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J. L. 카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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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여행 에세이인 줄 알았다. 요크셔가 브론테 자매의 고향이 있는 지방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책 소개 글을 보니 반갑게도 소설이지 뭔가. 1920년, 여름, 벽화 복원가, 고고학자, 전쟁, 후유증 같은 단어가 마음에 들어와 냅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래전 이야기,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내는 이야기에 언제나 끌린다.

옥스갓비 역에 내린 버킨이 쏟아지는 비를 맞는 첫 장면은 처량하다. 말더듬증과 안면 경련증이 있는 사내, 어수룩해 보이는 버킨이 목사의 냉대를 견디며 벽화를 복원할 수 있을지 잠깐 걱정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알고 보니 재치있는 사람이 아닌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데다 유머까지 있다니. 그에게 서서히 마음이 기울었다. 첫인상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교회의 종루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한없이 아름답고 그곳 사람들은 순박하고 따뜻하다. 종루에서 작업만 하던 버킨은 사다리를 내려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진정한 평화를 느낀다. 벽에 켜켜이 쌓인 때를 벗기며 지옥 같았던 전쟁의 기억을 떨쳐내고 새 삶을 그리는 그의 모습은 옥스갓비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데다 아내의 배신에 상처까지 입은 인물이 낯선 곳에서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잔잔히 담은 소설을 읽으며 생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비극이 언제 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게 인생이지만 고난을 겪어 내고 다시 웃음을 지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다정한 사람들과 어울린 시간은 생의 마지막까지 남을 추억이겠지. 왠지 아스라해지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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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숙의 낭독시대 - 목소리 1인 크리에이터가 세상을 바꾼다
김형숙 지음 / 대경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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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없었던 저자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적, 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에 마음이 끌렸다. 어떤 모임을 하든 처음에는 자기소개를 하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다.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는데 말하면서 그걸 인식하는 순간 더 심하게 떨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지도 못한 채 할 말을 속으로 되뇐다. 심호흡을 한 뒤 말을 해도 때로는 떨게 되니 그 시간이 더 싫어진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나 자신이 움츠러드니 문제다. 초등학생 때 발표할 사람 손들라는 말을 들으면 선생님 눈을 피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내 얘기 같아 책을 열심히 읽었다. 말끝을 얼버무리는 습관, 시선이 집중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도 비슷하다. 저자처럼 낭독을 하면서 이런 습관들을 고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목소리가 좋은 친구가 있다. 말도 예쁘게 해서 자꾸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다. 좋은 목소리의 3요소가 호흡, 발성, 발음이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이걸 알고 연습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타고난 걸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사는 친구라 목소리가 밝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도 이를 언급했다. 마음속에서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말이 나오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밝은 에너지는 활기찬 목소리로 나타나 대화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고 좋은 생각을 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연습한다면 소극적인 성격도 서서히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발성 연습과 복식 호흡을 하면서 낭독을 하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카드 뉴스도 만들면서 작은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조금 전, 읽고 있는 소설을 소리 내어 읽고 녹음도 했다. 어색한 부분이 많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차츰 다듬어나가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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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동물대탐험 1 : 비글호의 푸른 유령 - 동물들의 숨바꼭질 '의태'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1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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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과 허클베리 핀, 톰 소여를 좋아한 소년은 친구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공터와 개천, 풀숲이 있는 동네는 언제나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지요. 올챙이, 방아깨비, 풀무치를 잡고 놀던 소년은 커서 생물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책을 많이 썼는데 늘 자연과 아이들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해요. 이번에 나온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생물학 동화인데 동물의 의태에 대해 알기 쉽게 쓴 책이에요. 개성 강한 아이들과 개미박사, 다윈 박사가 등장하는데 개미박사는 저자 본인을 캐릭터로 설정한 것 같아요. 친근한 외모에 호기심 많은 눈빛, 보이시나요? 거대한 거미줄에 매달리고 조종실 바깥에 달라붙기도 하는 개미박사는 은근히 웃겨요. 아이들은 개미박사와 비글호를 타고 이동하면서 친환경 재료로 만든 음식도 먹어보고 정글 탐사도 하고 개미박사의 장난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자연과 친해진답니다. 의태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지요.


의태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이나 무생물을 흉내 내거나 닮아서 혼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해요. 겉보기에는 벌처럼 생겼지만 벌이 아닌 꽃등에, 꽃 흉내를 내면서 먹잇감을 유인하는 난초사마귀, 독이 있는 제왕나비와 무늬가 비슷한 총독나비 등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저자는 이를 진화의 증거라고 이야기해요. 수백, 수천만 년에 걸쳐 변화가 쌓인 끝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해 모습을 바꾼 동물이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지금까지 장점이었던 흰색털이 단점이 되어버린 북극곰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얼음이 많이 녹아서 사냥할 곳을 잃은 북극곰은 숲으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하얘서 눈에 잘 띄니 사냥하기가 어렵겠죠.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면서 환경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도 할 수 있는 책이라 주위에 권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이야기는 무엇을 주제로 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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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9 : 고대 신목 제단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9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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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9권이 나왔어요. 쿠키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어딘가로 가고 있네요. 다들 신나 보여요. 모험은 흥미진진한 법이죠. 8권은 석류 마을의 주술을 풀고 대륙 끝으로 이동해야 하는 쿠키 일행이 신수의 도움을 얻기 위해 설탕백조가 있는 호수에 갔다가 위험에 맞닥뜨리는 내용으로 끝났어요. 그럼 9권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커스터드 3세맛 쿠키가 몬스터로 변하는 첫 부분부터 심상치 않네요. 호수에서 수없이 몰려오는 포악한 존재들과 하늘에서 공격하는 동물들은 어떻게 피해야 할까요? 정신없이 도망치는 쿠키 친구들이 이런저런 방법을 쓰지만 포위는 좁혀지지 않아요. 그때 롤케이크맛 쿠키가 등장해 일행을 도와줍니다. 설탕백조가 있는 호수의 물에 닿거나 그 물을 마시면 괴물로 변한다는 정보도 제공하고요. 쿠키 친구들은 일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돼요.


커스터드 3세맛 쿠키를 구하려면 일행을 위험에 빠뜨린 설탕백조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쿠키 친구들은 이번에도 무사히 친구를 구하고 소울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궁금해 쿠키런 킹덤 9권을 다 읽어버렸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니 더 재미있네요. 친구들과 힘을 합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문제를 해결할 확률이 높아지지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쿠키 친구들이 모이니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워요. 우아한 모습으로 돌아온 설탕백조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어요. 설탕백조가 아재 개그 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용감한 쿠키 일행은 앞으로도 위험한 일을 많이 겪을 테지만 걱정은 되지 않아요. 서로 돕는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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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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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대여섯 명이 같이 다녔는데 편식하는 동료가 있어 늘 비슷한 메뉴만 먹었다. 구운 고기는 먹지만 고기국은 먹지 않고 해산물과 매운 음식도 못 먹으니 고를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일 수밖에. 그래서 때로는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 친구와 따로 점심 약속을 잡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입에 맞지 않아 못 먹는 거라고 들어서 동료에게 굳이 못 먹는다는 음식을 권하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세상 모든 음식을 잘 먹을 수는 없을 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으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면 상관할 일이 아니므로. 그런데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면 어떨까. 어떤 이유로 잘 먹던 음식을 못 먹게 되었다면. 그 이유가 상처로 남아 그 음식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아픈 기억 때문에 음식을 못 먹는 걸 보고 괜히 슬퍼졌다. 싫어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못 먹는다니. 갑자기 내게도 어떤 사건이 생겨 불고기, 아구찜, 비빔밥, 된장찌개, 스파게티, 치킨 등 좋아하는 음식을 입에 댈 수 없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좋아하는 걸 먹는 즐거움을 박탈당하고 싶지는 않다. 음식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꽤 크므로. 물망초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주인공이 고심해 만든 음식을 먹고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영혼을 채우는 요리로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앞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물망초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겠지. 물망초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신념이 담긴 물망초 식당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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