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 - 더 이상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는 방법
그리고리 L.프리키온 외 지음, 서정아 옮김, 유승호 감수 / 한솔아카데미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에 전 세계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 문제는 스트레스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서 시작된다. 에볼라, 사스, 유행성 독감과 같은 급성 감염성 전염병을 제외하면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만성 비감염성 질환이야말로 오늘날 인류의 생존, 보건 전반,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을 끼치는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서문' 중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자기 보호 전략 

 

책의 저자 그리고리 L. 프리키온은 세계 최고의 스트레스 전문가로 꼽히며 하버드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정교수이자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 자문센터장으로, 140편이 넘는 학술지 논문을 집필했으며 <의학계와 사회의 공감과 치유>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또한 2006년부터 미국의 5대 스트레스성 질환 연구소 중 하나인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벤슨-헨리 심신의학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애너 이브코비치는 하버드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며 영양 분야 전문가다. 일리노이 의대를 졸업한 후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앨버트 S. 융하버드 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을 밟았으며 1차 진료와 정신건강 서비스의 통합을 통한 우울증 치료, 저소득층의 정신건강치료, 보완적·대안적 방법을 이용한 기분장애와 불안장애의 치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비롯되는 비감염성 질환NCD야말로 매우 위험한 질병임을 강조하면서 우리들이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즉 스트레스 생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와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스트레스가 어떠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에서는 스트레스의 개념과 스트레스 이론의 역사를 살펴보고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가 마음과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며, 2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특히 인체 외부와 내부의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인간의 뇌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3장에서는 전 세계인의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심장과 뇌의 연관성을 다루고, 4장에서 스트레스가 어떻게 해서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아본다. 5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수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고, 6~ 7장에서는 스트레스 연구 가운데 여성보건과 영양에 대해서 소개하며, 식품과 스트레스 유발 요인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8장에서는 사회 환경이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본다. 정신 회복력이 유전인자뿐만 아니라 환경요인으로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됨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9장에서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잃지 않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의 회복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10장에서 회복력이 어떻게 해서 만성 스트레스 반응의 파괴적 영향에 대한 완충재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스트레스라는 말을 떠올리면 먼저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게된다. 이를 이해하려면 스트레스의 본질과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생명체가 주변 환경의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감지-분석-판단-반응'체계다. 즉 모든 생명체는 스트레스 요인을 감지, 분석하는 메카니즘을 갖고 태어나며 스스로의 안정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스트레스로 인식한다.

 

좋은 스트레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쁜 스트레스~ 어려운 과제로 인해 위협을 느낄 때 고통에 직면한다

 

뇌는 외부로부터 감각자극을 받아들이고 신체가 이를 느낄 수 있도록 작용하며 근육을 움직이고, 신체기관을 조절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감각자극은 대부분 '시상'이라는 뇌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시상은 뇌의 표면을 주름 형태로 감싸는 '피질'은 물론 감정과 욕망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교류한다. 피질은 근육운동을 유도하며, 변연계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심장박동과 동공확장과 같은 기능을 통제한다.

 

 

여키스-도슨 법칙

 

이는 각성스트레스와 수행능력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이다. 스포츠, 학술, 예술, 사회적 상황에 모두 적용된다. 각성이란 호르몬의 분출로 근육긴장도와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감각이 예민해지는 상태를 듯한다. 몸이 생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각성 상태가 된다.

 

 

각성도가 적당할 때 수행능력이 최적화되며 반대로 각성도가 낮거나 0일 때는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각성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도 수행능력이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반응계

 

 

 

길을 잘못 들어 위험한 동네에 들어섰다가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배를 만나거나 상사들 앞에서 중요한 자료를 발표하거나 배우자와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 등 각종 스트레스 상황을 떠올려 보자. 우리 뇌는 오감을 동원하여 이러한 상황을 평가한다.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A나 B나 C 등의 행위를 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등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의문 부호가 떠오르고 위협 신호를 감지하면 우리는 스트레스 상태에 돌입한다. 그 이후에 무수한 반응 행동이 잇따라 나타나고, 조직세포 성장, 소화, 성 기능 같은 장기적인 과정에 사용되던 신체 에너지가 좀 더 급한 활동에 투입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활동을 주도하는 근육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폐 역시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며 통각이 무뎌지고 출혈하는 일이 줄어든다. 두려움을 감지한 편도는 한시가 급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일에 시상하부를 끌어들인다.

 

 

한 마디로 우리 몸은 환경에 반응하는 뇌의 작용을 반영한다

 

스트레스 반응 동안에 편도가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시상하부가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면 콩팥 위의 부신이 경계 태세에 돌입하고 부신수질 부위는 에피네프린이라는 카테콜아민을 방출하는데 이 전달물질이 맞섬도피반응을 개시한다. 그 결과 맥박이 증가하여 근육과 폐에 유입되는 혈당과 산소가 증가하고, 뇌의 각성 상태가 촉진되며 혈관은 수축되고 섬유소원이 혈액의 응고를 촉진한다. 에피네프린은 당원의 포도당 전환을 도울 뿐만 아니라 지방산을 분해하고 방출함으로써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러한 에너지는 신체가 겪는 스트레스와 싸우는 데 사용된다.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생리적 변화에 의해 발생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명상으로 줄일 수 있다. 명상을 하면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약화되고 부교감신경계의 긴장도가 증가하여 혈압이 낮아지며 심장박동과 호흡이 안정된다. 또한 산소소비량도 줄어들어 산화스트레스와 만성염증반응의 감소로 백혈구의 유전자 발현이 좀 더 건강한 패턴으로 바뀐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따라서 규칙적인 명상을 하면 신체 전반의 건강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회복력 증진방법

 

마음챙김 명상

영적인 교감

이완 반응 호흡 운동

요가 등의 마음수련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과 건강한 식사

적절한 수면

전문적 사회활동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인지기술의 개발

긍정적인 심리전략

건강한 습관,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을 피함 

 

 

 

긍정적인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쟁을 벌이는 운동선수가 경험하는 흥분이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사람이 느끼는 들뜬 기분 등도 스트레스 반응과 연관이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제를 달성하고 나면 기분 좋은 흥분을 느낀다. 이는 심각한 위협에 처했을 때 느끼는 고통과는 확연히 다르다.

 

고통은 스트레스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패배감과 좌절감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패배감은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상태로 이어지며 우울증 등 만성 스트레스 반응과 동일한 증상을 유발한다. 우리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에 노출될 때 절망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데 이는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함에 따른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서는 맞섬도피 반응이 둔감하여 '포기와 체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변화와 도전은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우리에게 목표 달성이라는 동기를 부여하여 새로운 기량을 익히고 성숙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 관리는 몸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과 비슷하며 몸이 아니라 뇌를 훈련시킨다는 점에서만 다를 뿐이다. 근력 운동이나 달리기를 할 때 적절한 무게와 거리를 찾는 것이 관건이듯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낮아도 권태와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너무 높아도 수행 능력이 감소하며 각종 기능이 손상된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수행 능력이 높아지는 데에도 비결이 있다. (1만 시간 연습을 거치면 어떤 기량이나 분야에 통달한다는 법칙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훈련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생리적인 이완반응을 이끌어내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을 예방하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몰입 상태Being In The Zone'에 도달하는 것인데, 경기를 치르는 운동선수들이 고도로 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매치포인트Match Point를 올리거나 표적을 맞힐 수 있도록 훈련을 거듭하는 것도 '몰입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는 수행 능력을 강화한다"

 

어떤 직업이든 타인들 앞에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은 일정 부분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스트레스는 기량을 향상시키고 활력을 주어 그 사람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무대 경험이 많은 가수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활용하여 뛰어난 공연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스트레스를 완화하자

 

이 책은 풍부한 도표와 최신 자료를 인용해 스트레스의 개인적, 사회적 원인과 함께 스트레스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이를 완화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잦은 스트레스로 피곤한 일상을 겪고 있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진 - 위대한 사람이 되는 법
차이통 지음, 정주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나는 우리 인생의 일곱 가지 측면, 즉 시간, 선택, 행동, 학습, 사고, 재능, 성공에 대해 살펴보았다. 시간은 우리의 좌표다. 선택은 종종 인생의 기로에서 이루어진다. 행동은 생명력의 상징이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다. 학습의 규율과 기교는 모든 사람이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이다. 사고는 삶의 매 순간 이뤄지지만 난관에 봉착하면 그제사 사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재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성공은 애증의 단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인생의 일곱 가지 측면

 

책의 저자 차이통은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로운 글로 꽉 막힌 사고들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혼란의 용광로에 넣고 반복적으로 제련해 표면적인 지식 뒤에 감춰진 진실한 지식, 표면적인 방법 속에 감춰진 방법을 찾아낸다. 이 책에서 차이통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7가지를 골라 각각의 면에서 정진

 

 

 

 

 

 

 

 

 

 

 

 

현재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재일동포 출신 경영인 손정의 회장은 열아홉 살에 감히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인생 50년'이라는 계획을 수립했다. 게다가 그는 이를 위해 신중하게 계획을 짜되 반드시 그 계획은 실행한다는 원칙까지 만들어 스스로를 독려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그의 계획은 아래와 같다.

 

20대~ 이름을 알린다

30대~ 사업 자금을 모은다

40대~ 큰 승부를 본다

50대~ 사업을 완성시킨다

60대~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넘긴다    

 

저자도 이 책에서 인생 계획을 얘기한다. 그는 인생에서 5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면서 "5년짜리 계획은 종종 인생의 다음 단계를 넘어 다다음 단계로까지 이어진다. 대학도 4년이면 졸업하고, 취업을 해도 3~4년 안에 적어도 한 번은 이직을 하거나 말단사원에서 관리직으로 승진한다. 또 연애를 하다가 결혼해서 부모가 되는 데에도 대부분 5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이어서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이라면 5년 후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다면 5년 후 장난꾸러기 아이를 둔 부모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5년은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게 해줄 기술을 능숙하게 습득할 만한 시간이고, 어떤 학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다. 5년은 어떤 가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나갈 수 있을지 충분히 생각할 만한 시간이며, 심지어 그 가치 있는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도 있는 시간이다"라고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다소 어거지 같은 논리이지만 그런 대로 볼 만하다.

 

나는 지나간 젊은 시절을 가끔씩 되돌아본다. 좋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하고선 감회에 젖기도 하고, 좋지 않았던 결과에 대해선 '그때 왜 그랬지'라면서 후회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 엎질러진 물이요, 깨진 쪽박일지 모르지만 마치 소의 되새김질처럼 그 시절을 다시 음미해보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설정되는 효과가 생긴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7년 마다 직장을 옮겼다. 잘나서 스카우트 바람을 탄 건지, 엉덩이가 가벼워서 그런지 몰라도 7년을 주기로 새로운 분위기를 맞이 했었다.      

 
저자가 굳이 이 책에서 5녕을 언급하는 이유는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면서 그저 평범한 인생길을 걷기 보다는 앞을 내다보면서 특별한 성취를 얻고 남과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적어도 5년마다 장기적인 인생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비록 처음 몇 년 간은 시련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을 들인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힘들 때엔 손정의 '인생 50년'을 떠올려보자.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나는 위로 네 살 위의 형과 아래로 네 살 적은 여동생이 있었다. 당시에는 의료 시스템이 매우 낙후해서 전염병이 돌기라도 하면 병원을 찾아가 예방주사를 꼭 맞아야만 했다. 어린 아이들이 주사 맞기를 두려워하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나의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 들어서면 식은땀이 흘렀다.

 

옛 말에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라고 했다. 형은 나보다 겁이 좀 많은 편이라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늘 나를 먼저 앞세웠다. 그래서 예방 주사도 내가 제일 먼저 맞았다. 내가 맞고서 아프지 않고 약간 따끔하다고 하면 그제사 간호사에게 팔을 내밀었다. 어릴 적의 이런 기억은 내 삶에 늘 작용했다. 사실 힘들고 귀찮은 일일수록 빨리 해치우는 게 모법 답안이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자꾸 뒤로 미루면 잠시는 편할 지 모르겠으나 나중엔 몇 배의 고통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일이 생기자마자 즉시 해결한다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고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어진다. 반면에 하지 않고 뒤로 계속 미룬다면 해야 할 일이 많아져 관리도 힘들어지며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리되면 은연중에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심리적 비용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를 제1의 행동원칙으로 삼자.

 

자질구레한 일부터 처리하면 편안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대체불가능한 인재, 이것이 최고의 경쟁력

 

수전 보일, 그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마흔여덟 살 노처녀였다. 2009년 4월,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그녀의 유튜브 동영상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가 오디션 무대에서 불렀던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은 노래 제목만큼이나 전 세계인들의 꿈을 자극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결혼한 적도 없고 키스한 적도 없어요.

지금 47살이에요. 나이는 단지 일면에 불과해요.

전 가수가 될 꺼예요.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겠어요"

 

출연 당시의 수전 보일 

 

그녀가 무대에 올랐을 때 볼품 없는 외모 때문에 청중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까지도 비웃는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모두 그 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했다. 몇 달 뒤 그녀의 앨범은 '올해 최고의 앨범'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뚱뚱하고 어리숙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 그녀 자신뿐이었다. 그녀는 유일무이하고 복제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녀가 그토록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매우 특별하고, 너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가 피터 틸 "창조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0에서 1을 만드는 것, 예를 들어 아이폰처럼 전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1에서 n을 만드는 것으로 예를 들어 아이폰을 모방해서 이와 비슷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피터 틸은 0에서 1을 만드는 벤처기업에만 투자를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에서 찾은 자유 - 천년 지혜의 보고 장자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
뤄룽즈 지음, 정유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장자는 무척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생을 사는 동안 자신을 알아주는 지음지기 한 명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대자연의 화신化身들이다. 구만 리 창공을 나는 붕새, 바람과 이슬을 먹고 사는고야산姑射山의 신녀神女, 하늘의 피리를 연주하는 남곽자기南郭子綦, 그리고 그와 꿈속에서 조우했던 나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장자 철학에서 찾는 인생 지혜

 

뤄룽즈는 국립타이완대학교 역사연구소에서 문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타이완과학기술대학교에서 부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진사과와 당나라 시대의 문학사회>, <당나라 시대의 후비와 외척>, <물처럼 흐르는 정감>, <광표영웅의 비극>, <역사의 약서>, <운수지록雲水之緣>, <자줏 빛 꿈> 등 다수가 있다.

 

한편, 그는 장자 원문을 가장 충실히 살린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왕숙민의 <장자교석莊子校釋>을 비롯해 곽경번의 <장자집석莊子集釋>,

 

 

 

 

 

 

 

 

가죽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베어가는 사람도 없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이 '쓸모없음'이야말로 가장 큰 쓸모다. 가죽나무의 자유로움이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나무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노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무에 의존해서 자유로움을 얻으려는 마음은 여전히 '의존하는 소요'이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로움은 '사람의 마음 상태'로 판단해야 한다.

 

 

서시西施는 미인일까?

 

길이란 사람이 걸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름 역시 사람이 불러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맞다'라고 말하고, 맞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틀리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맞다'와 '틀리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서시(西施, 중국 춘추시대 말기 월나라의 미녀)를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어떨까? 물고기가 서시를 보았다면 아마도 깜짝 놀라서 물속으로 숨어 버릴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관점으로 예술과 지식을 만든다. 그 결과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지식과 예술의 테두리에 갇혀 살고 있다. 아름답다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 살고 있다면 장자는 아마도 각종 미인대회를 찾아다니며 이를 폐지하라고 1인 시위를 벌일 것이다.   

 

 

그림자의 그림자

 

망양罔兩은 그림자의 그림자이다. 망양이 그림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걸어가다가 곧 멈추고, 아까는 앉아 있다가 지금은 서 있는데 이는 어찌 된 일인가? 그대는 이렇게 할지 아니면 저렇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가?"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게 무언가 의존하는 것이 있기에 그런 게 아니겠소? 내가 의존하는 것 또한 의존하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된 것 아니겠소? 뱀은 비늘에 의존해서 기어 다니고, 매미는 날개에 의존해서 날아다니잖소! 그러나 뱀과 매미가 죽으면 비늘과 날개가 있더라도 기어 다닐 수 없고 날아다닐 수 없소. '의존하지 않음'에 의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이오"

 

자연의 도는 변화의 도이다. 고정된 주主와 종從이 없다. '의존하지 않음'에 의존하는 것이 바로 변화의 도이다. 이는 일부러 의존하려 하지 말고 또 일부러 의존하지 않으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즉 '일부러' 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말馬을 사랑한 사람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말의 기질이 온순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말을 키우는 요령을 모른 채 말을 키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예전에 말을 끔찍하게 아끼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극정성으로 말을 돌보았다. 대나무 광주리로 말의 똥을 받고, 커다란 조개로 말의 오줌까지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기 한 마리가 말 등에 내려앉아 피를 빨고 있었다. 주인이 이것을 보고 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뒤 엉겁결에 찰싹하고 모기를 때렸다. 말은 깜짝 놀라 뒷발을 들어 올려 주인을 걷어찼다. 말 주인은 자신이 사랑하던 말의 발길질에 맞아 죽고 말았다.

 

'상대를 향한 마음이 지극하더라도 그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장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상대가 꼭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는 않는다. 이는 비단 사람 관계뿐 아니라 세상만사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한 사람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충분히 음미하면 좋겠다.

 

 

 

도둑을 막을 대책

 

사람들은 좀도둑을 막기 위해 보석이 든 상자를 잠그고, 금덩이를 자루에 담아 그 입구를 단단히 묶는다. 그러고는 도둑을 막을 안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여기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큰 도둑은 보석과 금이 든 상자와 자루를 통째로 등에 지고 달아난다. 도둑은 달아나면서 오히려 상자의 고리가 헐겁게 잠긴 것은 아닌지, 자루가 열리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도둑을 막는 방법은 정말 지혜로운 것일까, 아니면 어리석은 것일까?

 

아무리 보안장치를 철저히 하고 경비까지 세워둘지라도 도둑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결국엔 털리고 만다. 문제는 무엇일까? 값비싼 물건을 보관했기에 도둑이 호시팀팀 이를 노리는 것이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대할 때 근본적인 원인을 중요시하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한단의 걸음걸이

 

연나라의 젊은이가 조나라의 도성 한단에 가서 그곳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배웠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원래 걸음걸이마저 잊고 말았다. 결국 그는 기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학문을 하는 사람이 도를 얻으려면 자연의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어나지 못한다. 도는 어디에 있을까? 본성은 어디에 있을까?

 

 

용을 잡는 기술

 

주평만이 지리익支離益에게서 용을 잡는 기술을 배웠다. 그는 천금의 가산을 들여서 삼 년 만에 배움을 끝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온 뒤 천하를 두루 다녔지만 한 마리의 용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를 어찌 할꼬? 주평만은 온 재산을 탕진하며 써먹지도 못할 기술을 배운 셈이다. 이를 '도룡지기屠龍之技'라고 한다.

 

지금도 허황된 꿈을 쫓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일에 허송세월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환경 관련 업체의 CEO로 재직할 때 한 기술자가 면담을 수차례 요청하길래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테이블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복잡한 화학 공식을 제시하면서 물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니 이 기술로 돈을 벌자는 제안이었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별별 제안을 다한다 싶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 기술자가 다른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분명히 성공했을텐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지키는 법 - 천재 뇌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조나 레러 지음, 박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스물여섯 살에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스타 겸 강연자로 떠올랐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유명인의 말을 검증 없이 인용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른 매체에 우려먹기 한 것이 문제였다. 언론은 그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게 고액 강연시장을 빼앗겼던 경쟁자들도 비난에 합세했다. - '역자의 글' 중에서

 

사랑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저자 조너 레러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출간한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2007)로 큰 주목을 받은 젊은 작가이자 과학자이다. <시드> 의 자유편집자이며,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마음은 중요하다Mind Matters'라는 블로그도 책임지고 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에서 20세기 문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의 실험실에서 연구했으며 뉴욕의 일류 레스토랑인 '르 시르크 2000'과  '르 베르나르댕'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보스턴 글로브>, <네이처>, <노바> 등에 글을 기고하면서 The Frontal Cortex(http://scienceblogs.com/cortex/)라는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역자 박내선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아모레퍼시픽' 마케터를 거치며 다양한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하고 경험했다. 지은 책으로는 홈쇼핑 히트상품 속에 숨겨진 마케팅 비법을 다룬 <욕망을 기획하라>가 있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시 4년의 침묵을 깨고 신간을 낸 저자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어느 누구보다도 심하게 바닥을 경험했던 그는 가족의 사랑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이 책 어디에도 그는 '상처를 치유'했다거나 '아픔을 극복'했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그의 주특기인 여러 이론 인용하기를 활용해서 존 볼비의 애착이론부터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까지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다양한 심리학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신간이 출간된 후 기자들은 호평했지만 강연시장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어디서 본 듯하다'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그는 이곳저곳으로부터 강연을 요청받거나 글의 기고를 의뢰받을 만큼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하나 그는 이와같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달 한 편씩 신경과학과 심리학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우선 두 가지의 심리학 법칙을 살펴보자, 이는 모두 우리 경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법칙은 습관화이다. 우리가 늘 착용하는 속옷은 가장 예민한 부분에 맞닿아 있지만, 사실 이를 모른 채 살아왔다. 마치 우리들이 아무 느낌 없이 그저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천 조각 정도일 뿐이다. 심리학적으로 습관화란 즐거움이 수반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속성상 점차 희석되기 마련이다. 처음엔 새로 산 전자기기에 열광하지만 점점 자루해지면서 이는 무관심이 되고 결국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석에 쳐박히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 법칙은 지속성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어떤 즐거움은 계속된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쁨을 찾고, 지겨워지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 이것을 바로 우리들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이 책의 주제이다.  입고 있는 줄도 모르는 속옷, 점점 사용할수록 즐거움이 줄어드는 스마트기기 등과는 확연히 다른 사랑은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힘은 이해될 수 있어서다.  

 

삶의 의미는 끝나는 데 있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사랑의 의미는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존 왓슨의 '작은 앨버트 실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존 왓슨은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단지 동화에나 등장하는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에게 사랑은 알파벳 네 글자였다. 나아가 그는 사랑이 진짜라면 측정이 가능해야 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하면서 손에 잡히지도 않고 저울로 측정할 수도 없으므로 상투적인 말이라며 사랑의 가치를 폄하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방랑벽에다 주정뱅이인 아버지 탓에 그의 가족은 면화 소작농으로 근근이 먹고살았다. 그는 소젖을 짜던 어린 시절의 노동, 왕따를 당했던 소년 시절(이후 왕따의 주동자가 됨), 하굣길에서의 흑인들과의 싸움 등을 기억했다. 그가 살던 시골엔 공립학교가 없어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절에 발목 잡히지 않고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실험실에 매료되어 실험심리학에 빠져든 후 존스홉킨스 대학 심리학과 학장이 되고, 36세의 나이로 미국심리학회 최연소 회장에 올랐다.

 

그는 앨버트라는 아기를 흰 쥐에 노출시켰다. 아기는 호기심 때문에 흰 쥐를 만졌다. 그러나 왓슨은 아기가 흰 쥐에 다가갈 때마다 금속 막대를 치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이후 아기는 털이 있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토끼, 강아지, 털 코트, 심지어 산타클로스도 아기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토대로 왓슨은 아기는 젖을 먹는 즐거움으로 엄마의 얼굴을 보았을 뿐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매우 설득력이 있었고, 이 논문은 미국심리학회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실험은 대학원생 로잘리 레이너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간의 서신을 발견함으로써 불륜은 들통나고 이혼 재판에서 이는 공개되었으며, 볼티모어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대중적인 스캔들이 되었다. 이후 과학과 사랑의 선택을 강요받은 그는 대학을 떠났다.  사랑이 우리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동안 주장했던 과학자치곤 그 선택이 정말 아이러니했다.

 

왓슨의 과학이 남긴 진짜 유산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시인들이 사랑이라 부른 것들은 사실 더 많은 원초적 쾌락을 위장하기 위해 사용된 정서적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인간은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 설계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용하고 믿었던 때였다. 인생은 로맨틱하지 않고, 섹스와 죽음과 생존이 지배한다고 믿었다. 인간은 원숭이의 한 종에서 진화한 동물일 뿐이며, 우주는 그저 먼지와 오래된 별빛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사실처럼, 사랑 또한 그럴지 모른다. 하나의 환상 말이다. 정말일까? 이런 논쟁의 성패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다.       

"물론 사랑이 문화적 비유나 화학적 속임수 이상의 진짜 감정이라면 무의미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시인들은 옳다.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느낌,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30쪽)

존 볼비의 애착이론

 

존 볼비는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 앤서니 볼비 경은 조지 5세 국왕의 왕실 외과 의사로 임명되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형제들과 런던의 타운하우스 꼭대기 층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유모와 보모, 그리고 가정교사들의 전적인 보호 하에 성장했다. 반면 엄마와는 매일 오후 단 1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이었다. 이런 환경 하에서 자란 그가 가진 기억은 외로움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젊고 다정한 보모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그런데, 네 살 때 보모는 그의 집을 떠났다. 그는 보모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당시 극복하지 못했다. 훗날 그가 했던 말은 "아이가 두세 살이나 네다섯 살에 자신을 전적으로 키워주며 애정을 주던 보모와 헤어진다는 건 거의 엄마를 잃는 것과 같은 비극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여덟 살에 그는 기숙학교에 입학, 이번에는 지독한 향수병을 앓았다. 그럼에도 학업에 열중해 캠브리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학을 전공했지만 수술이나 왕실의사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는 정신분석 분야에 파고들어 프로이트의 이론이 문제아동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졸업후 '아동 지도 클리닉'에서 일했다.

 

그는 도벽과 잦은 결석 문제로 클리닉을 찾아 온 여섯 살짜리 데릭을 대상으로 도둑질하는 아이들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어린 시절의 변수를 밝혀냈다. 데릭이 18개월일 때 디프테리아에 감염돼 병원에 9개월한 입원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후 퇴원한 데릭은 엄마를 '간호사'로 부르며 먹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데릭의 엄마는 마치 다른 집 아이들 돌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후 다른 절도 환자들의 배경도 조사했다. 그가 밝혀낸 사실은 도벽이 있는 '애정 결핍' 아이들의 85% 정도가 어린 시절 오랫 기간 분리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는 그들의 결정적인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다. 이 아이들은 감정적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탕, 장난감, 의류 등을 훔쳤음을 밝혀내고 "무관심이라는 가면 뒤에 엄청난 고통이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구가 비난을 받게 되자 볼비는 더 많은 증거를 찾아 나섰다.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의 작업을 살펴보았다. 1950년대 초 할로는 영장류의 학습에 관한 연구 대상이 필요해 원숭이를 시육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인형 젖병에 우유와 설탕을 섞어 먹이며 원숭이들을 키웠다. 또 다량의 비티만과 철분제를 원숭이들에게 투여했다. 질병이 널리 퍼지는 걸 방지하려고 할로는 원숭이들은 부모 형제와 분리해 개별적으로 우리에 가두었다. 그래서인지 야생의 또래 원숭이에 비해 더 크고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어린 원숭이들의 겉모습 뒤엔 엄청난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완전한 고립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원숭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조차 불가능했다. 다른 원숭이와 함께 있을 경우 이들은 바닥만 응시한 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위스콘신의 과학자들은 정신 발달엔 적절한 영양분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무엇일까?

 

첫째, 할로는 원숭이들이 천 조각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즉 두 종류의 가짜 어미와 지내도록 했다. 하나는 철사로 만든 가짜 어미,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고무 스펀지와 타월 천으로 감싼 나무 조각으로 만들었다. 원숭이들은 철사 어미의 우유를 먹었지만 안길 때는 부드러운 천 어미에게로 갔다. 사랑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본 게 맞다면 새끼 원숭이들은 어미 대체품이 무엇이든 음식을 주는 쪽을 선호해야만 했다. 그러나 새끼들은 고무 스펀지와 천으로 만든 어미를 더 좋아했다.

 

볼비는 사랑이란 쓸데없는 사치가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힘든 세상에 맞서 ㄹ수 있게 하는 더 큰 과정의 일부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이 과정을 애착이라 불렀다.(38쪽)       

 

 

로미오와 줄리엣

 

한 소년이 파티에 간다. 소년은 군중 속에서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를 보자 첫눈에 반한다. 소년은 열정을 다해 소녀에게 다가간다. 지금 당신이 겪었다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를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고 시를 읊는다. 소녀도 맞잡은 손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마음을 전한다. 떠나기 전에 소년은 소녀에게 몸을 기울여, 입맞춤한다. 소년의 이름은 로미오, 소녀의 이름은 줄리엣. 이것은 지금껏 '사랑' 하면 누구나 손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이는 1590년대 초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엇갈린 운명의 커플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격렬한 감정에 견주었다. 처음 본 예쁜 여자에게 사로잡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로미오를 보며 생각한다. 그래, 저게 바로 사랑인 거겠지?


우연한 만남은 사랑 이야기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미래 배우자의 첫 느낌에 따라 결혼생활이 결정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부터 미국 소설가 대니엘 스틸의 소설까지 첫눈에 반한 사랑은 거의 모든 연애소설의 주가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보여준 이런 심리상태는 전문 용어로 '리머런스', 즉 도취성 사랑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도로시 테노브에 따르면 리머런스는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첫눈에 반할 때 동공이 확대되고 심작박동이 빨라진다. 머릿속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고, 성적인 욕망과 불안정한 마음이 계속 교차한다. 상대가 사랑을 받아주면 '구름 위는 걷는 느낌'이 들고, 만일 거부한다면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진다.

 

그러나 끌림은 대부분 착각일 뿐이다. 결국 열정은 사그라든다. 테노브는 리머런스를 경험한 미국인 5백여 명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황홀한 마음은 빠르게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조차도 몇 년이 지나 시들해지는 것을 보면, 리머런스는 장기애착관계를 판단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테노브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죠. 하지만 리머런스는 진짜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사랑의 반대말

 

무엇일까? 무관심, 냉담, 권태 등일 것이다. 하이데거는 지루함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에 빠지면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게 된다. 사랑은 시간을 멈출 수없다. 사실 아무것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은 시간을 왜곡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처음 며칠 동안 말이다. 사랑이 다른 모든 충동, 욕구, 유희보다 오래 지속될 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랑은 끝났을 때조차 여전히 흔적을 남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에게 화가 날 수도, 그녀에게 질투가 날 수도 있지만, 남자든 여자든 지루해질 리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도 변하지만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잊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옛 애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이다. 페이스북으로 훔쳐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할 것이다. 꿈속에 계속 나타날 것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동창회에서 보게 된다면 눈길을 돌리거나 무관심한 척할 수 없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릴 것이다.

 

 

사랑은 지속된다

 

많은 시인들이 노래하고, 많은 사상가들이 궁극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아우슈비츠에서 빅터 프랭클은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아주 짧은 순간이라 해도) 여전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가 오히려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는 살아갈 힘이 된다 했던가. 프랭클은 결국 선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따라서 죽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는 그의 회고록을 읽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은 남은 인생을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했던 힘을 연구하는 데 전념했다. 그는 그 지옥 같은 시간들을 버텨낸 자신의 ‘인내심’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아내와 부모님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연구했다. 어떻게 사랑이 그에게 참을 수 있는 힘을 주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뉴저자 체리힐 교외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듀폰에서 자동차 색상 조제사로 일했고, 그녀는 교육열이 높은 중국인 이민 가정 출신이었다.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 뛰어난 성적으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고 신경생물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한 후 마셜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맥킨지앤드컴퍼니에 경영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그릿은 오랫동안 있어 왔던 개념에 붙인 새로운 이름이다. 그녀는 위리엄 제임스나 프랜시스 골턴 같은 19세기 사상가들의 글을 꾸준히 읽었기 때문에 이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이들은 끈기의 필요성을 이해했던 것이다. 그녀는 끈기를 측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SAT, GRE와 같은 다른 테스트에 집착하느라 이러한 미덕을 무시해왔다고 주장한다.

 

SAT점수는 리더십이나 과외활동과 같은 종류의 성취도를 예측하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런 활동에서는 성격적 특성이 성과를 내는 데 중요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특성을 완수라 부르며, '끈기 있게 노력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더크워스는 이렇게 간과한 부분을 지적하며, 실제로 끈기가 어떤지를 연구해보고 싶었다.

 

더크워스와 동료들은 사랑하는 관계애서 그릿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6,362명의 중년들을 대상으로 그릿 평가를 했다. 점수를 분석한 결과, 높은 그릿을 가진 남성들은 이혼하지 않을 확률이 17% 더 높게 나왔다. 아내에게 열정은 있지만, 그릿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관계에서 노력이 필요할 때 이런 사람은 바람을 피우며 현 상황을 회피할 확률이 높다.

 

삶이 힘들어 내면이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랑이 있어 견딜 수 있다는 게 조지 베일런트 주장의 핵심이다. 마라톤에서 뛰거나 기초 훈련을 끝내는 것처럼 사랑을 지속시키는 데도 잘 만든 근육과 튼튼한 척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어떻게 인간관계에 필요한 끈기를 발달시킬까? 무엇 때문에 헌신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역설적이게도 순환 논리를 따른다. "우리는 사랑을 받음으로써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존 왓슨과 지지자들은 사랑이 우리를 무르고 나약하고 버릇없게 만든다고 믿었지만, 정반대였다. 애정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갖지 못하거나 상대를 위해 헌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랑을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이 닿으면 모든 것이 바뀌고 다시 연결된다. 어쨌든 우리가 참고 견디는 게 이 때문이다.


"사랑은 첫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255쪽)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

 

이는 미스터리다. 사랑의 미스터리는 삶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늠할 수 없는 힘에 매여서, 부정할 수 없는 욕망에 이끌린다. 사랑에 반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에 의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모든 사람들을 둘러볼 때 그들이 내 마음속에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에이티브 R - 우리가 몰랐던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생각과 힘
서승교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노베이션,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라는 듯의 한자어에 기원을 둔다. 따라서 반드시 혁신은 고통을 수반하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에게 혁신은 어렵고 힘든 과정으로 인식되었으며, 회사의 구성원이 혁신을 힘들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창의의 젖소 목장 이야기

 

 

 

책의 저자 서승교는 연세대학교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라이프소프트리서치Lifesoft Research 연구소, SK텔레콤, SK플래닛 휴먼센터드이노베이션Human Centered Innovation팀에서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 사용자 경험UX제안, 신규 사업 발굴 등 다양한 디자인 이노베이션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SK플래닛 고객인사이트팀에서 디자인 이노베이션 프로세스를 통한 새로운 고객가치 발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이데오IDEO, 도블린Doblin, 왓이프Whatif,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 레저 마케팅Leger Marketing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노베이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