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요!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8
프랑수아즈 로지에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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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쏟아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물론 아이들이죠. 눈을 맞으며 뛰어다니는 게 얼마나 신나는지 아는 아이들이요. 눈이 쌓이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눈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며칠 전부터 들떠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내다보곤 하죠. 우리도 다 거친 날들이라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눈이 오는 날, 얼른 나가서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잘 그려낸 그림책을 읽으니 어릴 때가 떠오릅니다. 목도리를 감고 장갑을 끼고 나가서 친구들과 놀던 때가 그립네요.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장갑이 젖곤 했는데 그래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끝까지 만들었어요. 지금 하라고 하면 손이 시려서 못할 것 같아요.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나 봅니다. 눈사람 팔에 끼고 있던 장갑을 끼워 줬다가 엄마에게 혼나고 다시 가져오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네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지요. 모든 것이 묻히고 깨끗해집니다. 방에서 눈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는 아이는 흰 눈을 밟으며 발자국을 내고 싶고 눈 쌓인 곳에 누워서 뒹굴고 싶기도 할 거예요. 빨리 놀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나가려는 찰나, 엄마의 말이 들립니다. 옷을 입으라고요. 챙겨 입을 건 또 얼마나 많은가요. 바지, 코트, 장화, 목도리, 모자까지 다 갖춰 입으려니 마음이 급합니다. 멜빵바지를 입다가 꽈당 넘어지기도 하지요. 털모자가 싫다고 투정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요. 따뜻하게 입어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데요. 겨우 다 입은 후 밖에 나갔는데 사건이 생깁니다. 아이는 원하는 대로 잘 놀 수 있을까요? 귀여운 반전에 웃으면서 끝까지 읽었어요. 올겨울에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이와 밖에서 뛰어다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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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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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회사 생활이 아주 편해질까. 이 소설에는 초능력을 갖게 된 회사원들이 나온다. 회사도 직급도 각기 다른 4명의 직장 생활이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이들은 실수를 돌이킬 수 있는 명함, 몇 초면 출퇴근 가능한 순간 이동, 사람들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독심술, 돈이 솟아나는 비밀 사이트를 이용해 회사 생활을 잘 해보려 한다. 그래서 회사 생활이 꽃길이 되었냐고 한다면 글쎄올시다. 환경을 갑자기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능력이 아니라 그렇지는 못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그 능력이 되는 대로 마구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약이 걸려 있다고 한다면 수긍이 되지 싶다. 신입사원으로 일하다가 시간이 흘러 직급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무거워지는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든 회사원들이 허허 웃으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어느 회사든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긴장해서 실수하는 신입 사원에게 막말을 퍼붓고 교묘하게 괴롭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처음부터 능력을 발휘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착각 속에 산다. 주변 사람들이 속으로 그를 조소하는 줄도 모른 채. 소설을 읽으며 질량 보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배치된 빌런들이 앞으로도 활약하겠구나 싶어 씁쓸했다. 생각 같아서는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오고 싶지만 차마 실행하지 못하는 회사원들이 아무쪼록 마음을 잘 추스르고 무사히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승진한다면 신입 시절을 기억해 후배들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 주기를. 아니, 친절하거나 다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업무를 미루지 말고 좋은 아이디어를 뺏지도 말며 공과 사를 구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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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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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종말하는 소설을 쓰는 아이, 고희망. 등장인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여버리는 희망은 새로 시작한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낼지 고민이다. 희망을 자신의 희망이라 부르는 삼촌은 그 마음을 알까. 조카가 세상에 기대하는 바가 없다는 걸. 사고로 떠난 동생이 떠오를 때면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무거운 소설을 쓴다는 걸.


제목부터 눈길을 끈 소설이다. 종말과 희망.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아닌가. 종말이 오기를 바라는 고희망이 쓰는 소설과 현실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어 흥미로웠다. 희망과 유대가 돈독한 삼촌이 참 멋지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면 절대 외롭지 않으리라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다 희망을 응원하는 친구들도 있으니 눈부신 시절을 제대로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는 종말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을 열심히 산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므로. 다시 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낼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희망의 필명이 떠오른다. 달이 사라지는 짧은 순간을 뜻하는 '삭'. 세상은 온통 검어졌다가 다시 달이 빛을 드리우는 순간 환해진다. 희망에게 '삭'의 시간이 또 올지라도 금세 지나갈 것을 안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희망은 어떤 이야기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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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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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쓴 2명의 공동 저자는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가짜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가짜 노동의 다양한 형태와 이를 형성한 사회 문화적 맥락을 고찰하고 '진짜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한다. 퇴근한 뒤, 도대체 하루 종일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 가짜 노동을 의심할 만하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시간이 남아 서류 정리를 다시 했는지, 회의 시간에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들었는지, 보고서가 너무 짧은 것 같아 문장을 길게 늘여 썼는지 세세히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왜 우리는 근무 시간에 바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이런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는 걸까.

잉여 인력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근무시간은 뭔가에 사용돼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대한 천천히 일하고, 삼중으로 확인하고, 잠깐씩 딴 데 신경을 분산시킨다.

p.127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자들이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온종일 바쁘게 일을 했을까. 일을 하다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기도 하지 않았을까.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집에서라면 그날 치의 업무만 처리하고 편안히 쉬었을 것이다. '관중'의 존재 유무가 일하는 시간을 주관하도록 놔두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문제는 '조직, 경영, 리더십, 사회' 안에 있다는 저자의 말은 가짜 노동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 가짜 노동의 대부분은 임금을 노동 시간 단위로 책정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근무 시간을 채워야 월급을 받게 되므로 업무를 다 하고 남는 시간을 이런저런 일로 때우며 놀고 있지 않음을 온몸으로 드러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 뿐인가. 직장인은 바빠야 하며 노동은 '고귀하고 도덕적인 활동'이라 여기는 사회 기조도 그 몫을 더한다. 우리는 이제 가짜 노동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벌거벗은 임금님'이 정신을 차리게 만든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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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잊어버리는 날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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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음, 많이들 경험했을 것 같은데요. 알람을 맞춰놨는데 못 듣고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준비해서 뛰어나가지만 택시는 안 잡히고 발만 동동 구르다 가까스로 출근했는데 이미 출근시간은 지나 있고 모두 회의하러 들어간 날, 점심시간엔 국을 쏟고 일이 안 풀려 야근을 한 뒤 지쳐서 집에 오다 넘어지기까지 한 그런 날이 생각나네요. 저보다 더한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겠지요. 노아와 엄마가 보낸 하루도 그런 날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날 아침, 노아의 엄마는 노아 친구의 생일이 그날이라는 걸 기억하죠. 자고 있는 노아를 깨워 선물을 사러 가는데 재킷이며 선물이며 자꾸 깜빡하고 다른 데다 놓고 와서 다시 돌아가서 찾고 하다가 결국 선물을 잃어버린 채로 친구 집에 가는 그런 내용이에요. 뭐든 잊어버리는 날이죠. 문제는 그날이 친구 생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노아는 친구랑 친하지도 않은데 엄마에게 이끌려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 뭐예요.


노아와 친구가 현관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와 어색하게 마주한 아이들이 무척이나 귀엽거든요. 친구 아빠가 차 마시는 자리에 초대를 해서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다들 말이 없습니다. 여전히 노아와 친구는 가만히 바라보지요. 어른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조금쯤 가까워질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한 마디 두 마디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집으로 돌아온 노아와 엄마의 표정이 얼마나 지쳐 보이는지요.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노아의 말에 동의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떻지 알 것 같아요. 다음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되겠네요. 급하게 어디 가지 않아도 되고 목적 없이 그저 집에서 걱정 없이 지내면 되는 마음 편한 날이요. 사소한 고민조차 하기 싫은 날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노아가 잃어버린 왕관이 어떻게 되는지 그려놓은 부분이 재미있어요. 누군가 필요한 이가 잘 사용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도 어딘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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