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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제자 - 두 개의 두뇌, 한 개의 심장 ㅣ 메리 러셀 시리즈
로리 R. 킹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셜록 홈즈가 제자를 두었다.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여자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여자 제자라니 대단하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러셀이다. 자존심 강하고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홈즈에게 제자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가지 재능을 보여줘야 한다. 천재 홈즈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러셀은 이것을 쉽게 통과하고 세계적인 명탐정의 가르침 속에 한 명의 탐정으로 성장한다. 바로 이 소설은 시리즈 첫 권이자 홈즈와의 만남과 성장으로 다루고 있다.
시리즈의 첫 권이 나온 것은 18년 전이다. 1994년 작품이다. 작가는 도입부에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이 아니라 메리 러셀의 기록을 출판한 것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만 이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말하며 다음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미 열한 권이 나온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부한 설정일지 모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홈즈의 여제자란 것과 함께 많은 기대를 가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셜로키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로 계속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운명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부모 모두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고모와 살고 있던 메리는 책 읽으며 걷던 중 홈즈를 밟을 뻔한다. 이 우연한 사고는 벌들을 관찰하던 홈즈와의 첫 만남이고 이 순간에 발휘된 메리의 관찰력과 논리적인 사고는 홈즈를 사로잡는다. 높은 자의식과 더 많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녀에게 이 만남은 그 무엇보다 좋은 기회이자 행운이다. 시골에서 조금 무료한 삶을 살던 홈즈에게는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 두 천재의 우연한 만남이 수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홈즈의 제자라고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탐정으로써 탁월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시간을 들여 그에게서 배운다. 변장, 분석, 추리, 관찰, 무술 등을 말이다. 이런 수련 기간을 거친 후에도 큰 사건을 바로 맡지는 않는다. 조그만 사건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명의 탐정으로 자라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조그만 실수를 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고 해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홈즈를 탄생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홈즈는 기존의 홈즈와 메리 러셀을 동시에 말한다.
수많은 작가가 홈즈의 새로운 삶을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처럼 독특하게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그의 은퇴 이후를 다루거나 미발표 사건 등을 다룬 작품이 나왔었다. 그러나 제자의 등장은 처음이다. 그것도 여제자말이다. 단순히 여제자를 가르치거나 그녀만의 활약을 그린 것이 아니다. 여기에 홈즈도 같이 활약한다.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홈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새로운 홈즈 시리즈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고 출간되는 이유가 아닐까.
조금은 이 소설이 진부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시대와 상황과 등장인물 등을 생각할 때 당연하다. 홈즈의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시대에 맞게 풀어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홈즈의 새로운 적이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갈 때에도 드러난다. 몇 가지 사건은 전쟁이라는 특수성에 맞게 펼쳐진다. 목차도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견습생, 인턴, 파트너, 마스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게 러셀의 활약은 더 비중이 높아진다. 홈즈와의 호흡도 더 좋아진다.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재미 중 하나는 왓슨에 대한 평가다. 그리고 왓슨과 전혀 다른 파트너를 등장시켜 다르게 전개시킨다.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것이 너무 당연하다.