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돌아오다 소원저학년책 2
박선화 지음, 국민지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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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즐거운 날이에요.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니 말이죠. 그런데 정민이는 크리스마스가 오는 게 싫기만 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보내지 않으니 다른 날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지요. 사랑하는 동생 유이는 강아지 봄이가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데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아예 크리스마스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12월 24일에 자고 일어났는데 24일이 다시 시작되는 거예요. 하루, 이틀, 사흘... 정민이의 말대로 25일은 안 왔지만 24일만 계속 반복되니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신기하게도 하루가 반복되는 걸 느끼는 사람이 또 한 명 생겨요. 정민이는 그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시간을 원래대로 흐르게 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지만 원인을 파악하기도,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네요. 반복되는 날은 언제 끝날까요.


일 년에 한 번, 착한 일을 한 아이는 산타에게 선물을 받지요. 크리스마스에 눈을 뜨면 곱게 포장된 선물을 보고 아이들은 기뻐하며 폴짝폴짝 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모두에게 즐거운 날은 사실상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소외된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예요. 그렇지만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의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슬며시 보여주지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스스로 산타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어요. 모두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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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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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친구를 만날 때면 너무나 반갑다. 쉬지 않고 이야기하며 웃기 바쁘다. 지나버린 시간이 점점 더 애틋해져서일까.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묘하게 대화가 어긋나기도 한다. 서로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다를 때다. 내가 말하거나 행동한 적이 없는데 구체적인 상황까지 제시하며 네가 그랬다고 말하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싶어 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의 기억은 정확할까. 혹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수가 그랬다고 하면 그랬던 일이 되므로. 불과 몇 년 전 일도 헷갈리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더 거슬러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내 뒤에서 누군가 영상을 계속 찍고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책은 많다. 전문서적은 물론이고 소설에서도 많이 다루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겪은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면 아마 그런 내용은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잊어버린다. 문제는 중요한 일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고를 당해 최근 2년 동안의 기억을 잃은 주인공을 보면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답답할지 생각해 보았다.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진, 언제 샀는지 모를 물건들을 보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2년 동안 새로 사귄 친구들을 길에서 만났을 때 못 알아보거나 같이 일하게 된 거래처 직원을 처음 본 것처럼 대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기억 상실, 미행, 사고 등의 소재로 큰 그림을 그린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기억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두가 똑같은 것을 기억하게 된다면 또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 특정 기억을 삭제할 수 있게 된다면 할 것인지 생각하느라 바빠졌다. 기억이 없다면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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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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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두렵다. 아마 알지 못하는 영역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두려움 없이 죽음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완화의료 전문가로서 20여 년 동안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인생이 너무 후회된다면서 미련을 못 버리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그 사람을 찾은 뒤 홀가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하기도 하고 지나온 세월이 참 좋았다며 평화로운 얼굴로 주변 정리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차이가 크다면서 이런 태도는 생의 마지막에 만들 수 없으니 삶을 살아가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


수명이 다 되어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삶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를 덜 할 수 있을 듯하다. 선택할 때 그 결과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삶과 연결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마지막 순간을 결정하는 거 아닐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행복한 일이 많았다면 담담히 끝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지니는 일을 하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행복한 삶은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죽음마저 그러하다는 뜻이겠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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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관찰 백과 -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가 만드는 거대한 개미 제국 이야기 바이킹 어린이 과학 시리즈
베벌리 게르데만 지음, 이은경 옮김 / 바이킹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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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미가 부지런히 열을 지어 움직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뒤를 따라가지만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자취를 감춥니다. 그 많은 개미는 어디로 간 걸까요? 어릴 때부터 개미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관찰했습니다. 몸집의 몇십 배나 되는 먹이를 물고, 이고 지고 가는 개미는 그렇게 작은데도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까만 개미, 빨간 개미, 날아다니는 개미는 크기도 다 달랐지요. 세상에는 참 많은 개미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아이가 개미에 푹 빠졌습니다.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개미를 보면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빼고 자세히 살핍니다. 집에 가자고 해도 조금만 조금만 하며 그 뒤를 따릅니다. 저는 이제 왕개미가 무서운데 아이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사마귀, 장수풍뎅이, 개미를 줄곧 관찰하고 블록으로 만들고 그림을 그리더니 나름대로 친숙해졌나 봅니다. 그러니 아이가 다양한 개미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은 건 당연하겠죠.


이 책에는 개미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소통하고 무엇을 먹는지, 각 개미의 역할은 무엇인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요. 곤충 학자가 열심히 관찰한 내용이 담겨 있죠. 선사 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개미이니만큼 그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공룡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할 때도 살아남은 개미는 생명력도 강하답니다. 잡식성인 개미는 지구 곳곳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데 아마도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번성하지 싶어요. 이번에 책을 읽으며 개미 군락이 상상보다 광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 지역에 있는 모든 군락이 서로 연결되면 슈퍼 개미 군락이 만들어지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슈퍼 개미 군락은 길이가 6천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해요. 수십억 마리가 모여 있다니 굉장합니다. 몇 마리 정도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데 그렇게 많은 개미가 모여 있는 곳에 간다면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을까요. 토양에 공기를 공급하기도 하고 유기물을 분해하기도 하는 개미는 지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곤충이라고 해요. 작지만 강한 개미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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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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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민자의 딸인 케이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부모처럼 살 생각이 없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는 그녀는 가부장적인 부모와 갈등을 빚으며 맨몸으로 사회로 뛰쳐나간다. 케이시는 이민자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편견의 벽을 넘어 원하는 삶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코리안 디아스포라 삼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의 이야기인 <파친코>를 읽고 그 시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어 감동했고 이민자의 고단한 삶에 무지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로 이민자로서 경계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책은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녀 세대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처한 위치를 짚으며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인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묘사한다.

작가는 케이시와 주변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을 선명히 드러낸다. 누구나 실수를 하며 티없이 깨끗한 사람은 없다는 것도 여실히 보여준다. 케이시의 선택을 두고 누구는 어리석다 비판하고 누구는 자신과 같다 여길 것이다. 사람들은 일, 사랑, 명예, 권력, 종교 등 각기 다른 가치를 마음에 품고 산다. 여기에 가정환경은 물론 인종, 계급 등의 사회적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결국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케이시는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케이시가 사빈, 아이작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작의 삼촌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는데 그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랍비가 허락하지 않자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빈은 좋은 일을 할 기회를 뺏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꿈을 꺾어버리는 일은 어떻게 보면 잔혹하지 않은가. 물론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테지만. 그렇다면 무엇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까.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이 원하는 일이 맞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은 필요할 듯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두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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