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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필요한 게 또 뭐가 있더라?' 곰곰이 생각하다 지식쇼핑 검색에 들어간다. 낮은 가격순으로 검색하며 파는 곳마다 들어가 상품평을 꼼꼼이 읽는다. 꼭 필요한 물건인지 따져보지 않고 금방 혹해서는, '나중에라도 쓸거니까 사자' 하며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다.
보통 사람들보다 가구를 몇 개쯤 적게 가지고 있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내가 가진 게 좀 적다고 으스대면서. TV와 소파를 가져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침대와 장롱 없이도 지냈는데 아랫녘으로 이사오면서 언니가 사줬다. "공간만 차지하는 침대가 싫어" 했으면서 이제는 "침대 없이는 잘 못 자" 게 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야구하는 계절이면 날마다 컴퓨터로 야구중계를 본다. 그때마다 남편이, "소파에 누워 커다란 화면으로 야구를 본다고 생각해봐, 신나겠지?" 간절한(?) 눈빛으로 호소한다. "고. 화. 질!" 이라며 한번 더 강조하는 남편에게 하마터면 넘어갈 뻔 한 적이 많았다. 책 말고는 더이상 소유물을 늘리는게 두렵고 싫어 버텨왔지만 야구 생각만 하면 흔들리는 이 마음을 어이할거나. 야구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소유의 다른 모습일 수 있음을 안다. 그래도 아직은 사는 재미마저 내던질 자신이 없으니 이건 그대로 두자.
이 책을 읽다 말고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무얼 줄여볼까 궁리한다. 이 책을 워낙 여러 번 읽어서 읽을 때마다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준 물건이 꽤 된다. 그만큼 새로 생겨난 물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도 하지만 물건을 줄이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조금 전에도 엄마께 드리려고 안 쓰는 살림살이와 장식용 책을 모으는 친구에게 줄 책 몇 권을 주섬주섬 챙겨두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정리정돈을 하거나 뭔가 버릴 것들을 찾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대, 이 책의 마력을 믿슙니까?'
물건씨의 집세까지 내지 말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놀랍고 신선하다. 이건 생각도 못해 본 일인걸. 집안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 '무엇'의 몫까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니. 없어도 되는 물건을 줄이고 나면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휑하게 넓어지겠다. 작가가 더 좁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된다. 나도나도! 그래야지. 해보지만 이 놈(?)의 책.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책욕심을 어찌할거나. 책을 사서 쟁여두고도 또 새로운 책에 눈독들여 보관함에 담아두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다 기어이 사고 만다.
언제부턴가 책 읽는 속도가 책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게 되었다. 있는 책이나 다 읽고 사라는 남편 잔소리를 뒤로 하고 어느새 새로운 책을 고르고 있다. 촌스러운(?) 구닥다리라 전자책은 눈에 안 들어와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맛 이라며 책을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책장 가득 꽂힌 책들을 훑으며 흐뭇하게 씨익 웃는다. 이 애욕(?)덩어리를 언젠가 처분할 수 있는 날이 오려나. 작가가 인용한 스피노자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법정스님이 지내시던 산골오두막으로, 소로우가 머물다 간 월든호숫가로 달려가고 있다네.
그러고보니 '보관'이라는 개념도 깨져버렸다. 냉장고를 비워야겠다. 곧 쓸거라며 쌓아두고 쟁여두기를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 '바로' 쓰지 않을거라면 '쓸데없는' 짐이 될 뿐이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면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거잖아.
이 작가 솔찮하시(전라도 말로 굉장하다는 뜻)! 소유가 불필요 함을 딱 들어맞게 쉽고도 분명히 말한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해 무심코 행동한 일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버리고 나서 행복을 찾은 작가가 구하는 단순한 삶이 수행과도 닿아 있어 가만히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