만은 아니다. 농경국가들은 강유역의 농경에 유리하며 부양력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곳에 대개 위치했으므로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목재나, 모피, 귀금속 등의 산물이 항상 부족했다. 농경국가들에 이런 천연자원들을 교역한 것이 수렵, 유목민족들이다. 이들은  식량 및 가축, 문화재 등의 물품을 받아가고 이런 천연자원들을 농경국가에 전달했다. 전쟁보다는 이런 교역의 역사가 훨씬 컸을 것이다. 실제로 수렵채집, 유목민족들도 한번에 모든 것을 털어가는 약탈과 파괴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이득을 주는 교역을 선호했을 것이다.

 

2. 도무스의 탄생과 도시국가의 탄생

 도무스는 가구를 뜻하는 라틴어로 경작지, 씨앗과 곡식저장고, 사람들과 사육되는 동물들이 전례없이 좁은 한 곳에 집중된 득특한 장소다. 말이 어렵지 농사짓고, 가축치는 농가하나를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 경관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인위적으로 불을 질러 다른 잡목을 제거한 후, 식량이 될만한 식물자원의 씨앗을 심어 수확하는 등의 행위다.

도무스는 이처럼 주로 불등을 이용하여 주변 경관을 정리하여 생존에 적합한 동물과 식물을 자신의 주변 근거지에 배치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오랜작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후기 신석기 사회에 등장한 도무스는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생태실험장이된다. 자연상태에서 동식물종은 도무스처럼 좁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관하에 집중된 적이 없다. 농경과 가축을 위해 땅을 정리한 결과 토양은 해가 더 많이 비치고 외부에 많이 노출되게 된다. 이로 인해 토양안에 새로운 생태질서가 자리잡게 되며 기존의 동식물과, 기생충, 곤충등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지게 된다. 생물종이 집중하면서 좁은 자리에 오물이 집중적으로 쌓이게 되며 이는 기생생물의 대량발생으로 이어진다. 질병의 주 매개체인 모기와 절지동물이 이 오물을 번식과 섭식에 용이한 장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가축과 장시간 밀접접촉하게 되면서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인간은 가금류와는 26가지, 쥐 및 생쥐와는 32가지, 말과는 35가지, 돼지와는 42가지, 염소 및 양과는 46가지, 소와는 50가지, 개와는 무려 60가지의 전염병을 공유한다. 유명한 홍역은 양과 염소의 우역바이러스에서 천연두는 낙타와 소의 설치류 조상에게서, 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서 유래했다.

 이 같은 도무스는 동일작물재배의 취약성과 가축 및 인간에 대한 기생생물과 곤충, 전염병의 공격으로 취약하고 생산성이 높지 않았다. 때문에 인간은 앞서 말한 것처럼 도무스를 생성했음에도 오랜 기간 도무스의 자급능력부족으로 수렵채집사회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대규모 정주생활인 도시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마땅한 설명은 없지만 현재까지의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광역혁명이다. 말이 혁명이지, 쉽게 말해 영양의 하향평준화라 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아마도 남획으로 고영양의 동물식품이 줄어들었다. 이에 인간은 대안으로 하위 영양수준(그러니까 더 작고 영양가가 적은 동물)에서  더욱 다양한 생계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것이다. 이로 인해 수렵채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도무스에 보다 의존하게 되었으며 정착생활은 자연스레 더 높은 출산률로 이어지게 되었다. 즉, 정착과 도무스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광역혁명결과 인간은 땅을 일구어 농사짓고, 가축을 가르는 부단하고 반복되는 고역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영양은 취약해졌고,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률은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착으로 인해 국가에 속박되기 시작한다.

 

3. 국가의 시작과 통제도구들

 국가는 보통 노동의 분업이 이루어진 상당히 복잡하고 계층화된 위계적 사회에서 행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가 중요한데 보통 그것이 국가의 영토다. 과거 초기 도시국가는 행정력이 미약했기에 그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다. 최초의 도시 국가가 형성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기원전 3500-2500년 정도에 해수면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유프라테스 강의 유량이 줄어들었다. 기후가 건조해졌고 강물이 줄어 들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던 습지가 사라지고 강의 본류만이 남게 된다. 줄어든 강물 탓에 토양이 염류호하여 경작 가능한 땅이 줄었고, 사람들을 부양할 만한 땅 역시 줄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맞이 한 광역혁명의 결과로 사람들은 더욱 좁은 땅에 노동집약적으로 일하게 되었고, 건조함으로 인해 관개사업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곡물과 인력이 소수의 경작가능한 땅으로 집중하자 전유, 계층화 불평등이 발생한다. 국가의 본격 시작인 것이다.

 국가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면도 있었지만 좁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가둬놓고 착취하는 가혹한 것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국가에 얽메이면서도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역으로 국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강하게 통제한다. 국가가 자신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통제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성벽과 세금징수, 글이다.

 보통 사람들은 성벽을 도시국가를 같은 외부의 도시국가나 수렵유목민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실제로 성벽의 존재는 외부로부터 보호해야 할 소중한 것들이 존재함을 의미하며 이는 주로 백성들로부터 징수한 것들이다. 즉 성벽은 영속적 경작과 식량저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으로 성벽은 도시국가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성문은 주로 낮에만 개방되고 밤에는 차단되었으며 항상 문지기가 있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또한 대개의 지역민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통제되었다. 과연 성벽이 방어만을 위한 목적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음은 세금이다. 국가의 유지와 존속에 가장 필요한 것이며 형태를 달리할 뿐 오늘날까지 존속하는 것이다. 세금은 지금은 화폐로 징수하지만 인류역사상 대부분 곡물의 형태로 징수했다. 곡물과 국가사이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결합이 있는데 이는 과거에는 오로지 곡물만이 조세의 형태로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곡물은 쉽게 눈으로 볼 수 있고, 낟알이 작아 아주 작은 단위로 균일하게 나눌수 있으며 가치 산정이 가능하다. 또한 운송이 쉽고, 배급도 용이하다. 게다가 땅위에서 자라나 눈에 보이는 형태로 거의 동시에 심어 동시에 수확하니 일시에 세금징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한번 고구마를 생각해보자. 고구마는 땅속에서 자라나니 정확한 수량을 알 수 없고, 주인이 기습적으로 수확하거나 수확량을 얼마든지 속이기에 용이하다. 또한 지금처럼 저울이 일반화되지 않은 과거에는 이를 정확한 수량으로 나누어 주기가 어렵고 단위부피당 무게도 무거워 운송도 쉽지 않다. 도시국가들에서 곡물만을 선호한 이유이며 이런 이유로 카사바나 얌, 고구마 등이 주식인 지여게서 도시국가가 자라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은 글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한글을 개발했다는 이유는 매우 낭만적이지만 실제 인류문명사회에서 글의 발명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글은 국가형성기에 등장한 것으로 정주 사회의 형성 및 국가의 기원, 운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세금의 징수와 인력의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초기 도시 국가들은 고유의 문자를 발명하고 사용했지만 매우 소수의 집권층들만 이를 사용했기에 흔적이 얼마 남지 않았고 도시 국가의 명멸과 동시에 글도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의 진의 경우 통일을 하고나서 지역마다 다른 독특한 측정관행을 없애고 모든 것을 통일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재산과 물산, 인력을 모두 통제하고 징수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국가 통치유지를 위한 징수와 착취의 도구로서의 글에 대한 정체성은 피지배민들의 가슴속에도 어렴풋이 이해되었던 것으로 보이다. 농민반란이나 노예들의 반란에서 일번으로 태워졌던 것이 바로 그들의 신분과 재산을 나타내는 문서였으니 말이다.

 

4.초기 국가의 약점들

역사상 농경을 바탕으로 한 왕조들은 그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한다. 한국의 왕조들은 갑작스런 백두산 분출과 말갈의 대두라는 진퇴양난으로 200년만에 망한 발해를 제외한다면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정도로 그 수명이 길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농경왕조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길어야 2-3백여년 수준이다. 이는 농경국가가 가진 내재적 취약성 때문인데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식량으로 1년에 1번 수확하는 1-2가지의 주요 곡물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일작물재배는 언급한 것처럼 세금징수와 유통, 관리, 배급에 매우 유용하나 가뭄과 홍수, 병충해에 취약하다. 다음은 도무스 형성과 인구과밀로 인한 전염병 취약성, 마지막은 잉여생산물이 운송체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런 미묘한 균형에 약간이나마 균열이 생길 경우 농경왕조는 크게 흔들렸다.

 여기에 외부적 위기도 있다. 바로 환경파괴와 침략이다. 초기국가는 상당한 양의 목재를 소모했다. 작물경작과 가축방목을 위한 토지정리, 조리, 난방, 가마, 주거지 건축, 금속야금, 선박건조, 기념비 및 종교건축, 철제련, 벽돌제조 등. 이 모든 활동엔 열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과거에 바로 목재를 의미했다. 때문에 초기 국가는 일단 주변의 목재를 빠르게 소모한 후, 자신들이 위치한 강 상류지역의 벌채를 시작한다. 목재는 무겁기에 운송이 간편한 강유역부터 빠르게 목재가 소모된다.

 하지만 대가는 크다. 강유역의 삼림파괴로 하천 유역의 비가 더 빨리 흘러내리고 토사가 빨리 운반되어 격렬한 홍수가 발생한다. 토사가 축적 및 퇴적하면 자연제방이 생기고 장벽이 생겨나 강의 흐름이 이전에 비해 막히고 역류하여 습지가 생기기 쉬운 여건이 된다. 그리고 이런 습지는 모기가 대량발생하기 쉬워 도시에 말라리아를 가져온다. 또한 물의 부족으로 관개농업을 지속할수록 토양엔 염류가 쌓이게 된다. 염류의 제거를 위해 계속 토양에 물을 공급하게 되면 결국 지하수면이 높아져 염분이 있는 물이 작물의 뿌리에 닿게 되어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식량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다.

 침략 역시 위기를 가져온다. 도시 국가는 아주 풍요로운 지역엔 적합하지 않아도 인구 부양을 위해 적절히 풍요로운 지역이 필요하다. 주로 강하구인데 문제는 이지역이 교통의 요지로 방어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방어를 위해 중심지를 풍요롭지 못한 곳에 두는 경우가 있다. 고구려 역시 초기 도읍이 졸본이었고, 발해 역시 그러했다. 양국 역시 힘을 키워 방어에 자신이 생긴후에야 풍요로운 곳으로 중심지를 이전했다. 이런 생산성의 부족은 국가의 태생부터 위기를 가져온다.

 또한 국가는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식량생산에 투입해야 할 인력의 상당부분을 항상 방어에 투입했다. 이는 생산력의 저하를 가져오며 초기 국가가 인적자원에 매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도 인구는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엔 인적자원의 확보가 국가의 성패에 매우 중요했다. 지금의 통념과는 다르게 전쟁 승리의 대가로 상대방의 영토를 취하기 보다는 그곳을 황폐화시키고 인적자원을 노예로 수탈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자신들의 인구로 편입하기 위해 아동이나 인구 생산이 가능한 여성노예를 선호했다. 남성노예는 체제 편입의 어려움과 호전성으로 주로 중심지 외곽에 노예로 생산활동에 이용했다.

 게다가 초기국가는 행정력이 미약하여 영향력이 잘 미치지 못하고 조세의 운송이 어려운 외곽지역에서 세금을 잘 징수하지 못했다.(과거 고려와 조선도 북방지역의 세금은 운송의 어려움으로 자체국방예산으로 사용하게 했다) 때문에 초기국가의 수취는 주로 중심지에 집중되었다. 이에 중심지의 사람들은 착취에 시달렸고, 항상 탈출을 염원하거나 체제에 불만을 갖게 된다. 도시 반란이 잦았던 이유다.

 

이처럼 책은 농경이 자연스레 정착과 도시문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농경과 정착간에는 전후로 생각보다 오랜 시간 간극이 있었으며 도시문명이 시작 된 이후에도 세계의 상당부분은 인류 본래적 생활방식인 수렵채집, 유목이 계속되었다. 이 생활은 농경에 비해 인구를 적정히 유지하고 풍족하고 생각보다 안정적이었기에 도무스의 발명이후에도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도시문명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쉽사리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며 도시문명이후에도 1600년까지는 수렵채집, 유목사회가 이들과의 교역을 담당하고 보다 강력한 무력으로 우위를 점하기도 했었다.

 도시문명은 탄생 이후에도 전염병과, 식량위기 및 부족, 외부침략, 환경파괴, 내부갈등으로 상당히 자주 명멸했으며 도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성벽과 세금징수, 인구자원의 수탈과 확보를 해나갔다. 때문에 인류역사를 농경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세계관과 도시문명에 대한 낭만적이고 당위적 서사를 지적하는게 이 책의 역할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ixing 2020-04-08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을 다 읽은 느낌이네요. 깔끔한 요약 감사드립니다!

닷슈 2020-04-08 17: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 인터넷 상의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서 인상적인 글을 남기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구매도 했고, 기대가 컸지만 막상 보니 솔직히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그의 다른 소설도 보아야 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보았던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이 더 인상적인 느낌이다. 하여튼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

 종이 동물원처럼 이 책도 단편집 모음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내기전에 상당히 긴 호흡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테드 창에 대해 워낙 몰라 이유는 잘 모르겠다. 창작의 고통은 역시나 엄청난듯하다. 종이동물원은 정작 종이동물원이 가장 별로였는데 숨에서는 숨이 제법 괜찮았다. 학자들은 우리와 여러가지 우주상수나 물리법칙이 다른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숨에나오는 우주가 그런 우주같았다. 우리 우주에서는 큰 질량을 가장 물질들이 생겨나 고온고압의 상태에서 빅뱅으로 짧은 시간내에 전우주가 퍼저나갔다. 숨에서는 이 물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공기의 흐름 기압차이다. 여기선 웬 로봇 같은 녀석들이 등장하는데 죽을 일이 거의 없지만 이상하게도 시스템 오작동이나 사고로 다시 부팅하면 기억이 모두 사라지며 녀석들은 이걸 죽음으로 생각한다. 한 개체가 자신의 뇌를 직접 해부해보며 공기의 흐름으로 인해 자신들의 기억이 구성되고 언젠가 전우주로 공기가 퍼져나가 압력이 같아지면 공기의 흐름이 사라져 결국 자신들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고 이 우주도 끝장난다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래서 제목이 숨이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란 단편에선 역시 좀 비슷하게 평행우주 개념이 등장한다. 이 세계에선 프리즘이란 장치가 발명되는데 이 장치는 다른 평행우주를 서로 연결해서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양자역학에 의해 여러 우주로 분기되어 평행우주가 생성된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한 작품인데 이 프리즘은 통해서 다른 평행우주에 있는 자기 자신과 주변인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심지어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터에 큰 한계가 있어 프리즘은 오래사용하지 못해 사람들은 간헐적으로 사용하거나 문자적도만 주고 받는다.

 이게 나오니 이상스레 불행해지는 사람이 많았다. 평행우주의 다른 자기 자아가 선택한 것이 지금의 나의 선택보다 나은 경우가 많았던 것. 그 때 그 연인과 헤어진 것, 직장을 그만둔것 혹은 그만두지 않은 것, 혹은 도전을 한거과 하지 않은 것등, 분기상 만들어진 많은 다른 우주의 결과를 보며 현세계의 인간들은 절망한다. 이 프리즘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까지 생겨날 정도다.

 또다른 인상적인 단편은 '소프트 객체의 생애주기'다. 가장 긴 분량이어서 좀 짧게 나오면 한권으로도 가능한 분량의 소설이었다. 근미래인데 가상세계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구의 모습과 환경이 구축된다. 사람들의 일상은 양분화해 실제세계와 가상세계에서의 삶이 비슷한 수준으로 어우러진다. 한 회사가 이 데이터 어스라는 가상세계 플랫폼에 애완동물을 출범한다. 이 녀석들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객체로 매우 귀여운 외모로 만들어졌고, 마치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 주인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여러방향으로 자라나는 다양성을 지녔다.

 초기 큰 인기를 누리던 녀석들은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시점이 다가왔고, 개발사는 문을 닫게 된다. 세월이 오래지나 데이터 어스도 차기 플랫폼에 대체되었고, 오래전 만들어진 이 애완동물 녀석들은 차기 플랫폼으로 호환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무한히 광활한 가상의 지구에 몇몇 자신과 비슷한 개체와 주인들만 남게 된 것.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간다.

 다양한 상상이 나온다. 이 애완동물들이 학습해나아가 직업을 갖게 되거나 수익성을 갖게 되는 것, 그래서 법인으로까지 인정이 되는 문제, 그리고 인간과의 섹스가 가능해지는 것 까지 말이다. 이 애완동물 프로그램들은 소설안에서 로봇으로도 이동이 가능해 물리적 세계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본인들은 오히려 갇힌 기분을 갖고 싫어하긴 했지만.

 다양한 상상과 과학이 가득한 소설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