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전쟁의 문턱에서Munich – The Edge of War>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로버트 해리스의 역사소설 <Munich>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 <1917>에서 영국군의 공격취소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사 역할을 맡았던 조지 맥카이가 주인공으로 다시 나와 반갑다. 또 다른 주인공인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의 역할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았다.
















뮌헨은 독일 남부의 도시로서 1930년대 당시 독일 나치당의 본거지였다. 1938년, 히틀러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영국의 체임벌린, 프랑스의 달라디에 총리는 뮌헨에 모여 체코의 주데텐란트 지역을 독일에게 할양하는 협정을 맺었다. 히틀러의 체코 침공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실 히틀러는 전쟁을 원하고 있었지만, 이 협정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고 1년 후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협정으로 평화가 단 1년 정도만 지속되었으며 양보가 히틀러의 야욕을 오히려 북돋아준 것으로 치부되어, 이후 ‘뮌헨’이란 단어는 유화주의자들을 비난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었다. 또한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는 나약한 지도자의 전형으로 언급되곤 한다. 


영화 <뮌헨>은 다른 관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전쟁을 1년 연기함으로써, 영국—그리고 연합국—이 전쟁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가들이 당시의 상황을 검토하여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 체임벌린 총리 시절 승인되어 생산된 전투기들이 이후 전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됨이 <영국 전투>에 언급되어 있다. 1939년에 독일이 결국 폴란드를 침공한 이후 체임벌린은 물러나고, 처칠이 총리가 되어 전쟁을 지휘하게 된다. 당시 대독일 전쟁의 분수령이었던 영국 전투(영국 항공전)에서 처칠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폭격기의 달이 뜨면The Splendid and the Vile>이 최근 출간되어 관심을 끈다.
















강경파들의 주장은 겉보기에는 시원하고 듣기에 좋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니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요즘에도 종종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은 기분만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제 타격이라는 위험한 말을 요새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종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은 듣기에만 좋은 말을 내뱉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일의 어려움을 네빌 체임벌린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그는 독재자와 타협했다는 오명을 썼지만, 결국 영국의 승리를 위한 초석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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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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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750호 : 2022.02.0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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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2년 1월 25일, 우리나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드디어 1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코로나19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지막 고비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깊이 있고 균형 잡힌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해 온 <시사인>에서 오미크론의 유행과 더불어 다시 한 번 묵직한 기사를 실었다. 일간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읽고 많이 배웠고 조심스레 희망을 가져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역사 속의 한 가운데에 있다. 후에, 힘들었지만 잘 이겨냈다고 (자랑스레?)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벽이 오기 전에 밤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곧 동이 트기를 고대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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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9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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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7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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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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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8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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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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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3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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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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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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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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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1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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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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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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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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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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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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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의 유명한 구절에 이끌려 읽고 싶어졌다. 나쓰메 소세키 본인을 나타냄이 분명한 화가가 온천장에 방문하며 느끼는 상념이 주이다. 여기에 이혼하고 다시 친정으로 온 온천장 주인집 딸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처음에는 나름 집중해서 읽었는데, 화가인지 글쟁이인지 모를 주인공의 사념에 더해지는 영시와 한시를 점점 대충 훑어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때는 바야흐로 러일전쟁이 한창인데, 주인공은 세상과는 동떨어져 본인의 사념에만 빠져있다. 전쟁에 나가는 사촌동생에게 "살아서 돌아오면 창피"하니 "죽어서 돌아"오라는 여주인공의 말에도 공감이 어렵다. 이혼한 남편을 만주로 떠나보내며 문득 보여주는 "애련"한 얼굴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가?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유미주의적 감상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100년 전, 우리는 신소설이 유행할 시기에, 의식과 상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온갖 단어에 대한 주가 뒤에 있는데, 차근차근 뜯어보며 당시와 현재 일본 사회를 공부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나는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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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1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얀더님 문학 전공자가 아니시라서 그러신 것인지 모르지만, 핵심만 딱 써주시는 이런 리뷰 사모합니다.^^;; 저 시간도 없고 성급한 편이라 다른 사람의 긴 리뷰 잘 못 읽고 그러거든요. ^^;; 인용하신 유명한 구절은 정말 고개 끄덕여지네요. 인간 세상은 정말 살기 어려워요. 그냥 다 내려놓는 것이 답일까요?^^;

blueyonder 2022-01-22 00:50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느낌도 제각각, 감상도 제각각, 독후감도 제각각이지요. 길게 늘어놓을 밑천이 없어서 제 리뷰가 짧은 건지도요 ^^;;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지만, 또 한편 어차피 정답이 없는 인생, 그저 제 잘난 맛에 살면 그냥저냥 살 만한지도요... 그게 라로 님 말씀처럼 다 내려놓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2-03-11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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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4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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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양자컴퓨터
후루사와 아키라 지음, 채은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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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에 관한 소개서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본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발전시켜온 '광 양자컴퓨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소개하고 있다. <퀀텀의 세계>에서는 듣지 못했던, 빛을 이용하여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기존의 원자나 이온, 초전도체, 스핀을 이용한 방법과 비교하여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시간영역다중'이라고 이름 붙인 방법을 통해 100만 개의 큐비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다른 방법이 100 큐비트 규모인데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기존의 양자컴퓨터가 공간적으로 큐비트를 구현했다면 광 양자컴퓨터는 시간적으로 큐비트를 구현했다는 점이 다르다(시간영역다중의 의미). <퀀텀의 세계>를 보완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퀀텀의 세계>보다 얇고 설명도 간략하지만, 광 양자컴퓨터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저자의 연구에 대한 태도를 다음에 인용한다.


...나는 청개구리 같은 성격으로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유행은 반드시 언젠가는 끝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언제나 과도한 경쟁에 휘말린다. 호흡이 긴 일을 하고 싶다면 유행을 쫓지 말고,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에 따라서는 고독이나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 깊숙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해서 즐기고 있다면 고독이나 불안에 시달릴 일은 없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커다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185~18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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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Einstein Walked with G?el: Excursions to the Edge of Thought (Hardcover)
Jim Holt / Farrar Straus & Giroux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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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진지한 주제는 다 다루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헛소리bullshit’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진리truth’에 대한 논의로 끝난다. 이런 세상—철학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엿보게 해 주었다. 고담준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인간 세상이 물질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시각과 재치와 명석함을 아끼며 읽었다.


책 속 몇 구절:

... What is truth? The most obvious answer, that truth is correspondence to the facts, founders on the difficulty of saying just what form this “correspondence” is supposed to take and what “facts” could possibly be other than truths themselves. (p. 343)

... much of what we call poetry consists of trite or false ideas dressed up in sublime language—ideas like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which is beautiful but untrue. (Oscar Wilde, in his dialogue, “The Decay of Lying,” suggests that the proper aim of arts is “the telling of beautiful untrue things.” (p.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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