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 2004-05-06
어머, 강릉댁님.... 반갑습니다. 제가 여태 이곳에 인사를 안 남겼더군요.
무언가를 오래도록 하다 보면 이치에 도달하는 법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오래도록 상대하다보면 아이들의 꿍꿍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무언가를 오래도록 바라보다보면 그 꿍꿍이, 그 마음 속을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혹은 낙천적으로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산더미인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가령, 나는 아직도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고, 그 서슬에 놀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슬퍼지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아름다운 여인이 지나가면 가슴이 벌렁이는 이유를 알 수 없고, 바다의 푸르딩딩한 표면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알 수 없다.
어느 순간의 나는 내가 그것들을 도통 알 수 없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워 한다.
만남이란 것도 그런 종류의 것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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