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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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포르노는 엄청 귀했다. 비디오가게에서 몰래 빌리거나 잡지를 사서 봐야했고, 모든게 노출되는 진정한 포르노를 구하려면 용산이나 다른 상가에 암암리 가야했다. 그래서 이처럼 야동이 귀하던 시절 그 어려운걸 해낸친구들은 묘한 권력을 갖기도 했고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포르노는 일상화되었다. 약간의 구글링만으로도 얼마든지 포르노를 볼 수 있고, 그 수위는 과거 우리가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단지 쉽게 구할수 있게 된 것만도 아니다. 포르노가 이처럼 쉽게 구해지고 허용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포르노가 암암리 파고 들었다. 부부간의 성생활, 남녀간의 성생활,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인식과 광고, 상품, 심지어 여성자체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말이다.

 이 책 프로노 랜드는 포르노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포르노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었는데 사실상 포르노의 본고장이 미국이고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포르노가 미국산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1. 포르노의 창시자들

미국에서 포르노의 시작은 '플레이보이'다. 50년대 생긴 이 잡지는 여전히 유명하다. 창립자 휴헤프너는 센터폴드라는 여성의 전라사진이 들어가는 잡지를 생각해낸다. 그의 의도는 명백히 도색잡지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광고수익의 저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플레이보이는 전쟁과 공황을 겪으며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라는 높은 수준의 물질적 소비에 익숙치 않은 50년대 미국백인 남성들에게 새로운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플레이보이는 도색잡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단편문학도 수록되었으며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소비재, 여자에 대한 조언등 수록되었다. 이런 플레이보이의 스타일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는 플레이보이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적 광고수익의 감소를 염두에 두더라도 보다 성적으로 여성의 음모가 드러나는 노골적인 화보를 제시한다. 단기적 광고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무너뜨린 후 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익마져 얻겠다는 전략이었으며 어느정도 플레이보이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잡지는 아직 소프트코어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하드코어의 길을 연 잡지가 레리플린트가 만든 허슬러다. 허슬러는 매우 노골적인 이미지를 수록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소프트코어랑 대비되는 곤조포르노 영역을 사실상 만들걸로 평가받는다. 이 세잡지는 시대의 변화로 예전과 같은 판매고를 기록하진 못하고 쇠퇴한 것들도 있지만 플레이보이의 경우 고급스튜디오를 만들거나 다양한 소비재에서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이미 웹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놓은 상태다.

 

2. 포르노 산업의 공범자들

우리는 포르노 산업이 그자체로만 있을 뿐 다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르노는 주류산업과 상당한 유착관계를 가지며 자신들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데 케이블 티비와 유통사, 웹사이트, 검색엔진, 은행과 부동산이 그렇다. 케이블 티비는 포르노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통사는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포르노 유통으로 돈을 번다. 웹사이트에는 단일주제로는 최대의 사이트가 포르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글을 비롯한 유명한 검색엔진들은 이 사이트로의 접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약간의 검색으로 매우 쉬운 접근을 허용한다. 또한 은행은 포르노 업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번 검은 돈을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등에 투자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부동산 업자들인 인근에 포르노 스튜디오라도 생기면 막대한 시세상승으로 수익을 거둔다. 모두가 공범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르노 산업은 이런 파트너 기업들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추구하며 번듯한 주류이미지를 치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상당히 성공적인데 과거 우리는 포르노를 즐기면서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회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포르노에대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과거 음지에서 활동했던 포르노 스타들이 다른 스타들처럼 거리낌 없이 주류언론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포르노는 거대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이미 양지에서 국내, 국제시장에서 과감히 진출하거나 정치적, 입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향후 소유집중이 극대화하고 브랜드 파워와 광범위한 운영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 질 것으로 예상된다.

 

3. 포르노의 문제점은?

 그렇다면 대체 포르노의 문제점은 뭘까? 과거 우리는 희소성이 높은 포르노를 즐겼지만 비판했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지금은 어떨까? 포르노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에도 비판을 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은데 이는 포르노가 그 만큼 우리의 인식저변에 일상화 되었고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앞서말한 것처럼 포르노 선구자들의 오랜 노력에 의한 것이다.

 포르노는 소프트코어에서 시작해서 곤조포르노로 대변되는 하드코어로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져서인데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손쉽게 포르노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수의 사이트와 프로노들이 범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심화는 점점 포르노의 수위와 강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항문성교나, 두구멍 섹스, 애스 투 마우스, 구토를 동반한 오렐섹스 등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식의 포르노의 수위 높아짐과 과격화는 여러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런 식의 격렬한 섹스가 여성 출연자의 몸에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다는 것이다. 항문성교 두구멍섹스는 항문파열이나 탈장의 위험을 격렬한 오럴섹스는 턱관절이나 목구멍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성병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것이 주 사용자인 남성소비자의 인식과 행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부부사이건, 사귀는 남여사이건 남여사이의 정상적인 성행위는 손을 맞잡는 행위부터 포옹, 키스, 깊은 애무에서 섹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애정을 동반한 정신적 육체적 교감과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포르노의 성행위는 그런 과정이 없다. 정상적인 남여사이에서 섹스로 이어지게 하는 정서적 교감행위나 서로에게 매력을 갖게 되는 장면도 없으며 갑작스레 격렬한 애무와 성행위로 이어진다. 여기서 남배우는 주로 여배우를 학대하는 장면이 많으며 걸레같은 년, 정액받이, 창녀 등 비인격적인 용어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여배우는 이를 모두 기꺼이 자발적으로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포르노업자들이 정상적인 남성들은 이런 모욕행위를 불편해할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이런 취급을 해 일상적인 여성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다.

 이처럼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여성폄하의 의도를 갖게 되는데 여성이 가장 무력하게 폄하되는 성행위가 항문성교다. 때문에 항문성교는 포르노에서 상당한 인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강제성을 띄는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이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항문성교후 바로 성기를 여성의 입에 물리는 등 여성폄하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인기는 강해진다. 이런 섹스를 포르노로 학습한 남성은 비정상적인 포르노의 성행위를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 하고자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보지 않았음에도 포르노에 나오는 성행위를 하게 되고 강요받는다. 여성들은 성행위 및 인식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도 포르노배우처럼 되기를 강요받는데. 미끈하고 오일을 바른 날씬한 몸뿐 아니라 음모를 제모하는것을 강요받는다. 포르노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음모를 제모한 상태인데 이게 일상으로도 연결된 것이다. 실제로 음모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여성들은 많은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불성실이나, 불결의 이유로 섹스를 거부당한다고 한다. 여성들중 일부는 만나는 상대와 섹스를 원하지 않는 경우 제모를 게을리한다고 하니 사태의 양상을 짐작할만하다.

 그리고 포르노는 심지어 인종차별적이기 까지 하다. 포르노의 소비자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인종이 등장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미국의 포르노는 대부분 백인 남성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그렇다보니 여성출연자의 대부분이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백인이다. 때문에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이 업계에서 매우 차별받는데 항문성교가 없는 1대1 섹스의 경우 백인 여성출연자는 최저 8백달러이상의 보수가 주어지지만 흑인 출연자의 경우 최저가 5백달러가 최고가 8백달러에이른다. 백인의 바닥이 흑인의 천장인 셈이다. 이런 인종차별이 심한 포르노업계에서 아시아 여성은 그나마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엔 백인중심주의적 시각이 짖게 깔려 있는데 그래서 출연하는 아시아 여성에게는 아시아를 대하는 오랜 백인의 고정관념인 순종적이거나 작고, 말을 잘듣는 등의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강자로써 약자 나라의 여성을 마음껏 취할수 있다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아시아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매우 인종차별적인 업계임에도 이상하게도 흑인 남자는 자주 등장하고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여기서 흑인남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변태나 종마의 느낌을 많이 주는데 이처럼 흑인 출연자는 과잉남성화의 극단으로 표출된다. 이런 여성을 지배하는 극단적인 남성성이 포르노에서 표방하는 남성의 이미지이므로 이에 외모적으로 가장 잘어울리는 흑인은 유색인종임에도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포르노의 문제점은 아동포르노와 수위의 극단화다. 포르노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경쟁의 심화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단을 찾다보니 그 행위가 더욱 극단화하고 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한방향이 아동 포르노다. 이는 자연스레 출연자의 연령의 하향화를 가져왔는데 1990년대 중반 미법원은 18세이하의 포르노출연에 대한 판결에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포르노업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이 때부터 포르노 업계에서는 18세 이상을 18세 미만처럼 치장에 출연시키는게 가능해졌는데 외모가 어려보이는 출연자를 사용하고 출연자가 막대사탕을 물고 있거나 양갈래 머리에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것들이다. 이런 방향전환은 실제 아동포르노의 증가를 가져왔는데 포르노 업계에서 출연 과정이 강압적이고 유혹적이라는 면에서 제작과정에서 학대당하는 아동의 수를 증가시킬 우려와 아동포르노로 인해 아동에 대한 실제 성범죄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책의 저자 게일다인스는 포르노에 반대하는 강연과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포르노에 대한 비판이 마치 성행위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반응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식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에 대한 비판도 건강하고 열린 성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그것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르노에 대한 비판일뿐이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는 것자체가 포르노게 이미 일상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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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부 2 : 오메가편 - 세상에서 가장 빨리 99.9% 부자 되는 법! 내일의 부 2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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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의 미래 1편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이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으로 인해 정체할 것이며, 반면 부의 미래는 창조적 혁신으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달성시키는 미국과 인건비의 이점으로 성장할 개도국에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2편 오메가 편은 부의 미래라는 제목처럼 미래의 향방을 다루어 부의 이동을 예측해본다. 두 미래의 향방은 다름 아닌 4차산업혁명과 미중전쟁의 결과이다.

 

1. 미래 산업

 미래 산업 중 독특하게도 저자는 음성기업에 주목한다. 음성기업이 지금의 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음성기업은 단순히 사람의 음성을 잘 인식하는게 아니라 엄청난 사용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 맞춤형 상품 및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만 그 형태가 지금처럼 일일히 텍스트나 좀 발전한 이미지가 아닌 음성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 최초 음성형태로 언어가 생겨난것도 직접 밀고 당기는 것보다 말로 전달하는게 편하기 때문이 아닌가. 엄청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춘 기업에 제공하는 음성서비스는 가까운 미래 제조업을 지배하게 된다. 지금이야 각 업체들이 광고도 하고 품질경쟁도 하지만 판매의 플랫폼이 음성서비스 기업으로 넘어간다면 이들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나의 자비스(음성인공지능)가 제공하는 상품 몇개중 하나를 고를 것이며 나중엔 아예 위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자동차 같이 중요한 것 고르겠지만 간단하고 싼건 한달치 생필품좀 사놔 이러지 않겠는가)

 그 다음은 언택트 기업이다. 코로나 19사태는 많은 해악을 낳았지만 그래도 두개 정도는 인류에 기여한듯 하다. 하나는 경제를 정체시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개선효과를 크게 가져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택트경제로 미래를 좀더 빨리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기간에 한국의 증시 상위종목에 상당히 바뀌었다. 카카오가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의 시총을 넘을거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하여튼 언택트는 접촉없이 로봇카페, 로봇레스토랑. 키오스크, 온라인 주문철머 사람간 직접 대면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사람을 좋아한다지만 지금의 젋은 세대들은 쓸데없는 관계를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어려서 자기와 놀아주고 공부를 가르쳐줄 인공지능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이런 언택트를 매우 당연시 할 것이다. 지구촌 상당수 인간이 제조업자리를 로봇에 잃고 서비스업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이조차 조만간 밀려날듯 하다.

 세번째는 클라우드 기업이다. 앞으로 사업을 하는 여러 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케팅을 위한 방대한 정보와 그 처리가 필요하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클라우드 기업이다. 때문에 앞으로 많은 소규모 기업은 대규모 클라우드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초의 클라우드 기업은 아마존으로 고객과 상품처리를 위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었다. 그들의 경쟁자는 마이크로소프트로 아마존보다 범용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최근 구글은 콘솔이 필요없이 고사양의 게임을 인터넷상에서 즐기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는 콘솔, pc, 모바일로 나뉜 게임시장을 통합할 초석으로 보인다. 더 이상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는데 비싼 콘솔과 컴퓨터의 구매가 필요치 않아진 것이다.

 

2. 미중전쟁

미중전쟁이 한창이다. 중국의 저항이 생각보다 길고 거세며 오랜 편인데 누가 봐도 확실히 때리는건 미국이고 중국이 맞으며 발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저자도 미국과 중국의 승자중 단연 미국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논의를 전개한다. 다만 지긴 지는데 경착륙인가 연착륙인가가 문제일 뿐이며 이는 중국이 형세가 기울었음을 깨닫고 언제 항복하느냐에 달린듯하다.

 미국은 영국에 이어 패권을 잡은 후 2위 국가가 자신들의  GDP40%에 이르면 가차없이 응징했는데 그 대상이 1980년대 초반 소련과 1980년대 후반의 일본이다. 소련의 경우 오일쇼크로 인한 고유가로 국력을 키웠지만 고금리와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에 나라가 붕괴했고, 일본은 미국의 환율개입으로 자신들의 화폐가치를 절상하였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나라안의 거대한 부를 주식과 자국의 부동산, 해외 부동산으로 돌렸음에도 이를 감당치 못하고 무너졌다.

 미국의 타겟은 이제 중국인데 사실 중국은 이미 미국 GDP의 60%를 넘어섰다. 사실 좀 시기를 놓친셈인데 중국이 40%에 달할 무렵 미국이 경제위기 상태였기에 시기를 놓쳤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많다. 우선 제조업인데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며 사업체를 늘려왔는데 인건비 상승과 기술력 발달의 저하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간 이문제를 사업체가 이득이 절반으로 줄면 공장을 두개 만들어 이전에 벌던 돈을 회복하는 형식으로 버텨왔는데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많은 부채를 동반한다. 정확한 해결책은 구조조정이나 기술혁신인데 기술혁신은 어렵고 민중의 반발이 우려되어 구조조정도 어렵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음은 수출인데 미국의 관세와 세계적 불황으로 흑자가 줄고있다. 또한 중국은 과거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간의 경제실적향상을 부추겼는데 지방정부들은 자체의 경쟁력이 키우기보단 간부가 건설사와 결탁하여 토목공사를 일으켜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를 양산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부채가 발생하였다. 중국의 부채는 연간 GDP대비 300%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많으며 지방정부의 부채와 기업의 부채가지 하면 600%를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거기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많은 빚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관세를 부과하여 흑자도 줄고 있으며 채산성이 떨어진 해외 기업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때문에 중국정부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억지로 위안화 가치를 떨구고 있는데 며칠전에 달러당 6위안화대에 머물던 것을 7위안까지 만들어버렸다. 이 경우 수출경쟁력은 어느정도 유지되나 기업들이 빚을 갚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또한 화폐가치가 낮아 민중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들게 되며 중국은 빈부격차마져 엄청나고 고령화문제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일반 국민들의 저축에 대해 매우 낮은 이자율을 고수해왔는데 불만이 쌓이자 놀랍게도 WMP라는 걸 만들어낸다. 이 상품은 무려 7-15%의 연간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인데(중국의 연간 경제성장에 두배에 달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수익률이 보장되니 무려 3600조가 여기에 투자되어 있다. 당연히 부실이 한번 발생했는데 2015년 무려 4조위안의 시중은행자금을 투자해 붕기를 막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은행의 부실이 발생하자 은행이 빌려준 돈에 대해 그것을 만기가 없이 이자만 제공하는 영구채권으로 만들어버려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이는 상당히 무리한 상품인 셈인데 저자는 중국의 부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어 해외여행을 통해 중국내 달러를 빼돌리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런 미래 산업의 변천과 미중전쟁의 향방을 잘 살피며 부가 이동하는 것을 살피며 투자할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 하나의 경제상황만 따지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게만 하기엔 세계는 이미 글로벌 경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의 향방을 뒤흔들어놓은 97는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도 사실 어찌보면 그 시작은 외부였다. 2권은 1권보다 조금 어려운 편인데 차근차근 읽어보면 배울 것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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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부 1 : 알파편 - 세상에서 가장 빨리 99.9% 부자 되는 법! 내일의 부 1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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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라는게 전세계 유행이 되었다. 양적완화는 어떻게든 중앙은행이 돈을 시중에 풀어버리는 것인데 이 때문에 실물경제보다 수십배의 통화가 돌아다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게 상식이다. 그래서 지난 몇년간 읽은 경제, 경영책들은 인플레이션의 강탈적 효과에 대해 경계하는게 많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실물투자, 특히 부동산투자를 강조하곤 했다.(이 불경기에도 한국의 시중유동자금은 1000조를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

 책 '내일의 부'는 이 같은 생각을 뒤집는다. 양적완화를 아무리 해도 인플레이션은 커녕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유는 우선 양적완화의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중앙은행은 시중일반은행, 연기금, 기관등에 회사채를 사주는 형태로 통화를 공급하는데 하지만 이들은 경기가 좋지 않기에 보수적으로 움직여 오히려 안전자산인 미국의 채권이나 미국주식, 가격이 안정적인 고가의 부동산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으론 돈이 돌지 않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인건비의 절감과 혁신적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은 성장하는 경제에서 일어나는데 경제 성장은 생산성 향상에서 비롯된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동비를 절감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선진경제는 노동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 이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혁신적 기술파괴로 인한 새로운 경제생태계의 탄생인데 저자는 이것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이나 일본, 유럽의 대기업은 모두 역사가 50년가까이된 오래된 구 기업인데 반해 미국의 혁신기업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은 모두 그 역사가 20년 남짓이다.

 결국 미국과 같은 창조적 기업환경이 가능하거나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인도나, 베트남, 멕시코등의 나라에서만 향후 성장이 일어나게 되므로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디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특히, 이나라의 주식에 투자하걸 강조한다. 그리고 나 역시 세계경제는 전체적으로 항상 성장하니 주식이나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다소의 부침은 있어도 장기상승할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책에 나오는 지난 10년간 세계주요선진국의 주식시장 변동을 보면 대부분이 하락하였고, 오직 미국과 신흥국의 주식시장만 크게 상승했음을 알수 있었다. 한국 역시 2000선 주위의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있는 형국이다.

 이런 투자를 하라는 이유는 결국 노후보장때문인데 한국인의 경우 설사 대기업에 취직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더라고 근속기간을 25년정도로만 기대할수 있다. 이 기간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50세이후 최소 40년이상을 살아가게 되어 결국 돈이 부족해진다. 때문에 이후의 소득을 보장할 무언가가 필요한데 단기간에 선진국이 된 한국은 노후보장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개인적 자구책으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건물주가 되거나, 상가주인, 부동산등에 투자하거나 스스로 자영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에 이는 모두 틀린선택이다. 

 우선 부동산이다. 부동산의 경우 입지가 가장 중요하며 입지는 과거나 미래나 결국 양질의 일자리와의 접근성이다. 한국의 경우 강남이 대표적인데 이미 상당히 가격이 올라 대출규제가 많아진 현시점의 부동산 정책에서 서민들이 이 지역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은 것은 수도권이나 지방의 다른 지역 부동산인데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아파트의 경우 30년이상 된 시점에서 재개발이 되지 않으면 결국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건설사들은 지방의 경우 택지가 많음로 굳이 재개발보다는 신도시 조성을 선호하며 그것이 이득이 높다. 결국 재개발은 향후 가격경쟁력이 있는 고가의 주택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이란 점에서 부동산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상가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를 맞아 체험하고 있듯 향후 상거래의 중심은 단연 모바일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거래다. 때문에 상가의 중요성은 날이갈 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사람들은 향후 오락이나 유흥같은 부분에서만 실제 상가를 이용하게 된다. 상황이 이럼에도 우리나라의 상가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인데 저자가 책에선 든 구체적 예로 화성동탄2신도시의 상가가 평당 5500의 가격이 팔린다고 한다. 1층기준으로 실면적 12평(커피숍이나 작은 식당, 스마트폰 가게가 가능)정도의 상가가격이 12억에 달하게 되는데 상가주인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월 5-6백의 임대료가 필요하게 되고 대부분의 가게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상당한 공실이 발생하게 되는게 자명한데 1기 신도시의 메이져 상권 상가 가격이 6억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신도시의 상가는 3억정도가 적당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때문에 고가의 주택지의 부동산을 살 돈이 없고, 건물주도 될 수 없다면 서민에게 남은 탈출구는 결국 주식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놀랍게도 미국경제는 지난 반세기동안 2-30배정도 성장했는데 미국의 1등기업의 주가는 무려 180배정도 성장했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매년 2-3%의 경제성장을 하고 인구도 증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혁신성이 넘쳐난다. 때문에 향후에도 오랜 기간 세계경제를 이끌며 성장할 것이므로 미국의 1등기업에 투자하는게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런골자가 내일의 부 1권 알파편의 중심내용이다. 2편은 오메가편인데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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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graphic 2020-05-27 0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책2편부터 샀어요.

닷슈 2020-05-27 22:21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세요. 저도 2권 보고 있네요.

link123q34 2020-05-2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감사합니다. 요즘 돈공부 책들을 보고 있는데 책 한권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

닷슈 2020-05-27 11:12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셔서 좋네요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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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혹자는 그 나라의 대표 이미지를 알고 싶다면 애국가를 보라고 한다. 그렇다. 애국가엔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이미지가 나와있다. 애국가에도 나와있지만 국가이미지로 한국정부가 밀고 싶은 것 혹은 외국인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한국민도 자랑스레 내세우는건 아무래도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매우 역동적인 나라라는 것인데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 농업국이 최첨단 기술강국이 된것, 스포츠에서 보이는 강인함, 독재국가에서 민주시민사회를 만들어낸 것, k pop을 비롯한 영화 게임산업의 한류 같은 단기간의 긍정적 급변화상은 실제 이 나라를 매우 역동적인 사회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는 주로 보수쪽 때문에 중간영역을 허용치 않는 극한대립상태이며, 노동시장이 양극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노동자간의 차이가 크며 비정규직 정규직 간엔 계급의식 마져 있다. 또한 농업과 중소제조업분야에서는 외국노동자에 의존할수 밖에 없으면서도 이들을 피부색과 국적, 그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무시, 차별한다. 또한 자국내에서 소수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에 대해 허용적이지 않으며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이들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기까지 한다.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말로만 규제혁파를 외칠뿐 기득권보장에 앞장서 어떤 신산업도 각종 규제와 대기업의 견제로 자라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몇 있는 글로벌 기업과 각종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관료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으며 이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말살해 각종 조직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갈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이런데도 한국을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튼 이런 사회의 여러가지 의식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어나가자는 개념이 이 책의 제목인 '컬쳐 엔지니어링'이다. 컬쳐엔지니어링은 그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확보하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글로벌 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지구적 관점에서도 중요하고 그 사회의 경쟁력과 건강함을 이룩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여러문제를 다룬다. 몇가지만 살펴보겠다.

 우선 한국이 극심한 리스크 회피사회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변화가 많고 역동성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며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하기를 두려워하는 극심한 리스크 회피 사회다. 비교적 혁신적이어야 할 젊은 층과 기업에서 도전적 태도가 극히 업악되어 있으며 이는 유교나 전체주의에서 기원한 강력한 관료주의와 사회안전망이 지극히 부실한 것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를 뽑을때 쓸데없는 스펙보다는 이 사람의 도전 경험과 그로 인한 실패의 경험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학생들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실패를 종용한다. 낭비같아 보이는 이 행동은 단 몇개만의 혁신적인 성공으로 모든 실패를 되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음은 도시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다. 미래사회엔 글로벌 본사가 어디에 위치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지며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여러 당근에도 글로벌 본사들은 비교적 뻔한 기존유명한 도시들에 입점하고 마는데 이는 이들이 필요한 인재가 그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비싼 지가나 각종 세제혜택보다 인재의 중요성을 택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의 도시경쟁력은 과거처럼 도시인프라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모이게 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도시를 사람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하고, 글로벌한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한 문제도 발생한다. 글로벌 본사의 도시 진입은 결국 기존 주민의 젠트레피케이션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주 피해자는 아무래도 젊은 층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게 한다. 여러모로 고려해야할 점이 많은 셈이다.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국은 여기서도 저신뢰 사회로 규정된다. 저신뢰사회는 개인적 연고, 혈연적 연고 등 사적 신뢰에 기반한 사회이다. 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신뢰 사회이면서 노력없는 보상이 상당히 많기까지 한데 노력에 기반해 사회적 신용이 쌓이는게 아니라  학연, 지연, 혈연같은 사적 특수성이 많이 작용한다. 반면 신뢰를 위해 구축한 객관적 시스템과 사회적 프로세스는 작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래 사회의 한 축인 공유 플랫폼 경제가 결국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성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경우 신뢰성 축적을 위한 사회적 공정성의 확보, 정보공유, 신뢰평가가 중요해진다.

 사회적 규제도 같이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시마는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기전 지진에 대한 메뉴얼과 훈련이 상당히 갖춰져 있었는데 이로 인해 정작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사태는 메뉴얼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메뉴얼로 대피소로 이동했다 쓰나미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는데 현대 사회가 모든게 연결되어 있어 효율성이 매우 높지만 위험도도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연결성은 극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위험이나 급격한 변화도 메뉴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사회나 교육 전 영역에서 세부지침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positive list를 만들기보다는 폭넓은 자율성을 주고 판단을 개별주체에 맡기는 negative list가 중요하다고 한다. 개인의 책임감과 윤리의식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은 교육이다. 결국 컬쳐엔지니링의 완성을 교육에 의한 것이니 교육의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두려움에 기반을 두고 두려움을 조장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책은 규정한다. 한국의 교육엔 무엇보다 학생들의 주도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자기 주도성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갖는 다는 것이다. 학교가 다양한 것도 매우 중요한데 한국은 초, 중, 고, 대학이 모두 중앙조직의 하부구성물처럼 존재하고 몰개성하며 자기 비전이나 독자성이 크게 부족하다. 학교마다 자율성과 독자모델을 갖추기 위해 책은 교장과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장에게 필요한 인재를 수급할 수 있는 인사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미래 사회와 한국사회의 문제점, 글로벌 시민, 지향점등 여러면에서 생각할 거리와 식견을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는 대화집이었지만 아무래도 양적으론 부족해 각 저자들의 저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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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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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다되어 간다. 제법 무서워보이는 벽돌책인데, 이런 벽돌책이 집에 몇 개 있으면서 인테리어 기능만 하고 있다. 책읽기를 좋아해도 벽돌책을 잡기엔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 요소가 필요한데, 이번엔 얼마전 읽었던 '소득의 미래'란 책과 '미국의 미래'란 책이 동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날 내린 빗소리와 들고 있던 커피향도 무언가 작용을 했다.

 다 읽고나니 현재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파악, 그리고 해결책으로 기본소득등의 논의 및 제시가 이 책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수 있다. 책은 좀 두껍고 시계열적 경제상황변화를 다루어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러다보니 지난 200여년간 온전한 자료가 남아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내용의 중심이 된다. 논의를 풀어내는 과정이 좀 지루하지만 많이 어렵진 않았고, 약간의 인내력과 경제에 대한 관심과 큰 불만이 있다면 누구나 읽어낼 책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는 생긴지 200여년 가량 됐다. 그 사이 엄청난 기술변천과 자본주의 자체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변화를 이끌어내었고, 우린 이로 인해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그 폐해가 쌓여만 간다는 인상을 갖는다. 당연히 지금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고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가 자본주의를 역사적으로 고찰해본 결과 자본주의가 오래될수록 빈부격차나 부의분배 문제가 악화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이 같은 문제들의 원인은 자본주의 자체의 심화 발전보다는 정치, 사회적 문제가 보다 관련이 있으며 결국 지금의 상황이 악화된것도 이 때문이었. 이것이 피케티의 진단이며 그러므로 지금의 문제 역시 글로벌 누진세라는 정치적 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게 그의 결론이다.

 피케티는 딱 두 가지 공식을 제시하는데(아마도 경제학계에선 공인된 항등식인듯 하다) 하나는 자본/소득 비율(국가경제에서 자본이 연간 국민전체소득에 비해 얼마나 되는가)은 국민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과 자본수익률의 곱이라는 것이다. 자본/소득 비율은 오늘날 대부분의 부유한 선진국에서 6-7정도이며 자본수익률은 보통 5%이다. 그러므로 국가국민소득중 자본소득은 연 30%정도가 된다. 또 다른 식은 자본/소득 비율이 성장률 나누기 저축률과 같다는 것이다. 즉, 저축률이 연간 12%이고 성장률이 2%라면 자본/소득 비율은 6이된다. 저축률이 높을 수록 자본/소득 비율은 커지며 성장률이 낮을 수록 이는 낮아진다. 여기서 저축률이 높아 자본이 쌓일 수록 빈부격차가 확대되며 성장률이 높을 수록 자본이 흩어져 빈부격차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지속되는게 아니며 수십년의 시간에 걸쳐 서서히 완성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책에 의하면 경제성장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인당 생산이 증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증가다. 두 가지가 다 극도의 정체기였던 1800년이전까지는 세계의 경제성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 기간중 여러부침은 있었지만 세계의 인구성장률은 0.06%, 1인당생산증가도 0.02%로 사실상 제로성장시대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이후 1700-2012년까지 세계GDP성장률은 무려 연간 1.6%로 0.8%는인구증가, 0.8%는 생산량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1%정도의 성장은 당장 몇년간은 눈에 띄는 변화를 낳지 않지만 수십년간 누적된다면 그 사회는 완전히 다른 사회로 탈바꿈한다.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이있던 셈인데 이중 피케티는 인구성장이 21세기에 사실상 제로로 수렴함으로써 성장률이 크게 정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소득 비율은 지금은 선진국에서 5-6으로 나타나지만 100여년전인 19세기 말에는 무려 7-8에 달했다. 당시 대부분의 자본은 자본가 계층이나 상류계층이 쥐고 있었고, 나머지는 극도의 노동착취와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깨부순 것이 경제공황과 세계1-2차대전,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였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재산을 주식이나 채권, 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양차대전은 이를 극심하게 파괴했고, 경제공황은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으며,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세율 강화와 임대료 안정, 통화남발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이들의 재산을 크게 감소시켰다. 또한 세계대전의 결과 주요식민지국가들이 독립하였는데 여기에 투자한 부유층들은 그 재산을 몰수당했다. 결국 1950년에 주요 선진국의 자본/소득 비율은 2-3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엄청난 감소였다. 즉, 통념적으로 경제공황의 케인즈주의식 성공적 극복이 시장자본주의의 폐해를 끝내고 새로운 경제시대를 연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충격이 자본의 강제적 재분배를 낳았고, 이것이 인구회복 및 성장과 더불어 이례없는 경제성장을 낳았던 셈인 것이다.  

 이후 회복기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강력한 부의 재분배가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이 황금기라 여기는 1950-1980년 정도까지의 시기인데 인구의 회복과 더불어 연간 5-6%수준의 상당한 경제성장이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자본주의 역사중 유일하게 경제성장률이 자본의 수익률을 넘어선 시기였다. 이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무려 인구의 40-50%가 유의미한 재산을 갖춘 중산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사회보장을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자산의 확충과 의료 및 교육으로 대변되는 사회보장책들도 완성되었다. 이는 많은 재원을 요구하는 것들이었지만 꾸준한 인구성장과 경제성장률이 이를 상쇄해주었다.

 하지만 이 황금시기에 대한 영국과 미국, 유럽국가들의 인식은 다소 다른다. 유럽국가들은 전쟁의 직접 피해로 파괴가 극심하여 이 기간에 주로 회복하고 성장한 반면, 영국과 미국은 전쟁으로인한 직접 파괴가 적어 회복이 일어날 만한 여지가 적었고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로 자신들이 많이 성장하지 못하고 다른 국가들에 따라 잡힌 쇠퇴의 시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간에 영국과 미국도 긍정적 성장을 했음에도 이런 인식의 차이는 영국과 미국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하는 주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하여튼 이런 자유화로 인해 198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른부 100여년전에 있었던 세습자본주의가 부활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정체로 인한 성장률의 둔화로 부의 재분배 효과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며, 이 기간에 주요 공공자산이 민영화 되었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크게 반등하여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1980년대 이후 미국에선 소득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상위 10%의 국민소득비중이 과거 30-35%정도였던게 2000년대에는 무려 15-50%까지 폭등했다. 더 세부적으로 살피면 그 중 상위 1%는 9%에서 20%로, 다음 상위 4%는 11%에서 12%로, 그 다음 상위5%는 12%에서 16%로 상승했다. 최상위일수록 부가 더욱 집중한 것이다.

 소득의 두 가지인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중 당연히 부유층으로 갈 수록 자본자산이 많아 자본소득이 커진다. 하지만 19세기엔 상위4-5%만 되어도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많았던 반면 오늘날에는 상위1%수준이 되어야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많아진다. 이는 자본/소득 비율이 오늘날5-6정도의 과거의 7-8수준에 이르지 못할정도로 자본의 집중화가 덜 이루어진 측면도 있지만 수퍼경영자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과도한 급여와도 관련이 있다. 1980년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등 영미권 국가들은 자유주의로 전환하며 법인세등을 크게 낮춘다. 미국의 법인세는 거의 반세기동안 70-80%에 달할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5%수준으로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남는 돈이 수퍼경영자의 몫으로 대부분 돌아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하여튼 인구의 정체와 경제성장률의 둔화는 전세계적 현상이며 성장률을 높이며 세계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국, 인도등의 개도국도 결국은 선진국과 수준이 비슷해지며 인구정체와 성장정체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21세기는 전체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이며 이로 인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시대가 될것으로 피케티는 판단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습자본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며 이것이 발생시킬 극도의 불평등은 민주사회의 주요합의인 능력주의에 의한 합리적 불평등과 타인들의 그것에 대한 수용을 뿌리채 흔들게 된다. 이것의 해결을 위해 피케티가 제시하는 것이 글로벌 누진세다.

 누진세는 사실 오래된 생각이지만 오랜 기간 법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실현이 되지 못했다. 중산층과 하위층은 대부분의 자산이 주택 및 약간의 현금, 주식으로 양도 적고 파악이 간단하다. 또한 이들의 소득 역시 대부분 노동소득으로 원천징수의 대상이 된다. 반면 부유층은 재산의 포트폴리오가 매우 복잡하고 자산자체가 투자자산으로 잡혀 면세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매우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도 그들의 실제재산이 100이라면 면세대상이 너무많아 사실상 2정도에만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 누진세가 무력화된다. 또한 부유층은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적극 활용한다. 전세계 재산은 현재 장부상 균형이 맞지 않는 마이너스 상태인데, 이는 조세피난처로 상당자금이 흘러들어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GDP의 10%수준으로 엄청난 금액이다.

 피케티는 부유층의 대해 글로벌 누진세의 형태로 글로벌 자본세를 제시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부유층의 연간 소득은 상당히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피케티는 비교적 낮은 세율로 그들의 전체재산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일 만한 소득에 일괄적으로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다. 이런 낮은 글로벌 자본세는 연간 국민소득의 3-4%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생각보다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부의 불평등을 막을 것이고 금융 및 은행제도에 효과적인 규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 글로벌 자본세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제적 공조가 필수다. 자본의 이동이 세계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세계 은행간 자본의 이동 및 흐름에 대한 고도의 투명성을 갖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국 자본은 조세피난처 같은 곳으로 피난하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위기를 겪은 이탈리아는 고도의 누진세를 정치적으로 고려했지만 자국내 자본의 대규모 이탈을 우려한 나머지 구상에만 그치고 만 전례가 있다.

 21세기가 새로운 세습자본주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자본에 대한 역사적 자료 고찰을 통한 자본주의의 변화,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자체의 속성으로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결국 깊지만 보다 정치사회적 요소와 관련이 깊었다는 것, 글로벌 자본세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운 요소였다. 하지만 10년정도 전의 책이어서인지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생산력의 급격한 증대 가능성을 다루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의 측면이다. 성장률이 인구증가와 생산력의 증가로 이루어진다면 인구의 정체엔 동의할수 있으나 생산력의 증가역시 정체할지는 미지수다. 피케티는 이에 대해 그간 자본주의 생산력이 산업혁명 초기만큼의 큰 급격한 변화없이 완만히 증가했음므로 그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았지만 지나치게 추세에만 의존한 보수적 시각이란 생각이다. 물론 4차산업혁명자체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않을 것이 자명해보이고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력의 증가는 결국 자본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에 성장률이 피케티의 예상을 웃돌더라도 그게 부의 재분배에 기여할것 같지는 않다.

 이런면은 감안하더라도 좋은 책이었고 자본주의의 역사적 일관성과 변천을 많이 배울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다른 책이 곧 출간한다니 기대해본다. 새로운 시류를 잘 담아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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