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인한 독일 통일, 그리고 이어진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 국가들의 독립,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비롯한 일련의 사회주의권의 전체적 붕괴로 지구권은 드디어 자본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이념으로 통합되는 듯 했다. 이런 자신감으로 미국은 과거의 적이었던 동유럽국가나 중국등을 자본주의 경제로 본격편입시켰고, 지금의 국제적 분업질서를 구축했다. 사상가들도 자신감이 넘쳤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썼다. 2차대전 이후 즉각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시간차를 두어 여러 민족국가들이 독립했지만 예상과 달리 과거처럼 종교나 민족이 강조되지 않았다. 냉전에 편승한 독재자들이나 냉전으로 인한 동맹과 압제가 그리고 자본주의 미국과 사회주의 소련이라는 서로가 마주보는 더 큰 적이 그런걸 뒷전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사회주의의 붕괴라고 하여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았다. 냉전의 반세기간 인종이나 민족이니 종교는 잊혀진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계화로 인한 자본주의는 많은 빈부격차를 낳았다. 독재자의 압제와 이념이라는 더 큰 적이 사라진 권력의 공백자리는 고전적 개념인 인종, 민족, 종교가 다시 차지했다. 세계적 통합의 중심지이지 안정적일 것이라 믿었던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통합의 상징이었던 유럽연합은 경제적 격차와 난민 및 저임금 노동자의 이주로 브렉시트를 통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한 분노로 20세기엔 상상하기 어려운 극우정치집단이 적잖은 지지마저 얻고 있다. 또한 이민자의 나라로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립한 미국 역시 역설적으로 이민에 대한 장벽과 멕시코를 향해 거대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21세기는 예상과는 달리 분열의 시기인 것이다.

 책 정치적 부족주의와 벽이 만든 세계사, 그리고 이번에 읽은 장벽의 시대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원인을 잘 보여준다. 장벽의 시대는 지리의 힘으로 유명한 팀 마샬의 새로운 책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 상세한 사례로 저자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상당히 많은 분열의 시대의 사례와 배경이 등장하는데 재밌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이스라엘의 장벽과 분열

 이스라엘 주변에 종교와 민족이 다른 국가들에 휩싸여 강력한 단합력을 보여주는 나라처럼 여겨진다. 그들에게 분열요소는 오로지 그들이 땅을 빼앗은 팔레스타인뿐이고 여기에 장벽을 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상당한 분열의 씨앗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860만 인구중 유대인이 75%로 생각보다 적다. 나머지는 아랍인과 이주해온 100만에 달하는 러시아인, 팔레스타인인 등으로 예상과는 달리 제법 다민족국가다. 종교역시 유대교로 천편일률일것 같지만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동방정교까지 복잡하다. 

 유대인 내부에서도 상당히 분파가 갈리는데 이스라엘 유대인 대부분은 아슈케나지로 이들은 주로 동유럽에서 이주해왔다. 때문에 동유럽 문화권이고 유럽 혼혈이 많아 피부색이 밝고 고등학력자가 많아 이스라엘의 정치와 비즈니스를 장악하고 있다. 또 다른 유대인 분파는 세파르디다. 이들은 아랍지역에서 살아온 유대인집단으로 피부색이 어둡고 아랍문화권이다. 비주류인 이들은 주로 농촌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유대교라는 공통점을 제외한다면 아슈케나지와 문화적으로 매우 달라

양집단가의 문화적 교류나 혼인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이들 중에는 하레디란 집단도 있다. 하레디는 종교근본주의자들로 유대신과 그들의 경전을 글자그대로 믿는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아슈케나지를 중심으로 상당히 세속적이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하레디는 대가족을 이루고 종교적 활동에 전념해 거의 직업도 갖지 않는다. 또한 이스라엘 법상 병역도 면제된다. 하레디는 안식일에도 무조건 쉬는 것을 강조해 안식일에 자신들의 구역내에서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심지어 운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하레디는 정부로부터 보조금까지 받는데 직업도 없고 병역면제에 보조금까지 지급되니 아슈케나지를 비롯한 다른 세속적 유대인 집단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아랍인들도 살고 있다. 이들은 어찌보면 유대인이 아니기에 사실상의 이등집단이다. 먹고 살기 위해 아랍어 외에도 히브리어에 능통하고 직장내에선 히브리어를 사용하지만 자신들의 집이나 거주지역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고 아랍어 방송과 신문을 읽는다. 교육수준도 유대인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현재 이스라엘 내에서는 하레디와 아랍인의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장차 이스라엘에 많은 분열을 야기할 것으로 여겨진다. 


2. 인도와 방글라데시

 인도의 독립 후 간디는 인도의 종교적 차이에도 하나의 인도를 건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도의 오랜 역사는 그걸 허락치 않았다. 인도는 원래 힌두교 국가였지만 그에 기반해 불교가 생겨났다. 그리고 북부에서 이슬람 세력이 침공해 무굴제국을 세운다. 무굴제국은 힌두인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켰지만 그러기엔 인도대륙은 너무나도 컸고 사람수가 많았다. 이에 무슬림들은 지역적으로 개종을 실시해 지금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지역에 무슬림이 많아지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인도의 독립후 이슬람의 서파키스탄과 동파키스탄, 불교의 스리랑카가 독립했다. 동파키스탄은 인종적 차이로 서파키스탄으로부터의 수많은 차별을 받고 1971년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들을 탄압하고 수백만이 폭력에 희생당하는데 이 때 수백만이 인도로 탈출하게 되고 동파키스탄은 인도의 도움으로 결국 독립하게 되어 방글라데시가 된다.

 하지만 이후 세계에서 가장 긴 장벽이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생겨난다. 방글라데시로부터의 난민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치적, 지리적 이유가 함께한다. 우선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하구에 위치하고 삼각주의 해수면에 위치한 저지대국가다. 나라안에 강이 무려 100개나되는데 몬순기후로 홍수가 매년 발생한다. 바닷물로 쉽게 역류해 하구지역은 농경이 쉽지 않다. 또한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의 얼음도 녹아 북부지역의 상당수 옥토가 사막화했다. 때문에 갈곳없는 농촌인구가 도시지역과 인도로 몰리고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 독립에 인도가 기여했음을 확신하는 파키스탄은 이런 이주를 부추기고 있으며 테러리즘 또한 후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의 목적은 놀랍게도 이슬람게 방글라데시 인을 많이 이주시켜 인구구조를 바꾸어 새로운 무슬림 공화국을 인도내에 수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아삼주는 무슬림의 수가 힌두교도수를 앞서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3. 미국과 멕시코

 미국의 인구는 3억3천만 가량으로 72.4%가 백인, 12.6%가 흑인, 4.8%가 아시아계, 1%미만이 아메리카 토착민이다. 완전해 보이는 통계지만 뭔가 이상하다. 여기엔 상당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이 빠져있다. 미국 통계당국은 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히스패닉을 특정 인종으로 구분해 분류하지 않았다. 백인집단에 사실상 모두 포함시킨 셈인데 그러기엔 이들의 수가 무려 17%에 달하며 인종과 종교 문화까지 미국 백인집단과 상당히 상이하다. 

 미국내 히스패닉은 미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은 무역을 위한 미시시피강 수계를 확보하기 위해 루이지애나를 차지하지만 인접한 텍사스주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 당시 멕시코는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캘리포니아 거의 전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미국에 비해 인구수가 부족하여 텅빈 텍사스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인의 이주를 허용한다. 텍사스에 멕시코인보다도 많은 코만치 부족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는데 곧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미국민의 수가 위협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멕시코인과 미국인은 융합하기엔 너무 달랐는데 구교와 신교의 차이 그리고 노예제 폐지와 찬성으로 입장이 달랐다. 결국 미국인은 멕시코인의 10배에 달해 텍사스 공화국을 설립하고 미연방에 들어간다. 

 1846-1847년 미국과 멕시코 전쟁으로 멕시코는 위의 미국내 영토를 모두 빼앗긴다. 멕시코 영토의 1/3에 달하는데 이로인해 미국내 히스패닉의 역사가 시작되다. 미남부와 서부에 상당한 지명이 스페인언어인것도 이때문이다. 1차대전때 미국은 노동력의 상당수가 전쟁과 전시물자산업에 투입되며 멕시코의 노동력을 상당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공황기에 50-200만의 멕시코인을 추방했고, 다시 2차대전후 전쟁노동력이 필요하자 1960년대까지 농업을 위한 멕시코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후 경제가 침체하자 트럼프로 인해 유명해진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입은 계속되었는데 조지부시는 9.11이후 국경 요새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여긴 힐러리와 오바마도 동의한다. 트럼프는 이 장벽을 더욱 크게 확장하고자 하는데 사실 현실적 문제가 쉽지 않다. 장벽에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인 리오데그란데 강이 포함되지만 양국은 1970년에 이 지역을 개방하기로 서명했다. 조약 위반이 되므로 장벽은 리오데그란데 강에서 상당히 후방에 지어져야한다. 또한 장벽을 건설하고자 하는 땅의 상당부분을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역시 만만치 않아 장벽을 건립할 수 있는 지역도 많지 않다. 마지막은 엄청난 건설비용이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장벽을 건설해도 허점은 많다. 완벽한 장벽은 없고 결국 사람들은 어떻게든 건너온다. 오히려 사람들만 위협에 빠뜨리고 경제적 역량만 낭비하는 셈인데 저자는 미국과 멕시코의 자동차합작히사처럼 멕시코지역의 경제활성화만이 장벽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4. 아프리카의 폐쇄주택들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빈부격차가 크고 치안이 불안하다. 2012년 전세계의 살인사건43만건중 36%가 미국이고 32%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때문에 아프리카 전역에서 부유층과 증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폐쇄주택과 폐쇄적 복합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주택들은 일반적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우선 공공공간을 버리게 되어 오히려 범죄위험이 증가하며 부유층이 모인 곳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쉬워진다. 또한 사람들간의 계층에 따라 거주지역의 구분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시민참여의식의 감소와 내부인 간의 집단 사고를 조장하게 된다. 이들 부유층은 또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공공지원에 기대지 않아 정부의 역할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크게 본다면 국민국가의 응집력마저 감소시킨다. 안그래도 국민국가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더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같은 아프리카의 폐쇄주택은 석유경제로 혜택을 보는 나이지라아 일대에 많이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그 가격이 10억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의 빈부격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남아공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이런 폐쇄주택을 보며 거대 아파트단지라는 철옹성을 구축하고, 그 안에 공공시설과는 구분되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호화 시설을 누리고 외부인과 이것을 공유하는 것을 철저힌 구분하는 한국의 아파트들이 생각났다. 폐쇄주택 및 폐쇄적 복합단지들과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5. 결론

 전세계는 상당한 빈부격차와 종교, 인종, 민족의 부상으로 인한 갈등으로 폭력과 거주지를 잃은 난민들의 이동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초기 유럽의 많은 진보정권은 난민을 환영하고 수용하려 했지만 그 규모가 상당해지자 지지를 잃고 실제적 수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난민의 무조건적 수용을 옹호하진 않는다. 우선 난민의 무조건적 수용은 그 나라에 붕괴를 가져온다. 바다와 사막을 건너 이동하는 난민은 어느정도 그 국가에서 경제력을 갖춘 지식인 계층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들을 다른 국가에서 수용한다면 해당국가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붕괴되어 더 많은 난민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의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고 수용하기엔 역시 수용국가의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이 사실상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 이민들 수용한 프랑스 및 여러 국가들은 기존 자국민과 새로운 자국민 사이에서의 통합문제로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때문에 지금으로선 딱히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인간이 보편적 형제애를 받아들이고 세계가 자원경쟁이 사라질때 까지 인간은 결국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개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해결책인데 실제로 양자가 가능해야만 장벽을 사라질듯하다. 결국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및 이념과 뒤떨어진 지역에 대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재건 및 지원이 이런 불가능해보는 해결책으로 접근해가는 장기적 해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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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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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혁신학교 조현초 4년의 기록 - 학교교육의 대안찾기 - 학교는 혁신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가 학교희망보고서 3
이중현 지음 / 우리교육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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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교사에서 공모제 교장으로 경기도 양평 조현초에 발령나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간 혁신학교 4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요즘 혁신학교책이 조금 드물게 나오는 편인데 최근 사례인줄 알고 봤지만 과거 사례여서 기대와 달랐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혁신학교라 역시 느끼는바도 많았고 혁신학교 초기의 어려움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교직생활을 하며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학생들은 상급학년이 될 수록 학교 가기를 재미없어 하는가

- 왜 학교 공부만으로는 부족해 사교육을 해야하는가

- 왜 전국의 학생은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가

-왜 전국의 학교는 같은 시각, 비슷한 활동을 해야 하는가

- 왜 전국의 학교는 비슷한 운영체제를 갖는가

- 왜 열정적인 신규교사는 5년이면 구태의연해지는가

-왜 교사들은 대화가 아이들이 아닌 승진에 치우치는가

-왜 교사들의 연구나 시범학교의 연구결과는 공유확산되지 않는가

-왜 교육청, 교육부의 인력은 학교지원보다 사무에 몰두하는가

-왜 불필요한 공문은 줄어들지 않는가


학교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

위 질문은 한국의 학교교육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형태를 갖고 있으며 경쟁 및 서열화의 논리로 학생을 산업화 시대의 인적자원으로 대하고 선발을 위해 질적선발등으로 타당도를 높이는 시험이 아닌 객관성이나 신뢰성만을 앞세우는 평가를 하는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에 맞지 않는 학교교육에 흥미를 못느끼고 모든 학교가 가르치는 내용이 비슷하고 평가수준도 낮으니 사교육이 횡횡하며 각 학교는 교육방식이나 교과서가 같아지게 된다. 또한 중앙집권적이고 학교에 자율성을 주지 않으니 교육부와 청은 지원은 보다는 군림하고 지원에 대한 개념과 배려가 없으니 공문도 줄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중 학교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우리나라교육은 교육의 다양성을 수월성개념으로 보고 보다 잘하는 아이들에 초점을 두어 특수목적고나 자사고를 도입했다. 하지만 다양성의 문제는 학교체제의 다양성이 아니라 교육의 다양화로 가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 학교체제의 다양성은 오히려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경쟁과 서열화를 강화시켰다. 

 다양성이 확보되려면 학교에 자율성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교, 교사마다 다른 교육내용, 교사별평가를 비롯한 각종평가제도와 대학선발방식을 개선하는게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시스템을 갖추어야 학교현장에서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다양한 교육이 실현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갖추어지면 다음이 자율화다. 자율화의 핵심내용은 단위학교에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을 주고 교육행정은 학교나 교사의 관리가 아닌 지원체제로 나아가야한다. 또한 각 지역의 단위학교는 자율성확보와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것이 중요한다. 이것이 쉽지가 않다.

 책에는 조현초에서 실현한 혁신학교의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다. 분기별 성장통지표, 형식적 체험학습이 아닌 교육이 있는 통합적 체험학습, 학생중심 동아리와 자치회, 생태교육, 기초기본을 강조한 디딤돌 및 발전학습등 지금의 혁신학교들이 담고 있는 많은 기본적인 모습들이다. 학생들이 모둠이나 개인별로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해 학습하는 방식도 있는데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잘만들어진 혁신학교여서인지 너무 많은 것을 해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다. 교원업무가 정상화되지 못한 시점에서 이 정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들의 많은 희생이 따랐을 것이다. 혁신학교 하면 정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구마 회의와 야근, 자진 방학 반납등의 부정적 어조가 교사들간에 회자되는 것은 혁신학교의 이런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걱정없이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화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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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양장)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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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누구나 부모가 있거나 있었다. 형태는 다양하고 사연도 가지가지 겠지만 그렇다. 생물은 생물에게서만 생겨나니까. 적어도 한 두 세대에선 달걀이 닭보다 먼저 일순 없으니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를 천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하긴 그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보다야 조금더 선택권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들은 두 가지 가능성 밖에 없는 성별도 결정할 수 없으며 더 어려운 외모나 지능지수, 성격 등 그외 모든 걸 고르지 못한다. 바라는건 많지만 그저 얼마 안되는 자신들의 좋은 점만을 물려받기를 기원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부모가 자식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건 자식을 낳지 않아 부모가 안되기로 하는 것 뿐일 것이다. 

 이런 어떤 자의성과 선택권도 없이 그저 우연과 바램, 천명이라는 포장으로 부모 자식 관계가 형성된다. 이 관계 사이에선 무조건적 사랑이 전제된다. 물론 아름다워 보이는 이면 안엔 엄청나께 끔직한 일들과 다툼, 현실이 자리한다는걸 우린 잘 안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힘든 관계 속에 사랑과 아름다움이 자리하기도 한다. 희생과 헌신, 이해, 좋은 관계의 맺음, 배려 등등 이런게 있다는 것도 우린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러하니까.

 책 페인트는 어쩌면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자식관계를 순서를 뒤집음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재조명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배경은 조금은 가까운 미래 한국이다. 저출산현상이 심화되어 사람들은 급기야 애를 거의 낳지 않기에 이른다. 남북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거대한 국방비를 돌릴 여지가 생긴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급기야는 태어난 아이들을 국가에서 키워주는 거대한 NC(Nation's children)센터를 전국 각지에 설립하기 이른다. 센터는 3단계로 아이들 연령대에 따라 퍼스터, 세컨드, 써드로 나뉜다. 아이들은 여기서 생활하며 학교도 다니고 운동도 하며 정서적, 인성적, 신체적으로 철저히 관리받는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가디언들이 존재하며 아이들 이름은 모두 제누301, 아키505식이다. 달 이름에서 따오는 것인데 1월생이면 젠뉴어리니 남자면 제누, 여자면 제니식이며 뒤에 식별 숫자가 붙는다. 가디언들은 아이들 관리 이외에 아이들 입양도 담당한다. 센터 바깥의 사람들은 센터안의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었는데 센터로 와서 입양하고 싶은 아이를 만나는 것은 parent's interview 즉 줄여서 책 제목 페인트라고 한다. 바깥의 부모들은 입양에 성공할 경우 정부로부터 제법 큰 보조금과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은근히 입양은 인기가 있었다. 거기에 입양은 아동의 정서적 신체적 학대 방지를 위해 사춘기시기엔 13세이상, 즉, 써드센터부터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바깥의 부모들은 아이를 입양해도 힘든 유아기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입양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센터의 아이들 역시 사회적으로 센터 출신을 차별하는 풍조가 있어, 입양을 선호했다. 이런 배경속에서 주인공 제누301에게 페인트 기회가 디시 찾아온다. 제누301은 벌써 17살로 센터에서 머무를 나날이 길지 않았다. 

 책은 이런 제누와 페인트를 하는 부모, 제누의 친구들과 가디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면서 천명이기에 누구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면서도 크게 고민하고 인생에 추억과 상처를 주는 부모자식관계에 대해 재조명한다. 책을 보면서 각자 내가 부모로서 어떤가 혹은 자식으로서 어떠했는가 그리고 다시 부모자식으로서는 어떤지를 생각해 본다. 이것 만큼 사람에게 큰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부모란 뭘까?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면서도 올바른 쪽으로 이끌어주고 그러면서도 그 녀석을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나도 그녀석과 떨어져 살 수 있는 것일까? 사랑과 그로 인한 간섭과 다툼, 내 욕망의 투사, 그리고 자식이 자람에 따라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자식을 하나의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해나가는 것. 이 모든 노력 과정이 올바른 부모자식간의 관계의 정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천명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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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탐정 고민 상담소 1 - 자아는 가출 중 문학동네 청소년 44
이선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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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그림도 조금 아이스러워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아이들에게 하나 추천해줄만한 책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느낌으로 접근한 것이 사실. 그런데 재밌었다.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독특한 서술에 재밌고 개성있는 주인공의 말씨, 가상의 지역인 산이군이라는 해안마을 공간배경도 인상깊었다.

 주인공은 맹승지, 중1이고 탐정임을 자부한다. 하도 탐정탐정하니 주변사람들도 탐정으로 해주는 것 같지만 나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옷을 맡긴 걸로 다둔 세탁소와 정육점의 일을 해결해 마을사람들에게 공인받는다. 그래서 탐정이긴 한데 골치거리가 좀 있다. 명탐정이고 싶은데 성이 맹가이니 맹탐정이 되어버려 역 마뜩치 않다. 거기에 책 제목처럼 탐정사무소에 사건 의뢰라는 것이 죄 고민상담이다. 누구도 범인을 잡거나 물건을 찾아달라 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하긴 시골 해안마을이니 당연한일일까.

 가사도 화목하지 않다. 이 시골바닥에서 서울대까지 나온 아버지는 자아를 찾는답시고 다 중년의 나이에 아이 셋과 아내 ,노모를 팽개치고 집을 떠난지 거진 10년이다. 집은 3층집으로 3층에 살고 2층은 세를 주었으며 1층에선 엄마가 마을의 사랑방격인 카페를 운영한다. 그나마 가족중에 마음에 드는 언니는 고등학생이 되어 인근 정주시로 나갔고, 남동생은 귀찮고 엄마는 자신을 구박하기만 한다.

 책에서 맹탐정이 받은 의뢰는 네 개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여 10분마다 전화를 거는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워 일부러 전화기를 잃어버리는 윤미, 공부를 잘 하고 곧 고등학생이 되어 인근 정주시로 나아가 의대를 가고 싶은데 이를 반대하는 어머니와 갈등하는 영은 언니, 부모가 이혼하게 되었고 미국으로 곧 떠날 엄마와 남아있을 아버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자아가 이탈해버려 자아를 찾아달라는 인혜, 남모를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고민하다 이를 엄마에게 들켜버렸다고 착각하는 용우. 맹탐정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아니 해결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스스로 보게해주고 자신도 성장해나갔다는게 정답일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약간 열린 형태로 나아가는데 속편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사람들과 자신의 고민을 발견해나가고 성장하는 맹탐정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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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7-17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닷슈님 글 보면서 힐링합니다. 날도 더운데 건강도 챙기시면서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

닷슈 2020-07-19 09:16   좋아요 0 | URL
저도 라이프님 글 보며 힐링합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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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21세기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렇다할 이익구조 없이 기대만으로 주식이 상장과 동시에 사나흘간 상한가를 치고, 현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한 것은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약산업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이런 약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의 역사는 매우 긴데 아마도 몸이 아픈 인간은 이것 저것을 먹어 보았을 것이고 거기서 효험을 본 것이 약으로 처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고 자체의 영양성분이 높거나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정도 또는 면역력에 의한 치료효과를 약효로 착각하는 것이 처음엔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액설에 기반한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하였기에 환자가 아픈 경우 문제가 되는 체액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체액이란것은 지금 의학에서는 오히려 아픈 경우 보충한다. 수혈이 그렇고 링겔을 맞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피를 빼내거나 체액을 고갈시켜니 이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액설 의학은 기독교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여 이에 반하는 의학적 사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처음 변화가 생긴건 파라겔수스의 의학이다. 그는 금속을 이용한 치료를 중시했는데 아메리카를 다녀온 선원들과 전쟁에 매춘부를 동원하며 당시 유럽엔 매독이 매우 크게 퍼진 상태였다. 매독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수은의 증기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았는데 수은의 증기를 환자에 몸에 쎄여 매독균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독한 수은은 정상적인 조직도 공격해 치료 환자들은 상처자체에서도 고통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무려 1.5L의 침을 쏟고, 간과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입고, 잇몸이 문드러져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지는등 치명적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런 외모의 변화는 매독감염의 증표로 작용해 또 다른 낙인효과를 낳았다. 

 수은은 중독성이 알려진 지금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여겨지지만 의학적 상식이 없던 과거는 아니었다. 수은은 진사화 같이 유명했는데 진사는 붉은 색으로 연소하면 수은으로 변한다. 진사의 붉은 색은 혈액처럼 여겨져 원기와 생명의 상징으로 수은의 회색은 정액을 연상시켜 생명의 씨앗과 부활로 여겨졌다. 때문에 둘은 생명과 부활, 즉 영생처럼 여겨졌기에 진시황은 이 무서운 두 물질을 같이 복용했다. 또한 수은은 피부에 잘 흡착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피부를 미백시키는 효과가 강하여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은 수은 화장을 하고 그린 것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제약산업이 시작된다. 약은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 황의 5가지 구조가 주 뼈대다. 약의 화학식은 이중 수소를 제외하고 표현되는데 수소는 기본 뼈대보다는 다른 뼈대에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정도기 때문이다. 나뭇잎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놀랍게도 화학회사로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바이엘과 화이자, 산도스로 염료공장이던 이들은 공정과정에서 찌꺼기인 대규모의 콜타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찌껴기에서 아닐린을 분리하고 아닐린에서 페놀이 분리되며 사정이 달라진다. 페놀은 약물을 대량합성하는데 필요한 시작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약회사들이 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생산한다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념하는 신약은 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이 어디 치료하는거 보았는가 그날그날 증상을 그저 완화해줄뿐이다. 이들이 이런 약에 천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때문이다. 질병 근원을 치료하는 약보다는 매일매일 자주 먹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수요가 작은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2003년엔 상당수 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제약회사들은 20세기 중반들어 위생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약 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들이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매우 창의적인데 바로 정신의학분야에 간섭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이 애매한 정신장애를 제약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로비하였고, 이후 수많은 정신의약품을 개발하여 이윤을 누리기 사작한다. 이 약 역시 정신질환을 전혀 치료하지는 못하며 꾸준히 복용하며 약간의 개선만을 시켜주는 정도다. 우울증 약으로 유명한 프로작은 4천만이 복용하여 4만이 자살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오늘날 유명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마약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류는 고통의 경감, 종교적 영성, 각성, 평안을 위해 각종 각성물질과 평온을 주는 물질을 찾아 활용해 왔다. 아편, 카페인, 알코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은 카페인과 술만이 허용되며 마약류는 모두 터부시되지만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폭넓게 허용되었다. 의외로 중독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거의 6천년간 마약을 복용해왔는데 중독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는 마약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쳐 양자체가 반감되고 독성도 상당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사로 혈액에 직접 공급하거나 흡입으로 폐를 통해 바로 혈관으로 도달하는 경우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약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대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양귀비이고 그 열매의 과즙을 굳혀 검고 딱딱하게 만든게 아편이다. 대마로 우리 조상들은 줄기와 꽃을 이용해 아편을 만들어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종이를 얻었고, 씨앗에서 기름을 얻었다. 씨앗을 그 유명한 헴프씨드다. 이 대마의 아편에서 모르핀이 추출되고 화학식을 약간 변화해 약효를 8배이상 높인게 헤로인이다. 마약류를 불법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던 70년대 반전운동에 앞장서던 히피와 흑인 집단을 공격한다. 흑인은 헤로인을 히피는 대마를 사용했는데 이를 불법화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타락하고 중독성을 강조하며 불법화한다.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마약을 불법화하였는데 이는 과거 알카포네같은 마피아를 키운 금주령처럼 마약을 고가화하였고 이로 인해 불법조직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지금의 작태를 낳게 만들게 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정권은 독재에 반대하는 이장희, 신중현등의 포크가수들에게 문화처럼 퍼지던 대마를 전격적으로 불법화하고 미국처럼 공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기르던 대마는 차차 사라지고 우리 인식속에서 모든 마약류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거대제약회사들은 세계적으로 마약류를 불법화해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약개발에 대마등을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대마는 상당히 효용이 높다.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는 강렬한 최음제나 환각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크며 실제로 외상후장애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된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LSD역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람에게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사유를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SD는 오히려 복용후 이런 강한 정신작용으로 피로감이 높아 불법화하기 전에도 예술가나 문인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마는 소아뇌전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책을 보며 마약류에 대한 오해, 거대 제약회사들의 태동과 못된 작태들, 약을 허용하고 하지 않는 모호성과 그것에 관여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민낯, 그리고 약의 발달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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