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따먹기 법칙 이야기나무 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반달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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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나온 <지우개 따먹기 법칙>책을 내가 무척 좋아한다. 2,3학년 할때 학급 전체와 함께 읽었을 만큼. (3학년에게 딱 적당하고 2학년에게는 약간 어려워서 2학기 마지막에 읽었다) 유순희 작가님의 책을 찾아읽는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우주 호텔>도 좋아한다. 이 책은 현 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데, 교과서에서 보면 내용이 밋밋해 보이는 신비한 효과(?)에 의하여, 그 진가가 축소되었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연필 따먹기 법칙> 책이 나온 걸 보고 반가웠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의 개정판과 함께 나왔구나. 어떤 공통점과 새로운 점이 있을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는 여전히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 더 좋다.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게임의 법칙'이 하나씩 소개되는 비슷한 구성이긴 하지만 그 법칙에 담긴 의미가 전작이 훨씬 크고 깊다. 그 책의 법칙 중엔 인생의 법칙이라 할만한 중요한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상보가 아빠와 함께 놀이를 하며 하나하나 만들어간 것이라 그 무게도 각별했다. 이 책에서는 법칙과 관련해 별다른 느낌은 없다.

또다른 이유로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으로 인하여 놀이 자체가 좀 탐탁지 않았다. 지우개 따먹기 까지는 괜찮았는데 연필은 좀.... 위험한 면도 많고, 연필 곯으면 깎다가 다 부러지는 건 주지의 사실, 교실에서 이게 유행되면 허용을 해야되나? 말려야되나? 음 아마도 나라면 말릴 것이다.^^;;; 그런 눈으로 작품을 보면 안되는데, 이 책 곳곳에 학교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꽤 많았다. 예준이의 창작품 '구슬 셔터' 또한 위험천만한 물건이다. 이걸 담임이 인지 못하고 놔두면 큰일이 난다. (내용중 진짜로 큰 난리가 남) 사실 이건 작품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이게 거슬리는 선생이라는 직업이 슬프다.ㅠ

그 외 다른 면들은 좋았다. 재미 면에서는 전작에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작 때도 느꼈던 건데, 지우개 따먹기나 연필 따먹기 같은 사소한 놀이를 무슨 스포츠 중계처럼 느껴지도록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게 서술하신 표현력이 놀라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집안 구석구석에서 몽당연필을 챙기는 모습이 연상된다. 아, 그러고보니, 작가님이 놀이 시리즈로 동화를 쓰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붐을 일으키기에 적절한 놀이로 부탁드립니다.^^;;;;;

각기 다른 약점과 고민을 지닌 세 아이가 연필 따먹기라는 놀이 안에서 온갖 감정의 격동을 겪다가 화해하며 해소되는 과정도 어린이독자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것 같다. 이야기 중 수찬이는 줄기차게 악역이었고 왜소하고 심약한 예준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연필 따먹기 실력으로 해소를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지속적인 괴롭힘에 해당되고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세번째 주인공, 연필따먹기의 새로운 강자 해나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본다. 이 책의 열번째 법칙! "연필 따먹기를 하다 진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딱 그렇게 되었다.^^

실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믿고 기다리다가는 방치, 방임이 되기 십상이다.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까지 조급하게 개입을 종용하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관계의 문제는 원래 시간이 필요한 게 정상인데도 내 조급함에 속전속결을 추구했던 건 아닌지.... 하지만 적정선이란 건 어디서든 어려운 것이니 늘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겠지.

이 책도 좋지만 이왕 읽을 친구들에게는 "지우개랑 연필, 세트로 같이 읽어!" 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2~4학년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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