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으로 간 이해중심 교육과정 이론과 실천이 만나다 1
온정덕 외 지음 / 살림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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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라는 말은 다른 말처럼 넓은 층위를 가진다. 보통 상대방의 말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면 이해했다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교육에서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를 알았음을 의미한다. 교육에서 가장 안좋은 이해의 의미는 어찌보면 선다형 문제의 원리는 이해하지 못한채 문제만 풀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는 이 경우도 오랫동안 이해로 인정해왔다.(복잡한 수학공식을 외우고 혹은 문제풀이 방법만 외워서 해결한 경우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교육계의 이해의 의미는 변했다. 지금의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를 파악하고 내면화한 후 더 나아가 새로운 상황이나 맥락에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능력을 역량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하여튼 지금 이런 수준의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미래사회는 원하고 있고, 이에 맞추어 교육과정도 이해중심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해중심교육과정은 1998년 미국의 위긴스와 맥타이가 창안했는데 이 책은 그 이론적 배경과 실제사례로 이루어졌다.

 이해중심교육과정은 미국에서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이수 한 후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증적 질문에서 출발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긴 했고, 점수도 어느정도 얻긴 했는데 당최 뭘할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뾰족한 답이 없었던 것. 그래서 교육과정 이수후 도달행동수준으로 성취기준이란게 등장했다. 성취기준이란 기본적으로 문제해결, 즉 수행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를 평가하기 위해 당연히 수행평가란 개념도 등장했다. 이게 98년의 일로 우리의 7차교육과정도 이를 즉각도입했다.

 이해는 무언가를 파악하고 내면화한 후 적용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추론과 전이, 패턴화한 지식 세가지의 단계로 구성된다. 추론은 첫단계로 교과의 구조를 이해하는 단계다. 학습자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패턴이나 구조를 파악하는 사고과정을 거친다. 이를 하려면 기존의 선경험과 선지식이 중요한데 그래서 각 교과엔 무언가를 배우기전에 기존 경험과 관련하는 부분이 있다. 전이는 배운것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이다. 습득한 지식, 기능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이다. 패턴화한 지식은 더 나아가 배운것을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든 상태로 일반화의 상태에 도달했다. 때문에 이 부분에선 자기만의 언어나 방식으로 배운 것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법칙이나 원리도 만들어볼만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해의 대상으로는 각 교과의 학습내용 즉, 사실과 정보, 개념이나 기능, 원리나 법칙, 일반화가 있다. 이중 이해중심교육과정의 목표는 학생이 개별적 사실을 잊어도 그 핵심원리를 잊지 않는 영속적 이해에 도달하는 것으로 당연히 그 대상을 일반화 및 원리, 법칙의 이해다. 개념이나 기능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학생을 영속적 이해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사실과 정보는 개념이나 일반화의 예에 불과하다. 기능은 교육내용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며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중요하다.

 하여튼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해중심교육과정에서는 핵심질문이란 것을 구성한다. 이는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고 핵심개념과 일반화에 비추어 의미구성을 돕는 것으로 학습자들이 단원전체에 걸쳐 논쟁하고 탐구하며 결론을 도출하도록 이끈다. 형태는 당연히 개방적이다. 핵심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7가지를 제시하는데 우선 가르치고자하는 핵심내용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예로 삼권분립이란 핵심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권력의 남용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라고 핵심질문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성취기준에 제시된 동사와 명사를 구분하여 만들기, 학생이 도달하기 위한 이해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만들기, 학습자의 오개념을 고려하여 만들기, 이해의 여섯가지 측면을 생각하여 만들기가 있다.

 이해중심교육과정을 통해 핵심질문과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평가를 제기했다면 마지막 단계는 학습활동의 구성이다. 학습활동은 WHERETO로 구성한다.

Where/why-단원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은 무엇인지

Hook-관심을 집중시키고

Explore/ebable/equip-과제수행에 필요한 지식, 경험, 노하우를 갖추게 하고

Reflect/rethink/revise-핵심아이디어들을 다시 생각하고, 반성, 수정하며

Evaluate-과제의 진행을 스스로 평가할 기회를 주고

Tailored-학습자 개개인의 강점, 재능, 흥미를 적합한 방식으로 다양화하고

Organize-깊이 있는 학습을 최적화하도록 조직

 마지막으로 이해중심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는 개념적으로 사고하여 학생이 무엇을 이해할수 있어야 하고, 가르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즉, 이해의 대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안내자이나 촉진자로 활동해야하며, 학생의 사고와 오개념을 중간에 드러내고, 평가설계자처럼 항상 사고하고 단원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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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부자들 -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
박순걸 지음 / 에듀니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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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집단은 교육공무원으로 관료제 성격을 강하게 지닌 집단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폭넓은 자유를 누리는 이완적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집단은 두 상반된 성격중 확실히 관료제 성격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데 이는 근원적으로 자율성과 전문성보다는 중앙집권적 통제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통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때문이고, 학교 내부적으로는 이들의 충실한 시녀인 관리자들 때문이다.

 교사집단은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는 다르게 어찌보면 상당히 수평적인 집단이다. 경력이 쌓이면 꾸준히 급수가 올라가며 직위가 변하는 일반직에 비해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트랙외에는 경력이 아무리 쌓여도 여전히 평교사이기 때문이다. 경력차와 호봉차는 꽤 나겠지만 30년차 교사와 처음 임용된 신규교사는 같은 평교사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장, 교감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수직적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이런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성격이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학교 현장에 정작 민주주의가 꽃피우지 못하게 하고, 교육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감, 교장이라는 관리자들 역시 이전엔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교사였다. 하지만 이들은 관리자가 되는 순간 놀랍게도 탈바꿈하며 교사들과의 동료성과 연계성, 수평성, 민주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관리자의 소통능력 상실, 공동체를 담아내는 리더십의 부재, 교육적 소신의 부재, 교장실로 중앙집권화하려는 성향을 꼽는다.

 교감, 교장이라는 관리자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말에 순응하게 되는데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교육청이 교감과 교장의 승진과 중임에 대한 권한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교감의 경우 교장승진을 위한 근무평가 성적을 교장과 교육청으로부터 받는다. 각각 50%씩 받게 된다. 이 경우 교감은 대부분 교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에 만점을 받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실상 변별력은 교육청이 쥐게 된다. 때문에 각 학교의 교감들은 교육청의 사업추진이나 연수, 교사동원 요구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이는 학교 현장에 부담으로 가중된다. 교장역시 마찬가지여서 중임을 위해 교육청의 요구에 민감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책은 학교 민주화와 교육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결국은 승진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감, 교장의 승진 및 중임에 과감히 같은 학교 교원의 점수를 반영시켜 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고, 또 다른 방법은 순환보직제다. 학교내부에서 교직원, 학부모, 학생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교장이나 교감을 보직제처럼 선발하고, 일정 임기후 다시 교원으로 돌리는 제도다. 역시 상당한 민주성과 수평성을 담보할수 있는 방법이다. 교장공모제의 확대도 주장하는데 연구결과 일반 중임교장과 초빙교장, 내부형 교장 공모중 가장 교육만족도가 높은 형인 내부형 공모교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만이 이것이 가능해 상당한 한계가 있다.

 학교본연의 목적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중 또하나는 바로 교사가 교사 본연의 목적인 교육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중등 교육법에 의하면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그 어디에도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행정업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상으론 학교에서 발생하는 행정업무는 행정실에서 처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의 성격상 교육과 그 외의 것이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 경우 행정실과 교사간 줄다리기가 벌어지며 대개 승자는 관리자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법령에 의거하여 교육청의 질의하면 그들은 결국 애매하고 안타깝지만 각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비겁한 답변만 내놓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교육당국과 청이 확실한 입장을 그어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교육청엔 교수학습지원과와 행정지원과가 있는데 교수학습지원과에서 오는 공문은 교사가 모두 처리하지만 행정지원과의 공문은 행정실에서 모두 처리하는게 아닌 교사가 처리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내용을 정리하면 학교교육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선 교감과 교장이 변해야 하며 자율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결국 승진제도와 교직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교육청, 교육부단위에서 교원을 행정업무로부터 해방시켜 교원업무를 정상화해야한다는게 골자다.

 글쓴이는 경상남도의 현직교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관리자들에게 시달린 끝에 더 큰 선한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승진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는 교감이면서도 교원들이 수업에 전념할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방과후나 돌봄등 교육외적이라고 생각되는 즉, 교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무부장이 하고 있는 각종 행사의 진행을 본인이 담당해 교무부장 교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으며, 내빈 접대 및 교육과정 설명도 자신이 한다고 한다.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데, 사실 칭찬과 격려의 대상이 되는게 마땅하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 그럼 교감과 교장의 모습이 일반화되고, 지금의 비상식적 교육현장이 과거 어렵던 야만의 시대처럼 느껴질 날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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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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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솝우화에 사자와 쥐이야기가 있다. 초원의 왕 사자가 쥐를 우습게 보았다. 왕인데 한낱 쥐가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그냥 먹기도 고까웠는지 쥐를 도와줬는데 쥐는 사자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 왕이 천민하나 도와줬다고, 천민이 은혜를 갚는다하면 오히려 우습지 않겠는가. 딱 그격이었다. 그런데 쥐는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어찌할바 모르는 사자를 이로 그물을 갉아 구해준다. 이 동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야기는 좀 달라서 사자와 쥐가 나온다. 그런데 이솝우화와는 반대로 사자가 쥐에게 관심을 보인다. 쥐가 워낙 풍모가 대단한 사자에 눌려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오히려 사자가 '사자와 쥐' 이야기를 한다. 나도 못끊는 그물을 끓을 수 있는건 바로 너라고, 쥐는 이말에 낚여 이 이상한 사자와 함께 하기로 한다. 한때 자신을 먹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이 사자는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이 사자는 매우 이상해 쥐와 함께 하며 바다를 보더니 바다엔 끝이 없을 것 만 같다고 한다. 해와 달이 계속 돌아오듯. 물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다시 솟구치는게 아닌가하는. 그래서 우리도 배타고 가면 그걸 볼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다.

 그래서 둘은 뗏목을 만들어 막상 떠난다. 가다가 바다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다에도 사자가 있다니 둘은 대단한 상상을 하며 바다사자를 보고 싶어 한다. 누구나 바다사자의 이름만 듣고 어릴적 대단한 상상을 한적이 있다 실망하곤 했을텐데 둘도 그러했다. 미끌거리고 까만 몸에 몸이 뒤룩뒤룩 살찌고 기름이 많아 범고래에게 쫓기기만 하는 녀석은 실망스러웠다. 바다사자는 범고래에게 쫓기는 것도 지겹고 이들의 여행이 재미나 보여 하늘사자가 있다고 거짓말하고 길안내를 해주겠다며 합류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사자로 계속 가나보다 했다. 왜, 하늘사자에 , 사막사자에 이런식으로. 그런데 뜬금없이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로 전환한다. 아무래도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오래도록 항해했더니 한국에 닿았나보다. 여기서 부터 두이야기가 묘하게 짬뽕되는데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에 바다사자, 사자, 쥐를 곁들이며 이야기를 다소 각색한다.

 결론은 사자와 쥐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좀 아쉽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애매한 느낌이 들었고, 동서양의 두 이야기의 콜라보도 좋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차라리 사자가 계속 다른 사자를 찾아다니며 삶과 우주에 대한 교훈과 이야기를 얻는 만남으로 구성하는데 더 낳지 않았을지 싶다. 이 동화엔 삽화가 적지 않게 있는데 무척 독특해서 처음엔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삽화가를 따로 쓴게 아닌가 싶었는데 글그림작가가 동일인이었다. 이야기도 그림만큼 독특했으면 좋았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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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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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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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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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인상적인 제목의 책을 2년전에 보았다. 아니 작년인가. 하여튼 상당히 흡입력 있는 책으로 기억했는데 알고 보니 저자인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 독일 작가는 추리시리즈물을 꽤 많이 내고 있었다. 그의 책을 이번에 다시 보았는데 제목은 좀처럼 잘 입력되지 않는 '잔혹한 어머니의 날'이었다. 우리식으로 '어버이날의 비극','어버이날 연쇄살인마' 이렇게 했다면 제목이 좀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산더 형사가 그대로 나오고 타우누스라는 독일 소도시도 그대로 등장해 뭔가 친숙한 느낌을 주긴 한다. 물론 내용은 전혀 상관없다. 어쩌면 이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다. 매번 캐릭터를 창조하지 않고 뭔가를 붙이면 되는 것이니.

 매우 흡입력 있는 이 책은 한 독일의 고저택에서 테오란 늙은 노인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얼굴에 상처를 입고 죽었는데 부패가 오래되어 사고사인지, 자연사인지, 타살인지 구분이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겐 개가 하나 있었는데 왜인지 뒷마당 견사에 갇혀있었다. 개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개가 먹은 뼈가 발견된다. 인골이었다. 개가 파먹을 견사 아래 부분을 살펴보니 무려 3구의 시체가 더 나왔다. 개는 그 중에 하나를 먹은 것이다. 시체들은 모두 여자였고 옷을 모두 입은체 랩에 꽁꽁 싸여있어 죽은 지 오래되었음에도 썩지 않고 시랍화 되어 있었다.

 사건을 조사해보니 테오 라이펜라트라는 사람은 가세가 기울자 아내인 리타 라이펜라트와 더불어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아이를 위탁받으면 적지 않은 돈을 준 듯 한데, 이들은 아이를 더 쉽게 받기 위해 주로 문제아들을 위탁받았다. 진정성 없는 위탁이고 아이들도 힘들다보니 위탁과정은 아동학대로 이어졌다. 특히, 자신도 어려서 학대를 받은 듯 한 리타는 남편마저 압도하는 강력한 힘과 체격으로 아이들을 학대한다. 우물에 빠뜨려 꺼내주지 않기, 아이스 박스에 가두기, 찬물의 욕조에 집어넣기, 랩으로 묶기등 이 잔혹한 방법에 아이들은 고통받았다.

 그리고 한 아이가 망가진다. 이 아이는 우연한 기회에 노라라는 여자아이를 같은 위탁 아동인 클라스가 물에 빠뜨리고 떠나버린걸 목격한다. 노라는 수초에 발이 묶여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아이는 노라는 구해주긴 커녕 물속으로 집어 넣어 죽인다.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고, 평소 드세고 아름답던 아이를 지배하고 죽음에 모습을 보는게 몹시 즐거웠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 어머니는 위탁한 후 얼마간은 매년 어머니의 날에 찾아왔지만 언젠가부터 오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의 버림받음, 위탁 가정으로부터의 잔혹한 학대, 타고난 사이코패스 기질이 결합해 아이는 연쇄살인마로 자라난다.

 그는 매년 세심한 관찰로 어머니날을 앞두고 여자를 선정해 납치해 죽였다. 먼저 상대를 관찰했다. 동선, 직업, 가족, 모든 변수를 고려한다. 만일의 사태도 대비했다. 그리고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납치를 실행한다. 상대방에게 접근해 변장이나 연기로 상대를 안심시켰다.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키고, 가둔후 물뽕을 탄 물을 먹게 해 자신이 납치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를 분간조차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즐기다.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의식을 치뤘다. 랩으로 묶어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물가로 끌고가 서서히 익사시켰다. 상대가 느끼는 공포와 무력감의 그의 즐거움이었다. 죽은 상대를 기념하는 전리품은 미리 챙기고, 머리칼도 약간 보관한다. 시체는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아이스박스에 넣어 냉동시킨후 나중에 버렸다. 물론 그는 아무나 죽이진 않았다. 하나같이 '어머니'를 노렸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든 버린 어머니를.

 이 괴물이 만들어지는데는 많은 사회의 공헌이 있었다. 우선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버렸다. 그리고 보육기관의 담당자는 라이펜라트 집안으로부터 충분한 학대의 정황이 있었음에도 실적우선주의에 이를 묵인했다. 그리고 리타라이펜라트와 테오 라이펜라트는 학대와 무관심으로 아동학대를 한다.

 이렇게 하나의 악이 탄생한 과정과 그 끔찍함, 그리고 그것의 해결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 이 책이 보여주는 이야기다. 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사회적이었지만 개인적이기도 했다. 살인마와 같은 조건의 아이들은 비슷한 악조건이었지만 아름다운 삶은 살지는 못해도 결국 살인마가 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하딩이란 프로파일러가 말한 것처럼 악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범죄를 설명하긴 해도 범죄의 이유나 변명은 당연히 되지 못한 셈이다.

 무척 재밌는 책이었고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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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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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0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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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10가지 교육 원리 새로운학교 총서 2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엮음 / 살림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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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란게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학교는 아무래도 각 지역마다 다른 명칭을 쓰고 있긴 하지만 결국 혁신학교들을 말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이미 10년째 전국에 대세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성공적인 혁신학교들이 좀처럼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원인사정책 때문인데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한교사는 한 학교에 4-5년정도만 머무를 수 있다. 때문에 성공적인 유산들이 잘 계승되지 않는데 이는 경험이 쌓인 교원은 빠져나가고 새로운 교원을 동참시키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서로간의 경험의 공유와 확산이다. 혁신학교는 수는 많아졌지만 아직 진정성 있는 혁신학교는 드물어 선으로 연결되어 큰 공동의 망을 이루지 못하고 점조직처럼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게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인듯 하다.

 이 책에는 혁신초중고교의 혁신학교 성공사례와 운영에서의 어려움, 특색등이 잘 담겨있다. 사례만 넣어놓으면 각론만 있는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앞부분에 총론성격으로 새로운 학교가 갖는 공통적 지향점과 뼈대를 제공하여 뒷부분의 각론을 수준있게 볼 수 있었다.

 총론내용으로 새로운 학교 교육원리 10가지가 있다.

1. 학교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공동체이며 구성원으느 학교일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한다.

2. 학교구성원은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학교교육을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한다.

3, 학생은 자기 존엄을 바탕으로 서로 인정하는 관계를 갖는다.

4. 학생은 교육의 장 어디서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

5. 학생은 배움의 주체로 스스로 학습하고 협력한다.

6.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알맞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7. 교사는 학생의 발달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실행한다.

8.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며 실천한다.

9.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교재를 준비하고 활용한다.

10. 학교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협력한다.

 

이처럼만 된다면 정말 지역사회의 살아 숨쉬는 진정한 학교일 것이다.

키워드는 관계, 배움, 민주성인듯 하다.

학생상호간,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간의 안정적 관계 맺음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교사공동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진정한 배움 실현, 학교현장과 학생, 구성원 모든 간의 민주주의 실현일 것이다.

 

책에는 새로운 학교의 교육과정 구성 3원칙이 있다.

1. 학생들의 조건, 생활, 관심사, 사회적 상황에 관심을 갖고 탐구할 것

2. 학생들의 삶을 배움으로 연결하는 수업을 기획할 것

3. 동료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탐구하고 보다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교육과정을 통한 새로운 수업원리는 역시 3가지로 학습자 중심, 인지적, 사회적 수업의 지향이다.

1. 학습자 중심이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생은 학습자로 배움에 대한 자기 책임이있고, 교사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 스스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2. 인지적 수업은 학생들의 호기심이 바탕이 된다. 지식은 객관적이고 고정불변하며 절대적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유동적인 지식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게 하기에 일방적이고 고정적인 전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생성해가는 탐구능력을 중시한다.

 

3. 사회적 수업은 협력을 토대로 하는 민주적인 수업이다. 구성원 각자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의 존엄성을 깨닫는 학습경험을 제공한다. 즉, 사회적 수업을 통해 협력의 가치와 방법, 절차를 배우고 익혀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의 첫걸음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 책에서 강조하는 용어로 관계가 있다. 관계는 학교에서 사람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학습대상과의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중시하는 것은 사람간의 관계다. 학생은 학습을 하면서 사물이나 교과내용, 인간세상 전체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같이 배우는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학습과정에서 협력과 서로 배우기가 잘 일어나면 관계의 증가 뿐만 아니라 학습이 심화되고,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배움은 커녕 다툼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업중외에도 주변의 안정적 관계도 중요하다. 학교가 폭력으로 얼룩져있고, 다툼이 많고 교사가 무서운 존재라면 관계의 파괴로 인해 배움은 일어나기 어렵다. 매일 싸움이 일어나고 교사가 무섭기만 한 교실에서 뭔가를 공부한다는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을 항상 따뜻하게 맞이하고 서로 존중어를 사용하며 물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학교공간이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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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0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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