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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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읽거나 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4살에 읽기를 시작했다는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어째서 '문맹'이라는 제목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문맹

 

 

 

차례

 

 

 

p.32

나는 오빠와 남동생을, 부모님을,

이제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집을 잃었기 때문에 슬프다.

무엇보다 나는 자유를 잃었기 때문에 슬프다.

 

p.51~53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우리는 이사를 했다.

우리는 적어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국경 도시에 살러 갔다.

우리, 헝가리 사람들에게 독일어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상기시켰으므로 적의 언어였고,

그것은 또한 당시 우리나라를 점령했던 외국 군인들의 언어이기도 했다.

1년 후, 다른 외국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점령했다.

러시아어가 학교에서 의무화되었고, 다른 외국어는 금지되었다.

아무도 러시아어를 알지 못한다. 독일어나 프랑스어, 영어 등의 외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몇 달 동안 러시아어 속성 수업을 배웠지만, 그들은 그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것을 가르칠 마음이 없다. 그리고 어쨌든 학생들도 그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문맹'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어렸을 때부터 읽고 쓰기를 즐겼다.

어린아이에게 자기 전 어른들이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녀에게 그 시간은 달랐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아닌 그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시간이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어째서 문맹이 되었을까?

그녀가 스스로 '문맹'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나는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 자신이 그 시대를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시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가 독일에 의해 점령당한 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겨우 1년 후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어 

심지어 학교에서도 러시아어로 모든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시 모든 선생님이 러시아어에 능통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교육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때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예전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안부전화를 드리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나는 일본어가 주는 어감에 재미를 느껴 한창 일본어 공부를 하는 중이었는데

우연히 한 할머니께서 일본어 단어를 섞어 쓰시는 것을 알아채고는

일본어를 하실 줄 아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거의 다 잊어버렸다고 하시며 그때는 다들 그리 살았다 하셨다.

그 말씀에 차마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 간단히 안부만 더 여쭙고는 전화를 끊었었다.

언어를 빼앗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언어를 말살시키려 했을 것이다.

망명을 하는 상황에서도 사전을 가방에 넣었고,

스위스에서 난민 생활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을 정도였던 그녀에게도

외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 전부를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완전히 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외국어를 공부하며 외국어로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바로 그녀의 딸과의 소통 문제였다.

그녀의 딸은 그곳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를 익히게 되었지만

그녀는 언어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아 프랑스어가 굉장히 서툴렀다.

둘의 대화는 항상 삐거덕거렸을 것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프랑스어에 익숙해진 그녀였지만

그것은 단순히 말하는 데 익숙했을 뿐

읽기와 쓰기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그런 의미에서의 문맹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맹의 상황도 그녀를 제약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배우기를 원했고, 도전했고, 해냈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많은 '문맹'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떠나서도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 이 책은 한겨레출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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