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발렌타인 데이라고 초콜릿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날이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왕따 될까봐,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서 남편과 아들에게 건네기도 했던 날.
하지만 올해는 초콜릿이나 사탕은 물론이고 꽃 한송이도 사지 않았다.
내게는 우리 아들 생일이었을 뿐이니까.^^
93년 2월 14일, 두번째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의사선생님은
12시간 진통을 겪고 나온 4킬로의 거대한 신생아를 받아 주셨다.
녀석은 해마다 발렌타인 데이와 생일이 같은 날이라 손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 다음에 애인이 생기면, 생일은 음력으로 챙겨주고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려나...
기숙사에 있는 녀석은, 일요일 저녁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휴식 시간에 다녀갔다.
동생이 사다 놓은 생일 선물 필통과 초콜릿에 '쩐다'라는 멘트를 남기며 흡족해했고,
케이크 심부름까지 완벽하게 한 막내 덕분에 엄마는 두문불출 방콕모드에서 촛불만 밝혔다.
수능대박을 소원하는 아들의 간절한 손 모음에 호응해주고... 맛난 케이크를 먹었다.^^

아들 낳느라 고생한 엄마니까 미역국도 먹었고....

미역국 책도 있고, 케이크 책도 많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손녀를 위해 천둥케이크를 만든 할머니와
일년에 세번이나 되는 고양이 핀두스의 생일에 특별한 케이크를 만든 할아버지
어떤 케이크에도 만든이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
비록 빵집에서 사온 생일 케이크에도...
같은하늘님이라면 밥통케이크를 만들어 축하했겠지만,
재주가 없는 엄마는 그냥 돈 주고 사올 뿐.^^

2월 14일 아들생일을 시작으로
한 달 뒤엔 막내 생일,
그 다음 4월은 큰딸 생일이고
음력 5월은 우리 부부 생일이고.
그래서 우리가족 생일축하는 상반기에 모두 끝난다.^^
월요일, 결핵약을 타기 위해 점심 시간에 학교에서 나온 녀석은 또 집에 왔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왔는지,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싶어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기회만 되면 집에 온다.
이번주부터 3학년 수업이 시작됐다고,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문제집을 줄줄이 사는 일도 시작이다.
이번엔 날짜가 여유가 없어 학교 앞 서점에서 사라고 도서상품권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