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밤과 서쪽으로'

표지에 마음이 빼앗기고, 책 소개와 함께한 음악에 홀렸다.

마지막으로 책의 배경인 '아프리카'가 내 마음을 붙잡았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그다지 생각나는 것이 없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TV에서만 보아 온 그곳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무엇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점에서 나의 기대치는 더욱 올라갔다.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베릴 마크햄.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한 '이 밤과 서쪽으로'는 아프리카를 가장 아름답게 그려내어

오랫동안 아마존 여행 에세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비행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녀의 삶을 다룬 전기도 세 편이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더 궁금해진다.

 

 

이 밤과 서쪽으로

 

 

 

CONTENTS

 

 

 

 p.27

 아프리카는 신비롭다. 야생의 땅이자 푹푹 찌는 열화지옥이다. 사진가들에게는 천국이고, 사냥꾼들에게는 발할라요, 현실도피자들에게는 유토피아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해석이라도 받아준다. 아프리카는 죽은 세계의 마지막 흔적이기도 하고, 새롭게 빛나는 세계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그저 '고향'이다. 아프리카에 딱 하나, 지루하다는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p.33~34

 지금도 여전히 아프리카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의 요체이자 늘 궁금하지만 결코 완전한 답을 내어주지 않는 수수께끼들의 요람이다. ~ 한없이 가혹한 동시에 한없이 은혜로운 아프리카는 모든 인종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도 그 무엇도 양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영혼은, 그 고결함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맥동하는 생명은 너무나 고유하고 독특한 리듬이기에 어릴 때부터 그 끝없는 고동에 흠뻑 빠져들어 살아온 사람이 아닌 외지인은 이를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다. 음악도 스텝도 모른 채 마사이족의 '출전의 춤 (war dance)'을 구경하는 사람 정도의 경험만 가능할 뿐.

 

 p.109

 인간을 특징짓는 사고 중 하나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을 억압하는 것은 질색하면서도 인간보다 훨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이상한 이유를 들먹이며 제약을 가한다. 가끔 그 이유는 전혀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상하기만 하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자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순리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곳곳에 펼쳐진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나에게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라 모든 사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어린 소녀였던 베릴 마크햄이 그녀의 개 불러와 함께 사냥에 나선 일,

캠시스캔이라는 말과 소녀의 이야기 등...


그녀가 유일한 여자로, 그것도 어린 소녀로 난디족 남자들과 함께 사냥을 나섰다.

그것도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 상황을 생생하게 잘 그려내 읽는 동안 나도 혹시나 안 좋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캠시스캔이라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을 길들이는 과정 또한 놀라웠다.

 

그녀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아마 그녀가 자라온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 데 한몫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자체가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냥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삶 곳곳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였다.

 

베릴 마크햄은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동아프리카의 케냐로 이주했다.

어머니와 오빠는 영국에 둔 채로 둘만 아프리카로 떠났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어리다고 하지만 4살이면 단순히 어린 것이 아니라 아기 같은 느낌이다)

왜 아버지는 아들인 오빠가 아니라 딸인 베릴 마크햄을 데려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p.206

  ~ 하지만 나는 배운 것들이 있다.

 나는 살고 사랑했으며 모든 지난날을 깊숙이 묻어둔 곳을 반드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최대한 미적거리지 말고 가능한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절대로 돌아보지 말고 기억에 남은 시간들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 시간은 이미 죽었으니까. 지나간 세월은 이미 정복돼 안전하게 보인다. 반면 미래는 만만찮게 보이는 구름 속에 살아있다. 미래로 걸어 들어가면 구름은 걷힌다. 나는 이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뒤늦게야 배우게 됐다.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시대가 그러했겠지만

더욱이 어리기도 했고, 여자라는 점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었을 텐데도

그녀는 당당하게 스스로 그녀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주어진 상황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녀가 너무 멋있었다.

 

그녀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밤과 서쪽으로'.

이렇게 긴장백배,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았던 베릴 마크햄.

그녀 인생의 마지막이 더욱 궁금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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