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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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는 제 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이다. 뿔등에서 태어났다고 '부정'한 아이로 낙인 찍힌 뿔치와, 살강 위에서 주워 당할머니가 키운 아이 살강이의 바다 모험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바다와 환타지를 결합시켜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진진한 모험이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북한이나 연변에서 쓰는 말처럼 낯선 말과 배에 관련한 마상이, 두대박이, 세대박이, 세로돛, 한판돛대, 이물돛대, 마룻줄, 아딧줄, 활아지 등 어려운 용어는 별표(*)의 설명이 없다면 이해하기 곤란한 낱말을 배우는 재미도 있다.  

당굿이나 당할머니, 당각시나 살강이 무엇인지 요즘 아이들이 제대로 알까? 살짝 걱정됐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해적선 붉은뱀호와 귀신 상어는 조니뎁 주연의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을 생각나게 한다. '소금더께, 깍짓동, 곰치, 검무기, 이삭대감 등 재밌는 이름의 등장인물도 흥미를 더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이라면 빠져 들만한 책이다.  

성장소설의 백미는 시련의 통과의례다. 부정한 아이로 낙인 찍힌 뿔치와 살강이는 열세 살에, 마을의 고기잡이를 위한 제사에 이무기 밥으로 던져진다. 당할머니의 유언대로 용왕님께 해답을 얻으러 용궁을 찾아가는 두 주인공의 여정이 만만치 않다. 너른 바다에서 한조각 마상이에 의지한 항해도 어렵지만, 해적선 붉은뱀호에 잡혀 향주머니섬에서 노역하는 것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용궁 찾는 걸 포기하지 않고 귀신상어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돛대 끝에서 동틀 때까지 버텨내는 장면은 대단했다.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밤새 돛대에서 버틴 뿔치는 동이 터도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굳었다. 뿔치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주물러 피를 돌게 하는 살강이의 절박함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기와 인내로 쓸모 있음을 증명한 뿔치는 해적의 신임을 받아 돛대에 올라 망을 보고, 귀신상어에게 키잡는 법도 배운다. 자신의 본분을 잊은 듯 해적질에 열심인 뿔치가 안타까워 살강이는 속이 타지만, 뿔치는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다.  

험난한 뱃길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로 의형제를 맺는 곰치와 뿔치,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배신하는 해적 등 온갖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온갖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용왕님을 만나 당할머니의 유언에 감춰진 수수께끼가 풀리는 놀라운 반전이 준비돼 있다. 부정의 낙인은 남들이 씌웠지만 벗어나는 길은 자기 마음에 있으며 결국은 생명에 이르는 길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멋진 환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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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갖고 있기에 리뷰는 보지 않겠습니다.^^
어여 책을 보고싶기는한데 다른 보아야할 책이 먼저니...

순오기 2009-12-21 01:58   좋아요 0 | URL
흐흐~ 책 읽기 전에 리뷰를 먼저 보면 좀 그렇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