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대여섯 명이 같이 다녔는데 편식하는 동료가 있어 늘 비슷한 메뉴만 먹었다. 구운 고기는 먹지만 고기국은 먹지 않고 해산물과 매운 음식도 못 먹으니 고를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일 수밖에. 그래서 때로는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 친구와 따로 점심 약속을 잡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입에 맞지 않아 못 먹는 거라고 들어서 동료에게 굳이 못 먹는다는 음식을 권하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세상 모든 음식을 잘 먹을 수는 없을 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으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면 상관할 일이 아니므로. 그런데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면 어떨까. 어떤 이유로 잘 먹던 음식을 못 먹게 되었다면. 그 이유가 상처로 남아 그 음식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아픈 기억 때문에 음식을 못 먹는 걸 보고 괜히 슬퍼졌다. 싫어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못 먹는다니. 갑자기 내게도 어떤 사건이 생겨 불고기, 아구찜, 비빔밥, 된장찌개, 스파게티, 치킨 등 좋아하는 음식을 입에 댈 수 없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좋아하는 걸 먹는 즐거움을 박탈당하고 싶지는 않다. 음식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꽤 크므로. 물망초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주인공이 고심해 만든 음식을 먹고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영혼을 채우는 요리로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앞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물망초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겠지. 물망초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신념이 담긴 물망초 식당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