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방구석이 제일 좋아
미우라 시온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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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더운 여름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한 것 같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해마다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시원한 내 방에서 책 읽으며 즐기는 북캉스!

 

 

아무래도 방구석이 제일 좋아

 

 

 

매력적인 제목만큼이나 시작부터 매력 뿜뿜이다.
자기 책을 자기가 추천하다니!
추천사는 보통 대충 넘기게 되는데 이 책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효능
자기가 쓴 책의 추천사

 

 

시작부터 거창하기까지!

'이 책은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정한 현대 정국을 적나라하게 그려 냈을 뿐만 아니라 젊은 독자 여러분의 정신 단련에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딱 지금의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권하는 이 책을 읽는 자세란, 글자 그대로 자세란?

'~ 그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큰대자로 드러누워서 이 책을 열독해 주시기를.'

흠... 누워서 읽으면 책을 들고 읽어야 해서 손목이 아프다...
꽁지 산책할 때 꽁지가 계단 이용을 할 수 없어 매번 안아줬다 내려줬다를 반복하니
손목 상태가 좋지 않다. ㅠㅠ
안타깝지만 나는 엎드려 읽는 것을 택했다.


차례

 

 

제목에 사계절이 다 들어가 있다.
봄날의 밤, 여름 여행, 가을 하늘, 겨울바람...
그리고
시작이 독특했던 만큼 맺음말도, 번외 편도 기대된다!


첫 장, 첫 문장부터 재미지다!

'왠지 눈꺼풀이 바짝 마른 개구리처럼 쭈그러지는 것이 피부가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절실히 실감하는 봄날입니다.' 

그리고 첫 사건부터 공감 백만 배!!!
분명 재밌는 꿈을 꾸고 그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아침,
누군가를 만나 꼭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매번 그렇다.


전기담요에 카를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만화책에 빠져, 소년들은 할 수 없는, 어른의 재력으로 시리즈를 구입해 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가족과,
어떤 날은 친구들과 또는 홀로
진지한 수다와 가벼운 토론 사이인 듯한 대화를 나누는
저자의 에세이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하는 저자는 어찌 보면 독특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녀가 책 속에서 던져주는 여러 이야기 거리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그런 흔한 소재들이다.
그래서 더 공감했고,
그녀의 글 솜씨에 감탄하며 역시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일단 나는 훌륭한 작가들의 글을 마음껏 누리는 쪽에서 머물기로 했다.


막 시작된 여름휴가,
시원한 곳에서 시원한 음료와 함께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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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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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읽거나 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4살에 읽기를 시작했다는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어째서 '문맹'이라는 제목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문맹

 

 

 

차례

 

 

 

p.32

나는 오빠와 남동생을, 부모님을,

이제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집을 잃었기 때문에 슬프다.

무엇보다 나는 자유를 잃었기 때문에 슬프다.

 

p.51~53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우리는 이사를 했다.

우리는 적어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국경 도시에 살러 갔다.

우리, 헝가리 사람들에게 독일어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상기시켰으므로 적의 언어였고,

그것은 또한 당시 우리나라를 점령했던 외국 군인들의 언어이기도 했다.

1년 후, 다른 외국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점령했다.

러시아어가 학교에서 의무화되었고, 다른 외국어는 금지되었다.

아무도 러시아어를 알지 못한다. 독일어나 프랑스어, 영어 등의 외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몇 달 동안 러시아어 속성 수업을 배웠지만, 그들은 그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것을 가르칠 마음이 없다. 그리고 어쨌든 학생들도 그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문맹'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어렸을 때부터 읽고 쓰기를 즐겼다.

어린아이에게 자기 전 어른들이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녀에게 그 시간은 달랐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아닌 그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시간이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어째서 문맹이 되었을까?

그녀가 스스로 '문맹'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나는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자신이 그 시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시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가 독일에 의해 점령당한 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겨우 1년 후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어 

심지어 학교에서도 러시아어로 모든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시 모든 선생님이 러시아어에 능통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교육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때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예전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안부전화를 드리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나는 일본어가 주는 어감에 재미를 느껴 한창 일본어 공부를 하는 중이었는데

우연히 한 할머니께서 일본어 단어를 섞어 쓰시는 것을 알아채고는

일본어를 하실 줄 아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거의 다 잊어버렸다고 하시며 그때는 다들 그리 살았다 하셨다.

그 말씀에 차마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 간단히 안부만 더 여쭙고는 전화를 끊었었다.

언어를 빼앗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언어를 말살시키려 했을 것이다.

망명을 하는 상황에서도 사전을 가방에 넣었고,

스위스에서 난민 생활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을 정도였던 그녀에게도

외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 전부를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완전히 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외국어를 공부하며 외국어로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바로 그녀의 딸과의 소통 문제였다.

그녀의 딸은 그곳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를 익히게 되었지만

그녀는 언어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아 프랑스어가 굉장히 서툴렀다.

둘의 대화는 항상 삐거덕거렸을 것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프랑스어에 익숙해진 그녀였지만

그것은 단순히 말하는 데 익숙했을 뿐

읽기와 쓰기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그런 의미에서의 문맹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맹의 상황도 그녀를 제약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배우기를 원했고, 도전했고, 해냈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많은 '문맹'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떠나서도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 이 책은 한겨레출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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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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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밤과 서쪽으로'

표지에 마음이 빼앗기고, 책 소개와 함께한 음악에 홀렸다.

마지막으로 책의 배경인 '아프리카'가 내 마음을 붙잡았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그다지 생각나는 것이 없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TV에서만 보아 온 그곳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무엇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점에서 나의 기대치는 더욱 올라갔다.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베릴 마크햄.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한 '이 밤과 서쪽으로'는 아프리카를 가장 아름답게 그려내어

오랫동안 아마존 여행 에세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비행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녀의 삶을 다룬 전기도 세 편이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더 궁금해진다.

 

 

이 밤과 서쪽으로

 

 

 

CONTENTS

 

 

 

 p.27

 아프리카는 신비롭다. 야생의 땅이자 푹푹 찌는 열화지옥이다. 사진가들에게는 천국이고, 사냥꾼들에게는 발할라요, 현실도피자들에게는 유토피아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해석이라도 받아준다. 아프리카는 죽은 세계의 마지막 흔적이기도 하고, 새롭게 빛나는 세계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그저 '고향'이다. 아프리카에 딱 하나, 지루하다는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p.33~34

 지금도 여전히 아프리카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의 요체이자 늘 궁금하지만 결코 완전한 답을 내어주지 않는 수수께끼들의 요람이다. ~ 한없이 가혹한 동시에 한없이 은혜로운 아프리카는 모든 인종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도 그 무엇도 양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영혼은, 그 고결함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맥동하는 생명은 너무나 고유하고 독특한 리듬이기에 어릴 때부터 그 끝없는 고동에 흠뻑 빠져들어 살아온 사람이 아닌 외지인은 이를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다. 음악도 스텝도 모른 채 마사이족의 '출전의 춤 (war dance)'을 구경하는 사람 정도의 경험만 가능할 뿐.

 

 p.109

 인간을 특징짓는 사고 중 하나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을 억압하는 것은 질색하면서도 인간보다 훨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이상한 이유를 들먹이며 제약을 가한다. 가끔 그 이유는 전혀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상하기만 하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자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순리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곳곳에 펼쳐진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나에게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라 모든 사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어린 소녀였던 베릴 마크햄이 그녀의 개 불러와 함께 사냥에 나선 일,

캠시스캔이라는 말과 소녀의 이야기 등...


그녀가 유일한 여자로, 그것도 어린 소녀로 난디족 남자들과 함께 사냥을 나섰다.

그것도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 상황을 생생하게 잘 그려내 읽는 동안 나도 혹시나 안 좋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캠시스캔이라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을 길들이는 과정 또한 놀라웠다.

 

그녀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아마 그녀가 자라온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 데 한몫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자체가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냥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삶 곳곳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였다.

 

베릴 마크햄은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동아프리카의 케냐로 이주했다.

어머니와 오빠는 영국에 둔 채로 둘만 아프리카로 떠났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어리다고 하지만 4살이면 단순히 어린 것이 아니라 아기 같은 느낌이다)

왜 아버지는 아들인 오빠가 아니라 딸인 베릴 마크햄을 데려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p.206

  ~ 하지만 나는 배운 것들이 있다.

 나는 살고 사랑했으며 모든 지난날을 깊숙이 묻어둔 곳을 반드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최대한 미적거리지 말고 가능한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절대로 돌아보지 말고 기억에 남은 시간들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 시간은 이미 죽었으니까. 지나간 세월은 이미 정복돼 안전하게 보인다. 반면 미래는 만만찮게 보이는 구름 속에 살아있다. 미래로 걸어 들어가면 구름은 걷힌다. 나는 이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뒤늦게야 배우게 됐다.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시대가 그러했겠지만

더욱이 어리기도 했고, 여자라는 점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었을 텐데도

그녀는 당당하게 스스로 그녀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주어진 상황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녀가 너무 멋있었다.

 

그녀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밤과 서쪽으로'.

이렇게 긴장백배,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았던 베릴 마크햄.

그녀 인생의 마지막이 더욱 궁금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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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리 스탬퍼 지음, 박다솜 옮김 / 윌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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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사전은 진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매년 새로운 단어가 사전에 추가되었다는 기사를 꼭 확인하게 되는데요, 사전에 추가할 단어를 선정하는 일도 재미있겠지만 재미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일 것 같아요. 이들의 직업병도 궁금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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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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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학전문 서적이 아니라도 책 제목에 언어가 들어가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번 책도 그래서 더 관심이 갔다.

 

'페르시아어'

이란의 언어이기도 한 페르시아어는 그 언어의 이름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 생각하는데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공부해 본 적도 없는 언어이지만

이 책 한 권으로 페르시아어에 대한 공부 의지를 불태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하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차례

 

 

 

첫 장의 이야기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절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저자 마리암 마지디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란 혁명을 겪으며 저자의 부모님은 위험이 존재하고,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더 이상은 사람답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해 프랑스로 망명을 결정한다.

사실, 프랑스 망명은 아버지의 결정이었다.

어머니는 시위에 참가하느라 잠시 중단했던 의대를 다시 다니고 싶어 했으나

그 시대는 그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결국 딸인 마리암을 데리고 프랑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먼저 프랑스로 갔고, 약 7개월 후 어머니와 마리암이 프랑스로 갔다.

그러나 프랑스로 떠나기 위해 간 공항에서 마리암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일은 망명 후에도 그녀를 괴롭히게 된다.

성인이 되어 다시 그녀가 태어난 나라로 돌아오는 그날, 그 순간에도.

 

p.34~35

나는 이야기를 수집하며 살고 싶었다. 멋진 이야기들을.

수집한 이야기들을 가방에 담아 다니다가 적당한 순간이 오면 주의 깊게 듣는 귀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법에 홀린 듯 빠져드는 눈을 보고 싶었다.

모든 이의 귓가에 이야기의 씨를 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싹을 틔우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꽃이 사라진 자리를 가득 메우기를,

누군가에게 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골레 마리암 꽃들을 대신하기를 원했다.

 

 

망명 후 마리암의 가족은 이란에서와는 다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움을 주었던 것은 바로 언어였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랑스어를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일을 구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했으니 당장 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들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자신의 꿈을 되찾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탓에

시위에 참가했을 때처럼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지 못했다.

그들의 딸, 겨우 6살인 마리암 또한 그녀가 아끼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낯선 곳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p.164

우리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다.

조국을 떠남으로써 두 동강 나버린 흉터다.

나는 그 흉터를 감쪽같이 붙여서 남들과 똑같아지고 진짜 프랑스인이 되어

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많은 어려움과 갈등 끝에 터져버린 마리암의 프랑스어.

그녀의 부모는 감격한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딸이 '진짜 프랑스인'이 된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프랑스에서의 삶이 익숙해졌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그들의 아이는 프랑스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딸이 그들의 뿌리를 잊을까 걱정했다.

뿌리를 위해 페르시아어를 공부하라고 했다.  

아이는 다른 프랑스인이 있는 자리에서 어설픈 프랑스어를 하는 부모가 부끄러웠다.

그녀는 뿌리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지 않았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244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마리암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무거웠다.

 

마리암의 삶에는 네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6살이 되기 전 이란에서의 삶.

프랑스에서 망명자로 살았던 삶.

성인이 되어 찾아간 이란에서의 생활.

이란을 방문한 후 다시 돌아온 프랑스에서의 삶.

 

이러한 변화들을 겪으며 마리암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 많은 곳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찾았다기보다는 타협점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중간에 마리암이 반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부모님이 지켜보며

이란에서 였다면 절대 저런 모습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들은 딸의 미래가

한 인간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도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딸이 겪지 않기를 바랐다.

 

마리암의 어머니가 임신한 채로 시위에 참여하고, 도망 다니며 목격한 장면들은

익히 뉴스 등에서 보고 들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었다.

 

 

p.42

할머니처럼 가장 용납할 수 없었던 점은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내가 넘겨져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내가 그들 자식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유용한 물건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이었다.

 

p.45

나는 글을 통해 죽은 자들을 무덤에서 파낸다.

~

그리고 고통스럽고 아픈 추억과 일화와 이야기를 파낸다.

죽음과 과거의 냄새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라고 졸라대는 죽은 자들.

 

 

p.47

눈은 내리깔거나 감아야 하고, 가는 길을 보지 말고,

아무거도 확인하지 말고, 귀도 닫고, 어디로 가는지 몰라야 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아무것도 자백할 수 없도록.

 

마리암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

어쩌면 마리암의 가족과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역시 여러 사정으로 인해 태어난 나라를 떠나왔을 것이고

처음에는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언어를 익혀야 했을 것이고

후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하게 될 것 같았다.

그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에

마리암이 이란에 있는 친척을 찾아가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자신이 지켜주었던 어린 첫 손녀를 그렇게 떠나보낸 할머니가

긴 세월이 지나 다 자란 손녀를 다시 보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을 다 읽은 후

기대했던 바대로 페르시아어, 아랍어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마리암이 언급한 이란의 시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랍권 문학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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