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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디스쿨 - 어쩌다 14만 초등교사 커뮤니티가 되어버린 인디스쿨, 그 20년간의 실험기
인디스쿨 20주년 기념 아카이브 팀 지음 / 진저티프로젝트 / 2021년 12월
평점 :
교직생활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이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나의 전성기는 인디스쿨과 함께하던 때였다. 30대와 40대. 하루도 인디스쿨에 접속하지 않은 날이 없던 날들. 인디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인연 속에서 성장하던 날들. 받기만 하던 내가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나눔의 희열을 느끼던 날들. 그 배경엔 말없이 고생하신 운영진들의 노고가 있었다.
그 인디스쿨이 벌써 21년이 되었다니. 이 책의 펀딩에 참여하지 못했던 건 내 무심함 탓도 있지만 예전처럼 인디에 자주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업무포털보다도 자주 들어가던 인디.ㅎㅎ 지금은 찾아볼 자료가 있을 때만 들어간다. 다운로더 -> 업로더 -> 다운로더의 사이클을 거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인디에 기여하는 건 월 만원의 자발적 후원회비 뿐이다. 이제 다운로더도 아닌 비회원의 시기가 다가오겠지. 오,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 쓸쓸해지는걸?^^;;;;
인디스쿨은 참 다양한 성격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다. 일단 초등교사들의 커뮤니티라는 것, 교육청 등의 공적 기관에서 만든 홈페이지가 아니고 뜻있는 소수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홈페이지가 거대규모로 커졌으며 여전히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이다. 그런데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누구에게는 단순한 자료창고이다. 이분들은 메뉴 중에서 자료실로 직행하며 다른 곳에는 들어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누구에게는 소통의 공간이다. 실제 교직집단(자신의 학교나 동학년 등)에서 소통의 답답함을 느낀 교사들은 이곳에서 신세계를 만난다. 여기에는 '내 생각이 틀린게 아니구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내 글에 공감이나 댓글을 남겨주는 분들이 있다. 나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아낌없이 나누는 분들이 있다. 저런 분들도 있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위안을 얻는다.
위의 것들을 넘어서면 실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지만.... 인디의 진짜 매력은 오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오프, 부산오프 등의 지역모임, 각종 주제의 수업연구모임, 다달이 이루어지는 정기연수나 번개연수.... 이곳에서 사람을, 동료를 만났다. 주5일 되기 전 놀토, 갈토가 있던 시절 놀토마다 쉬지 않고 연수를 찾아다니던 30대의 내가 이젠 낯설다. 그렇게 소통과 배움을 갈구했던 건 오직 인디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나의 교직인생을 인디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나눔의 은혜를 받으면서 30대를 보내고 40대가 되자 나도 받지만 말고 작은 것이라도 공유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업로더의 시대가 된 것이다. 교과전담을 맡았던 어느 해, 매차시 수업 내용과 자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하다가 '금별'을 다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ㅎㅎ 지금은 업로드 안한지 몇년 됐고 '금별샘'들의 은혜만 받아 누리는 중이다. 특히 프리젠테이션이 꼭 필요한 줌수업에서 제작기능이 좋으신 선생님들의 자료는 단비와 같았고, 10년전 내가 올린 아날로그 자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인디도 수업자료도 이렇게 진화한다.
위기와 진통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책에 나온 서버의 문제는 오히려 아름답게 해결하고 결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나도 몇 건 기억나는 게시판 진통의 문제는 어려웠다. 순진했던 그때는 댓글을 달까 말까, 어떤 말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까 늦은 밤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사람 사는 세상 다 비슷하니까. 교사만 고고하라는 법이 어딨어. 하지만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욕을 먹어야 할 때 운영진들은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서평이라고 시작한 글에 왜 내 얘기만 잔뜩 쓰고 있는거지....^^;;; 그만큼 이 책을 읽으니 기억이 새롭다. 인디는 소중하고도 신기한 생명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지만, 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고생과 진통도 발생할테지만 길을 만들며 흘러갈 것이다. 그 길을 돌아보는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인디가 지금까지의 정체성을 변치말고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 정체성은 이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자발성과 소통, 공유와 나눔이다. 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분들의 노력은 이루 말로 다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실친이나 페친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지만, 이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내 교직인생에 전환점이자 진정한 동료들을 만들어주었던 인디스쿨. 고마워요. 늘 새로워지되 소중한 가치는 끝까지 지키길 바라고 응원해요. 이곳을 떠나게 되는 날, 교실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서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