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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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는 제 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이다. 뿔등에서 태어났다고 '부정'한 아이로 낙인 찍힌 뿔치와, 살강 위에서 주워 당할머니가 키운 아이 살강이의 바다 모험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바다와 환타지를 결합시켜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진진한 모험이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북한이나 연변에서 쓰는 말처럼 낯선 말과 배에 관련한 마상이, 두대박이, 세대박이, 세로돛, 한판돛대, 이물돛대, 마룻줄, 아딧줄, 활아지 등 어려운 용어는 별표(*)의 설명이 없다면 이해하기 곤란한 낱말을 배우는 재미도 있다.  

당굿이나 당할머니, 당각시나 살강이 무엇인지 요즘 아이들이 제대로 알까? 살짝 걱정됐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해적선 붉은뱀호와 귀신 상어는 조니뎁 주연의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을 생각나게 한다. '소금더께, 깍짓동, 곰치, 검무기, 이삭대감 등 재밌는 이름의 등장인물도 흥미를 더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이라면 빠져 들만한 책이다.  

성장소설의 백미는 시련의 통과의례다. 부정한 아이로 낙인 찍힌 뿔치와 살강이는 열세 살에, 마을의 고기잡이를 위한 제사에 이무기 밥으로 던져진다. 당할머니의 유언대로 용왕님께 해답을 얻으러 용궁을 찾아가는 두 주인공의 여정이 만만치 않다. 너른 바다에서 한조각 마상이에 의지한 항해도 어렵지만, 해적선 붉은뱀호에 잡혀 향주머니섬에서 노역하는 것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용궁 찾는 걸 포기하지 않고 귀신상어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돛대 끝에서 동틀 때까지 버텨내는 장면은 대단했다.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밤새 돛대에서 버틴 뿔치는 동이 터도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굳었다. 뿔치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주물러 피를 돌게 하는 살강이의 절박함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기와 인내로 쓸모 있음을 증명한 뿔치는 해적의 신임을 받아 돛대에 올라 망을 보고, 귀신상어에게 키잡는 법도 배운다. 자신의 본분을 잊은 듯 해적질에 열심인 뿔치가 안타까워 살강이는 속이 타지만, 뿔치는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다.  

험난한 뱃길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로 의형제를 맺는 곰치와 뿔치,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배신하는 해적 등 온갖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온갖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용왕님을 만나 당할머니의 유언에 감춰진 수수께끼가 풀리는 놀라운 반전이 준비돼 있다. 부정의 낙인은 남들이 씌웠지만 벗어나는 길은 자기 마음에 있으며 결국은 생명에 이르는 길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멋진 환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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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갖고 있기에 리뷰는 보지 않겠습니다.^^
어여 책을 보고싶기는한데 다른 보아야할 책이 먼저니...

순오기 2009-12-21 01:58   좋아요 0 | URL
흐흐~ 책 읽기 전에 리뷰를 먼저 보면 좀 그렇죠.ㅋㅋ
 
상상놀이터, 자연과 놀자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10
이어령 지음, 허현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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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 10권 '상상놀이터, 자연과 놀자'에서는 생각과 상상력을 키우는 지혜를 자연에서 배우게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아는 사람들이 넓게 보는 법을 배우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발전하는 세상을 보면 사람만큼 대단한 존재도 없는 것 같다. 눈부신 발전도 결국은 자연에서 얻은 지혜라고 열개의 마당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첫 번째 마당, 건강한 경쟁은 나를 키우는 힘! 애리조나 초원의 사슴들이 평화롭게 살도록 늑대를 죽였을 뿐인데, 개체수가 늘어난 사슴들로 초원은 사막이 되어 결국 사슴도 죽게 되었다. 늑대의 잔인한 행동도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라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없으면 깨닫지 못한다.

두 번째 마당,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은 다 달라. 개미와 매미의 역할이 다르기에 한쪽만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없다고, 이솝우화와 라퐁텐 우화를 비교해 설명하는데 공감이 됐다. 부정적인 의미로 규정지어진 박쥐는 어느 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좋은 협상자자 될 수 있다는 것, 뒤집어 보고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단점이 장점이 되고 필요없는 것이 곧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참치와 개복치처럼 특성에 따라 생존방법이 다르고, 개와 고양이도 타고난 조건에 따라 생존전략이 다르다고 한다. 작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 가라고 깨우쳐 준다.

여섯 번째 마당, 아름다운 것도 필요해. 제비의 긴꼬리와 공작 꽁지의 동그란 무늬는 살아가는데 아무 쓸모가 없지만, 실용 가치는 없어도 아름다움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모기라고 생각하지만, 모기가 피를 빨아 먹는 기술에서 첨단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불로장생 뿐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고결한 성품을 지닌 십장생(해, 산, 물, 구름, 바위,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의 세상을 그리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 했던 조상들의 마음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세계라고 한다.

이어령 선생님이 조목조목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쉽고 설득력이 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바꿔 생각하고,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는 스승이고 교과서로 마음에 새겨두라고 당부한다. 책 속의 책에서는 '나의 작은 동식물 사전'으로 신비한 능력을 지닌 동식물 이야기를 추가했다.

참말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하는 식물, 태양빛으로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식물, 2천년이나 된 씨앗에서 싹을 틔운 대추야자, 화산과 쓰나미 등 인간은 알 수 없는 재앙을 감지하고 대피하는 동물들의 예지력. 암을 냄새로 알아내는 개 등,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과 지혜를 배워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 생각대통령이라는 이어령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자연 속에서 생각과 상상력을 키워 줄 지혜를 찾아낸다면 우리 아이도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겠지, 반짝 기대감이 차오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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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문자를 보내주셨던데 아침에 봤어요.^^

순오기 2009-12-09 10:02   좋아요 0 | URL
내가 문자를 너무 늦게 날렸군요.ㅜㅜ
 
<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 어린이 마음 건강 교실 1
제임스 J. 크라이스트 지음, 홍성미 옮김, 전미경 감수 / 길벗스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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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두려움과 근심없이 자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아이라고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 자기 분량의 근심 걱정은 있는 법이니까. 이 책은 그런 고민을 가진 어린이나 부모님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그런 불안은 당연한 거니까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애쓰지 말고 솔직하게 "겁이 나고 걱정이 되는 일이 있어요."라고 말하라고 한다. 왜, 무엇을 겁내고 무서워 하는지 알아보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첫번째 장에서는 사람이 겁을 내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기 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위험에 빠졌다고 느끼면 '아드레날린'이란 화학물질을 내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그도 아니면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게 꼼짝않고 가만히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호~ 겁났을 때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 바로 아드레날린 때문이라니 제대로 배웠다. 일단 뇌가 위험을 감지하면 모든 행동이 눈깜짝할 새에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고 하니 인체의 신비와 대응능력이 놀랍다. 이해하기 쉽도록 만화와 삽화로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두려움과 걱정을 없애는 구체적인 방법을 열 가지 소개했다. 적용하면 도움이 될 듯하다.
1.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2.나쁜 생각 대신 힘이 나는 좋은 생각을 하자.
3. 몸과 마음을 잠시 쉬자.
4.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5.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자.
6. 심호흡하고 상상하는 훈련을 하자.
7. 근육의 긴장을 풀자.
8. 네 마음이 어떤지 적어 보자.
9. 비상 신호에 대해 잘 알아 두자.
10.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자.




자, 이제 두려움과 당당히 맞서는 방법을 알아 보자. 첫째 두려워하는 것 중에 제일 무서운 걸 그리고, 그중에 가장 끔찍한 상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 다음엔 두려워하는 것을 이겨 내고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그림을 그린다. 다음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적고, 두려워 하는 것과 관계 있는 생각이나 행동에 점수를 매긴다. 그 다음 두려움 상상 훈련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상담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두려움을 알려 준다.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회공포증, 혼자가 될까봐 걱정하는 분리불안증, 걱정이 많아 안절부절 못하는 범불안 장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황 발작, 그 생각과 행동을 멈출 수 없는 강박 신경증,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 등, 용어의 개념 이해와 그런 불안이 생기는 원인과 이겨내는 방법을 소개했다. 



뒤에는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른들을 위한 도움말까지 친절하게 정리했다. 아이들이 두려워한다는 걸 알 수 있는 행동과, 아이의 두려움을 알고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두려움을 떨치는데 도움이 되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리한 학습과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듯! 

*오자 - 18쪽 위 6줄 '가끔겁이 나고 '에서 '가끔은 겁이 나고'로 고쳐야죠. 
            114쪽 제목  2. 하던 잠깐 일을 잠깐 멈춘다. => 잠깐이 두번 들어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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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참 좋더라구요.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주고 용기를 줄 수 있잖아요.^^

순오기 2009-12-06 00:13   좋아요 0 | URL
괜찮았어요. 그런데 내 리뷰는 책내용만 소개했군요.ㅋㅋ

잎싹 2009-12-0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곡하게 정성껏 올린 리뷰...
추천하고 가요.~~

순오기 2009-12-06 00:13   좋아요 0 | URL
정성껏~? 별로 그렇지 못했어요.^^
오늘은 별 생각이 안 나서, 나중에 수정해야지요.ㅋㅋ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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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에 양철북 출판사가 개정판을 내면서 '하이타니 겐지로, 일본문학기행'을 이벤트로 내걸었다. 이미 책이 있음에도 문학기행에 코꿰어 개정판을 샀는데, 운 좋게도 알라딘에선 내가 당첨됐다. 덕분에 2008년 여름 3박 4일, 하이타니 겐지로의 흔적을 찾는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이 책의 배경지도 돌아보고, 이미 고인이 된 하이타니 선생님은 만날 수 없었지만 고다니 선생의 모델이라는 츠비야 레이코 선생님도 만났다. 알라딘 리뷰대회 마감시간에 마지막 리뷰로 등록하는 이유다.^^ 






하이타니 선생님은 2006년 11월 71세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왼쪽 사진은 2006년 8월 8일, 양철북 문학기행으로 온 사람들에게 말씀을 들려주시던 생전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1973.11.11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자신의 회갑날 노래부르는 모습이다. 옆의 낙서는 술취해서 화장실에 남긴 낙서. 사진에 찍힌 날짜는 가족들이 보관한 사진을 가져와서 내 디카로 찍은 날짜다.  



파리박사 데쓰조의 담임 고다니 선생의 모델인 츠보야 레이코 선생님, 하이타니 겐지로와는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하이타니 작품에 삽화를 그렸다. 가운데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여동생과 형님의 둘째 아들, 오른쪽은 형님의 큰아들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인세로 1983년 하이타니 선생이 직접 지은 '태양의 아이 유치원'원장이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우리 가족과 인연이 깊다. 2006년 처음 만나 가족 모두가 깊은 감명을 받았다. 2007년 5월 초등독서회 토론도서로 교장선생님과 함께 바람직한 교사에 대해 토론 했었고, 우리 큰딸은 이 책의 영향으로 교대에 진학했다. 막내는 6학년 스승의 날, 아침방송에서 좋은 선생님의 의미와 고마움을 새기는 독후감을 발표했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온 식구가 다 읽으니까  책값을 제대로 한다. 게다가 마을도서관이라 이웃들이 빌려다 보니까, 두 권이 있어도 아까울 건 없다.^^

이 책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17년 초등교직 경험과 교육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1974년에 출간되어 일본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선생님은 이 작품으로 일본 아동문학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1978년 국제 안데르센상 특별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었고, 30년 이상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네 번째 읽지만 여전히 울컥 솟구치는 눈물은 감당이 안됐다. 울보 고다니 선생이 울 때마다 같이 울었으니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특히 이번에는 초보교사 고다니 선생의 모습이 2년 뒤, 우리 큰딸의 모습일거라는 생각에 더 감정이입이 된 듯하다. 히메마쓰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고다니 선생은 곱게 자란 화초처럼 여렸지만, 데쓰조를 비롯한 쓰레기 처리장 주변의 아이들과  아다치 선생의 영향으로 단단하고 심지 굳은 교사로 성장해 간다. 

하이타니 선생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초등학교에 근무하실 때, 학교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사셨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는 없고 터만 남아 공원으로 꾸몄는데, 차를 멈출 수 없는 곳이라 설명만 듣고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가까운 곳에 있던 쓰레기 처리장은 매립 개발되어 깨끗해졌다고 한다. 근처 육교에 '서 시리게(시리게 서쪽지역)'라는 글씨가 보인다. 사진에 나온 분은 하이타니 선생님과 같이 근무했던 기시모토 선생님으로 여행 안내를 맡아 주셨다. 기시모토 선생님은 하이타니 선생님과 각별한 친구로 또 다른 작품인 '선생님은 내 부하가 되라'의 모델이라고 한다.



이 책은 분명 고다니 선생님 중심으로 풀어가지만, 고다니 선생님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친 아다치 선생님이야말로 진짜 주인공이다. 거칠 것없이 자유로운 아다치 선생님은 정말 '짱'이다! 아이들을 편견없이 대하며 그네들 마음을 잘 알아주고, 더우기 그 아이 속에 잠들어 있는 '보물'을 볼 줄 아는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막힘없이 소통하는 자유로운 수업도 교사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흉내만 내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격려하고,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으로 구분한 글쓰기 비법도 현장에서 적용해 볼 만한 좋은 교수법이다. 저학년들은 자기가 한 일 중심으로만 글을 쓰기 쉬운데, 아다치 선생님처럼 '좋은 녀석(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말한 것, 들은 것, 기타)과 나쁜 녀석(한 것)'을 가르쳐 주었더니 아이들도 글쓰기에 잘 써 먹는다.^^ 

아이들에겐 한없이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소위 윗사람의 눈치나 보며 저항하지 않는 교사나, 아이들을 억압하는 동료교사는 가차없이 공격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정의의 편에 서기에 싫어하거나 적대하는 동료도 있다. 그러나 고다니를 비롯한 오다와 오리하시 선생님에겐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이들 젊은 교사들은 아다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 문제를 풀어가는 동지가 된다. 모두가 숨죽일 때 물꼬를 트는 사람이고, 좋은 교사가 되고자 애쓰는 선생님들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처리장 이전 문제로 아이들이 등교거부를 할 때도 단식투쟁으로 힘을 실어주며, 지역주민 모두의 문제로 해결을 촉구한다. 하지만 당당한 아다치 선생님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으니 어린시절 먹을 게 없어서 감자를 훔쳐야 했던 기억이다. 자신은 도둑질이 무서워서 네댓 번하고 그만뒀지만, 형은 여섯이나 되는 동생들을 먹이기 위해 도둑질을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형님의 목숨을 먹고 자랐다는 고백은 눈물을 쏟게 만든다. 상처를 가진 사람만이 남의 아픔도 알고 상처를 치유하며 위로할 수 있다. 아다치 선생님은 교사로 산다는 건, 또는 한 인간으로 산다는 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고다니 선생님이나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의 할아버지에게 모든 상황을 듣고,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깨닫는다. 데쓰조가 개구리를 잔인하게 죽였던 일이나 후미지를 공격한 일은 같은 사건 때문이었다. 데쓰조가 기르던 파리가 든 병을 후미지가 몰래 가져왔기 때문이다. 바쿠 할아버지 말씀처럼 데쓰조는 산으로 데려가면 곤충을 기르고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만, 쓰레기가 모이는 곳에서 사니까 파리를 기를 수밖에 없다는 것.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를 이해하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선다. 집으로 찾아가 목욕도 시켜주고 좋아하는 파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감도 사준다. 데쓰조는 아주 세밀한 파리 그림을 그리고, 선생님이 표본에 붙여준 파리 이름 글자를 익히면 자기가 쓴 이름표로 바꿔 붙인다. 데쓰조의 정확한 관찰은 햄 식품공장의 집파리 문제를 해결하여 일약 파리박사로 신문에 오른다. 장애아 미나코 때문에 수업을 방해받는다고 학부모들은 반대하지만 고다니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모두 협력하여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미나코를 돌보는 동안 책임감과 배려심 등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배워 나간다. 결국 부모들도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곤 자기들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처리장 이전 문제에서도 선생님과 같은 편이 되어 준다.  

아다치 선생님께 스스럼없이 말을 트고 안기는 아이들을 보며 살짝 질투나고 부러웠던 고다니 선생님은, 한결같은 사랑과 이해로 아이들과 데쓰조의 마음을 얻었다. 연구수업으로 상자 속에서 빨간 가재가 나왔을 때의 느낌을 쓴 데쓰조의 글은 읽어나가던 고다니 선생님을 돌아서 울게 했다.

   
 

나는가마니보앗따. 그리고나서상자속까지 가마니보앗따. 빨간놈나와따. 나는코가찡햇따. 사이다마신거갓따. 나는가슴찡햇따. 나는빨간놈조아고다니선생님조아.
(278쪽)

 
   

사람의 진심은 통한다. 가난한 쓰레기 처리장 주변의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단지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이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들고 그들 안에 숨겨진 빛나는 보물을 꺼낼 기회조차 빼앗는 것이다. 히메마쓰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돕는 모습에서 선생님들도 배운다. 쓰레기 처리장 주변의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장 이전 문제로 의견이 다른 고지네 가족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파업할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주는 파업은 하지 말자는 바쿠 할아버지의 말에 설득되는 성정 고운 사람들이다. 바쿠 할아버지가 말하는 조선인 김용생에 대한 이야기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갖는 한국관일거라 생각돼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것, 사람에 대한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 눈물 찔끔거린 행복한 책읽기였다. 살면서 뭔가 배움을 주고 깨우침을 주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다. 우리도 살면서 누군가의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면 데쓰조처럼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고백하고 싶을 거 같다. ^^

개정판 뒤표지에 마노아님의 서평이 실렸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참 투박했다. 그럼에도 행간에 놓여진 '진심'만은 진하게 읽혀진다. 신참내기 젊은 선생님의 고군분투기가 눈물겹고, 그 선생님이 알아가고 또 마음을 얻어가는 쓰레기 처리장 주변의 가난한 아이들의 당찬 모습이 눈에 밟힌다"

라고 나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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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월 6일, 마노아님 생일 축하해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06 01:48 
    12월 6일, 땡하면~ 마노아님 생일 축하 페이퍼 올리려고 했는데 헤헤~ 시간이 한참 지났군요.^^  생일 축하케익과 떡을 올렸으니 다들 오셔서 같이 드시며 축하해주세요.^^         마노아님이 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서평이 개정판에 실려서, 내가 리뷰를 쓰면서 올렸는데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생일 축하 페이퍼에 다시
  2. 교사로 산다는 것, 한 인간으로 산다는 건...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4-10 10:33 
 
 
잎싹 2009-12-0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마지막 등록리뷰네요.
저도 포기할까 하다가 참여에 의의를 두고, 괜찮게 썼던 작품 몇개응모했어요.ㅎㅎ
저의 마지막 작품은 제 닉네임의 의미가 된 <마당을 나온 암탉>이랍니다.
마감시간 임박하여 다시 적었어요. 평소 적고 싶었던 글이라...

앗, 그런데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열심히 다시 적고 보니, 대상도서가 아닌 모양이더군요.ㅠㅠ 어쨌든 그동안 순오기님 수고많으셨어요.^^

순오기 2009-12-01 00:49   좋아요 0 | URL
하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거죠.^^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양장본이 아니고 페이퍼백이 대상도서인데 상품넣기를 잘못하셨군요. 수정하면 될지도...

잎싹 2009-12-01 01:07   좋아요 0 | URL
자상하신 순오기님...
수정해도 안되길래 그냥 다시 썼어요.
덕분에 12월1일이 찍혔고요.ㅋㅋ

마지막 작품 기대할게요.~~

같은하늘 2009-12-0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이거 읽으려고 빌려왔다가 못보고 반납했어요. ㅜㅜ
다시 빌려서 읽어야지...

순오기 2009-12-02 08:3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꼭 보셔요~ 우리집엔 구판, 개정판 다 있지요.^^

민들레처럼 2010-03-02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쁜 어린이표' 마이리뷰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셨는데요..제 글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라..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책을 사다가 발견하게 됐네요..리뷰를 읽으니까 정말 좋은 교사, 후회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고민하시는 선생님이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교직 4년차가 되가는데...현실과 이상에서 많은 고민이 드는 시간이네요. ^^ 그래도 처음 교사가 되려는 마음 잊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순오기 2010-03-09 01:09   좋아요 0 | URL
댓글 보고 답방을 했는데 답글은 늦었네요.
4년차,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군요.
 
뜨자, 날자 한국인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5
이어령 지음, 이인숙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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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리는 순서는 시리즈 번호대로 따르지 못했지만, 드디어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 10권을 다 읽고 썼다. 야호~~ "순오기, 수고했어!" 스스로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 5는 제목도 둥둥 날고 싶게 '뜨자 날자 한국인'이다. 자~ 우리는 한국인, 둥둥 뜨고 날아보자.^^ 하지만 한국인이면서 우리 것을 잘 모른다면 떠오르긴 어렵다. 그러나 날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서 우리 것을 잘 알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것들을 이어령 선생님이 쉽게 설명해주시고, 재밌는 삽화도 많아서 지루하지 않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단군신화 이야기. 하느님의 아들과 땅의 곰이 혼인해서 낳은 아들 단군이 세운 나라 고조선은 바로 우리나라의 기원이다. 하늘과 땅이 있고 비로소 사람이 있다는 삼재(三才)사상으로 출발한 우리나라는 아주 좋은 것들이 많다. 그걸 알아주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을 배려해서 생겨난 젓가락 문화, 서양은 요리하는 사람 중심의 음식이라 칼과 포크가 있어야 먹지만, 우리는 잘게 잘라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집어 먹을 젓가락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젓가락 사용으로 두뇌가 우수하다는 말은 믿어도 좋을 듯.^^ 혼자보다 둘이 좋은 젓가락, 우리나라에만 있는 숟가락은 젓가락과 한 쌍이라 '수저'라고 불린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음양이 조화롭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담아낸 우리 문화다.  

국수와 스파게티를 비교해 먹는 것에도 정신과 문화가 담겨 있다니 놀랍다. 스파게티는 국물없이 포크로 돌돌 말아 올려 먹지만, 우리 국수는 온갖 양념으로 맛을 낸 국물에 다섯 가지 색깔의 고명을 얹어 먹는 맛과 멋이 어우러진다. 세계인도 사로잡은 비빔밥이나 오래 묵혀서 먹을수록 맛이 나는 발효식품은 지혜의 산물이다. 삭혀서 먹는 젓갈, 숙성시켜 먹는 김치, 뜸이 들어야 먹는 밥은 우리 민족이 기다림과 참을성이라는 한국인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란다. 구멍에 꼭 맞아야 하는 단추보다 체형에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한 옷고름이나, 어떤 상황도 수용할 수 있는 보자기 문화도 멋진 해석이다. 우리 것을 긍정적으로 풀어주는 이어령 선생님이말로 생각이 젊고 자유로운 분이다.



우리가 사는 곳의 기후와 지형에 맞게 발전한 한옥은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시원한 대청마루와 따끈한 온돌방은 서로 다른 두 문화를 슬기롭게 조화시킨 조상들의 지혜라고 한다. 서로 도우며 경쟁하는 널뛰기도 한국인의 특성이 배인 멋진 놀이다. 무조건 남을 제치고 일등만 요구하는 오늘날의 교육은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ㅜㅜ 지난 봄 큰딸이 전통성년식 계례를 치르고, 남산 한옥마을에서 큰언니와 둘이 신나게 뛰었던 널뛰기가 생각난다. 촌에서 자란 언니와 내게 널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도시인이나 외국인에겐 힘든 놀이여서 박수갈채도 받았다.^^ 이런 귀한 사진을 이제야 공개하다니~ 이 사진 보시는 분은 땡잡은 거다.ㅋㅋ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차별하지 않고 인간존중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조화로운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다.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 몽고인들이 코카서스 산맥을 넘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시베리아 벌판의 추위를 견디면서 한반도에 온 기마족이 우리 조상이란다.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개척하며 한반도에 도달했을 조상들을 생각하며 통일도 이루고, 서로 다른 문화와 민족들이 어울린 지구촌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다.  

책 속의 책 '우리 문화 생각 사전'에는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문화 이야기로 김치, 태권도, 비빔밥, 한복, 한지, 사물놀이를 소개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잘 알아야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에도 널리 알릴 수 있다.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을 기억하면 우리도 힘이 솟아 둥둥 뜨고 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의 날개를 펼쳐 창의력이 샘솟는 아이들이, 미래도 아름답게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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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0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열권을 다 올리셨군요.^^ 박수~~~ 짝짝짝~~~~

순오기 2009-12-02 08:25   좋아요 0 | URL
막판에 두 권은 미뤄놨다 쓰느라고 힘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