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라의 다섯 이야기 중 두번째 이야기인
‘저녁 먹기 전의 산책‘이다. 페라라에는 페라라 역으로부터 남동쪽으로 카보우르 대로, 조베카 대로가 길게 뻗어있고 그것과 교차하여 로마 대로, 그리고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의 주무대였던
에르콜레프리스모데스테 대로가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조베카 대로에서 시작된다. 페라라 지도가 책의 뒷표지 바로 앞, 두 쪽에 걸쳐 실려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 거리의 이름들이 너무 익숙해졌다.
그들은 결혼을 했다. 맨 처음에는 그의 아버지인 나이든 곡물상 살로모네 코르코스 집에서 살았다. 얼마 전까지 게토 심장부였던 비토리아 거리에 자리한 그 집에서 야코포를 낳았고 그런 뒤 루벤을 낳았다. 그리고 육 년이 지나 델라기아라 거리에 "크지만, 내게 안성맞춤이고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고내 힘으로 산 집"에서 살 수 있었다(그사이 엘리아는 콧수염과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졌고 진담과 농담을 섞어 말하길 좋아하게 됐다). - P86
브론디 씨네 집에서 그곳에 가려면, 시내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다 피할 경우 당연히 성벽 위 오솔길을 따라가야 했고, 최소 반 시간은 걸어야 했다. 커다란 산조르조 성당과 갈색 종탑 둘레에 있는 산조르조 구역을 등지고 출발한다. 계속해서정신병원의 단조롭고 꽉 막힌 담장을 끝까지 길게 따라간다. 마지막으로 왼쪽으로 무한한 들판의 아득한 끝에서 볼로냐언덕들의 푸르게 물결치는 능선이 보일 때쯤 고개를 시내로 돌리면 눈길은 곧장 저 아래에 있는, 온통 미국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저택의 회색빛 정면으로, 따가운 햇볕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하기 위해 반쯤 열어둔 여러 개의 녹색 덧창문으로이끌린다. 집 정면은 남향으로 햇살의 온갖 미세한 변화들, 눈부심과 어슴푸레함, 순간의 붉어짐과 떨림까지 받도록 노출되어 있어 정말로 무엇인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인간적인 것을느끼게 했다. - P87
반대편에선 집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빨간 벽돌이 그대로 드러난 위엄 있는 작은 궁전 같았다. 사실 한적하고 외졌지만 분명 시내에 속한 모습과 더불어, 델라기아라 거리가 거의 그 존재를 잊게 만드는 들판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코르코스 박사의 저택을 포함한 주로 부르주아적이고 더러는 귀족적인 분위기의 저택들 경계에서 몇 십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방문차 놀러오는 엘리아 친척에게는 매번 믿을 수 없는 일 같아 보였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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