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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제자 - 두 개의 두뇌, 한 개의 심장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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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제자를 두었다.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여자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여자 제자라니 대단하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러셀이다. 자존심 강하고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홈즈에게 제자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가지 재능을 보여줘야 한다. 천재 홈즈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러셀은 이것을 쉽게 통과하고 세계적인 명탐정의 가르침 속에 한 명의 탐정으로 성장한다. 바로 이 소설은 시리즈 첫 권이자 홈즈와의 만남과 성장으로 다루고 있다.

시리즈의 첫 권이 나온 것은 18년 전이다. 1994년 작품이다. 작가는 도입부에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이 아니라 메리 러셀의 기록을 출판한 것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만 이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미 열한 권이 나온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부한 설정일지 모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홈즈의 여제자란 것과 함께 많은 기대를 가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셜로키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로 계속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운명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부모 모두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고모와 살고 있던 메리는 책 읽으며 걷던 중 홈즈를 밟을 뻔한다. 이 우연한 사고는 벌들을 관찰하던 홈즈와의 첫 만남이고 이 순간에 발휘된 메리의 관찰력과 논리적인 사고는 홈즈를 사로잡는다. 높은 자의식과 더 많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녀에게 이 만남은 그 무엇보다 좋은 기회이자 행운이다. 시골에서 조금 무료한 삶을 살던 홈즈에게는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 두 천재의 우연한 만남이 수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홈즈의 제자라고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탐정으로써 탁월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시간을 들여 그에게서 배운다. 변장, 분석, 추리, 관찰, 무술 등을 말이다. 이런 수련 기간을 거친 후에도 큰 사건을 바로 맡지는 않는다. 조그만 사건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명의 탐정으로 자라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조그만 실수를 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고 해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홈즈를 탄생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홈즈는 기존의 홈즈와 메리 러셀을 동시에 말한다.

수많은 작가가 홈즈의 새로운 삶을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처럼 독특하게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그의 은퇴 이후를 다루거나 미발표 사건 등을 다룬 작품이 나왔었다. 그러나 제자의 등장은 처음이다. 그것도 여제자말이다. 단순히 여제자를 가르치거나 그녀만의 활약을 그린 것이 아니다. 여기에 홈즈도 같이 활약한다.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홈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홈즈 시리즈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고 출간되는 이유가 아닐까. 

조금은 이 소설이 진부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시대와 상황과 등장인물 등을 생각할 때 당연하다. 홈즈의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시대에 맞게 풀어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홈즈의 새로운 적이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갈 때에도 드러난다. 몇 가지 사건은 전쟁이라는 특수성에 맞게 펼쳐진다. 목차도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견습생, 인턴, 파트너, 마스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게 러셀의 활약은 더 비중이 높아진다. 홈즈와의 호흡도 더 좋아진다.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재미 중 하나는 왓슨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왓슨과 전혀 다른 파트너를 등장시켜 다르게 전개시킨다.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것이 너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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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랄프 네이더 지음, 강경미 옮김 / 꾸리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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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력을 보면 상당하다. 그의 이름을 딴 네이더리즘이란 단어가 있을 정도다. 2000년 대선에 출마한 적도 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는 것 중 하나가 100여 개가 넘는 시만 단체를 조직해 시민의 대변자로 활약했다는 부분이다. 31세에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친구에게 바치려고 쓴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대기업 GM을 고발하고 사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이 이 소설을 허구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한 소설적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라고 했지만 미국 사정을 잘 모르는 나에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설정들이 쉽지만은 않다. 몇몇 부분에서는 의문을 눈초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낙관주의적 분위기는 사실 이 슈퍼리치들에 대한 반격이 긴장감 없이 진행되게 만든다. 비록 그것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말이다. 쉽지 않은 독서지만 미국이 지닌 수많은 문제점들 중 일부를 깨닫게 만들고 몇 가지 믿음이 과장되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이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보다 더 소득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로 나온 것이 2009년이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2005년 9월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고 온 끔찍한 장면을 워렌 버핏이 보면서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에 그곳을 방문한다. 이때 한 노인이 워렌의 손을 잡고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우.”라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깨닫게 만들고 이 소설의 총 챕터와 똑같은 17명의 슈퍼리치가 워렌의 요청에 의해 마우이 섬에서 모인다. 그들은 워렌 버핏, 테드 터너,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 폴 뉴먼, 솔 프라이스, 조지 소르소, 피터 루이스, 버나드 라포포트, 제노 파울루치, 로스 페로, 조 자메일, 레너드 리지오, 필 도나휴, 맥스 팔레브스키, 배리 딜러, 빌 코스비, 요코 오노 등이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열일곱 명 중 낯익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언론을 통해서만 미국의 정보를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몇몇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바로 테드 터너, 폴 뉴먼, 조지 소르소, 빌 코스비, 요코 오노 등이다. 아마 이 이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를 뒤로 하고 소설 속에 집중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 정치, 경제, 언론 등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는지도 보인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이 현상들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이다. 

현재 세계에서 3번 째 부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을 앞에 내세운 것은 그가 주장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서약 때문일 것이다. 이후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이 주인공 설정을 위해 딱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이 소설 속에서 워렌 버핏이 등장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이것은 17명의 수퍼리치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 이들의 적들이 고용한 로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슈퍼리치들이 만든 흐름을 깨트리기 위한 적임자로 뽑혔기 때문이다. 그가 펼쳐보이는 전략들은 기존에 성공했거나 있을 수 있는 것들인데 최근에 한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과 너무나도 비슷해 놀랄 정도다. 

읽으면서 이 수퍼리치를 한국에 대입하면 누가 있을까 고민했다. 당장 불가능한 이름만 떠올랐다.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김승연 등. 가장 큰 범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윤리와 도덕을 외치는 그들이 보여준 코미디는 이 소설 속 슈퍼리치의 적들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정치인으로 옮겨가면 이 땅의 진보가 무너져가고 있는 요즘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 탐욕만 가득한 재계, 정계, 언론계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들은 너무나도 분명하지만 정치를 포기한 시민에게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다. 

참으로 많은 내용과 정보를 담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역시 시민들의 정치 참여다. 직접 그들이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변하게 되는 가상현실은 참여를 막으려는 수구세력의 방해를 필연적으로 넘어야 한다. 아무리 슈퍼리치가 변화를 주도하고 길은 만든다고 해도 결국 진정한 변화를 만드는 것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슈퍼리치들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 이 작업을 펼치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은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자금적인 문제와 인지도가 필요했기에 슈퍼리치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빠르게 읽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수구세력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의 현실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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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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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빨간색 문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댄은 이 문을 열면 자신의 삶이 끝장 날 것이란 예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다. 이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그를 기다린 것은 방송국 리포터와 카메라다. 의 웬디 타인스가 말한다. 열세 살 소녀와 섹스하려고 온 것이냐고? 뭐지? 라는 의문을 가지기 전에 소녀 헤일리의 실종 사건이 나온다.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기 전에 석 달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알려준다. 빠른 전개다. 그리고 댄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예상 외로 이번에는 웬디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의 법원 심리 장면이 나오는데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무죄로 만든다. 하지만 법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이다. 말이다. 댄의 일상은 파괴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가한다.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영상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를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나오는 다른 사건들과 연결된다. 그것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인데 이 소설에서 악의적 소문이 어떻게 한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극한으로 몰고 간 상황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판결이 난 후 웬디는 왠지 꺼림칙하다. 심리 과정에서 나온 변호사의 지적 외에도 그녀를 가슴 깊은 곳에서 흔드는 뭔가가 있다. 이 판결이 난 후 해고된다. 그녀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다 댄의 전화가 온다. 만나자고 한다. 리포터라면 얼씨구나 할 상황이다. 그리고 에드 그레이슨이 찾아온다. 소아성애자로 소문난 댄을 찾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다. 불쾌하다. 가슴 한 곳에 불편하게 남아있던 감정을 품고 댄을 만나러 간다. 당연히 댄은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때 한 남자가 들어와서 댄을 향해 총을 쏜다. 죽는다. 그를 피해 달아난다. 쫓아온다. 차를 타고 달아난다. 경찰에 신고한다. 다시 현장으로 온다. 그런데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웬디는 살인자가 그레이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 집에 찾아왔을 때 차고 있던 시계나 키나 체형 등을 생각할 때 그가 분명하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역시 뛰어난 변호사가 그를 경찰서에서 풀어준다. 시체가 없으니 사건이 성립되기 힘들다. 여기서 또 다른 사건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헤일리 실종사건이다. 댄이 잤던 호텔 중 한 곳에서 그녀의 스마트폰이 발견된 것이다. 그녀 실종에 댄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댄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자라고 있던 웬디에게 의문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녀는 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소아성애자와 한 소녀의 실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댄이 소아성애자인지 하는 의문과 헤일리의 실종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추측하게 만든다. 여기에 웬디의 불행을 같이 집어넣어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든다. 그녀의 불행은 알코올 중독자의 차에 치여 죽은 남편 이야기다. 그녀는 그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가족의 문제로 이야기를 이끈다. 가해자의 가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가혹한 고통을 당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으로 산산조각나고 심리적으로 파괴되는 가족의 내면을 그려낸다. 단순히 이런 내면의 연속이었다면 조금 재미가 덜 했을 것이다. 거장은 스릴러 속에 이것을 녹여내어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한다.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보다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과 이야기를 미로 속으로 이끄는 과정이 더 흥미롭다. 바로 댄의 진실이다. 언론에 의해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힌 그지만 과거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지만 어느 순간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 어떤 액션도 없다. 천재적인 탐정도 없다. 발로 뛰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맞춰나간다. 어떤 엄청난 사건과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배후 세력은 무얼까? 왜 그랬을까?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놀랍다. 복잡하게 파고들어갔던 사건들이 하나로 풀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처음부터 가졌던 의심도 역시. 책 뒷면에 나온 인간, 친구, 진실. 이 세 단어에 가족을 더하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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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보험조사원 디디의 아찔한 사건해결 수첩 - 사라진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
다이앤 길버트 매드슨 지음, 김창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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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의 간결함 대신 번역본은 긴 제목을 선택했다. 이런 긴 제목이 시선을 끌기도하지만 다른 독자에게 제목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했었다. 왠지 칫릭이나 가벼운 연애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아마 부제처럼 나온 ‘사라진 헤밍웨이의 원고를 찾아라!’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책 소개 글을 읽으니 미스터리물이다. 그것도 프랑스 파리의 한 기차역에서 분실했다고 전해지는 그 원고를 둘러싸고 말이다.

미스터리물이라고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소설에서 살인은 몇 번 읽어난다. 제목과 주인공의 직업을 생각하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살인과 위기가 이어진다. 비록 그것이 앞에 눈에 띄게 깔아놓은 복선에 의해 너무 쉽게 밝혀지지만. 사실 이 소설의 재미는 누가 범인인가? 하는 것보다 범인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디디의 심리 묘사다. 그리고 그 유명한 헤밍웨이에 대한 적지 않은 정보와 진짜 그 원고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이다.

디디는 제목처럼 보험조사원이다. 그녀의 과거는 평탄하지 않다. 첫 연인 데이비드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다른 연인은 죽었다. 이 때 영문학자로서의 그녀의 이력은 끝났다. 덕분에 어쩌면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보험조사원이 되었다. 최근에 사귄 남자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사라졌고,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이런 그녀에게 친구가 준 연극표는 첫 연인 데이비드와 만나게 만든다. 바로 이 만남이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그가 사라졌던 헤밍웨이의 원고를 가지고 있고, 이 원고를 경매에 붙여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원고를 경매에 붙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하지만 진짜 원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가 보여준 몇 장을 본 헤밍웨이 연구가들이 진짜라고 말한다. 전체 원고를 보지 않은 상태지만 경매소와 보험사 모두가 눈독을 들일만 하다. 그런데 이 원고에 대한 회의 도중에 한 전화를 통해 총소리가 들린다. 디디가 달려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데이비드의 시체다. 디디도 범인에게 공격을 받는다. 쓰러진다. 도착한 경찰들이 보기에 그녀는 유력한 용의자다. 집 구석구석에 그녀의 지문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그녀는 옛 연인과 뜨거운 밤을 보낸 후다.

제1용의자이자 원고에 대한 의뢰를 받은 그녀. 일상 속에서 그녀에게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거기에 국세청과의 문제도 있다. 이런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과정에 새로운 멋진 남자가 등장한다. 그에 대한 표현을 읽다보면 이 소설이 미스터리보다 오히려 로맨스 소설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밋치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노골적이면서도 직설적인데 실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가식을 벗어던진 심리 표현은 남자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디디의 능력을 높이 산 사람들의 의뢰는 중간중간 재미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큰 사건을 뒤쫓는 도중에 과연 이런 사건들도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지만 그녀는 능력자다. 탁월한 직관력과 추리력은 의뢰인의 요구 사항을 잘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인사건이다. 그녀조차 살인자의 살해 대상에 올라있다. 몇 번의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운 좋게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위험을 벗어난다. 거기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는 혹시 하는 가능성을 품게 만든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도 진부할 수 있는데 시리즈를 감안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화려하거나 반전에 반전을 펼치는 소설이 아니다. 소소한 재미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특히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강하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소설에 멈춰 헤밍웨이에 대한 깊이 있는 부분까지 내려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물론 잘 알지 못했던 사실 한두 가지를 건지기는 했다. 하지만 좀더 헤밍웨이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곳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너무 무거워졌을까? 가벼운 미스터리와 피어나는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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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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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 등을 읽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분야 중 하나가 음식이다. 단지 제목만 가지고 파악할 수 없는 이 소설도 바로 음식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주인공이 음식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지거나 아니면 회사 기획에 의해 음식을 다루는데 이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다르다. 다르다기보다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고? 그것은 주인공 다카오와 얏상 모두 노숙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일반 노숙자와 다르다. 외견 상으로도 다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 보통의 노숙자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편이 <노숙자의 맛집 수첩>인데 여기서 다카오와 얏상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 인연이 츠키지 중앙도매시장으로 이어지고 일반적인 노숙자였던 다카오를 특별한 노숙자로 만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한 것이 다카오를 깨끗하게 씻게 만들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츠키지까지 달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얏상을 통해 전혀 새로운 노숙자를 보여준다. 그것은 시장 상인과 식당의 요리사에게 사랑받는 노숙자다. 노숙자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그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것은 시장과 식당 사이를 오가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보만 제공했다면 조금 심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얏상의 미각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이런 미각은 식자재나 음식을 통해 혹은 그 식당의 뒷문을 통해 식당이나 시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만든다. 이런 정보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식당과 시장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연관성 있는 두 곳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여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나타났을 때 그들이 반가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당이 음식을 제공하거나 시장 사람들이 신선한 생선 등을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에 자주 나오는 맛집 프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첫 단편이다. 얏상과의 만남도 나오지만 다카오의 욕망이 그릇된 언론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잘 보여준다. 이것은 얼마 전 한국에서도 맛집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와 일맥상통한다. 기자 정신이 사라지고 흥정과 흥미만 남은 잡지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일 때문에 다카오가 큰 고통을 당하지만 이것은 그가 성장하는데 조그만 도움이 된다. 중간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였지만 역시나로 끝난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때 더 풍성한 거름이 된다.

<러브 미 소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후에도 자주 등장하는 오머니다. 재일동포인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한식인데 작가는 비교적 잘 설명하면서 극중에 녹여내었다. 사실 읽으면서 오머니가 어머니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뭐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단편에서 새로운 중요인물은 소바를 사랑하는 소녀 미사키다. 중학생인 그녀가 바라는 것은 소바 직인인데 엄마와 선생이 반대한다. 도쿄로 도망온 후 그녀는 피시방에서 지내면서 유명한 소바집을 돌면서 무전취식을 했다. 이것을 본 다카오에게 잡혔고 그녀의 사연과 희망이 나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일본의 음식 업계를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고 전통의 힘을 살짝 느꼈다.

레스토랑 주인이 인질을 잡고 농성한다는 내용이 바로 <농성 레스토랑>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한국 거대 프렌차이즈가 어떻게 골목 상권을 잠식하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의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생각하면 그냥 간단하게 지나갈 수 없다. 이 소설 속 경양식 식당도 그런 집 중 하나다. 식당 주인의 욕망을 이용해 간단하게 그 식당을 빼앗은 그들을 보면 맛보다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렌차이즈의 문제를 그냥 보고만 지나갈 수 없다. 뭐 이렇게 된 데는 그런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우리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츠키지의 난>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시장 이전 문제인데 이전파와 반대파의 갈등 중 하나가 노숙자 얏상의 존재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이 파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일본 소설답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 속에 작가가 풀어내는 현실적인 문제 제기는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 문제 뒤에 또 다른 이권이 개입할 수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청계천을 생각하면 이 이전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일본 문제니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그러니 얏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다카오의 행동에 더 눈길이 간다. 결말은 예상한 대로고 얏상의 숨겨진 과거와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호기심만 더 생긴다.

얏상의 스승이 등장하는 <소나무 별장>은 불법어업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해에서 중국의 불법어업으로 고생하는데 이 소설은 야쿠자와 어부의 협업으로 인한 문제다. 그리고 얏상의 과거가 좀 더 나온다. 사건 해결이 기발하다기보다 오히려 드러난 사실에 애잔함을 느낀다. 각각 다른 삶의 무게가 이기적으로 변할 때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잘 보여준다. <터릿의 행방>은 인기 유명인에 현혹된 한 레스토랑에 대한 것이다. 남의 약점을 이용한 연애인의 행보보다 그것에 현혹된 사람에게 더 많은 질타를 하고 싶다. 현실을 무시한 요리인의 자존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다카오가 풀어내는 문제 해결은 조금 약한 듯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선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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