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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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놓아두고 환상 속의 사랑을 쫓는지... 누구도 다른 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왜 인간은 마음을 모두 열지 못하는지. 왜 인간은 외로운지. 따뜻한 포옹과 열 마디 말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둘 다 중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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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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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양자물리와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소개서이다. 양자물리학 소개 부분은 일반인 대상으로도 손색 없는데, 양자컴퓨터의 원리나 제작 방법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도 어려운 부분은 그냥 건너 뛰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저자의 전공분야인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제작 방법에 대한 소개이다. 더불어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설명도 좋다. 사용하는 모든 개념을 다 설명해서 물리나 공학 전공자는 차근차근 따라 갈 수 있도록 했다. 얽혀 있는 상태를 사교춤을 추는 남과 여로 비유한 것은 매우 신선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그리고 이들의 현 상황에 대한 좋은 소개서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물리학자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섹션을 넣어, 물리학계에 대한 일화 등을 풀어 놓았다. 썰렁할 때도 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일반적 내용(역사 일화 등)에서 부정확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리에서야 전문가가 기술한 것에 토를 달 것은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소자를 이용하여 만든 70큐비트 정도의 CPU가 현재 최고 기록이고, 아직 진정한 양자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은 이미 상용화됐다고 한다. 양자암호통신은 모든 정보를 양자채널로 보내는 것이 아니고, 암호 키(key) 만을 양자채널로 보내는 것이다.


책 속 몇 구절:

... 양자컴퓨터가 계산을 빨리할 수 있는 이유는 병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고전컴퓨터도 병렬처리를 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터가 특별할 것이 뭐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양자컴퓨터는 병렬처리를 하기 위해 CPU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10큐빗짜리 양자컴퓨터 한 대가 있으면 2^10인 1024개의 데이터를 병렬처리할 수 있는 반면, 10비트짜리 고전컴퓨터는 똑같은 병렬처리를 하기 위해 컴퓨터가 1024대나 필요하다. 비트 수가 40비트만 되어도 양자컴퓨터는 약 1조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므로 고전컴퓨터로는 도저히 흉내낼 방법이 없다. 양자컴퓨터의 병렬처리 능력은 기본적으로 양자계의 중첩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양자알고리즘에서 쓸 만한 것들은 계산 도중에 얽힌 상태가 꼭 나타나기 때문에, 양자연산이 혁신적으로 빠른 이유는 단순히 중첩이 아니라 중첩 중에서도 얽힘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233~235 페이지)

... 양자 컴퓨터는 아무 연산이나 잘하지는 않는다. 덧셈을 할 줄 알긴 하지만 고전컴퓨터보다 더 나을 게 없다. 그래서 양자알고리즘 중에서 쓸 만한 것은 아직 많지 않다. 쓸 만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지금 사용 가능한 알고리즘을 돌릴 하드웨어도 없는 판이라 더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공허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60 페이지)

... 양자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고전 소인수분해 알고리즘보다 비약적으로 빠를 수 있는 이유는 측정이라는 행위로 등차수열이 한 번에 걸러진다는 점과 한 번의 연산으로 푸리에변환을 할 수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양자 세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중첩과 측정에 의한 붕괴, 이 두 가지 성질 때문이다. 중첩된 양자 상태의 이점은 모든 연산이 중첩된 상태에 독립적으로 가해진다는 자연계의 성질에서 비롯된다. (26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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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명제를 받아들이면, 이 세상 모든 명제가 참이 된다는 결론이 논리학에 있다(‘논리는 강압적인가?’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형식 논리학적 증명이 있음에도, 이 결론이 실제 잘 와 닿지는 않는다. 관련하여 다음의 재미있는 일화를 저자는 알려준다. 버트런드 러셀이 논리학 대중강연을 했을 때에도 이러한 결론을 납득하지 못한 청중이 다음과 같이 끼어들었다. “그럼 2 더하기 2가 5라면 내가 교황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 러셀은 이렇게 답했다. “매우 좋습니다. 2 더하기 2는 5로부터 양변에서 3을 빼면 2는 1과 같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당신과 교황이 둘이고요, 그러므로 당신들은 하나입니다.” 감탄이 나오는 순발력이다. 또는 러셀 자신이 이미 이런 문제를 생각해 봤었는지도...


논리학은 위대하다. 논리학에서 수학이 나오고 과학이 나온다. 수학이—계산이—잘못되면 로켓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거나, 발사되어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추상적 수학이 인간 세계를 지배한다.


다음은 러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학과 논리에 관한 책이다. 만화이지만 매우 수준이 높고 내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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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1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포스팅은 차분히 생각해볼 명제들이 많네요

만화! 러셀이 주인공이라면 무조껀 장바구니로 ~@@@^^

blueyonder 2021-12-21 10:05   좋아요 1 | URL
러셀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분입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
 














저자는 ‘우주는 어떻게 끝날까’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서, 영원한 우주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지를 펼친다. 사실, 현재 가속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며 서서히 열적인 죽음(얼음 속에서 끝나는 우주)을 맞이할지, 아니면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해서 파국(불 속에서 끝나는 우주)으로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의 다른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영원한 우주에는 목적이 있거나 없을 수 있다. 만약 아무런 목적이 없다면 이 우주는 부조리absurd하다. 왜 이 모든 것이 아무런 목적 없이 존재한단 말인가? 만약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이 목적이 이루어지거나 또는 이루어지지 않거나이다. 만약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우주는 헛되다futile. 만약 목적이 이루어진다면 목적이 이루어진 이후의 우주는 의미가 없다pointless. 요약하자면, 영원한 우주는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저자는 이 논지가 완벽하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목적이 왜 한 번으로 성취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논지를 영원한 '삶'에 대해 적용해보고 싶어졌는데, 마찬가지의 논리를 따른다면, 영원한 삶은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하지만 실존주의는 인간의 삶이 부조리하다고 진작 얘기하지 않았던가? 목적 없이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므로.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영원한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차피 부조리한 인간의 삶, 영원하던 영원하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다. 목적 없이 태어났지만 삶에서 목적을 찾았다고 할 경우는 뒤의 두 가능성에 해당될 수 있겠다.


위의 논지를 살펴보면 유한한 인생에서도 한 번에 이루어버리는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계속 완성해 가는 삶이 좋은 삶이다. 이것이 결론! 날마다 불완전한 삶을 사는 사람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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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끝나는'은 생명(또는 사물)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주 자체는 어찌 됐든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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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0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날마다 불완전한 나날을 ㅎㅎㅎ
블루 욘더님 남은 2021년 꽉차게 알차게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blueyonder 2021-12-20 08: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연말 건강히 잘 마무리하시기 바래요~ ^^
 
Twilight of the Gods: War in the Western Pacific, 1944-1945 (Hardcover)
Ian W. Toll / W W Norton & Co Inc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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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명의 희생과 물량의 소모. 국가와 국가의 의지가 부딪치는 전쟁을 총체적으로 비유한다면 거대한 신들의 싸움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에서 벌어졌던 이 거대한 전쟁과 같은 전쟁이 앞으로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이유이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언 톨은 3권에 걸쳐서, 태평양 전쟁의 전모를 일기와 구전 기록까지 들쳐보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미, 일 양쪽의 사정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군의 전력이 일본군을 압도하는 1944년 이후 연합군의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945년 8월에 정말 끝날 때까지, 이 전쟁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대한 전쟁 앞에서 우리는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을까.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무엇보다도 안도감이 든다. 파시즘의 독일과 일본은 패망했다. 침략자들은 패퇴했다. 이것만이라도 인류의 머리에 각인이 되면 좋겠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 얻은 교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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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19 0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천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고 계신 건가요?

저는 Pacific War Trilogy 전작인 ˝Pacific Crucible˝ 과
˝The Conquering Tide˝ 를 남편이 Kindle 로 사 놓아서
대충만 훑어보고 왜 책들이 갈수록 길어지는 거야,
차마 3번 째 이 책은 아예 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데...
제목이 아무리 시적이고 은유적일지라도 말입니다.

전쟁 역사책과 Navy 에 관심 많은 제 남편과
어쩐지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은 blueyonder 님!



blueyonder 2021-12-19 16:35   좋아요 2 | URL
이제 다 읽었습니다. ^^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싶어도,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새 절반에 도달해 있고, 또 계속 읽다보면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독서였습니다.
남편께서 저와 관심 분야가 비슷하신 것 같네요. ^^ 가족분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