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지키는 법 - 천재 뇌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조나 레러 지음, 박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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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살에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스타 겸 강연자로 떠올랐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유명인의 말을 검증 없이 인용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른 매체에 우려먹기 한 것이 문제였다. 언론은 그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게 고액 강연시장을 빼앗겼던 경쟁자들도 비난에 합세했다. - '역자의 글' 중에서

 

사랑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저자 조너 레러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출간한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2007)로 큰 주목을 받은 젊은 작가이자 과학자이다. <시드> 의 자유편집자이며,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마음은 중요하다Mind Matters'라는 블로그도 책임지고 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에서 20세기 문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의 실험실에서 연구했으며 뉴욕의 일류 레스토랑인 '르 시르크 2000'과  '르 베르나르댕'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보스턴 글로브>, <네이처>, <노바> 등에 글을 기고하면서 The Frontal Cortex(http://scienceblogs.com/cortex/)라는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역자 박내선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아모레퍼시픽' 마케터를 거치며 다양한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하고 경험했다. 지은 책으로는 홈쇼핑 히트상품 속에 숨겨진 마케팅 비법을 다룬 <욕망을 기획하라>가 있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시 4년의 침묵을 깨고 신간을 낸 저자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어느 누구보다도 심하게 바닥을 경험했던 그는 가족의 사랑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이 책 어디에도 그는 '상처를 치유'했다거나 '아픔을 극복'했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그의 주특기인 여러 이론 인용하기를 활용해서 존 볼비의 애착이론부터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까지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다양한 심리학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신간이 출간된 후 기자들은 호평했지만 강연시장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어디서 본 듯하다'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그는 이곳저곳으로부터 강연을 요청받거나 글의 기고를 의뢰받을 만큼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하나 그는 이와같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달 한 편씩 신경과학과 심리학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우선 두 가지의 심리학 법칙을 살펴보자, 이는 모두 우리 경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법칙은 습관화이다. 우리가 늘 착용하는 속옷은 가장 예민한 부분에 맞닿아 있지만, 사실 이를 모른 채 살아왔다. 마치 우리들이 아무 느낌 없이 그저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천 조각 정도일 뿐이다. 심리학적으로 습관화란 즐거움이 수반돼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속성상 점차 희석되기 마련이다. 처음엔 새로 산 전자기기에 열광하지만 점점 자루해지면서 이는 무관심이 되고 결국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구석에 쳐박히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 법칙은 지속성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어떤 즐거움은 계속된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쁨을 찾고, 지겨워지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 이것을 바로 우리들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이 책의 주제이다.  입고 있는 줄도 모르는 속옷, 점점 사용할수록 즐거움이 줄어드는 스마트기기 등과는 확연히 다른 사랑은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힘은 이해될 수 있어서다.  

 

삶의 의미는 끝나는 데 있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사랑의 의미는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존 왓슨의 '작은 앨버트 실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존 왓슨은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단지 동화에나 등장하는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에게 사랑은 알파벳 네 글자였다. 나아가 그는 사랑이 진짜라면 측정이 가능해야 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하면서 손에 잡히지도 않고 저울로 측정할 수도 없으므로 상투적인 말이라며 사랑의 가치를 폄하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방랑벽에다 주정뱅이인 아버지 탓에 그의 가족은 면화 소작농으로 근근이 먹고살았다. 그는 소젖을 짜던 어린 시절의 노동, 왕따를 당했던 소년 시절(이후 왕따의 주동자가 됨), 하굣길에서의 흑인들과의 싸움 등을 기억했다. 그가 살던 시골엔 공립학교가 없어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절에 발목 잡히지 않고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실험실에 매료되어 실험심리학에 빠져든 후 존스홉킨스 대학 심리학과 학장이 되고, 36세의 나이로 미국심리학회 최연소 회장에 올랐다.

 

그는 앨버트라는 아기를 흰 쥐에 노출시켰다. 아기는 호기심 때문에 흰 쥐를 만졌다. 그러나 왓슨은 아기가 흰 쥐에 다가갈 때마다 금속 막대를 치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이후 아기는 털이 있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토끼, 강아지, 털 코트, 심지어 산타클로스도 아기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토대로 왓슨은 아기는 젖을 먹는 즐거움으로 엄마의 얼굴을 보았을 뿐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매우 설득력이 있었고, 이 논문은 미국심리학회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실험은 대학원생 로잘리 레이너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간의 서신을 발견함으로써 불륜은 들통나고 이혼 재판에서 이는 공개되었으며, 볼티모어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대중적인 스캔들이 되었다. 이후 과학과 사랑의 선택을 강요받은 그는 대학을 떠났다.  사랑이 우리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동안 주장했던 과학자치곤 그 선택이 정말 아이러니했다.

 

왓슨의 과학이 남긴 진짜 유산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시인들이 사랑이라 부른 것들은 사실 더 많은 원초적 쾌락을 위장하기 위해 사용된 정서적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인간은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 설계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용하고 믿었던 때였다. 인생은 로맨틱하지 않고, 섹스와 죽음과 생존이 지배한다고 믿었다. 인간은 원숭이의 한 종에서 진화한 동물일 뿐이며, 우주는 그저 먼지와 오래된 별빛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사실처럼, 사랑 또한 그럴지 모른다. 하나의 환상 말이다. 정말일까? 이런 논쟁의 성패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다.       

"물론 사랑이 문화적 비유나 화학적 속임수 이상의 진짜 감정이라면 무의미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시인들은 옳다.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느낌,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30쪽)

존 볼비의 애착이론

 

존 볼비는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 앤서니 볼비 경은 조지 5세 국왕의 왕실 외과 의사로 임명되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형제들과 런던의 타운하우스 꼭대기 층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유모와 보모, 그리고 가정교사들의 전적인 보호 하에 성장했다. 반면 엄마와는 매일 오후 단 1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이었다. 이런 환경 하에서 자란 그가 가진 기억은 외로움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젊고 다정한 보모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그런데, 네 살 때 보모는 그의 집을 떠났다. 그는 보모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당시 극복하지 못했다. 훗날 그가 했던 말은 "아이가 두세 살이나 네다섯 살에 자신을 전적으로 키워주며 애정을 주던 보모와 헤어진다는 건 거의 엄마를 잃는 것과 같은 비극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여덟 살에 그는 기숙학교에 입학, 이번에는 지독한 향수병을 앓았다. 그럼에도 학업에 열중해 캠브리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학을 전공했지만 수술이나 왕실의사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는 정신분석 분야에 파고들어 프로이트의 이론이 문제아동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졸업후 '아동 지도 클리닉'에서 일했다.

 

그는 도벽과 잦은 결석 문제로 클리닉을 찾아 온 여섯 살짜리 데릭을 대상으로 도둑질하는 아이들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어린 시절의 변수를 밝혀냈다. 데릭이 18개월일 때 디프테리아에 감염돼 병원에 9개월한 입원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후 퇴원한 데릭은 엄마를 '간호사'로 부르며 먹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데릭의 엄마는 마치 다른 집 아이들 돌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후 다른 절도 환자들의 배경도 조사했다. 그가 밝혀낸 사실은 도벽이 있는 '애정 결핍' 아이들의 85% 정도가 어린 시절 오랫 기간 분리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는 그들의 결정적인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다. 이 아이들은 감정적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탕, 장난감, 의류 등을 훔쳤음을 밝혀내고 "무관심이라는 가면 뒤에 엄청난 고통이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구가 비난을 받게 되자 볼비는 더 많은 증거를 찾아 나섰다.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의 작업을 살펴보았다. 1950년대 초 할로는 영장류의 학습에 관한 연구 대상이 필요해 원숭이를 시육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인형 젖병에 우유와 설탕을 섞어 먹이며 원숭이들을 키웠다. 또 다량의 비티만과 철분제를 원숭이들에게 투여했다. 질병이 널리 퍼지는 걸 방지하려고 할로는 원숭이들은 부모 형제와 분리해 개별적으로 우리에 가두었다. 그래서인지 야생의 또래 원숭이에 비해 더 크고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어린 원숭이들의 겉모습 뒤엔 엄청난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완전한 고립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원숭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조차 불가능했다. 다른 원숭이와 함께 있을 경우 이들은 바닥만 응시한 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위스콘신의 과학자들은 정신 발달엔 적절한 영양분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무엇일까?

 

첫째, 할로는 원숭이들이 천 조각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즉 두 종류의 가짜 어미와 지내도록 했다. 하나는 철사로 만든 가짜 어미,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고무 스펀지와 타월 천으로 감싼 나무 조각으로 만들었다. 원숭이들은 철사 어미의 우유를 먹었지만 안길 때는 부드러운 천 어미에게로 갔다. 사랑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본 게 맞다면 새끼 원숭이들은 어미 대체품이 무엇이든 음식을 주는 쪽을 선호해야만 했다. 그러나 새끼들은 고무 스펀지와 천으로 만든 어미를 더 좋아했다.

 

볼비는 사랑이란 쓸데없는 사치가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힘든 세상에 맞서 ㄹ수 있게 하는 더 큰 과정의 일부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이 과정을 애착이라 불렀다.(38쪽)       

 

 

로미오와 줄리엣

 

한 소년이 파티에 간다. 소년은 군중 속에서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를 보자 첫눈에 반한다. 소년은 열정을 다해 소녀에게 다가간다. 지금 당신이 겪었다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를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고 시를 읊는다. 소녀도 맞잡은 손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마음을 전한다. 떠나기 전에 소년은 소녀에게 몸을 기울여, 입맞춤한다. 소년의 이름은 로미오, 소녀의 이름은 줄리엣. 이것은 지금껏 '사랑' 하면 누구나 손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이는 1590년대 초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엇갈린 운명의 커플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격렬한 감정에 견주었다. 처음 본 예쁜 여자에게 사로잡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로미오를 보며 생각한다. 그래, 저게 바로 사랑인 거겠지?


우연한 만남은 사랑 이야기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미래 배우자의 첫 느낌에 따라 결혼생활이 결정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부터 미국 소설가 대니엘 스틸의 소설까지 첫눈에 반한 사랑은 거의 모든 연애소설의 주가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보여준 이런 심리상태는 전문 용어로 '리머런스', 즉 도취성 사랑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도로시 테노브에 따르면 리머런스는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첫눈에 반할 때 동공이 확대되고 심작박동이 빨라진다. 머릿속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고, 성적인 욕망과 불안정한 마음이 계속 교차한다. 상대가 사랑을 받아주면 '구름 위는 걷는 느낌'이 들고, 만일 거부한다면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진다.

 

그러나 끌림은 대부분 착각일 뿐이다. 결국 열정은 사그라든다. 테노브는 리머런스를 경험한 미국인 5백여 명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황홀한 마음은 빠르게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조차도 몇 년이 지나 시들해지는 것을 보면, 리머런스는 장기애착관계를 판단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테노브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죠. 하지만 리머런스는 진짜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사랑의 반대말

 

무엇일까? 무관심, 냉담, 권태 등일 것이다. 하이데거는 지루함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에 빠지면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게 된다. 사랑은 시간을 멈출 수없다. 사실 아무것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은 시간을 왜곡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처음 며칠 동안 말이다. 사랑이 다른 모든 충동, 욕구, 유희보다 오래 지속될 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랑은 끝났을 때조차 여전히 흔적을 남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에게 화가 날 수도, 그녀에게 질투가 날 수도 있지만, 남자든 여자든 지루해질 리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도 변하지만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잊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옛 애인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이다. 페이스북으로 훔쳐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할 것이다. 꿈속에 계속 나타날 것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동창회에서 보게 된다면 눈길을 돌리거나 무관심한 척할 수 없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릴 것이다.

 

 

사랑은 지속된다

 

많은 시인들이 노래하고, 많은 사상가들이 궁극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아우슈비츠에서 빅터 프랭클은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아주 짧은 순간이라 해도) 여전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가 오히려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는 살아갈 힘이 된다 했던가. 프랭클은 결국 선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따라서 죽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는 그의 회고록을 읽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은 남은 인생을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했던 힘을 연구하는 데 전념했다. 그는 그 지옥 같은 시간들을 버텨낸 자신의 ‘인내심’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아내와 부모님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연구했다. 어떻게 사랑이 그에게 참을 수 있는 힘을 주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뉴저자 체리힐 교외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듀폰에서 자동차 색상 조제사로 일했고, 그녀는 교육열이 높은 중국인 이민 가정 출신이었다.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 뛰어난 성적으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고 신경생물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한 후 마셜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맥킨지앤드컴퍼니에 경영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그릿은 오랫동안 있어 왔던 개념에 붙인 새로운 이름이다. 그녀는 위리엄 제임스나 프랜시스 골턴 같은 19세기 사상가들의 글을 꾸준히 읽었기 때문에 이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이들은 끈기의 필요성을 이해했던 것이다. 그녀는 끈기를 측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SAT, GRE와 같은 다른 테스트에 집착하느라 이러한 미덕을 무시해왔다고 주장한다.

 

SAT점수는 리더십이나 과외활동과 같은 종류의 성취도를 예측하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런 활동에서는 성격적 특성이 성과를 내는 데 중요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특성을 완수라 부르며, '끈기 있게 노력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더크워스는 이렇게 간과한 부분을 지적하며, 실제로 끈기가 어떤지를 연구해보고 싶었다.

 

더크워스와 동료들은 사랑하는 관계애서 그릿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6,362명의 중년들을 대상으로 그릿 평가를 했다. 점수를 분석한 결과, 높은 그릿을 가진 남성들은 이혼하지 않을 확률이 17% 더 높게 나왔다. 아내에게 열정은 있지만, 그릿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관계에서 노력이 필요할 때 이런 사람은 바람을 피우며 현 상황을 회피할 확률이 높다.

 

삶이 힘들어 내면이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랑이 있어 견딜 수 있다는 게 조지 베일런트 주장의 핵심이다. 마라톤에서 뛰거나 기초 훈련을 끝내는 것처럼 사랑을 지속시키는 데도 잘 만든 근육과 튼튼한 척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어떻게 인간관계에 필요한 끈기를 발달시킬까? 무엇 때문에 헌신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역설적이게도 순환 논리를 따른다. "우리는 사랑을 받음으로써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존 왓슨과 지지자들은 사랑이 우리를 무르고 나약하고 버릇없게 만든다고 믿었지만, 정반대였다. 애정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갖지 못하거나 상대를 위해 헌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랑을 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이 닿으면 모든 것이 바뀌고 다시 연결된다. 어쨌든 우리가 참고 견디는 게 이 때문이다.


"사랑은 첫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255쪽)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

 

이는 미스터리다. 사랑의 미스터리는 삶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늠할 수 없는 힘에 매여서, 부정할 수 없는 욕망에 이끌린다. 사랑에 반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에 의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모든 사람들을 둘러볼 때 그들이 내 마음속에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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